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뚫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금속 소리, 그리고 쓰러져 가는 사람들의 모습
un, deux, trois, quatre
code name keres- mission accomplished.
레옹의 마틸다
"왜 레옹이에요?"
"그럼 난 레옹을 사랑한 마틸다인가?"
너의 말에도 대답없이 책만 보고있자 너는 어느새 내가 앉아있는 소파위로 올라와 나를 뒤에서 끌어안는다.
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너는 아직도 자라나고 있는 풀잎의 향이 난다.
너는 이 곳과 어울리지 않아, 나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고있던 책을 덮고는 손을 들어 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너는 나의 어깨 더 깊숙히 얼굴을 묻으며 살짝 소리내어 웃는다.
"배 안고파요?"
"생각없어."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요"
"기다려요, 내가 맛있는거 해줄게."
"금방 다녀올게요."
이 공간 밖으로 나서는 너의 모습이 낯설고 불안해보인다.
아직은 너 혼자 이 공간을 나서기에 이 세상은 너에게 잔인하고 또 위험했다.
너가 나간 이 공간을 한참을 문 앞에 서서 둘러보다 너와 함께있는 시간에는 할 수 없었던 나의 일을 생각해내곤 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테이블 아래 잠금장치를 제거하고 살짝 힘을 줘 잡아당기면 4개의 총구와 셀 수도 없이 많아보이는 탄환이 보인다.
하나, 둘, 셋, 넷
테이블위에 놓여진 은색의 총구 하나 그리고 네개의 탄환
이것들을 보고 있으면 너와 내가 만났던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 미소가 지어진다.
쿵-쿵-쿵-
크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올라가있던 입꼬리를 내리고는 총구를 들고는 천천히 문 앞에 다가선다.
쿵-쿵-쿵-
다시 한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문 더 가까이 다가가 빠르게 문을 열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 이마의 총구를 댄다.
그리고 그 사람을 확인하면
큰 눈으로 몸을 떨며 나를 쳐다보고있는 너다.
"분명 봤어요."
"그 사람들이 확실해요. 내 가족들을 죽이고 친구, 그리고 나까지 죽이려고 했던."
큰 눈에 눈물을 매달고 겨우겨우 울음을 참아가며 이야기하는 너가 나는 참 안쓰럽다고 느낀다.
아직도 밖에서 너가 본 상황에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떠는 너에게 다가가 너를 살짝 안아주면 너는 그럼 나를 조심스럽게 뒤로 밀어내고는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레옹은 할 수 있죠?"
"뭘?"
"keres, 내가 들은 그 사람들의 이름이에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그 사람들을 찾아줘요."
"찾아서 죽여주세요."
"내가 왜?"
나의 말에 당황한듯 눈동자가 흔들리던 너는 이내 곧 다시 침착한듯 초조하게 나에게 말한다.
"레옹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드릴게요, 제발."
"내가 원하는걸 진짜 너가 해 줄수있어?"
"사람을 죽이는건 도경수 니 말처럼 쉬운게 아니야."
"여기서 나가줘, 이제 너랑 있는 것도 재미없다."
내 말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없이 앉아있는 너에 내가 앉아있던 소파에서 일어나면 너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총구를 잡아 탄환을 집어놓으며 말한다.
"레옹 그 게임알아요?"
"레옹이랑 한번 해보고싶었는데, 분명 레옹도 좋아할 거에요."
한 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 탄환을 채우고 리볼버를 돌리는 너의 모습을 아무 표정없이 지켜봤다.
"내가 이기면 나를 책임져줘요, 나를 살려줘요."
"만약 니가 지면?"
"이제 더 이상 여기에 내가 없을거에요."
총을 천천히 너의 이마 옆에 갖다 댄 너를 보고 있으며 아직도 어린 너의 모습과 총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한다.
"레옹 날 사랑해요?"
대답없이 너를 바라만 보고있는 나를 보며 피식 웃은 너는 총구를 좀 더 너의 머리 가까이 대고는 말한다.
"사랑해요."
"그리고 레옹도 날 사랑해요, 그래서 아마 이 게임이 끝나면 후회할거에요."
다시 한번 울리는 날카로운 금속소리, 그리고 내 눈앞에서 쓰러져가는 사람의 모습
하나.
"안녕 마틸다, 아니 도경수"
난 후회하지않을거야
넌 레옹의 마틸다가 아니였으니까
넌 알고 있었을까?
나의이름 Keres L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