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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 용서받지 못할 시간들

written by. 세모론

 

 

 

 

 

 

엄마의 설움이 기어이 터지고야 말았다. 이 나쁜 놈의 자식아, 왜 이 엄마를 매일매일 지옥에 떨어트리니, 응? 이 엄마가 너 때문에 심장이 약해졌어, 알긴 아니? 죽으려면 곱게 한 번에 죽어! 왜 매일 다시 살아나서 내 앞에서 또 죽으려고 하는 건데?! 한 번에 죽어, 제발. 엄마의 억장 매일 무너지게 하지 말고. 이 엄마가 어디까지 아파하고 너 때문에 지쳐야 하니, 이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니?! 내가 너 이렇게 죽으려고 그 힘들었던 10개월을 참고 너를 낳은 줄 알아?!

 

엄마의 가느다란 몸통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며 그 동안 나를 위한답시고 숨겨놓았던 분노를 거리낌 없이 뱉어냈다. 늙은 여인의 얼굴에는 셀 수 없는 주름이 놓여 있고 그 위를 눈물이 적셔가고 있었다. 우느라 붉게 충혈된 색 바랜 흰자는 끔찍했다. 온 몸을 떨며 포효하는 엄마를 여동생이 옆에서 어깨를 붙잡으며 제지시켰다. 엄마, 제발 좀 그만해! 여동생의 눈가도 붉게 물들어갔다.

 

우리의 소란을 간호사들이 들었는지 세 명의 간호사와 주치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나를 보고 엷은 경멸의 시선을 던지고 엄마를 안정시켰다. 주치의가 한 숨을 쉬더니 나에게 왔다.

 

 

 

 

"김성규 환자. 말썽 안 피우기로 저랑 약속했잖아요."

"……말썽 안 피웠는데요."

 

 

 

 

나의 말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것처럼 의사는 나를 보고 차트에 무언가를 휘갈겼다. 또 나를 단정지으고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면제나 진정제를 그들의 권위를 위해 어렵게 지은 단어로 써내려가겠지. 나는 이 하얀 공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창가 쪽으로 마른 발걸음을 뗐다.

 

의사와 간호사가 나가는 것이 기다란 창문에 다 비치고 엄마의 울음은 거의 그쳐가는 지 들리지 않았다. 뒤통수를 보니 여동생이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나보다. 여동생은 엄마에게 차가운 물을 마시게 해 진정시키고는 휘청거리며 위태롭게 서있는 엄마를 병실 밖으로 이끌었다.

 

 

 

 

"제발 정신 좀 차려, 오빠. 이제 이러는 거 지겹지도 않아? 오빠 때문에 우리 집 분위기 좀 봐. 진짜 이기적이야, 아프려면 혼자 조용히 아프던지."

 

 

 

 

여동생도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나 보다. 목소리의 끝에는 울음기가 베어 나온다. 나는 고개를 돌려 성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병실 문 앞에 멈춰 서서 나에게 등을 돌린 채 말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엷게 웃어줬다. 성아가 고개를 돌렸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웃고 있는 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알아 이해 못할 거라는 것을. 이 지독한 반복들을 이해하는 건 이 세상에 그와 나밖에 없을 거라고. 나는 하얀 붕대가 감겨진 나의 왼쪽 손목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나한테도……항상 나를 지옥과 천국에 갖다놓던 사람이 있었어, 엄마. 그렇게 나를 슬프게 만들어서 그 사람 지옥 갔는데……근데 그건 그 사람 잘못이 아니야. 내가, 그 사람을 많이, 아주 많이 사랑했거든……그래서 그 사람이 나쁠 수 밖에 없었어."

 

 

 

 

처음 입 밖으로 말해보는 고백이다. 그러나 엄마와 성아는 그가 누군지 알고 있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고 밝혔을 때, 정말 말 그대로 생죽음을 당할 뻔했으니깐. 결국 그 날 나는 그의 집으로 도망쳤고 몇 달 만에 나타난 나라는 아들은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자살기도로 정신과 몸이 피폐해진 지 오래였다.

 

 

 

 

"그래서 그 사람한테 사과하려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가는데……사과할 수가 없네……그 사람 살아있을 때도 항상 나쁘다고 생각하면 나를 내쳐내더니 죽어서도 그 버릇 못 버리나봐. 난 아직 그 사람 기억하고 살아있어서 상처받는데……."

"그만……듣고 싶지 않아, 오빠."

"……그 사람……남우현이, 죽어버렸어……나 때문에."

 

 

 

 

그래, 나 때문에.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철없던 남우현은 유서에 그렇게 써 놨다. 목구멍이 따가워지고 목소리가 울음에 번져 미약하게 떨리는 게 아직도, 자신은 남우현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쯤이 비통함은 색을 바래 힘을 잃어버릴까. 볼 위로 따스함이 번졌다.

 

 

 

 

“죽어도 그랑 같이 하고 싶어……. 그러자고 약속했어, 우린. ……남우현은 왜 기억을 못하는 걸까.”

 

 

 

 

누구 것인지 모를 탄성이 허공에 울렸고 누구의 것인지 모를 울음이 허공에 번졌다.

 

 

 

 

“살려줘. 나 좀 살게 해줘. 남우현 때문에 죽고 싶단 말이야! 누가 나 좀, 좀 - 살게 해줘!! 씨이발!!”

 

 

 

 

나는 링거 병을 던지고 온 몸을 뒤흔들며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포효했다. 으아아아, 으으윽, 괴성 같은 울음소리가 병실에 울려 펴졌다. 우현아, 보고 싶어. 네가 보고 싶어서 내가 이렇게 죽어가. 왜 죽었니, 왜.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라는 세상에 가장 제일 바보 같은 이유로, 너는 왜 죽어야만 했니. 나를 왜 여기에 버리고 가. 참을 수 없는 슬픔에 눈물이 하염없이 터져 나왔다. 우현아, 진짜…네가 너무……보고 싶어. 너무…….

 

성규의 발악하는 소리를 듣고 온 의사와 간호사들이 성규의 사지를 붙잡고 마취제를 투여했다. 점점 힘을 잃고 흐려져 가는 시야에도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가슴이 미어져 내렸다.

눈을 완전히 감기 전, 우현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가 뿌옇게 흐려졌다. 우현아. 내가 사랑하는 우현아. 남우현. 이내 우현의 이름을 중얼거리던 성규의 눈이 완전히 감기고, 성규는 자신의 눈물바다 속으로 하염없이 빠져 들어갔다.

우현아.

 

 

 

 

 

 

 

 

 

 

 

 

 

 

 

2.

23살의 남우현은 건설현장에 가서 막노동을 뛰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김성규의 학자금과 김성규와 함께 살고 있는 원룸의 월세와 전기세까지 벌어야 됐기 때문이었다. 공부도 지지리 못하고 할 수 있는 건 힘쓰는 것뿐이라서, 힘든 막노동을 알바로 뛰는 것은 우현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 우현을 보고 성규는 안쓰러워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우현은 그럴 때마다 환하게 웃어 보이며 성규야, 나는 하나도 안 힘들어. 좀 고생해서 번 돈으로 성규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예쁜 옷도 사주고 같이 데이트도 할 생각하면 진짜 기뻐서 힘이 펄펄 나거든? 진짜 하나도 안 힘들어. 그니깐 너도 공부 열심히 하고. 응? 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뼈 빠지게 돈을 벌러 다녔어도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못해본 그 둘이었다. 성규는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에 장학금이라도 타야 돼서 저녁 늦게까지 학교 도서관에 쳐 박혀 있었고 우현은 낮에는 건설현장에서 뛰고 저녁엔 호프집 알바를 뛰었다. 사실상 둘이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 시간은 동이 떠오르는 그 시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마저도 둘에겐 너무 행복했었다. 미래와 언제 틀어질지 모르는 서로의 사이에 대한 불안함을 가슴 깊숙이에 밀어 넣고, 서로가 너무 좋아서, 벅차서, 웃음이 나왔다. 서로 마주보고 누워서 이런저런 하루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그 순간이 제일 행복했었다.

 

 

 

 

 

 

 

@.

이거 아주 예에에에엣날에 독방에다 올린 적이 있던 조각. 혹시나 안컾에서 예기 들었던 사람들은 내 문체가 궁금할 수도 있지 않을 가 싶어, 심심한 도중에 살 좀 붙혀서 썼당. 문체 겁나 똥같네, 똥이다!!

작가는 저 현성이 겁나 불쌍해서 더 이상 못 쓰겠음. 그대들이 보기엔 그냥 짠할 지 모르겠지만 난 울뻔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김성규에 닥빙되갖고......하.......

댓글 사랑합니다 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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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이렇게좋은글에왜댓글이없지!!!!!!!.진짜짱..
11년 전
세모론
허...감사해요^.^ 사릉~.~
11년 전
독자2
헝..미치겟다
.어떻게현성러에게이런고통을...우햔이왜주근거야
.헝앙아엉ㅠㅠㅠ그래도잘봣어요그대ㅠㅠㅠ

11년 전
세모론
......작가도 모르느게 함...함정...잘봤다니 감사해요 그대!
11년 전
독자3
ㅠㅠ재미쪙 신알하구가염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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