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칠 것만 같았다. 고작 몇분이나 봤다고, 그녀의 얼굴이 내 뇌리에서 떠나가질 않는다. 보고싶다. 이게 바로 첫 눈에 반한걸까, 드디어 18살 전정국에도 봄이 오는건가.
드디ㅇ...
" 야, 근데 그 여자애 남자친구 있으면 어떡할건데. "
" 그러게, 그렇게 예쁘면 남친 없는게 이상한거아냐? "
" 정국아, 세상에 여자는 많ㅇ... "
" 다 닥쳐요. "
" ... "
" ... "
" ... "
" ... "
" ... "
" ... "
아, 진짜 개같다. 왜 이생각을 못했을까, 하긴 그렇게 예쁜 여자가 남자친구가 없을리가 없었다. 난 참 병신이다. 남자친구가 없더라도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는 차고 넘칠 것이다. 나보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돈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 형들. "
" ...? "
" 저 오늘부터 공부할거에요. "
" ...? "
" 그동안 사실 학원안가고 피시방 간 적도 많고, 베낀적도 많았어요. "
" 너 그게 자랑이냐? "
"좀 닥쳐봐. "
" 아무튼, ㅇ, 어, 그러니까 형들이 협조를 해주셔야겠어요. "
" 무슨 협조. "
" 자습서사게 돈 좀 주세요. "
" ... "
" ... "
*
우리 막내가 이상해졌다. 아니, 사실 예전부터 이상하긴 했지만, 요즘따라 더 까칠해졌다고 해야할까.
18살, 질풍노도의 시기이다. 한창 대들 나이, 그 나이땐 이성에 관심이 많아짐과 동시에 사춘기가 오는데, 진짜 죽을맛이다. 맏형으로서 동생들의 성장과정을 모두 지켜보았지만, 전정국은 정말 역대급이다. 욕을하질않나, 욕을하질않나, 욕을하질않나...
아무튼 정국이는 요즘, 이성에 눈을 뜬 게 분명했다 .
*
정국이가 욕을 했다. 그것도 씨발이라고.
그러고선 홀연히 집밖으로 나가버렸다. 태형이도 같이 나갔다. 당황스러웠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어떡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앞에있는 쓸모없는 동생들은 익숙하다는듯이 하던일을 계속 하고있다. 정말 사랑스러운 새끼들이다.
" 아니 그래서, 걔넨 지금 피시방 간거야? "
"...응 "
" 아 시발 나도 갈걸... "
" 이번에 바뀐 알바누나 존나 예쁘대요 "
" ...! "
*
갑자기 한 여자가 문득 생각이 났다.
ㅇㅇ씨라고 이번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인데,
정말 귀엽게 생겼다. 솔직히 요즘은 회사든 뭐든, ㅇㅇ씨 보는 낙으로, 생각하는 낙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아, 내일모레 출근하는데,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김석진, 너도 짝사랑이라는 걸 하는구나.
*
막내가 갑자기 공부를 한댄다. 그동안은 도대체 뭘 했나 싶어 욱할 뻔 했지만, ㅇㅇ씨를 생각하며 참았다 .
갑자기 민윤기가 호석이보고 닥치라고 한다. 저 새끼는 참 싸가지가 없다 .
막내가 돈을 달라고 한다. 어떡하지, 월급날이 다가오려면 한참 멀었는데, 뭐라고 둘러대야할까.
그냥 닥치고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내일은 출근날이다. 그동안 출근 전날이 되면 기분이 참 좋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왠지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이게 다 ㅇㅇ씨 덕분이다.
남자가 짝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참 찌질한행동을 많이 하게되는데, 그 중 하나가 좋아하는 여자 SNS 염탐하기다.
사실 난 ㅇㅇ씨의 번호가 없긴 하지만 ,페이스북에 ㅇㅇ씨를 치면 바로나오는 ㅇㅇ씨의 프로필은 언제나봐도 귀엽다. 오늘도 난 염탐을 시작한다.
' 재밌었어 ~~ 김형진님 외 2명과 함께 '
김형진? 이름 한 번 남자스럽다. 아, ㅇㅇ씨라고 남자사람친구, 남사친이 없으라는 법은 없다. 있을수도 있는 거다. 김석진, 정신차려라.좋아하는 여자에게 집착하는 남자만큼 찌질한 남자도 없다.
*
" 아 씨발! "
" 아 시발 깜짝아. "
"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아침부터 소리를 질러요? "
" 태효이 놀라써... "
" 저 새끼는 아침부터 지랄이야, 시발. "
" 솔직히 말해. 어젯 밤에 하나남은 라면 끓여먹은 새끼 누구냐? "
" 고작 그걸로 이 아침에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냐. 존나 한심한 새끼, 성격 참 개 좆같이 태어났네. "
" 욕하지 마요. 오늘 피시방 가기로 해서 기분 좋단말이에요. 기분 초치지 마요. "
" 너가 우리집에서 욕 제일 많이 하잖아. "
" ...아무튼 오늘은 욕하지 마요. "
" 오늘 형 차 타고 등교할 사람 있어? "
" 저...! "
" 저요 "
" 저... "
" ... "
" 솔직히 형들이 양보해요. "
" 뭔 개소리야, 나이도 어린새끼가 걸어가야지. "
" 맞아 정국아. "
" 왜 제가 양보해야되는데요? 뭔 개같은 논리에요. "
" 너 말 그따구로 하지마라. "
" 김태형 넌 좀 가만히 있어. "
" ... "
" 뭘 가만히 있어, 애새끼가 싸가지가 없잖아. "
" 넌 있는 줄 알아? 정국이한테 왜그래? "
" ... "
" ... "
" ...너네 셋이 같은 학교잖아. "
" ... "
" ... "
" ... "
*
*
나에겐 5명의동생과 1명의 형이 있다. 다 개 좆같다.
저런애들이 왜 내 혈육일까. 존나 하나님도 무심하시다.
아무튼 나에게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것 같다.
학과가 남초학과라 그런지, 여자가 별로 없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 건 ㅇㅇ이라는 여자애였다.
내 성격 자체가 무뚝뚝해서 그런진 몰라도, 좋아하는 감정같은 걸 잘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서 전여자친구들에게 차인적도 많고, 고백도 하지 못한 채로 추억으로만 남겨놓은 사랑들도 많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호석이랑 태형이에게 애교도 배웠다. 말투도 많이 바꿨고, 눈웃음도 칠 줄 안다 .
내가 생각해도 존나 역겹지만, 어쩔 수 없다 .
" 야, 이거 먹어. "
" ...어? "
" 존나 맛 개같아서 못먹겠으니까 너 먹으라고. "
" ... "
" 안 먹냐? "
" ㅇ, 아니야, 먹을게, 고마워. "
*
내가 생각해도 난 존나 멋있는 새끼다.
쓰레기같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