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1일
02
W. 생화니
bgm 추천(꼭 들어주세요)
Nicole Scherzinger - Run
※사실과 다릅니다. 현실과 혼동하지 말아주세요. 혹시나 잔인하다고 느끼실만한 부분(사진은 없음. 근데 진짜 안 잔인해요)이 있으니 못 보시는 분은 다음편부터 보시는 걸 추천해요. 근데 진짜 하나두 안 잔인해요. 근데 새벽에는 보지마세요. 무서움(아닌가. 전 무서워씁니다..)
눈을 떴다. 내 눈앞을 가로 막았었던 검은 사포는 없어진 지 오래였다. 여기는 어디일까,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 기절해있는, 강의실 옆자리에 앉았던 선배가 누워있었다. 그리고 엄청 오래된 나무상자 몇개가 내가 있는 공간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철렁하며 공간이 크게 움직였다.
일어나려 바닥에 손을 짚으려했는데 두 손이 단단히 묶여있었다. 그리고 발도 아주 단단히 묶여있었다.
나는 납치당했었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다리를 덜덜 떨었다. 그리고 오늘 강사라며 들어왔던 그 여자가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정확하게는 그 여자가 했던 말이지만.
"생체실험.."
말을 중얼거리자마자 나무상자가 내 옆으로 굴러오더니 내 몸과 부딪혔다. 상자가 힘없이 열리더니 뭔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툭하고 떨어진 건 팔. 누군가의 팔이었다. 그것도 피부가 다 뜯겨져나가 보기싫은, 흉측한.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고싶었다. 근데 소리가 나오지않았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동공을 말릴 수도 없었다.
다시 철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공간이 크게 흔들리더니 상자가 다시 저 끝으로 굴러갔다. 이제야 알아차린건데 이 곳에서 비린내가 난다. 그것도 아주 진한 비린내.
그래서 나는 이곳이 바다라는 걸 알아챘다.
기절해있던 선배가 눈을 떴다. 선배는 일어나자마자 눈물을 글썽이더니 이내 엄청 큰 눈물방울이 툭, 하고 떨어졌다. 우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나도 울었다.
눈앞으로 다가온 공포탓인지 생체실험이라는 단어가 무서워서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알 수 있던 것 하나.
'집에 가고싶어'
공간과 물살이 만나 철썩이는 소리를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다. 그리고 다시 굴러온 나무상자에서 떨어진 팔에 선배는 다시 기절했다.
그리고 나는 한참을 울다 잠들었다. 잠에 들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있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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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자 보이는 건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라색 물이 들어있는 플라스크와 빨간색의 물이 든 병을 섞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서 이리저리 휘휘 젓더니 그것을 투명한 박스에 들어있는 흰 쥐에 들이부었다. 흰쥐는 꿈틀거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흰쥐의 꼬리 부근에서 머리가 자라났다.
'나도 이제 저렇게 될까?'
눈을 계속 감고서 연구원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내래 남조선 딸덜을 실험할 줄이야 누가 알았겄소"
"이건 우리 아들도 모르오."
"아들이 알면 박씨네 가족 몰살당할것이야"
"재수없는 소리 하지마시오"
"허허, 내래 농담던진 것 가지고 거 참 엄청 뭐라 하시구려"
"..동무 조용하시오. 이러다 저거 깨겠소"
저거는 나를 가르키는 말이려나. 그나저나 이 사람들 사람을 죽네마네 하면서도 계속 웃고있다. 끔찍한 사람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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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은 채로 있었더니 눈이 불편했다. 이거 눈을 뜰 수도 없고 말이야. 그렇게 한참이나 눈을 뜰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내 몸이 어디론가 이동하는 느낌이 들기에 눈을 더 꼭 감았다.
난 이제 어디로 가는걸까 이제 죽는거야?
그렇게 한참을 들것에 실려 이동하다 어떤 방에 들어갔다.
눈을 감았음에도 내 위에 빨간 조명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변씨, 그거 좀 해보라우"
"알았소"
그러더니 내 왼팔을 찬 손으로 꽉 잡고서 내 왼팔에 무엇을 들이부었다. 놀라 눈을 떴더니 오른쪽에 흰 옷을 입고 서있는 남자가 깼구만,이라며 날 내려봤다.
그리고 내 왼팔에는 초록색 물이 뿌려져있었다.
그리고 선인장가시가 꽂힌 듯한 따끔함과 함께 내 팔이 녹아내렸다. 그것도 순식간에.
염산을 들이부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이건 초록색이잖아, 아니 그 전에 이 사람들은 도대체 뭘까
"...."
흰 마스크를 끼고, 파란색 옷을 입고 문밖에서 날 바라보던 남자와 이 마주쳤다.
"..아"
그리고 그 남자는 순식간에 머리가 잘려나갔다.
여기는 이런 곳이구나.
나는 다시 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