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아빠가 된 유치원 선생님 김태형 01
"아기야~ 지민이 삼촌 왔다~"
제 집처럼 비밀번호를 누르고 큰소리로 말하며 들어오는 소리에
태형은 부엌에서부터 현관까지 다급하게 날라와 아기에게 향하는 지민을 온 몸으로 막았다.
"야 야 손 씻고 발 씻고 입 헹구고 와."
"아 호들갑 봐 손만 씻을게."
"미쳤냐? 너 때문에 아기 병 걸리면 어떡하라고. 안그래도 완전 애기라서 면역력 약한데!"
으, 진짜 김태형 짜증나.
더 이상 듣기 싫은 잔소리에 알겠다며 양말을 벗고
미키마우스 목욕 의자에 앉아 바지를 슥슥 걷어올려 발을 씻으며 지민은 물었다.
"근데 왜 불렀냐."
"마트 갈건데 같이 좀 가자고."
"장난하냐? 지금 마트 같이 가자고 날 부른거야?"
세숫대야에 다시 물을 받으며 태형을 향해 소리치는 지민에게
들고 있던 뒤집개를 들고 와
"조용히 해라 애기 큰소리나서 울면 어떡하려고."
다시 뒤집개를 들고 유유히 부엌으로 사라지는 태형의 뒷모습에
지민은 얼이 빠졌다.
"야 난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해가 안간다 친구야."
"야 데톨로 손 씻기 그림 따라가면서 씻,"
"아 씻었어 씻었어. 귀에 딱지 앉겠네 진짜."
"씻었으면 됐어. 밥 먹어."
흰 밥 한 공기와 계란 후라이 위에 케첩으로 하트를 그려놓고 김을 준 태형이 지민에게 말한다.
"웩, 하트 뭐냐."
"아 유치원에서 하던 거 습관 된거라고!"
"으 진짜 적응 안돼 유치원 선생님 김태형."
반찬이 이게 뭐냐, 투덜대며 김에 흰 밥을 싸서 먹던 지민이 말했다.
"뭐 적어?"
"아기한테 필요한 거... 아 또 뭐 사야되더라."
펜 똑딱이를 머리로 똑딱대던 태형이 아 하며 키티 포스트잇에 써내려갔다.
"힉, 뭐 이렇게 많이 사. 그저께도 갔다 오지 않았냐."
"그 때는 급하게 사느라 몇개 못샀단 말이야..."
벌써 밥을 다 비운 지민은 냉장고에 보리차를 꺼내 마시며 물었다.
"아기 데리고 갈거야?"
"아 지금 그게 고민이야 먼지 많은 데 데리고 가면 애기 아플까봐..."
"아주 지극정성이네 새끼."
우리 애기~ 잘 있었어요~? 하면서 담요에 누워 손짓 발짓을 하는 아기 옆에
박지민이 거의 엎어지 듯 앉아 꿀이 떨어지는 눈으로 아기를 바라봤다.
"야 지민아."
"뭐냐 성 떼고 부르지마라 뭔 부탁 할라고."
"니가 아기 좀 업어 옆에 포대기로."
"내가? 야 무서워 못해."
"아 뭐가 무서워. 그냥 업으면 돼 포대기가 감싸고 있어서 안떨어져."
자기는 절대 못맨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지민에게 다가가
너는 등판이 넓고 운동 해서 힘도 세니까 아기 업어도 충분히 문제 없다며
유치원에서나 달랠 법한 말로 달래니 어느새 스투시 티셔츠 주위로 뱅뱅 싸여있는 포대기와 박지민이다.
"야 물티슈 뭘로 살까?"
태형의 손엔 100% 오가닉 녹찻잎 물티슈와 보송보송 엠보싱 3겹 물티슈가 들려있다.
다 큰 남자 둘이 아기용품 코너에서 이거 살까 저거 살까 하며 고민하는 모습이 흔치 않아
주위에 아기엄마들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아 그냥 아무거나 사..."
"아 골라봐. 뭐 사지?"
"...오가닉."
"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거 저번에 써봤더니 물티슈가 금방 마르더라고."
100% 오가닉 녹찻잎 물티슈를 내려 놓으며 보송보송 엠보싱 3겹 물티슈를 카트 안에 담는 태형을 보고
지민은 애써 화를 삭히며 장난하냐며 정색을 했다.
"파우더는 이렇게 뿌리는 게 낫겠지?"
일방적인 태형의 아기용품 쇼핑에 지민은 지칠대로 지친 터라 카트에 기대서
니 알아서 하라는 손짓을 한 후 손잡이를 잡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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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아기 용품 사는 태형이로 해봤습니다 하하
아무래도 여주가 나오는게 낫겠죠?
그러면 다음편에서 어떻게 한번 등장 시켜볼게요.
근데 여주 시점이 아니라 아마 태형이 시점이 될 것 같습니다 꺄
벌써 힘들군요 글 쓰시는 분들 존경해요 짝짝...
아무것도 아닌 제가 암호닉이 생기다뇨 ㅠㅠ
[심쿵],[애기쿠야]님 감사해요 사랑해요 (망태기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