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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정국] 나의 10대는 오로지 너의 것이다 : 제 3장, 아는 여자 | 인스티즈







나의 10대는 오로지 너의 것이다 : 제 3장, 아는 여자






 다시 교실에 돌아와보니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깔깔 거리는 친구들이 보였다. 뒤집어지는 속을 뒤로 하고 터덜터덜 옆에 가서 앉자, 호들갑을 떨어댄다. 둘이서 무슨 짓을 하고 왔냐, 그래서 뽀뽀는 했냐. 참 어이가 없어가지고. 순수한 친구 사이일 뿐일 전정국과 나를 엮어대는 친구들을 지켜만 보자니 마음 한 구석이 쓰리다. 나랑 전정국이랑 아무 것도 없거든, 저스트 프렌드야. 쓰려오는 마음을 무시하고 무심한 척 대답했다.




"뭐야, 그럼. 전정국이 좋아한다는 애 김탄소 아닌 거야?"




 전정국이 좋아하는 애? 나는 모르는 이야기가 나왔다. 전정국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을 거라고 자부해왔던 내가, 모르는 이야기.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기분이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곧 지하를 뚫고 저 밑바닥으로 내려갈 것만 같은 기분이다. 전정국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모르는 이야기다, 전정국이 내게 말하지 않았다, 전정국과 나는 친구일 뿐이다, 저스트 프렌드. 아-, 순간 탄성이 나왔다. 전정국과 나의 사이에는 비밀이 없었었고, 앞으로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비밀 하나가 생긴 모양이다. 그 비밀이 생김과 동시에 우리 둘의 사이에는 벽이 쳐진 듯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흥미있는 척 질문을 내던졌다.




"아니, 전정국이 걔 고백 안 받아줬대."




"그런데 자기 좋아하는 애 있다면서 거절했다잖아!"




"크으, 우리는 또 좋아하는 애가 너인 줄 알았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사용해 억지로 생각이라는 걸 해보자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그러니까 전정국이 옆 반 애한테 고백을 받았고, 그 고백을 거절했고, 좋아하는 애가 있다고 했다. 억지로 꾸역꾸역 집어넣은 정보에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산사태라도 일어난 마냥 내 마음 속, 모든 것들이 쓸려간 것 같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대답했다. 그런 착각은 하거들랑 말라고, 듣는 사람 기분 나쁘다면서 속에는 있지도 않은 말을 내뱉었다. 마음 한 구석이 또 쓰리다, 곧 구멍이라도 날 것처럼.







-






 내 마음에 구멍이 나든, 내 기분이 저 지하를 뚫고 들어가든 전정국은 아무 것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하교도 같이 하고 있는 거겠지. 남은 수업을 하면서도, 석식을 먹으면서도, 야자를 하면서도, 지금 집을 같이 가면서도 어색함이 맴돈다. 물론 나의 일방적인 어색함. 평소에는 입을 닫고 있는 시간보다 입을 움직이는 시간이 더 많던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길만 걸었다. 하지만 전정국은 '기분이 나쁜 일이 있나보다.' 하며 넘기겠지. 전정국을 오래 봐온 결과, 나는 알 수 있었다. 상대방의 기분이 어떻든 자신이 먼저 물어보지는 않는 전정국의 특성을,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전정국을.




 아니나 다를까, 내 예상은 적중했다. 우리 둘 사이에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물론 나를 배려해서 물어보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며, 전정국이 먼저 물어볼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왔다. 내가 지금 온 몸으로, 내 기분을 표현하고 있건만. 전정국은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바보, 멍청이, 등신. 전정국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속으로 욕을 곱씹으며 집에 들어가려다 몸을 휙 돌렸다. 있는 힘껏 째려봐주고 싶었지만 전정국의 얼굴을 보자니 그러지는 못하겠다.




"야, 전정국."




 이 망할 놈의 주둥이는 기다림을 모른다.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나가버린 말에 나도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제 어떤 말을 해야하지. 이 상황은 불과 몇 시간 전, 운동장에서의 상황과 유사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던 목이 턱 막히는 기분을, 지금 다시 느끼고 있다. 나는 사실 알고 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다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전정국에게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어떻게 꺼내서 말을 해야 할지 감이 통 잡히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발코로 땅바닥만 툭툭 치고 있는 내가 답답했는지 내게 물어온다. 뭔데.




 참으로 간결한 말이다. 그래, 뭐냐고? 그러게나 말이다.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말을 해줘야할까, 아무 것도 모르는 너에게. 또 다시 머리를 굴려댔다. 어떻게 말 해, 빨리 답을 줘, 멍청한 두뇌야! 주인의 다급함을 알았는지 두뇌는 재빠르게 문장을 만들어냈다. 물론 뭔가 이상하고, 엉성한 그런 문장.




"비밀 없다며."




 그래, 아주 이상하고 엉성한 문장이다. 비장하게 불러놓고서 뜬금 없이 비밀이 없다니. 망할 내 두뇌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 말도 없는 전정국에 고개를 스리슬쩍 들어 얼굴을 보니 눈썹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곰곰히 생각에 빠져있는 듯 하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다시 물어본다. '무슨 말이야.' 그러게 이게 무슨 말일까. 망할 김탄소, 망한 게 틀림 없다. 주저 앉아 머리라도 쥐어뜯고 싶건만 차마 전정국 앞에서 그럴 수는 없어 꾹꾹 억눌렀다. 그래, 이미 망했는데 뭐가 무섭다고. 이상한 타이밍에만 대담한 나에게 박수라도 쳐줘야하는 건지, 아님 멍청한 두뇌를 또 욕해야하는 건지.




"너 좋아하는 사람 있다면서."




 아무래도 멍청한 두뇌를 욕하는 걸로 끝내서는 안되겠다. 망할 주둥이를 꼬매버리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다시 고개를 내려 손장난과 발장난만 치고 있자 앞에서 전정국이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냈다. 뭐가 웃기다고 실실 웃기나 하는 건지. 괘씸한 마음에 전정국의 팔뚝을 힘껏, 솔직히 말하자면 살살 내리쳤다. 씩씩 거리는 내 모습을 보더니 더 크게 웃어대는 전정국에 열이 확 뻗쳤다. 망할 놈, 내 두뇌만도 못한 놈, 멍청한 놈, 나쁜 놈, 못된 놈. 이 세상의 놈이란 놈들은 싹 다 언급된 것 같다. 아, 왜 웃는데! 웃지 마! 웃지 말라고!




"그거 다 거짓말인데."




 내 외침을 싸그리 무시하고 웃기만 하던 전정국이 드디어 말을 꺼냈다. 거짓말이란다, 좋아하는 사람 있다는 말이. 거짓말이 이렇게나 좋은 것이었던가? 어렸을 적부터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배워왔지만 아무래도 다시 배워야 할 판이다. 거짓말은 좋은 것이다. 하늘을 날아오르고 싶을 만큼, 광대가 올라가다 못해 승천이라도 해버릴 만큼, 아주 좋은 것. 혼자 말도 안 되는 거짓말 찬양론을 펼치고 있을 무렵, 그 거짓말보다도 달콤한 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내가 아는 여자라곤 엄마랑 누나, 너 밖에 없는데 누굴 좋아하겠냐."




 아, 내 인생은 참으로 달디 달았다. 어쩜 저렇게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전정국의 화려한 언변에 감탄하고, 녹아내리고, 쓰러진다. 전정국의 말이 끝나고 순간적으로 놓친 정신줄을 간신히 부여잡고 나니 피가 얼굴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지금 시간이 늦어 어둡다지만 혹시라도 주변의 빛들이 내 얼굴을 비추어,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전정국에게 들킬까봐 전정국에게 잘 가라는 인사도 못하고 후다닥, 집으로 들어왔다. 계단을 올라가다가 다리가 후덜거려 넘어질 뻔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인사를 드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쿵쾅대는 가슴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두손을 모아 가슴에 올리고서 눈을 꼭 감았다. 심장아, 뜀박질 좀 작작 해라. 조금씩 느려지는 심장의 뜀박질을 느끼며 집 앞에서의 전정국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아니, 내가 생각한 게 아니라 떠올랐다. 전정국이 웃는 모습이, 미소를 머금고 거짓말이라 하던 전정국의 모습이, 아는 여자라곤 아주머니와 언니, 그리고 나 밖에 없다던 전정국의 모습이. 가라앉은 심장이 다시 뜀박질을 시작한다. 아마도 이 뜀박질은 잠에 들기 전까지 이어질 것만 같다.






-



 5일만에 찾아뵙게 되었네요! 방학동안 글만 써야겠다고 다짐했던 저인데 개뿔... 다짐만 굳셀 뿐 그 무엇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ㅁ^ 아직 스토리가 전개되는 부분이라 그런지 조금 짧기도 해서 포인트를 내려버렸습니다! 게다가 20포인트씩이나 받으면서 똥글을 보여드리니 여간 양심에 찔리는 게, 맘이 편하지가 않더라구요. 그리구 약간의 스포를 해드리자면 다음편부터 본격적인 여주 괴롭히기에 들어갑니다. 다음 편은 조금 더 나아진 필력으로 돌아오도록 할게요, 반성 많이 하겠습니다ㅜㅜ 2장에서 암호닉 신청해주신 세 분 정말 감사드리구 댓글 써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정말 감사드려요!





애정하는 내 사람들^ㅁ^


8ㅅ8 님

고망맨 님

삐약이 님

다우니랑꾸기 님

1013 님

10년지기 님

알라 님

인사이드아웃 님

뿝뿌 님

꾸꾸 님

코넛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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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글쓰시는거 힘들져ㅠㅠ쫌 짧으면 어때요 뭐... 정국이 볼수있다면야ㅠㅠ
8년 전
워터폴
다음 장은 더 길고 탄탄하게 써오도록 할게요ㅜㅜ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2
아녜요 저도 글 쓰는데 되게 오래걸리고 생각도 많이 하고.. 그냥 써지는ㄱ게 아니란걸 알기때문에 한 말이에여 괜히 부담갖지마세요ㅠㅠ 정말이에요 이런 글 분위기 짱좋아해여 저...♡☞
8년 전
워터폴
하윽 좋아하신다니 정말 다행이에요ㅜㅜ 감사합니다 정말루! 이런 댓글 하나하나가 저한테는 힘이 되어요 감사합니다!
8년 전
비회원145.61
정국이ㅜㅜㅜ진짜 설레게 말하네요ㅜㅜㅜㅜ 아는여자가 엄마 누나 너라뇨ㅜㅜㅜㅜㅜ
8년 전
워터폴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라는 것! 정국이는 낯가림이 심해서 여자애들한테는 막 철벽 치구 다녀요ㅜㅜ 하지마 여주는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기에 지금 저런 말도 하고~ 나중에는 뭐~
8년 전
독자3
엄청 몰입해서 보게 되네요ㅠㅠㅠㅠㅠㅠ즌증국이 설렌다이ㅋㅋㅋㅋ암호닉신청받으세요???받으시면[토끼]로 신청해도 될까요..ㅎ
8년 전
워터폴
그럼요그럼요! 되지요 몰입해서 보셨다니 다행이어요. 토끼 님 앞으로도 쭉쭉 달립시다❤️
8년 전
독자4
8ㅅ8입니다! 아 정국이가 좋아하는 여자라니... 하고 마음 졸이면서 봤는데 거짓말이라니 참 좋네요 정국이 행동 말 하나하나 다 설레면 제 심장은 남아나질 않습니다 작가님ㅠㅠㅠㅠ 그나저나 본격적으로 여주를 괴롭히신다니... 안 돼요... 얼른 행쇼하게 해주세요 8ㅅ8
8년 전
워터폴
안녕하세요 8ㅅ8 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주를 괴롭히자니 죄책감이 들고 안타깝긴 하지만 고통 뒤에 오는 행복은 두 배, 세 배로 행복한 법이니까요! 이렇게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다음에는 더 높은 퀄리티로 오도록 하겠습니다❤️
8년 전
비회원46.227
뿝뿌에요ㅠㅠㅠㅠㅠ정국아ㅜㅜㅠㅠㅠㅠㅠㅠ아는여자라곤 엄마 누나 너밖에없....하...설레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날계속 설레게해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워터폴
안녕하세요 뿝뿌 님! 정국이가 뿝뿌 님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니 다행이네요ㅋㅋ 하지만 앞으로 굉장히 힘들어지실 겁니다 속앓이가 더 심해질 거예요ㅜㅜ 다음 장은 더 높은 퀄리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해요❤️
8년 전
독자5
와정국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전정국 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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