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ㅎㅎ......"
마치 웨딩드레스를 피팅할 때처럼 선배님들은 소파에 앉아 있고 나는 옷을 갈아입고 그 앞에 섰다.
옷을 보여주는 거니까 당연히 나를 쳐다보는 게 맞는데 괜히 민망해져 어색하게 웃어보이는데....
둘은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심각한 표정이다.
".....너무 짧은데?"
"안 돼. 다음"
이 정도면 그렇게 짧은 편은 아닌데....
"두 번째 의상입니다~"
"이것도 조금 짧긴 한데..."
"안 돼, 안 돼. 다시 들어가. 실장님 혹시 원단 부족해? 치마가 다 왜 저렇게 짧아" - 주지훈
.
.
.
".........."
"안 될 거 알면서 왜 보여주는 거야, 이실장?" - 하정우
하아.......
.
.
.
"...이건요..?"
"아니, 치마 길이가 하나 같이 왜 다 저래? 요즘 유행이야?" - 주지훈
"...이거 이쁜데에..."
"우리 제작발표회 하는 곳 계단 있어서 안 돼." - 하정우
"아니이... 조심해서 잘 가리고 올라가면 되는데..... 아니면.... 선배님들이 가려주시면 되잖아요! ㅎㅎㅎ"
제일 마음에 드는 옷인데 안 된다고 못을 박는 말에 나름 애교랍시고 베시시 웃으며 말했더니 정적이 흘렀다....
ㅠㅠ 이렇게 정색할 일인가요......
".........."
"...그 옷이 제일 마음에 들어?"
"네에....ㅠㅠ"
"그래, 그럼 그 옷으로 해. 이실장, 허리 쪽 남는 거 같은데 좀 봐주고"
(머리는 긴 웨이브에 반 묶음 같은 느낌으로 생각해주세요!)
"ㅎㅎ....안녕하세요....ㅎㅎㅎㅎㅎ"
이정재 선배님 말고는 오늘 처음 보는 정우성, 하정우 선배님에게 뻘쭘하게 인사를 하고 여전히 뻘쭘하게 다가갔다.
"실장님께서 머리도 이쁘게 해주시고 메이크업도 이쁘게 해주셨는데에... ㅎㅎㅎ어때요?"
"...이쁘네"
"누구 보여주려고 이렇게 이쁘게 준비했어, 아가"
"오늘 제작발표회 가면 안 되겠는데?"
"....? 왜요?"
"왜긴 왜야. 너무 이뻐서 안 되겠어"
"...ㅋㅋㅋㅋㅋㅋㅋ아 그건 너무 오바예요....ㅠㅠ"
빈말인 걸 알지만 그래도 이쁘다고 칭찬해주시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선배님들도 제작발표회라고 깔끔하게 차려 입으셨는데 촬영 때의 꼬질꼬질한 모습만 봐서 그런가 새삼 배우구나...싶었다.
"먹는 게 햄스터 같아서. 볼이 막 씰룩씰룩 하네ㅎㅎ"
"...아악....그렇게 쳐다보시면 저 못 먹어요ㅠㅠ"
"ㅎㅎㅎㅎ알겠어, 안 봐, 안 볼게. 계속 먹어"
안 본다면서 계속 힐끔 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지지만... 애써 무시하면서 먹는다....하....
샌드위치를 반 정도 먹었을까 매니저님께서 도착했다며 시동을 끄셨다.
어... 다 못 먹었는데에...
"들고 가서 먹자, 바로 올라가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선배님은 내가 걱정하는 걸 바로 눈치 채고는 시트 홀더에 꽂아둔 주스를 대신 들고 먼저 내리시더니 내게 손을 내미신다.
구두를 자주 신는 편이 아니라 걷는 걸 힘들어하는 걸 아신건지 아님 그냥 몸에 베인 매너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차장에서 대자로 넘어질 순 없으니
얌전히 선배님 손을 잡고 조심 조심 차에서 내렸다. 아 물론 손에 샌드위치는 꼭 쥐고ㅎㅎㅎ
샌드위치를 야금 야금 먹으며 매니저님이 안내해주는 대로 가니 큰 대기실에 선배님들이 모여계셨다.
"ㅎㅎㅎㅎㅎ선배님들 안녕하세요..!"
"아유, 우리 이쁜 공주~ 오늘 왜 이렇게 이쁘게 하고 왔어~~ 아, 이뻐라ㅎㅎㅎ"
"손에 뭐야, 샌드위치? 우성이 형이 사 준거야? 잘했네. 앉아서 먹어, 앉아서. 체할라"
"옷 너무 잘 어울린다, 공주야. 진짜 공주 같네."
"아가 그거 다 먹고 이것도 먹어. 오는 길에 마카롱 사왔어."
선배님들이 한순간에 내게 집중을 하니 선배님들의 스탭까지도 나를 쳐다본다.
이 정도 인원이 쳐다보는 것도 긴장되는데..... 나중에 어떡하지....ㅠㅠ
일단은 중앙에 자리 잡은 소파에 앉아 샌드위치를 마저 먹고 이정재 선배님이 사다주신 마카롱을 먹고 있는데 매니저 오빠가 도착했다.
내게 슬며시 다가와서 몰래 청심환을 줬고 주변 눈치를 살피며 한입에 와앙 넣고 꼭꼭 씹는데 맛이....최악....ㅠㅠ
어쨌든 야무지게 청심환까지 먹고 센스 있는 우성 선배님 매니저님께서 사다주신 칫솔세트를 가지고 양치까지 하고 오니
이제 올라갈 준비를 해야 된다며 처음 보는 스타일리스트 한 분이 오셔서 입술 수정을 해주신다.......
갑자기 훅 다가오신 스타일리스트 분에 놀래서 움찔했더니
"...아아.... 감사합니다.....! "
지훈 선배님 스타일리스트 분께서 입술 말고도 다른 곳도 수정을 조금 하고 머리도 쪼끔 만져주셨다.
제작발표회 시간이 다가오는지 선배님들도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5분 뒤 스탠바이요~' 행사 스탭으로 보이는 분이 소리치고 가셨다.
하아..... 청심환을 먹었는데도 이렇게 떨리면 어떡하라고ㅠㅠ
선배님들 사이에 껴서 무대 뒷편으로 향하면서 조그만한 틈으로 객석쪽을 봤는데
엄청난 개수의 카메라들과 넓은 객석을 꽉 채운 사람들이 보였다....
진짜 큰일났다...
무대 뒷쪽에 자리 잡고 서니 무대에서 이벤트 설명을 하는 진행자의 멘트가 들렸다.
긴장되는 마음에 내 앞 쪽에 있는 하정우 선배님의 옷자락을 꾹 잡으니 선배님이 뒤를 돌아본다.
"..저어.....사실은..... 청심환 먹었는데요..... 근데도 너무 떨려요....ㅠㅠ"
"ㅋㅋㅋㅋ청심환은 또 언제 먹었대. 괜찮아. 같이 올라갈 거고 옆에 꼭 붙어 있을테니까 곤란한 질문 있거나 하면 나 쳐다 봐. 주지훈 봐도 되고."
"...히잉....ㅠㅠ"
"손 잡아 줄테니까 안 넘어지게 조심하고, 사회자가 오른쪽 봐주세요- 왼쪽 봐주세요- 손 흔들어주세요- 다 말해줄거니까 그대로 하면 돼." - 하정우
"뭐야, 내 새끼 떨려서 그래? 언니 봐봐, 곤란한 질문 나오면 언니가 다 차단 해줄 거니까 긴장 풀고. 우리 공주는 웃는 게 이뻐" - 전지현
"아가는 이쁘게 웃기만 하면 돼. 다른 건 우리가 다 할게" - 이정재
"우리 공주, 이거 끝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오늘 고생 많이 했으니까." - 김혜수
"오늘 난리나겠다. 우리 강아지 이쁜 거 사람들이 다 알아서ㅎㅎㅎ지금 너무 이쁘니까 걱정 하지 말고 웃기만 하면 돼." - 정우성
내가 뭐라고 내 긴장 풀어주겠다고 선배님들은 끊임 없이 말을 걸어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들리는 스탭의 목소리. '배우 분들 올라가실게요~'
(올라가는 순서는 정우성 김혜수 하정우 나 주지훈 전지현 이정재예요~~)
정우성 선배님을 필두로 한 명씩 올라가기 시작했고 쉴 새 없이 들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관객들의 함성에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그런 저를 뒤에서 지켜본 주지훈 선배님이 내 어깨를 살짝 토닥여주었고 앞에선 하정우 선배님이 손을 내밀어주었다.
하정우 선배님의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무대 위로 올라가니 끊임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쉬가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처음 공개되는 자리어서 그런지 내가 등장하자 카메라 셔터 소리가 더 빨라졌다.
"우리 배우님들~ 다 올라오셨죠? 그럼 사진부터 찍겠습니다!! 정면부터~~"
.
.
"자아~ 이제 오른쪽 가겠습니다!! 우리 배우님들 손 한 번 흔들어주세요~~!!"
.
.
"마지막~ 왼쪽 가겠습니다~ 우리 배우님들!! 손하트!!! 손하트 한 번 씩만 해주세요~~"
.
.
.
끊임 없이 터지는 플래쉬에 눈이 아플 지경이라 사진 촬영이 끝났다는 진행자의 말에 눈을 꾹 감고 떴다.
으아.... 선배님들은 이런 걸 어떻게 매번 하시지.....
그래도 진행자 분이 포즈를 다 얘기 해주셔서 그나마 덜 긴장된 것 같았다.
한 고비 넘겼다 생각하고 작게 한숨 쉬는 순간..
"유은솔씨 단독 컷 찍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기자님들 사이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쳤고 나도 모르게 경직되었다.
단독 컷이요....? 혼자....?
당황스러운 마음에 옆에 있는 하정우 선배님과 주지훈 선배님, 그리고 진행자를 번갈아 쳐다보니
진행자도 당황스러운지 조심스럽게 질문을 내게 넘겼다.
"은솔씨~~ 어떻게, 단독 컷 가능할까요?ㅎㅎㅎㅎ"
"....아......"
"억지로 안 해도 돼. 꼬맹이 하고 싶은 대로 해."
옆에서 작게 얘기하는 하정우 선배님을 올려다보니 선배님은 씨익 웃어주었다.
의도하신 건지는 모르겠으나 선배님이 웃어주니 긴장이 조금 풀렸고 진행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은솔씨!! 감사합니다~ 그럼 다른 배우 분들은 잠시 무대 뒤에서 대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라왔던 곳으로 다시 내려가는 선배님들은 내려가면서 내게 웃어주거나 어깨를 한 번씩 토닥여주고 가셨다.
하아.... 할 수 있어...... 그냥 하라는 대로 웃기만 하면 돼......ㅠㅠ......으아...
"자아, 은솔씨! 정면부터 갈게요! 정면 손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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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진 촬영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은솔씨도 퇴장하시고 무대 세팅 후, 올해 최대 기대작!! '여름 밤'의 제작발표회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좀 늦었죠...? 오늘은 월루를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분량을 길게 하려고 했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ㅠㅠ
다음 편은 제작발표회+OOOOO이 될 것 같아요! 아직은 비밀ㅎㅎ
예능도 한 번 나올 것 같구요, 영화 홍보 겸 색션도 한 번 나가야겠죠?ㅎㅎㅎ
남주는 빠르면 다음 편, 늦으면 다다음 편!
자꾸만 일부러 숨기는 기분이 드는데.... 일부러 숨기는 건 아닙니다...ㅎㅎ
아 그리구 아가, 꼬맹이, 공주 같은 애칭은 조금 어색하겠지만 한 명씩 따로 정하려고 해요!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보니 사진을 다 하나하나 쓰는 건 어려울 것 같고 꼬맹이=하정우 이런 식으로 생각이 바로 드실 수 있게
하나씩 정해보려고 하는데 아가, 꼬맹이, 공주 말고 추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해지면 1화부터 다 수정해둘게요!
다음 편은 빠르면 오늘 밤, 늦으면 내일 오후일 것 같아요!
그럼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