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시네요! 연예인이세요? 03
부제 : 일하는 남자가 그렇게 섹시하다던데
진짜 난 아저씨 손바닥에선 벗어날 수 없다. 평생 아저씨 손바닥 위에서 살림 차리며 살 운명이 분명해. 말도, 생각도 저렇게 하는데 벗어날 방법은 절대 없지.
사왔던 음식들은 어느새 바닥을 드러냈다. 이렇게 잘 먹으면서 무슨 밥을 안 먹겠다고 했는지. 식사도 다 했으니 슬슬 정리를 했다. 음식들을 다 봉투 안에 담아 정리하는데 늘 이런 거 귀찮다고 잘 안 하는 아저씨도 옆에서 정리를 도와줬다. 둘이 하니 후딱 끝났네.
밥도 다 먹었겠다, 배부른 몸뚱이를 이끌며 내 발은 자동적으로 소파를 향했다. 아, 편해. 진짜 이것보다 편할 순 없어.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소파 위에 길게 누우니 아저씨가 방에서 노트북과 작은 상 하나를 챙겨 나왔다. 갑자기 바닥에 앉더니 주섬주섬 상을 펼쳐 위에 올려놓은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뭐 하는 거지?
“엥? 아저씨 뭐 하려고요?”
“뭐하긴, 일 해야지.”
“기사 쓰려고요?”
“응. 어제 마저 썼던 거 오늘 안에 보내래.”
완전 귀찮게. 한 마디와 함께 어제까지 작업하던 파일을 열어 마저 일을 시작하는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무슨 입에 귀찮다는 말을 달고 살아. 다 귀찮대.
“아저씨는 맨날 귀찮다, 귀찮다 하는데 그래도 일은 잘 하네요.”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잖냐.”
“내가 일해서 먹여 살리면 되는 거 아닌가?”
“응, 아니야.”
아, 아저씨 진짜 매정해. 일하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밉지 않게 흘겼다. 일 하느라 열중해서 자기 쳐다본 줄도 몰랐겠지? 그나저나 무슨 기사를 쓰길래 저렇게 열심히 열중해서 쓰시나. 고개를 쭉 빼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겨우 본 모니터 화면에는 저번에 다녀온 영화제 때 왔던 배우들의 사진들이 가득했다.
“아저씨, 무슨 기사 쓰는데 그렇게 연예인 사진이 많아요?”
“이번에 영화제에서 누가 어떤 상 수상했는지 수상소감 같은 거 써야 해서.”
“헐? 그걸 언제 다 써.”
“그러니까 내 말이.”
아 귀찮아. 또 나왔다. 또 귀찮대. 또! 그 와중에 말은 귀찮다고 해도 모니터에서 시선 안 떼고 계속 글을 이어 쓰는데 어휴, 이젠 하다하다 자판 두드리는 소리도 설렌다. 아, 주책이야! 주책바가지! 웃음소리도 방해가 될까 숨죽여서 혼자 실실 웃다가 옆에 있던 핸드폰을 들었다. 아저씨 일 하느라 너무 조용해서 심심한데 뭘 할까 하다 익숙한 초록창에 들어갔다. 실시간 검색어를 1위부터 10위까지 하나하나 눌러 봤지만 심심함을 물리칠 순 없었다. 내 이름이나 한 번 검색 해볼까? 검색창에 김탄소를 검색하고 최근 기사를 보니 그 때 그 영화제 때 사진들이 수두룩하다.
[인티포토] ‘〇〇영화제‘ 김탄소 등 드러낸 파격 드레스
[포토뉴스] 〇〇영화제 김탄소 ‘수줍은 손 인사~‘
[BTS NEWS] 김탄소 ‘머리카락에 뒤에 숨겨둔 파격 반전 드레스’ (〇〇영화제)
[포토토] 김탄소, 스무 살이 되고 나서 처음 오는 영화제 나들이.
오? 생각 외로 등 노출에 대한 기사는 많이 없네? 스크롤을 쭉쭉 내리며 눈으로 기사들을 대충 훑는데 이 기사는 또 뭐람.
[슈가NEWS] 〇〇영화제 김탄소 '노출은 넣어둬요.'
[슈가NEWS] '〇〇영화제' 김탄소 ‘너무 파인 드레스, 이제 입지 마.‘
제목이 이게 뭔가 하고 들어왔는데 앞에 뉴스소속을 보니 뭔가 낯익은데@@? 기사를 쭉 읽어 보니 역시 이럴 줄 알았다.
기사 막줄에 적혀있는 ‘민윤기 기자’ 그리고 이메일 주소.
하이고, 노출 한 번 더했다가 방송국 찾아가서 뉴스에 제보할 기세인데? 앞으로 안 할 예정이라니까 진짜. 아니 근데 이게 뭐라고 웃기지. 노출 때문에 무슨 기사 제목을 이렇게 써. 내가 나중에 검색해 볼 줄 알고 노린 건가?
“아저씨 이제 노출은 안 할게요! 파인 옷도 안 입을게!”
“왜.”
“왜긴? 아저씨 기사 제목에 대답한 건데.”
“뭐, 무슨 기사.”
대답은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고정된 채로 내 말에 대답하는 아저씨에게 핸드폰을 들고 소파에서 일어나 아저씨의 눈앞에 가져다 보였다. 뭐긴 이거요, 이거.
대체 뭘 보고 온 거야. 인상 한 번 찌푸리고 내 손에 있던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화면을 눈에 고정하던 아저씨는 아- 이 때. 하며 핸드폰을 돌려줬다.
“니가 카톡으로 그런 옷이라고 안 알려 줬잖아. 무슨 등판을 훤히 내놓고 말도 없이.”
아무튼 안 입는다고 약속 했으니까 지켜. 다시 일을 시작하는 아저씨 귀가 좀 빨간 거 같기도 한데-?
“아저씨 부끄럽죠. 귀 완전 빨간데?”
“알면 좀 조용히 있어.”
진짜 아저씨는 솔직해서 너무 좋다. 아니거든! 이런 말도 없이 부끄러우면 부끄럽다고, 또 싫으면 싫다고 표현하고. 윽, 오늘도 발린다. 역시 아저씨야.
이제 또 일한다고 뒤도 안 돌아보고 주구장창 기사만 쓰는 아저씨한테 말도 못 걸겠다. 조용한 이 공간에는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어지는 아저씨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지만 곧 끝나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기사만 쓰는 아저씨 뒷모습만 바라보다가 급 몰려오는 식곤증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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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고 편한 상태여서 나도 모르게 자버렸나 보다. 눈을 뜨니 아저씨는 아직도 기사를 쓰는지 똑같은 자세로 자리에 앉아있다. 아직도 안 끝났나?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보니 많이 잔 거 같진 않고 엄-청 깊게 안 잔게 무엇보다 제일 다행이다. 더 잤으면 침도 흘리고 아주 흉한 꼴을 아저씨한테 보였을지도? 와, 소름. 진짜 다행.
잠도 잤겠다! 슬슬 일어나야지. 아저씨 일 하는데 방해 될까봐 누워있던 몸을 최대한 조용히 일으키는데 소파 밑으로 뭐가 스르륵 떨어졌다. 뭔가 하고 봤더니 담요? 내 기억엔 덮은 기억이 없는데 웬 담요지. 곰곰이 생각 해봐도 아저씨 뒷모습만 보다가 지루해서 나도 모르게 잔 거 같은데 내가 스스로 덮은 담요는 아닐 테고….
헐, 그럼 아저씨가 덮어줬나? 와- 아저씨 진짜 감동. 밥 사들고 오기 전에도 보니까 에어컨 계속 켜져 있었는데 자는데 추울까봐 덮어줬나 보다. 역시 아저씨. 맨날 틱틱대고 그래도 챙겨주는건 진짜 아저씨밖에 없다.
웃음을 꾹꾹 참고 일하는 아저씨 뒤로 몰래 다가갔다.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아저씨에게로 걸어가는데
“왜 벌써 깼냐. 더 안 자?”
누가 눈치 빠른 민윤기 아저씨 아니랄까봐 바로 반응 하는 거 보소? 에이, 시시해. 떨어진 담요를 주워 몸에 두르고 아저씨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저씨 나 언제부터 잤어요?”
“몰라.”
“그럼 담요는 언제 덮어줬어요?”
“기억 안 나.”
하하하하하. 역시 이럴 줄 알았어. 또 튕긴다. 또. 이제 이것도 그러려니 한다. 하도 튕겨서. 또 한 번 고개를 돌려 아저씨 얼굴을 힐끔 보는데 갑자기 타자 치던 아저씨 손 하나가 머리 위로 턱 하고 올라왔다. 그리고 아프지 않게 머리통을 잡더니 그대로 돌려서 아저씨 옆모습이 아닌 정면을 보게 했다. 이게 뭐하는 거지. 아저씨 뭐해요?
“가만히 좀 있어라. 다시 가서 자던가.”
“조용히 보기만 했구만 뭘. 근데 기사 쓰는 건 아직도 안 끝났어요?”
“이제 마무리.”
마무리라는 말과 함께 내 머리에 얹어 놓았던 손은 다시 자판위에 올려놓고 아저씨는 마저 집중하고 일을 했다. 또 조용하게 타자치는 소리만 들리니 심심했지만 곧 끝난다니까 참아야지. 조용히 일하는 아저씨를 다시 쳐다보는데
아, 미쳤다. 아저씨 일하는 거 완전 섹시해. 와.
저번에 한 번 웹서핑을 하다가 [남자가 섹시하게 느껴질 때 1234567] 이라고 쓰여 있던 제목의 글을 우연히 클릭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 쓰여 있던 내용들이 죄다 지금 아저씨한테 해당되는 상황이다. 진심.
첫 번째, 미간 찌푸리면서 인상 쓸 때.
두 번째, 집중하고 일 할 때.
세 번째, 팔, 손등에 힘줄.
네 번째. 젖은 머리 털 때.
세상에나! 지금 옆에 있는 아저씨의 모습을 생중계 하자면! 일의 마무리 단계인데 마지막이 잘 써지지 않아서 미간 찌푸리고 모니터만 노려보고 있고, 아까부터 말하기 입 아플 정도로 주구장창 일에만 집중하며 일하고 있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손등에 힘줄은 진짜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아까 씻고 나왔다는데 아직 다 안 말라서 약간 물기 있는 머리는…. 어휴 말을 잇지 못하겠군. 그 와중에 아저씨 옷차림은 집이라 목 늘어난 티 하나에 추리닝 바지인데 무슨 저런걸 입어도 섹시하지? 와…. 현기증 난다. 전화해야겠다. 119죠?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아, 112에도 전화해야겠다. 섹시함으로 사람 현기증 나게 하는 상습범도 있다고.
“아저씨 일하는 남자가 그렇게 섹시하다던데 그게 사실이었어.”
내 말에 모니터에 고정된 시선을 떼고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과 함께 날 바라보는데 워후! 헛웃음도 섹시하다 아저씨는. 아저씨가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거 같아! 라니까 어린 애가 못하는 말이 없다고 살살 한 대 쥐어박으면서 말했지만 사실인 걸 어떡해? 아저씬 진짜 섹시한데!
드디어 일이 끝났는지 파일을 저장하고 노트북의 화면을 덮더니 아저씨가 말했다.
“김탄소. 대체 니 눈에 콩깍지는 언제 벗겨질 예정이냐.”
“벗겨질 예정은 없고 평생 씌일 예정만 가득해서 하하하.”
질문에 대답 했더니 또 쥐어박을 건 뭐람? 너무하네, 아저씨. 변덕쟁이야!
내 눈에 씌여 있는 이 콩깍지는! 10년 전부터 쭉 씌워져 있어서 내 눈에 아예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절대 벗겨질 일이 없다고 차마 아저씨한텐 말 못하겠다.
더 말하면 또 머리 쥐어박을 거 같으니깐!
-읽어주시는 분은 없겠지만 오늘도! 작가의 주저리- |
껄껄 기다리시던 독자분은 안 계시겠지만 우선을 글을 들고 찾아왔어요..! 많이 늦었죠. (혼잣말) 거짓말 아니고 바빴어요! 저레기 주제에 뭐가 바쁘겠냐만 우선 바빴어요..ㅎㅅㅎ 혼잣말은 민망하니까 짧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토요일!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