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한가한 날이 없는 병원,
하지만 날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치료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별빛이는
레지던트 1년차 소아외과 의사이다.
" 아진이 잘 있었어? 주사 맞아야지- "
얼마전에 입원한 어린 아이에게 말은 건네자
아직 병원이 어색한지 고개를 돌리며 별빛이의 시선을 피하는 아이.
" 아진아, 쌤이 주사 놔줄까? "
그때 별빛이의 뒤에서 재환이 나타나며 말했고
재환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재환의 품에 안겼다.
별빛이는 허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 아이들이 이선생님을 되게 잘 따르네요.. "
함께 병실을 나오며 재환에게 말을 건네자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 제가 귀염둥이 의사선생님 이잖아요! ^ L ^ "
어린 아이들을 대해야 되는 나로써는 고민아닌 고민일 수 밖에 없다.
살갑지 않은 성격 탓에 아들에게 재환처럼 친구같은 의사 선생님이 될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 고민이 계속 되다 보니,
사실 내가 소아외과의사가 될 자격이 있는건지도 의심이 드는 요즘이다.
" 주치의 어디갔어!! 당장 데려오라니까! "
재환과 얘기를 나누며 병원 복도를 걷던중에 별빛이의 담당 환자가 있는 병실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고
놀란 별빛이 병실앞에 안절부절 하며 서 있는 간호사에게 물었다.
" 김간호사님. 무슨 일이에요? "
" 훈이 아버님이 또.. "
아버지라는 분이 매일같이 술에 취해 아들의 병실로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훈이가 한번 크게 다쳤었고,
그 이후로 훈이 아버지 몰래 병실 위치를 바꿨었다.
바뀐 병실 위치를 어떻게 아신건지...
혹시나 훈이가 또 다쳤을까 하는 마음에 급하게 병실로 들어가자
역시나 술병을 들고 아무 잘못 없는 훈이게게 뭐라 다그치는 훈이아버님을 볼 수가 있었다.
" 왜 퇴원 안시켜!! 돈 떼먹을라 그러지?
멀쩡한 얘 입원시켜놓고 병원비 받을라고 하는거 아니야 이거!! "
말림틈 없이 소리를 지르고 술병을 휘두르는 훈이 아버님 때문에 병실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렸다.
" 아버님! 이러지 마세요. "
훈이 아버님을 말리기 위해 훈이아버님의 팔을 잡으며 말해보았지만
세게 뿌리치는 바람에 넘어질뻔한 별빛을 재환이 잡아주었다.
" 괜찮아요? "
별빛이의 어깨를 꽉 잡아주며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는 재환의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 ..네. 괜찮아요. "
붙어있는 별빛과 재환을 보더니 훈이 아버님이 별빛을 향해 말했다.
" 니가 얘 담당의사야? 어? 얘 입원시켜서 떼먹은 돈으로 뭐할라고? "
발음이 꼬이고 스텝도 엉키며 비틀거리는 훈이 아버님을 진정시켜보았지만 무리였다.
" 아버님, 원래 어린 아이들은 맹장수술로 입원해도 경과를 지켜봐야 돼요.
아직 성장이 덜... "
" 시끄러워!! "
그때였다. 훈이에 대한 설명을 취한 아버님께 드리던중,
흥분한 아버님이 훈이 손등에 꽂혀있는 링거바늘을 뽑아 별빛을 향해 휘둘렀고
별빛이의 옆에 있던 재환이 순시간에 별빛을 안아 별빛이 다치는 일을 면했다.
" 이,이선생님!! "
그대신, 날 안았던 재환의 목덜미에 커다란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
" 나 진짜 괜찮아요. "
괜찮긴 뭐가 괜찮아..
피가 흐르는 목덜미를 애써 손으로 막아보며 재환이 오히려 별빛을 위로했다.
.
.
.
.
.
" 정말 미안해요.. "
눈물을 뚝뚝 흘리며 깊게 까진 목덜미를 소독하고 약을 바르자,
아픈건지 질끈 눈을 감으며 내 손길을 묵묵히 받아주던 그가
솜과 약통을 쥐고 있던 내 손을 감싸며 말한다.
" 왜 울어요. 남자가 이런 상처 하나쯤 있으면 어때요? 괜찮아요- "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의 얼굴에 결국 아까부터 쌓여왔던 감정이 펑- 하고 터져버렸다.
" 이선생님.. 저 진짜 의사될 자격 없어요.
소아외과 의사란 사람이 아이들한테 살갑게 대해주지도 못하고
이렇게.. 남 다치게나 하고.. "
그의 앞에서 고개를 숙여,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자
재환이 커다란 손으로 별빛이의 양 볼을 감싸며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 충분히 훌륭하고 좋은 의사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말기! "
별빛을 자신의 품에 안고 토닥거리는 재환.
그러더니, 조용하게 말을 내뱉는다.
" 아까 다친줄 알고 엄청 걱정했어요.
내가 다쳐서 다행이에요. 정말.. "
..고마워요. 재환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