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사계절시리즈와 장편 썰, 그리고 장미화원으로 찾아올 예정입니다. 사랑합니다♡ [방탄/김태형] rain, in the rain W. 마릴린 날이 한참 밝은 뒤에야 간신히 눈을 떴다. 딱히 눈을 뜨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잠이 부족했다. 조금 더 자고픈 맘에 몸을 뒤척였다. 이불에게 집어 삼켜지듯 파묻혀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었다. 그저 내가 초라했다. "오늘의 날씨는 전국에 비로, 외출하실때는 우산을.." 한참동안을 침대에 누워있었다. 조금더 잠을 자기도 했지만 잠이 싹 가신채로도 한참을 더 침대에 있었다. 방문 밖으로 보는 사람없이 틀려진 티비에서 기상예보가 들려왔다. 녹진하게 몸을 눌러오는 이 습한 기운. 찝찝했다. 땀과 습기로 찐득한 이 기분을 당장이라도 씻어내고 싶었다. 쏴아아-. 쏟아지는 물을 그냥 맞았다. 찬물이든 더운물이든 상관없었다. 찝찝한 느낌이 조금이라도 씻겨내리길 바랬다. 나갈 일도 없었고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비가 온다면 더더욱. 그러면서도 평소보다 좀 더 길게 샤워를 했다. 조금은 개운해진 마음으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창문은 이미 빗방울들의 도화지였다. 창문에 달라붙었다가 다시 또르르, 위에서 아래로 또르르, 딱히 이유는 모르겠다. 난 울고있었다.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않았다. 정말 당장 죽어버릴것 같아서, 죽을것만 같아서. 그래서. 그냥 옷을 챙겨입었다. 신발을 신고 문을 열고 바깥에 빗소리를 듣고는 우산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에 익숙한 빨간 우산을 무심결에 집어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평소에 아끼던 신발, 비오는 날에는 죽어도 신지않던 신발을 신고 가벼운 마음으로 물웅덩이를 밟았다. 발이 외우는데로, 내 맘이 향하는데로 그렇게 길을 걸었다. 내가 외우는 길은 하나뿐이었지 싶다. 똑똑, 철문이 손에 부딪히는 소리가 둔탁히 두번 울렸다. 죽어도 열리지 않을것 같았던 문이 열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을뻔 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은 더 예뻐보였다. 굳어있는 표정조차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눈에 담기 미안할 정도였다. "..왜 왔어." "우산 돌려주러..ㅎ" 내가 쓰고와서 빗물 좀 묻었을거야 미안해. 발을 돌렸다. 사실 빌린 우산도 아니었고 너의 우산도 아니었다. 그냥 니가 좋아하던 우산, 그냥 그래서 돌려준다는 표현을 쓰고싶었다. 니가 내게 줬던 사랑, 애정, 연민을 포함하는 니가 소모했던 모든 감정도 이렇게 쉽게 돌려주고 싶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는 듣고싶지 않았다. 밖으로 나서니 조금 더 굵어진 빗방울이 신발 앞코를 때렸다. 그냥 푹 젖어버리고 싶었다. 빗속으로 발을 놓았다. 머리칼을 적시는 빗물들, 기분좋았다. 계속 쏟아져야할 빗방울이 멈춘것도 못느낄만큼 황홀했나보다. "이거..내우산 아니잖아." "....니 우산 맞아." 니가 내게준 아픔만 남기고 다 돌려주고 싶었다. 그래야 니가 사라질것 같았다. 근데 넌 끝까지 나에게 사랑아닌 연민을 주었다. 우산마저 돌려주려 했다. 너와 내 마지막 추억까지 오롯이 내 몫이었다. "넌..이 우산이 아무렇지 않잖아." "...뭐?" "넌 이게 뭐라고 생각해." "..우산이지." "나한텐 추억이야." "..야 김태형...." "그러니까 니가 가져가. 너한텐 그냥 우산이잖아." 내가주는 마지막 사랑이야. 막 뛰고싶었다. 못할말을 해버린듯 했다. 역겨운 감정이 토기가 올라오듯 올라왔다. 그냥 집에가서 빗물을 씻어내지 않은채로 잠들고싶었다. 하지만 난 뛰어갈수 없었다. 머리위로 빗물이 다시 떨어졌다. 그 빗물은 너에게도 떨어지겠지. 푹젖은 내옷이 너의 옷을 적시는 느낌이 생생했다. 빗물이 아닌 또다른 뜨거운 액체가 내 등을 적시었다. 돌아서고 싶지는 않았다. 근데 니 얼굴이 보고싶었다. 눈물이 가득찬 니 눈을 마주하고 싶었다. "나는 왜 아무렇지 않을거라 생각해..나도 많이 힘들었어..." 널 끌어안아줄 용기는 나지 않았다. 니가 날 안아버린 지금이 너무 좋았지만 앞으로 계속 안아달라고 하긴 두려웠다. 나와 있으면 힘들어질 니가 싫었다. 넌 햇살속에서 예쁜 아이다. 우리는 빗속에서 사랑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