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 타닥
손가락들이 연거푸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틱-틱-, 시계의 초침은 다른 때보다 시끄럽게 소리내며 돌아갔다.
새로고침 시간은 다 쟀고, 생년월일 복붙도 다했으니 이제 몇초 안되는 짧디 짧은 시간에 나의 인생을 배팅한다.
5, 4, 3, 2, 1
와,
☆경★광탈★축☆
시발 그래 이런 쓴 맛이 있어야 인생이지, 오빠도 나 맨날 보느라 질렸을테니까 텀좀 두자고.
자신을 위로해봐도 도저히 위로가 가지 않는다.
이 좌석이면 가나 마나다. 스탠딩은 무슨 스크린만 보게 생긴 좌석을 선택한 상황에서 차마 결제창을 누를 수 없었다. 난 스탠딩 체질이라고, 천부적인 스탠딩러인데 좌석은 웬말인가.
리프트같은건 사용하지 않는 젤피로 인해 좌석은 참된 계를 타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몇분전까지만 해도 펜스를 잡을 것이라는 나의 근거없는 자신감과 오만함을 탓하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탁, 탁, 커서를 눌렀다.
뿌옇게 모니터를 향한 시야가 흐려졌다. 막공까지 놓친거면 말 다한거지, 덕질이 몇년인데 이놈의 티켓팅은 늘지를 않아 자살각이네 아주.
이 주 주말들은 문명과 단절하는 날로 지정해야지. 달력에다 신경질적으로 빨갛게 원을 두어번 부욱- 그었다.
학업에 치인 고된 인생 속 조금의 휴식 좀 가지려는데 하느님 오빠는 왜 내 맴을 몰라줄까.
후...오늘은 혁크롱이랑 자야지, 빡침에 내동댕이 쳐진 혁크롱이를 달래듯 품에 안으며 스르르 침대에 누웠다.
-그럴 줄 알았다, 니가 언제까지 티켓팅 성공할꺼 같냐? 홈마도 아니면서 아주 빅스에 인생배팅은 다하셨네. 다크서클 보니까 또 취소표 기다리느라 밤샜지? 안봐도 avi다 이년아.
터덜터덜 소울리스한 얼굴로 급식판에 음식을 받는데 옆에서 쏘아대는 일침에 두 귀를 닫았다.
평소 같았으면 침을 튀기면서 고기반찬 담당 아주머니께 이걸 누구 코에 붙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더 달라고 했을 내가 아무말 없이 세상을 다 잃은 듯 배식을 받는것을 바라보시더니 측은한 눈빛으로 평소보다 넘치는 고기반찬을 주셨다.
수북한 고기반찬을 바라봐도 행복하지 않다. 이 고기반찬과 티켓은 바꿀 수는 없겠지? 인생 참 쓰네.
-용선아, 우리 아빠는 왜 젤피 직원이 아닐까. 왜 cj와 관련되지 않았고, 왜 인터파크에 아는 사람이 없을까. 심지어 경호업체랑도 친분이 1도 없다. 나도 빽녀가 되고싶다. 나도, 흐윽...
울컥-눈물이 터졌다. 한심하다 못해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김용선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도대체 걔네가 뭐라고 이렇게 영혼을 바치냐, 돌아올 화살이 무서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속으로 외치며 한숨을 쉬었다. 이젠 대놓고 목놓아 우는 나를 바라보며 김용선은 주위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무시하고 다시 밥을 입에 욱여넣었다. 쟤 달래는건 시간낭비다, 입에 가득 찬 밥덩이 사이로 작게 중얼거렸다.
꺼억-꺼억-돼지 멱따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갑작스레 그친 울음에 김용선이 식판에 고정된 시선을 올렸다. 눈물 젖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던 내가 입을 열었다.
-ㅇ...용선아, 저 사람 누구야?
넋을 잃은듯한 내 눈빛을 따라간 김용선의 두 눈이 커졌다. ㅇ,얘 지금 남자한테 관심 가진거 맞지? 평소에는 모니터에 갇혀있는 오빠들로 충분하다며 손수 소개시켜주겠다는 주선을 다 거절시킨 년이 직접 남자라는 사람에 대해 물어보다니. 역사적인 순간에 감격한 김용선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저 분 한번도 못 봤어? 축구부신데?
-축구부...?
와 시발 동아리도 존나 완벽하다, 축구부 선배라니 존나 청량청량미 넘치네. 용선아 나 이제 힘들게 덕질 안해도 될 거 같아. 학교에서 덕질이라니, 오프 뛰기에도 좋다. 휘적휘적 걷는 긴 다리 위로 하얗디 하얀 얼굴은 두리번거리며 앉을 곳을 찾고있었다. 왼쪽 가슴에 정갈하게 박음질 되있는 명찰엔 '정택운' 이라는 석자가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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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안녕하세요 벌써부터 산만한 글이 보이시죠? 예...이런류의 글입니다아^^...대충 같은 학교선배 정택운 덕질일기가 진행될꺼같구요....예..예상하시다시피 많이 노 잼일꺼같아요...줄거리만 짰지 내용은 1도 안써서 첫편은 좀 늦어질거같아요...☆..그래도 1편 나오자마자 폭풍 연재할껍니다. 노잼이여도 할껍니다. 보는 사람 없어도 할 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