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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경수boo 전체글ll조회 2474l


이건 언제 또 다 옮기지? 나능 큰일이 난게 분명해..

진짜 살려줘요...

그나저나 이거 원래 한 화당 50 씩 받았는데

세개 합쳐서 50 받으니까 전에 보신 분들께 뭔가 조큼 죄송스럽다...

미안해요 글을 세개 쓰려니까 너무 신알신도 많이 가고 이만저만이 아니라서

묶었어여... 사실 원래 이거 읽는 사람도 많이 흡 없었 흑

아 슬퍼 흡



<암호이쁜이>

백설

치킨

아듀

독영수

생고기

의심미

경수어깨

얼레리

복숭아

메딕

벽지

달백

메리

온달

우하하하핫

볼링공

떡덕후

됴리

롱이

펭귄

생크림

태설

우산

망고

스노우윙

상츄

여기자기

나무

됴랑랑됴

이랴

용마

칰칰

오리

잉크

홍시

안소희

도플럼

치킨

치즈마우스

책상

맘스터치

취향저격

됴자두

낭만팬더

꿀꿀

숭아

준나

시그널




[알파 펠리칸 (Alpha Pelican) - pro]



아, 허리야. 조그마한 주먹으로 제 허리를 통통 두들기며 경수는 이삿짐을 혼자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 집보다 넓은 거실을 이리저리 후다닥 쫓아다니는 5살배기 민석은 제 팔을 빙빙 휘두르며 소리까지 질렀다. 좋아? 경수의 물음에 응! 고개를 주억거린 민석이 쿠당거리며 거실에 나자빠졌다. 금방 울상이 되어 경수를 쳐다보자 경수는 짐을 풀다말고 냉큼 민석에게 쫓아가 괜찮아? 물어왔다. 엄마- 울듯말듯 애절한 목소리로 경수의 목을 끌어안고 코를 먹는 민석에게 경수는 등을 토닥여주는 것으로 대답해주었다. 착하지- 울지마, 경수의 말에 민석이 어깨를 들썩이다 말고 울음을 삼켰다. 아파. 칭얼거리며 얼굴을 부벼오자 경수는 간지럽다며 어깰 움츠렸다.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있어, 응? 다정하게 타이르니 그제서야 네- 밝은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아빠는 언제 와? 민석의 물음에 경수가 당황했다.




"아빠는-... 곧."


"진짜? 그럼 민석이도 아빠 볼 수 있어?"


"당연하지-"


"아빠는 어때? 잘생겼어?"


"음-... 멋진 사람이였어."




아마. 경수가 잠시 회상에 빠졌다. 몇 년 전 추운 겨울 날이였다. 완벽하게 어린 저를 부른 경아의 표정은 딱 죽기 직전의 모든 것을 해탈한 사람 같았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그 순간 경아는 경수의 손을 꽉 잡아쥐었다. 있잖아... 누.. 나랑 서울 갈래? 목소리가 작게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철부지였던 어린 경수는 서울이면 끔뻑 넘어갔고 그 날 밤, 거실에선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분명 제 부모와 경아의 목소리였다. 경수는 이불을 푹 눌러쓰고 귀를 막았다. 짜피 들어봤자 기분만 나빠. 스스로를 다독여가며 억지로 잠을 청했더니 눈을 뜬 순간 기차였다. 싸운 그 다음 날 경아는 경수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버렸다. 경수가 어리버리하게 주위를 둘러보았고 몇 개월 뒤 경아는 한 아기를 안고 집으로 들어왔다.




"..누나."


"있잖아. 내가 진짜 지우기 싫어서-.."


"누나, 어른 아니잖아."


"나도 몰랐단 말이야! 너무 늦게 안 걸 어떡해!"


"엄마아빠는.. 알아?"


".....아니까 여기로 왔지."




엄마가 나가래서. 경아의 발언은 하나같이 충격적이였고 어리디 어린 경수는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않았다. 하지만 악착같은 제 누나의 직장생활과 부모님이 보내주는 작은 돈으로 어떻게든 경수는 학교에 다녔고 모든 것을 잘 해결해나가는 듯 했다. 그러나 경아는 버티기 힘든 모양이였다. 민석이 아직 말도 제대로 못 뗄 때 경아는 홀연히 사라져버렸고 소식은 그 후로 들려오지 않았다. 작은 집에 경수와 민석은 덩그러니 혼자 남아버렸다.




"엄마! 아빠 키도 커?"


"크지- 엄마보다 훨씬."


"우와! 그럼 민석이도 키 커?"


"아빠 닮으면 엄- 청 크겠지?"




민석이 뿌듯하게 웃었다. 경수는 민석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짐을 풀기 시작했다. 별 물건도 없었는데 왜 이리 상자가 많은지... 궁시렁거리며 경수는 난장판이 된 거실을 둘러보았다. 민석이 저도 하겠다며 제 몸만한 상자를 품에 가득 안았다. 아, 안되네... 머쓱하게 하하 웃으며 경수의 눈치를 보자 경수는 웃다 말고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민석아, 유치원 잘 다닐 수 있지? 경수의 말에 민석이 당연하단 듯 고개를 꾸닥였다. 내가- 얼마나 친구들이랑 잘 노는데! 짧은 두 팔을 공중으로 들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통통한 볼살이 같이 딸려올라갔다.



날이 꽤나 더웠다. 무더위가 시작되고 장마가 오더니 물러가란 더위는 안 물러가고 오히려 먹구름이 날을 꿉꿉하게 만들었다. 그 찝찝함에 경수는 팔을 걷었다. 대충 이정도만 치우면 되겠지. 커가는 민석이릉 미운 정으로 봐주는 부모님 덕에 겨우겨우 이사온 집이다. 하도 좁은 집에서 웅크리며 살았다보니 이사온 집이 너무 넓어 처음엔 조금 당황한 경수였다. 짐을 다 풀어도 공간이 많이 남아 괜히 웃음이 나왔다. 좋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걸 누가 혼자 했다고 생각하겠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고개를 작게 까딱였다. 근데 뭐 하나가 빈 것 같은데.... 경수의 고개가 멈췄다. 아. 민석이. 경수의 큰 눈이 더욱 동그랗게 떠지더니 휙, 본능적으로 대문을 바라보았다.


열려있다.




"야, 김민석!!"





쩌렁쩌렁 긴 복도에 경수의 목소리가 퍼졌다. 어디선가에서 민석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받는 중이다. 이사 오자마자 대형사고라니.. 머릿속에 고생하던 경아의 모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자 경수는 다급해졌다. 엄마,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코너를 꺾자 익숙한 뒷통수와 함께 누군가 넘어져있다. 또 사고쳤다. 경수가 그 자리에 멈춰 서 머리를 짚었다. 땅이 꺼져라 후...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민석의 뒤로 다가갔다. 엄마- 엄마- 민석이 제 코를 킁킁 먹어가며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눈물, 콧물을 줄줄 뽑아내며 새로 산 청바지에 제 얼굴을 닦아낸다. 경수가 손을 아래로 뻗어 민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죄송합니다,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데 넘어진 사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니 시발, 애를 낳았으면 간수 좀 잘하지?"


"...죄송합니다."


"아... 허리야. 보아하니까 오메,"


"...오메가 아닌데요. 제가 낳은 애도 아니구요."


"..방금 엄마라면서. 요."


"네. 엄마는 맞는데 제가 낳은 애는 아니에요."


"근데 냄새가 왜 이래? 딱 봐도 저질 오메간데."


"후각이 안 좋으신가봐요. 여튼 죄송하게 됐습니다."




경수는 끝까지 허리를 펴지 않았다. 거의 90도 가량 굽혀진 허리 덕에 갈색 머리통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남자는 덕에 들고있는 커피 다 쏟아서요. 옷 다 젖었거든요. 틱틱거렸다. 아.. 경수가 소심하게 고갤 들었다.




"그러니까..."


"아 진짜 김민석.."


"그 쪽 번.. 호가 뭐냐구요."


"네?"


"여기 살아요?"


"아.. 네, 방금 이사 들어왔거든요."


"아싸!"


"네?"




남자의 급변한 태도에 경수가 당황했다. 어정쩡하게 굽힌 허릴 제대로 편 경수가 전화번호... 머뭇거리며 손바닥을 쫙 펴 남자 앞으로 내밀었다. 찍어드릴까요? 아님, 네. 찍어주세요. 남자는 급하게 제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경수의 손바닥 위에 얹어두었다. 작은 양 손이 폰을 가득 쥔 채 조물조물. 경수가 손가락으로 큰 화면을 두들기는 동안 남자는 멍하니 입만 쩍 벌리고있다.




"여기요."


"아-... 도경수?"


"네. 옷은 제가 세탁비라도 드릴게요."


"...아니, 뭐-.. 이정도야-"




애써 쿨한 척.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 번호. 받으셔야죠. 퍼뜩 정신을 차린 경수가 폰을 건넸다. 남자의 표정이 급 밝아진다. 파랗게 질렸던 환자가 안색이 도는 느낌. 경수는 확확 바뀌는 제 앞의 남자를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제 얇은 다리 뒤에 숨은 민석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잔뜩 의기소침해진 모습으로 남자를 째려보았다. 폰번호를 다 찍은 남자가 폰을 돌려주었다. 문득 민석과 눈이 마주치자 방금 전과는 정 반대로 살풋이 웃어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민석은 경계를 쉽게 풀지 않았다. 변백현씨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경수의 허리가 숙여졌다. 뭘 그렇게 사과를 많이해요. 괜찮아요. 조금 아픈 거 빼고. 백현이 서글서글 웃는다.




"나이가?"


"...저.."


"애도 대신 맡는 거 보니까... 저랑 비슷할 것 같은데."


"몇 살이신데요?"


"저요? 저 이래뵈도 엄청 많아요."




스물아홉 살. 백현의 말에 경수는 두 가지의 충격을 받았다. 한 가지는 백현의 외모와 나이의 갭. 다른 한 가지는 이제 19살인 자신이 10살이나 더 들어보인다는 것. 경수가 아무 말 없이 벙찐 표정으로 백현을 쳐다보고있자 백현이 맞췄죠? 아 역시- 이놈의 눈썰미. 제 뒷머릴 헝크렸다. 아닌데요. 경수가 조근조근 말을 이었다. 그럼.. 몇 살이신데요? 그러고보니 아까 전 부터 백현이 존댓말을 쓰고 있다. 열아홉 살인데요.. 경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백현은 제 귀를 의심했다. 후각이랑 청각이 둘 다 병신이 됐나. 네? 반문하자 열아홉.... 더욱 소심해진 경수가 입을 벙긋인다. ..헐. 대박.




"그런데 애를 딸고 다녀? 와... 대박. 진심."


"..말 못 할 사정이 있어서요. 그래도 제가 낳은 건 아니에요."


"애는 몇 살인데?"


"다섯 살이요."


"..미쳤네."


"제가 낳은 애 아니라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진짜 엄마는 어디가고?"


"...."




경수가 침울해졌다. 민석은 응? 고개를 갸웃였다. 아, 미안. 생각없이 말을 뱉은 백현이 속으로 제 입술을 쳐댔다. 이놈의 주둥이, 시발 도움이 안돼요. 속으로 저를 욕하며 경수를 바라보니 경수의 눈방울에 눈물이 차오는 것 같기도 하고. 백현이 안절부절 못하고 울어? 우냐? 손을 어깨에 얹을듯 말듯 우물쭈물 거렸다. 안 울어요. 경수가 큼 하고 목을 한 번 크게 풀었다. 아주 짧게 부르르 떨린 어깨를 캐치한 백현이 왠지 제 앞의 경수에게서 나는 것 같은 달짝지근한 향에 고개를 갸웃였다. 오메가 아니라고? 다시 한 번 묻자 경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절대 아닌데요. 다 감기지도 않을 것 같은 큰 두 눈이 깜빡였다.




"향이 달다."


"네?"


"아, 아냐. 이사 왔다며? 모르는 거 있거나 힘든 거 있음 나한테 와."




나 바로 이 옆이거든. 백현이 제 옆의 문을 가리켰다. 아아- 경수가 바보같이 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옷, 죄송해요. 가자. 민석의 머리를 마구 헝크리니 민석이 씨... 인상을 마구 찡그렸다. 아. 너도 죄송합니다, 해야지. 민석이 그 말에 백현에게 슬그머니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혀 짧은 소리가 앙증맞다. 백현은 무심히 고개를 까딱이려다 제 앞의 경수를 힐끗 쳐다보곤 아빠미소를 장전했다. 이젠 조심히 다니기로 약속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민석은 여전히 표정이 좋지않다. 백현은 속으로 '시발 앞에 도경수만 없으면 넌 끝인데..' 민석을 곱씹어댔다. 민석의 손이 두어번 공중에서 흔들리자 민석이 재빨리 손을 내뺐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백현에게 메롱, 혀를 삐죽 내밀곤 짧은 다리로 경수에게 달려가 찰싹 달라붙는다. 즈 스블 늠. 백현이 이를 악 물며 웃음지었다.




"저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가-"




나름 풋풋한 결말이였지만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백현이 입을 쩝 다셨다. 게이 인생 29년. 드디어 나한테도 봄이란게 왔구나. 제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두드리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콧노래까지 흥얼이며 백현은 제 집 대문을 열었다. 어머니,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것 같아요. 1102호의 문이 닫혔다.





"민석아, 함부로 나가면 어떡해.. 엄마 죽는 줄 알았잖아."


"...그치만 심심한 걸.."


"다음부턴 말하고 나가. 알겠지?"


"...말하면 못 나가게 할거잖아."


"..니가 자꾸 사고 치니까 그렇지!"


"내가 언제! 저 아저씨가 막 내 길 막은 거란 말야!"


"앞 잘 보고 다녀야지, 민석이가."


"나는 잘 보고 다녔어!"




민석의 떼에 결국은 경수가 그래그래, 한 발 뒤로 물렀다. 여튼 이젠 그러지마. 엄마 힘들어. 경수가 민석의 양 손을 잡아쥐자 민석이 입술을 쭉 내밀었다. 오리새끼마냥 튀어나온 주둥아리로 알겠어. 비실비실 대답했다. 착하다며 경수는 민석의 엉덩이를 두들겼다. 제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폰이 짧게 울렸다. 뭐지? 경수는 뒷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아, 변백현.


왠지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 것 같다. 경수는 혹시 그 남자가 저를 찍은 것은 아닐까. 분위기를 보아하니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보랏빛이 물씬 나는 파격적인 헤어에 사실 엄청나게 쫄아있던 경수였다. 방금 전 시발거리며 욕을 하던 모습을 떠올린 경수가 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물론 온 내용은 평범했다. 집이 몇 호냐는 내용이였다. 그렇지만 왠지 알려주기가 꺼려졌다. 밤에 칼 들고 오는거아냐? 온갖 나쁜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는 순간이였다. 1108호인데요. 짧게 답장을 하고 무서운 맘에 폰을 쇼파에 휙 던져버렸다.




"엄마, 그 아저씨가 엄마 괴롭히면 말해!"


"응? 왜?"


"..민석이가 혼내줄께!"


"진짜? 믿어도 돼? 또 막 우는 거 아냐?"


"아니야- 민석이 짱 쎄! 팔씨름 대장이야!"




거실에서 폴짝거리며 재롱을 떠는 민석에 경수는 긴장을 풀었다.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여름이였다.





[알파 펠리칸 (Alpha Pelican) - 1]



그러게 엄마가 일찍 자라고 했잖아- 경수가 민석의 등을 밀어 화장실로 넣었다. 일찍 잘라고 했는데-.. 아침부터 인상을 팍 쓴 채 퉁퉁 부은 눈으로 경수를 바라보던 민석이 칭얼거렸다. 막 여기서 요정이 꿈나라 가지말고 자기랑 놀아달라고 그러잖아. 자기 가슴께를 콕,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민석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참 어린 애 다운 발상이라고 경수는 생각했다. 나쁜 요정. 민석이 갑자기 주먹으로 가슴을 팍팍 치자 당황한 경수가 민석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만해, 그만. 알겠어. 경수의 말에 민석은 크게 입꼬리를 올렸다. 엄마 나 늦어- 여유로운 민석의 목소리에 경수는 아차, 정신을 차렸다. 물을 틀어 민석의 얼굴을 제 손으로 부비며 경수는 우리 민석이는 언제 혼자 씻을까? 물어보았다. 




"아, 눈따거, 눈!!"


"눈 감고 있어야지."


"감았어! 따거!!"




민석이 제 팔을 붕붕 휘둘렀다. 경수는 자, 자. 다시 한 번 물로 얼굴을 헹구어 주었다. 그제서야 얌전해진 민석은 수건을 찾아 헤맸다. 경수는 그런 분주한 민석의 뒷바라지를 해주느라 죽을 맛이다. 민석아! 유치원은 입는 옷이 따로 있다니까? 아 싫어, 노랑색 싫어! 일어나선 찡찡거리더니 이젠 떼를 쓰기 시작한다. 엄마 화낸다? 경수는 인상을 쓰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해보았지만 그런 경수에게 민석은 콧방귀만 날릴 뿐 바닥에 드러누운 채 일어날 생각을 않았다. 내가 어쩌다가.. 꽃다운 나이 열아홉에 미운 다섯 살 아기를 돌봐야 한다니.. 문득 눈에 띈 거울 속 제 모습은 이미 족히 10년은 늙은 듯 하다.


우여곡절 끝에 민석에게 유치원 가방까지 매준 경수가 문을 열었다. 후다닥, 준비는 제일 늦게 했으면서 엄마 빨리와! 재촉하는 민석이 이젠 귀엽게 보이는 경수는 아, 나 진짜 엄마 다 됐구나. 생각했다. 민석아 그러다 또 부딪힐라. 빠르게 복도를 누비는 민석을 경수가 말렸지만 경수의 말을 잔소리로 필터링한 민석은 그의 말을 귓등으로 안 들었다. 이야아- 높은 고주파를 지르며 엘레베이터로 돌진하던 민석이 또 다시 쿵.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곤 멍하니 제 앞의 남자를 본다.

변백현. 무서운 아저씨. 민석이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


"얘, 얘 또 왜 이래? 야! 니가 와서 박아놓고 왜 울어!"


"..안녕하세요.."


"...민석아, 울지마. 응?"


"엄마!!!!!!!"




백현이 손을 뻗어 민석의 볼에 닿자마자 민석이 소리를 질렀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백현이 얼른 손을 뗐다. 타이밍도 좋지, 띠링 거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다. 다급해진 경수가 재빨리 달려와 민석을 안아들고 엘레베이터에 탔다. 죄송합니다! 또 다시 90도로 굽혀지는 허리에 백현이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엘레베이터에 같이 탑승했다. 아니 뭐.. 애가 되게 활발하네. 백현이 어색하게 말을 뱉었다. 물론 속으로는 애새끼, 존나 설치네. 였지만 말이다. 경수는 아-.. 네.. 얼굴에 한껏 죄송스러움을 담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어깨를 들썩이며 꺼이꺼이 우는 민석을 달래느라 경수는 진땀을 뺐다. 민석아, 친구들이 민석이 우는 거 보면 안 되잖아. 응? 등을 토닥이며 민석을 달래는 경수의 모습에 백현은 현모양처. 내 신부감이라고 생각했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석의 울음은 통 그칠 생각을 않는다. 얘가 왜 이래.. 패닉 상태에 빠진 경수는 혹시나 유치원 차라도 왔을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버스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야, 김민석. 너 자꾸 울면 유치원 애들이 놀린다?"


"...엄마!!!!"


"..애한테 왜 그래요..."


"아, 아니, 난 도와줄려고 했지.."


"아저씨가!!"


"그래 그래, 울지말고. 응? 민석이 자꾸 울면.."




엄마도 운다? 그 말에 민석의 울음이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제 어미를 울리는 건 싫었나보다. 백현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앙칼진 눈빛이 백현을 향했다. 어쭈, 쪼그만게. 주먹을 휙 들자 다시 울상이 되는 민석 때문에 얼른 손을 내리는 백현이다. 우리 민석이 눈 다 부었네, 어떡해- 민석이 발이 땅에 닿았다. 조그마한 머리통을 경수가 양 옆으로 잡았다. 눈이 볼만큼 부었어, 큭큭 거리며 경수는 잠시 육아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이다.




"근데 형... 은 일 나가세요?"


"형? 아. 저번엔 변백현씨라고 하더니."


"...변백현씨라고 할까요..?"


"아니 그럴 필욘 없고. 형이라고 해, 아저씨라고도 하지말고."




백현의 단호한 대답에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 일 나가세요?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질문에 백현이 응, 이래뵈도 번듯한 직장있는 남자야.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 무슨 일인데요? 혹시나 알바거리라도 있을까 부푼 기대에 빠진 경수였다. 방금 전과는 달리 반짝이는 두 눈에 백현은 얘 남자 직업도 보나? 잠시 멈칫했다. 그냥 사무직이야. 우리 아빠 회산데-.. 말 끝을 흐렸다. 그 말에 경수는 알바거리는 뒷전이요, 백현의 아버지의 회사라는 것에 놀라 네에?!!! 목소리 톤을 한 층 높였다. 백현이 그래도 우리 아빠가 워낙에 깐깐해서 승진은 무슨, 에라이. 투덜거렸다. 그래도, 아버지 회사면.... 경수는 멍하니 입을 쩍 벌렸다. 야, 정신차려. 버스 와. 백현의 말에 또 아차, 정신을 차리고 버스를 확인했다. 진짜네..




"민석아 잘갔다와-"


"엄마 빠이!"


"썩 가라-"


"...메롱!"




저것이.. 백현이 이를 바득 갈았다. 그 모습을 힐끔 쳐다본 경수가 죄송해요, 민석이가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중얼거렸다. 아니 뭐, 괜찮아. 애써 쿨한 척 쾌남 변백현은 경수의 등을 손바닥으로 툭툭 쳤다. 그렇지, 이렇게 스킨쉽 하는거지. 그 속은 시커맸다. 경수가 살풋 웃었다. 그래도 민석이 귀엽죠? 콩깍지가 씌인 듯 한 발언에 백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어. 단답했다. 속으로는 뭐가 귀엽냐며 육두문자란 육두문자는 총동원해 욕을 하는 중이였지만. 경수는 방금 전 땡땡하게 부은 얼굴이 생각나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마치 사랑에 빠진 여자들 처럼 황홀한 표정을 짓고있는 경수를 보며 씹어먹고싶다. 백현이 입술을 벙긋였다. 네? 제대로 못 알아들은 경수가 물어왔고 백현은 아니, 턱이 아파서 푼거야.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해주었다. 나도 슬슬 가야겠다. 아, 안녕히 가세요. 경수가 깍듯이 인사를 하자 백현은 안 그래도 된다며 함박웃음이다. 귀여워 죽겠네, 속으로 발까지 동동 굴려가며 말이다.




"항상 이 시간에 출근하세요?"


"응."


"그럼 내일 아침에 또 뵈요!"




경수가 손을 흔들었다. 그러곤 후다닥, 아파트 안으로 뛰어들어가는데 백현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기만 한다. 아. 심장어택. 멍하니 방금 전 경수의 손인사와 그에 걸맞는 수줍은 대사를 떠올리며 백현이 사랑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아싸, 출근 시간 앞당겨야지. 일찍 나오니까 보람있네. 콧노래를 흥얼이며 백현이 등을 돌렸다. 오늘따라 그 지겨운 회사에 가는 발걸음마저 가볍다. 훨훨 날라갈 것만 같다.









*









민석이 없는 시간 동안은 밀린 집안일을 하기에 바쁜 경수였다. 하도 구부리고 있어서 이젠 허리를 피는 것이 아플지경이다. 나이도 어린데.. 디스크가 왔나.. 전신거울에 제 허리를 요리조리 비춰보며 경수가 한숨을 쉬었다. 때마침 온 전화에 여보세요, 쇼파에 드러누운 경수가 휴식을 취했다. 형. 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는.. 세훈아!! 경수가 반갑게 이름을 불렀다. 세훈이 맞지? 확인하자 맞아요. 또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이사온 거 알지?"


"네. 알죠."


"왜 전화했어?"


"민석이 보고싶어서요."


"..맞다, 너 민석이 팬이지."


"아닌데요."




경수가 작게 웃자 뭘 웃어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폰 스피커 너머로 들려왔다. 형, 요즘에도 알바 해요? 세훈이 말을 돌렸다. 경수는 아니. 알바가 없어.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우리 삼촌 가게 와요, 알바 시켜준데. 그 말에 경수가 신이 나 진짜? 진짜지? 말 돌리면 죽는다, 오세훈. 할래. 나 할래! 숨 쉴 틈도 없이 말을 뱉어냈다. 아, 알겠으니까 진정해요.. 세훈의 목소리는 사실 잘 들리지 않았다. 극도의 흥분감에 드디어 안 쪼들리고 살겠구나. 경수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뒤론 평범한 사담이였다. 민석이 많이 컸냐, 뭐하고 지내냐, 유치원은 잘 다니냐 등 민석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경수는 니가 민석이 아빠냐? 웃어댔고 세훈은 저 민석이 아빠할래요. 그럼 형이 제 부인이겠네요. 대답했다. 아 오글거리게 무슨 소리야, 경수는 몸을 떨었다. 소름. 경수의 말에 세훈은 잠시 말이 없다. 야, 오세훈. 세훈아? 경수가 재차 부르자 그제서야 아, 죄송해요. 지금 딴 일 한다고.. 변명이 들려왔다.




"그럼 나중에 연락해. 알바할거니까 나중에 문자로 말해줘!"


"네- 네-"




긴 통화가 끝이났다. 별로 한 말도 없는데 거의 1시간 통화했다. 나도 아줌마 다 됐네. 전과 달라진 제 모습에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경수는 다시 자리서 일어났다. 빨래 해야지. 폰을 탁자에 둔 채 세탁기로 걸어가며 민석을 기다렸다. 집에 혼자 잘 올라오려나.. 걱정도 하면서.









*









백현이 일찍 회사 밖으로 나왔다. 내가 이 나이 먹고 아빠를 욕 할 수도 없고. 씩씩거리며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는데 낯익은 버스 한 대가 보인다. 그리고 낯익은 꼬마도. 안녕히 가세요- 경수와 똑같이 예의바르게 인사하던 민석이 버스를 보내고 나서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아침과는 다르게 인상을 팍 쓰며 뭘 봐요! 짜증을 낸다. 얼이 빠진 백현이 너 안 봤거든? 틱틱거렸다. 다시 한 번 앙칼진 눈빛으로 백현을 훑던 민석이 짧은 다리로 달려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백현이 뒤따라 들어가 민석 대신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괜시리 제 작은 키가 미워지는 민석이였다. 백현과 같이 좁은 엘레베이터 안에 탔다. 왠지 모를 신경전이 벌어졌다. 쪼끄만게 까분다? 백현의 말에 작은 고추가 매워요. 유식하게 대답한 민석이 한 쪽 입꼬리를 씩 올렸다. 백현은 그 이중적인 모습에 어이가 없어지려는 참이다.




"엄마 앞에서만 순둥이네, 이게."


"아저씨도 울 엄마 앞에서만 착한 척 하잖아요."


"그야- 너네 엄마가 이쁘잖냐."


"그건 그쵸. 울 엄마가 젤 이쁘죠-"


"니가 뭘 좀 아네."




처음으로 맘이 맞는 백현과 민석이다.





[알파 펠리칸 (Alpha Pelican) -2]

민석아, 집에 혼자 있을 수 있어? 경수의 걱정어린 목소리에 응! 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백현이 아저씨네 집에 가 있지.. 민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가 그렇게도 싫냐고 경수가 집요하게 물어왔지만 민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혼자 있을 수 있다며 큰소리만 땅땅 칠 뿐이였다. 그 확신에 찬 자신감 넘치는 눈빛에 경수도 결국 두손두발 다 들었다. 그럼 얌전히 티비 보고 있어야 돼. 엄마 금방 올거야. 경수는 민석의 엉덩이를 통통 쳤다. 알겠어- 민석도 경수의 등을 통통 쳤다. 서로 마주 본 채 히히 웃다 경수가 민석을 데리고 밑으로 내려갔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네?"




왜? 맞잖아. 언제 옆에 있었는지 민석이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백현이 말을 했다. 놀란 경수의 눈이 더욱 커졌고 버스에 있던 선생님이 미소를 지었다. 민석이 아버님? 여선생의 수줍은 목소리에 경수가 두 손까지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그냥 아는 형이에요. 그 강한 부정에 다시 한 번 웃음바다가 되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백현이 경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기겁 할 것까지야... 아까 전 반응이 꽤나 상처였던 모양이다. 경수가 어쩔 줄 모르고 오버버거리다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기분 나빠 하실.. 것 같아서.. 꼭 벌을 받으러 온 학생 같은 느낌에 백현이 입꼬리를 당겼다. 안 나쁘니까 올라가기나 해. 어깨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었다. 경수가 네,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버린다. 귀엽다니까.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가득 띄우며 백현은 발걸음을 옮겼다. 또 저보다 어린 놈들의 잔소리와 아빠의 호통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치가 떨리는 백현이다. 그런 백현을 계단 창 밖으로 힐끗 본 경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무섭단 말이야.. 혼자 중얼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 폰을 보니 세훈의 카톡이 한가득이다.



[오늘 올거죠?]


[저겨 형씨]


[형씨 대답 졈]


[야 도경수]


[10분 내로 대답 안 하면 민석이 내꺼]



이놈이? 경수가 키패드를 꾹꾹 눌러 답장을 했다. 다행히 10분은 안 지났네. 시계를 보며 경수는 안도했다. 오늘 오는 거 맞죠? 답장이 빨랐다. 꼭 답장이 오나 안 오나 계속 폰만 확인한 사람처럼. 경수는 'ㅇ' 하나만 보내주었다. 대답이 맘에 안 든다며 카톡에서마저 짜증을 내는 세훈이다. 경수는 그 답에 큭큭거리며 옷을 갈아입었다. 간만의 알바에 경수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매일같이 돈 걱정에 잠을 못 이루던 경수였다. 민석을 혼자 키우다보니 벅찬게 이만저만이 아니였고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돈도 그렇게 크지않아 알바라도 뛰지않으면 정말 끝장이였다. 길을 걸으며 세훈이 보면 한 번 안아줘야지. 실실 웃음을 터졌다. 심지어 알바 할 곳이 멀지 않았다. 신호를 두세 개 건너야한다는 귀찮은 점 빼고. 마지막 신호를 기다리는데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야, 오세훈!! 신호가 바뀌자마자 세훈에게로 달려가 허릴 끌어안았다. 어구, 내 새끼- 경수가가슴팍에 고갤 묻고 마구 부비자 이러다 차에 치인다며 당황하는 세훈이다.




"내 새끼 왜 이렇게 멋있어?"


"..낮술했어요?"


"너무하네- 이 형이 예뻐해주면 감사합니다- 해야지."


"금스흡느드."


"이 악 무는 거 봐라?"




조그만 카페였다. 사람도 많이 없고 잔잔한 노래가 깔리는 그런 평화로운 곳이였다. 카운터에 선 경수가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시전했다. 졸려요? 세훈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뇌에 산소가 부족해서. 유식한 척 말을 뱉었다. 지랄. 세훈은 다시 폰을 만지작 거렸다. 여친 생기셨나봐요? 경수가 힐끔 세훈의 폰을 훔쳐보았으나 재빠른 세훈에의해 실패했다. 여친은 무슨... 엄마거든요? 인상을 찌푸리며 세훈이 경수를 노려보았다. 어쭈- 손가락을 가위 자로 벌린 경수가 세훈의 눈 앞에 손가락을 들이밀었지만 세훈은 덤덤히 경수를 볼 뿐이였다. 괜히 무안해진 경수가 손을 거두었다. 그 모습에 세훈은 빵 터진 듯 배를 잡고 낄낄거린다.




"너 학교는?"


"방학."


"아 그래?"


"저한테 관심 좀 요."


"내가 왜."


"언젠 내 새끼- 내 새끼- 거리더니.."




세훈이 투덜거렸다. 경수는 어깨를 으쓱이며 내가 언제? 고개까지 갸웃거렸다. 됐어요, 세훈은 고개를 돌렸다. 삐친 모양이였다. 경수가 세훈의 어깰 톡톡 두들겼다. 이거 봐- 이거 보라니까? 은근한 목소리에 세훈이 고갤 살짝 돌려 경수를 보았다. 눈 앞에 민석의 얼굴이 가득 찼다. 어때? 짱 귀엽지? 휴대폰 속 고화질은 다름이 아닌 민석의 자는 얼굴이였다. 뭐야, 민석이잖아. 덤덤한 반응에 경수가 정색했다. 순간 짧은 정적이 흐르고 경수는 제 등을 돌렸다. 폰 속의 사진을 늘렸다 줄였다, 확대 축소를 해가며 민석을 보는데 그 뒷모습이 왠지모르게 처량하다. 세훈이 작게 숨을 뱉었다. 아- 진짜.. 경수의 등을 손바닥으로 꾹꾹 미는데도 경수의 시선은 폰에 고정되어있다. 우리 이쁜 민석이.. 중얼거리기까지 한다.




"그래 민석이 이쁘다. 됐죠?"


"....늦었어."


"아 세륜, 진짜."


"너나."




세훈은 제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크렸다. 그 와중에 딸랑이는 소리와 함께 손님이 들어왔고 해맑게 웃으며 경수는 주문을 받았다. 와 이중인격. 세훈이 감탄했다. 거울을 보며 제 외모를 훑어보다 머리를 정리하는 꼴에 경수가 콧웃음을 쳤다. 어휴, 어린 놈이.. 작게 중얼이는 것을 세훈이 듣곤 도끼눈을 떴다. 그렇게 보지마... 무서워. 제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경수가 바보같은 표정을 지었다. 거울 너머로 세훈이 경수를 쳐다보았다. 결국 경수가 먼저 제 시선을 돌렸다. 곧 민석이 마치겠네, 시계를 보며 경수가 헤실거리다가도 집에 혼자 있을텐데... 걱정이 서렸다. 그 어린 애를 집에 혼자 둬요? 세훈이 경수 옆에 섰다. 쩔 수 없잖아... 경수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아니, 맡길 곳이라도 찾아봤어야죠. 그러다 애 다치면, 그땐 어쩔건데요? 그 조그마한 애를. 세훈의 속사포 잔소리에 경수는 할 변명조차 없다. 데려.. 올까? 경수의 물음에 미쳤어요? 세훈이 인상을 찌푸렸다. 잔뜩 울상을 지은 경수가 책상을 손가락으로 딱딱 두들겼다.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해요. 세훈의 무뚝뚝한 말에 경수의 두들김이 멎었다.




"....민석이가 혼자 있을 수 있다 그랬단 말이야.."


"그렇다고 애를 혼자 둬요? 애엄마 맞아요?"


"맞거든!... 그럼 어쩌라고.."


"옆집한테라도 말해봐요, 혹시 모르니까."




그 말에 문득 백현이 떠올랐다. 경수가 바쁘게 백현에게 카톡을 보냈다. 형 진짜 죄송한데 민석이 좀 봐주세요. 답장이 바로 오지 않아 경수는 폰을 책상에 내려두었다. 세훈이 말 없이 경수를 쳐다보았다. 맡아준데요? 경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폰을 주머니에 넣은 채 다시 카운터를 보는 경수에게 세훈이 장난을 걸었다. 언제 심각했냐는 듯 옆구리를 찔러오며 큭큭거리는 세훈에게 경수가 참나, 어이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하지마라- 경수가 세훈을 살짝 밀어내면 다시 세훈이 달라붙어왔다. 재밌잖아요, 세훈의 말에 난 재미없거든? 인상을 마구 찡그렸다.




"아- 진짜 못생김. 눈코입이 모임 열었나봐요."


"니가 더."


"전 잘생겼단 소리만 듣고 살았는데요."


"다 너 불쌍해서 하는 소리지."


"키 작고 어깨 좁은 형보단 낫죠."


"이게 오늘따라 기어오른다?"


"재밌잖아요."




난 재미없다고! 경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카페 안의 사람들이 모두 경수를 쳐다보았다. 민망한지 경수가 고갤 숙였고 짧은 수근거림 끝에 카페는 다시 차분해졌다. 너 때문이잖아. 경수는 세훈의 팔을 주먹으로 때려댔다. 이거 폭력이에요, 117. 세훈이 정색했다. 그건 학교 폭력이거든? 경수가 비웃자 세훈은 제 머릴 헝크리며 짜증난다는 듯 펄쩍거렸다.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쉬지않고 투닥이는 둘이다.









*









엄마 안 오네-.. 재미있는 프로그램들도 이젠 다 끝이 난 모양인지 아무리 채널을 돌려보아도 하질 않았다. 엄마를 따라 유식하게 뉴스라도 보려했다 그만 머리만 더욱 아파져왔다. 무슨 말인지 통 모르겠다, 크롱어도 아는 내가.. 민석이 자리에서 일어서 제 엉덩이를 털었다. 햇님도 없는데... 베란다 창에 떡하니 달라붙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랏빛 하늘에 별이 하나 둘 뜨기 시작했다. 민석은 거실을 뱅뱅 돌았다. 머릿속에 엄마 생각 밖에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일이 늦는구나, 했는데 이젠 걱정이 앞서다보니 혹시.. 하고 나쁜 생각만 떠오르는 민석이였다. 급기야 눈물이 차올라 앞이 흐리멍텅하게 보였다. 엄마, 엄마! 신발을 마구 구겨신은 채 겨우 문을 연 민석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엄마!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며 엘레베이터로 돌진했다. 느리게 내려오는 엘레베이터에게 성질까지 부려가며 민석은 발을 동동 굴렸다. 좁은 엘레베이터를 타서도 두 손을 간절히 모으고 있었다, 기도를 하듯이. 좁은 엘레베이터를 벗어나 어두운 바깥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다.




"엄마-"




애타게 경수를 불러보지만 대답도 없다. 민석이 울음을 꾹 참았다. 아냐, 엄마 금방 온댔어. 스스로를 달래가며 아파트 현관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래도 자꾸만 터져나오는 울음이다. 끅끅거리며 제 무릎을 감싸안았다. 작은 머리통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였다. 엄마- 다시 한 번 부르지만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점점 불안해졌다. 오다가 사고라도 났을까, 요즘 나쁜 아저씨들 많다던데 잡혀가진 않았을까. 온갖 걱정이란 걱정은 다하는 5살이다. 발걸음 소리에 홱, 고개를 들면 꼭 모르는 사람이다. 그 덕에 민석은 더욱 서러워졌다. 엄마 미워... 아랫입술을 꾹 깨물며 마지막으로 울음을 참아냈다.




"너 여기서 뭐하냐?"




재수없는 목소리가 귀에 익숙하다. 민석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백현을 쳐다보았다. 아씨-... 팔로 제 얼굴을 마구 닦아낸 민석이 백현을 째려보았다. 뭘 봐요. 목소리가 울음과 뒤섞여 울렁거렸다. 너 본다, 왜. 백현이 민석의 옆에 다가가 다릴 쭈그렸다. 너 엄마는? 안 왔어요. 뭐? 아직도? 백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민석을 쳐다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는데 또 눈물이 난다. 엄마가-... 목소리가 벌벌 떨렸다. 야, 사내놈이 울면 어떡하냐. 백현이 민석의 등을 토닥였다. 금마가 금방.. 온댔는데-... 말 끝을 질질 끄는 것을 보니 곧 엉엉 울 것 같다. 기다려봐. 민석의 옆에 같이 엉덩이를 붙히고 앉아 백현은 폰을 꺼냈다. 민석이 킁킁 코를 먹었다. 다급하게 백현이 전화를 거는데 오랜 신호음 끝에 네? 전화를 받는다.




"어디냐?"


"...저.. 이제 집에 가는데-.. 민석이는요?"


"장난 쳐, 지금?"


"네?"


"니 애 운다, 이놈아."




민석이가 왜 울어요?! 경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작게 스피커 너머로 드려오는 경수의 목소리에 엄마? 민석이 백현을 쳐다보았다. 애를 혼자 두고 가면 어떡해. 백현이 조근조근 경수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분노게이지 1.




"그래서 제가 형한테 맡기려고.. 했는데... 카톡도 했는데.."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누구에요? 하는 새로운 목소리도 들려왔다. 백현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내 답장 봤어, 못 봤어? 화를 억누르는 음성에 경수는 전화 너머로도 눈치를 본다. 못 봤는... 데요. 끝에 붙는 헤헤, 바보같은 웃음에 백현이 버럭 소릴 질렀다. 분노게이지 10. 뚜껑 열리게 하네.




"아침에 일찍 말을 했었어야지, 내가 맨날 일찍 퇴근하는 줄 알아? 너한테 안된다고 답장했더니 읽지도 않고. 애는 나와서 울고있고. 뭐하는 짓거리야, 지금?"


"지금.. 어디세요?"


"집 앞이다."


"엄마한테 왜 소리질러요-"




민석이 백현의 허리에 매달렸다. 빨리 갈게요, 경수가 전화를 끊었다. 너는 엄마한테 전화라도 해보지. 답답해 죽는 백현이다. 머리띠도 했냐? 눈 앞에 보이는 번듯한 이마에 백현이 픽, 바람을 뱉었다.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다 이마를 톡 미니 하지마요, 작은 손이 찰싹, 손등을 때린다. 마치 벌레를 잡는 것처럼 손바닥을 넓게 펴 계속 손등만 공략하는 손길에 백현은 아퍼, 임마! 손을 내뺐다. 이건 엄마한테 소리 지른 벌. 민석이 히죽 웃음 지었다. 누가 엄마 바보 아니랄까봐... 백현은 제 이마를 지프며 한숨을 뱉었다. 너 그러니까 닭 같다. 머리띠 밖으로 튀어나온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기자 사자에요, 사자. 어흥거리며 백현을 쳐다본다. 사자는 무슨. 완전 닭이구만. 민석의 말에 백현이 키득거렸다. 민석은 제 볼을 부풀리며 씩씩거렸다. 엄마가 사자랬어! 순식간에 말을 놓으며 이번엔 등짝에 손바닥을 마구 내려쳤다. 야, 야! 따가운지 허릴 돌리며 백현이 민석을 말렸다.




"민석아!"


"...엄마!!"




참 감동적인 부자상봉이다. 눈물 겨워서 원. 백현이 맞은 등을 손이 닿는대로 문지르다 바질 털며 일어섰다. 경수가 눈치를 보며 백현의 앞에 섰다. 죄송합니다. 허리를 90도로 굽히는 것이 꼭 처음 저를 만났을 때 같다. 어? 아빠다. 민석의 말에 흠칫, 내가 잘못 들었나? 백현은 제 귀를 후볐다. 두 다리를 마구 버둥이며 내려달라는 민석에 경수가 뒤를 돌아봤다. 야, 오지말라니까... 긴 다리를 휘적이며 적당 거리를 둔 채 다가온 세훈을 세 쌍의 눈이 바라보았다. 민석의 버둥거림이 심해지자 결국 경수는 민석을 바닥에 내려두었다. 아장거리며 달려간 민석이 세훈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보자 백현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하. 짧게 숨을 뱉었다. 아빠? 백현은 경수를 바라보았다. 민석이가 그냥 하는 말이에요. 경수가 당황한 듯 손사레를 쳤다. 잘 지냈어? 다정한 목소리가 백현의 귀를 푹 찔렀다. 쟨 뭔데? 친한 동생이요. 친한 동생? 괜히 거슬렸다. 백현의 인상이 굳어지자 경수는 죄송합니다. 다시 허릴 숙였다. 뭔가 저를 재려보는 듯 한 세훈의 눈길에 백현이 시선을 잠시 경수에게로 돌렸다. 뭐하다 이제 와? 꼭 통금시간 관리를 하는 남편 같다.




"알... 바요.."


"애, 혼자 두고?"


"혼자 있겠다고 해서.."


"그렇다고 애를 두고 가? 그럴거면 좀 일찍 다니던가."


"죄송합니다..."




이젠 경수도 울 것 같다. 백현이 답답한지 마른 세수를 했다. 너 엄마라며, 어? 언성이 높아지자 그만해요. 멀리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민석을 품에 안은 주제 인상 하나 더럽게 험악하다. 넌 빠져. 백현이 날카롭게 굴었다. 애를 이 시간까지 혼자 두는 게 말이 돼? 쟤 다섯 살이야, 다섯 살. 잔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어깨를 파르르 떨며 고개를 주억이는 경수에 그만하라니까. 낯선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넌 뭔데. 백현이 미간을 좁혔다. 오세훈이요. 말 뒤에 민석이 난데없이 우리 아빠. 말을 이어붙였다. 진짜 아빠는 아니고. 세훈은 민석을 똑바로 안아들었다. 그 사이서 경수가 둘의 눈치를 보았다. 정적 속에 묘한 신경전이 녹아내렸다. 왠지 눈 앞에서 노란 스파크가 치직거리며 튀기는 것 같은 착각에 결국 경수는 저기... 입을 열었다. 저를 죽일 듯이 보는 백현과 도끼눈의 세훈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있자니 몸이 절로 덜덜 떨리는 경수다. 제가 잘못했으니까... 목소리 끝이 제 어깨만큼 파르르 떨리자 세훈이 그만하랬잖아요, 형 울겠네. 짜증을 냈다.




"솔직히 쟤가 잘못했잖아."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화 내실 필요는 없잖아요."


"편 드는 거 봐라, 어린게."


"나이 먹은게 대수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새끼 말 참 이쁘게 하네."


"형, 우리 그냥 들어가요."




세훈이 경수의 손목을 잡아챘다. 어어? 바보같은 소릴 내며 경수는 세훈을 바라보았다. 백현도 이에 질세라 반대편 손목을 잡아쥐었다. 아저씨가 민석이 아빠에요? 왜 이렇게 예민해? 세훈은 제 뒷머릴 헝크렸다. 애 아빠면 어쩔건데. 백현이 경수의 손목을 당기자 또 바보같이 어어거리며 경수가 휘청였다. 재밌네요, 농담. 세훈이 입꼬리를 올렸다. 너도 말하는 꼬라지 끝내주게 재밌네. 백현은 이를 갈았다. 결국 민석이 졸리다며 칭얼거리는 바람에 사건이 잠시 중단되었다.


제 성질을 참지 못 한 백현이 먼저 손목을 놓고 아파트로 들어가버렸다. 그 사이서 어색해진 경수는 다음 엘레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세훈과 함께.




"형. 무시해요 그냥."


"그래도..."


"아빠, 저 아저씨 짱 무서-"


"내가 이겨."


"진짜?"


"당연하지-"




민석이 박수를 짝짝 쳤다. 내가 이래뵈도 엄청 쎄. 세훈의 허세에 경수가 웃음을 터트렸다. 바람 불면 비틀거리는게 무슨- 어깨를 으쓱이며 세훈의 허세를 받아치자 세훈은 전 예전의 오세훈이 아닌데요. 같이 어깰 으쓱였다. 그것을 본 민석 마저도 어깨를 으쓱거렸다.









*









"민석아."


"응?"


"엄마 없어서 울었어?"


"....응."


"왜 울고 그래-"


"엄마 안 와서.. 사고 났을까봐."


"엄마가 왜 사고가 나-"


"사고 났잖아요."


"뭔 사고?"


"..민석이 있어서 못 말하겠는데."


"쓸데없는 야한 농담이면 다물어라."


"아, 예-"


"엄마 사고났어?"


"응? 아냐, 장난친거야-"


"다행이다."




-


모르는 분들께 부가설명 드리자면

저기 나오는 모두가 알파에요 (흔한 알파오메가 소잰데 오메가가 안나온다는게 함정)

그래서 백현이가 경수보고 처음에 니가 낳은 애냐 한거고..

세훈이 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

가끔 기분이 뭉글뭉글 좋을 때 연재하고 그랬는데 흙흑

여튼 봐줘서 감사하고 저 기억해줘서 흡 고마워여 짱짱감동먹음

착하게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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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햇어여ㅜㅜㅜㅜㅜ재밌어여ㅜㅜㅜㅜ
10년 전
독자2
신알신했어여ㅜㅜㅜ엄청기네용꿀잼
10년 전
독자3
지금굉장히 다음편 궁금한거아시나요ㅠㅠ제마음을아시나요ㅠㅠ신알신하구가여ㅠㅠ
10년 전
독자4
헐 진짜진짜엄청짱짱많이재밌어요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요ㅠㅠㅠㅠ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아ㅠㅠ작가님왜이제들고오셨어요제가이거얼마나좋아했는데ㅜㅠ작가님거다재밌지만전이게그렇게좋더라구요ㅠㅜ!!세디백도이거야말로환상의조합ㅠㅠㅠㅠㅠ폭풍연재해주세요!!
10년 전
독자6
ㅠㅠㅠㅠ맘스터치예여ㅠㅠㅠㅠ으아유ㅠㅠㅠㅠㅠ 백도라니ㅜㅠㅠㅠ아저씨 백현이라니ㅠㅠㅠㅠ 완전 좋아여ㅠㅠㅠ 세후니도!!!!!! 잘보구가용♥ 진짜....(부끄) 작가님ㅠㅜ최고예여ㅠㅠ
10년 전
독자7
잘보고 갑니다!@ ㅎ
10년 전
독자8
아저씨 백혀니ㅠㅡㅜ왜우리 동네에는 없니이ㅠㅜ
10년 전
독자9
헐 짱짱 재미나요!!! 모두가 알파구나.... 처음에 달달한 냄새난다고 했었을때 설마? 오메가인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슴다.
10년 전
독자10
아까 신알신한거 깜빡잊고 다시 신알신해서 취소되서 또 신알신했어여... 아 헷갈려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세훈이랑 백현이랑... 우리 경수 복터졌네여 ㅋㅋㅋ 근데 알파가 달달한 냄새.... 경수한테는 달달한 복숭아향이 딱이죠 ㅋㅋㅋㅋ 민석이도 너무 귀여워여 ㅠㅠ
10년 전
독자11
당연히 오메가인주
알았는데 알파라충격ㅋㅋㄴㅋㄴ그래도 재밌게보고가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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