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성 팬픽 입니다 ※
아 저 씨
W. 혜야
"아저씨, 아까 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죠."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성종이 명수의 오른쪽 손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상하다. 아까까지만해도 붕대가 안 감겨져 있는 걸 봤는데. 내가 잘못 본 건가. 후르륵, 거리며 라면을 먹던 명수가 시선을 들어 성종을 쳐다보았다. 아이의 시선은 여전히 명수의 오른손에 고정되어 있다. 괜찮아-, 라고 말할려고 했지만, 입안 가득 들어있는 면발 때문에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면발을 대충 씹고는 물 한 모금과 함께 같이 삼켰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괜찮아. 상처는 곪아도 언젠가 다 낫게 되어있어.
성종의 그늘진 눈동자는 붕대가 감겨져있는 손에서 떨어질 줄은 모른다. 괜히 알람시계를 내려쳤나. 멋쩍게 웃어보이며 입에 젓가락을 물고는 성종의 머리를 두어 번 토닥거렸다. 이러다 진짜 성종의 머리를 토닥거리거나 쓰다듬는게 습관이 될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명수는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려야 겠다고 마음먹고는 시선을 돌려 벽에 걸려져있는 동그란 시계를 쳐다보았다. 오전 7시 30분. 지금 성종이 나가야 겨우 지각을 면할 수 있는 시간이다.
"성종아. 학교는 다닐만 해?"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밥, 잘 챙겨먹고, 친구 많이 사겨. 아, 그래도 너무 많이 사귀면 아저씨 질투하니까, 적당히 사귀고, 괴롭히는 녀석이 있으면 바로 말 해. 아니, 그냥 아저씨 불러라. 그럼 아저씨가 바로 성종이한테 달려갈게. 아니, 날아갈게. 약속할게. 조그만 머리통이 연신 위아래로 흔들린다. 명수가 그런 성종을 보며 눈웃음을 짓는다.
가자. 학교까지 태워다 줄게, 아가야.
* * *
명수는 어두운 복도를 긴 다리를 이용해 휘적휘적 걸어나갔다. 복도 끝에 조그마한 불빛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성종이를 학교까지 데려다 준 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보고싶다. 아. 그러고보니 성종이와 만난지 벌써 10년이 넘었구나. 돌이켜보면 정말 다사다난 한 시간이었다. 처음 본 성종이가…… 그래. 아홉살 이었지. 그 때, 난 열 아홉 이었고. 그 때 당시를 회상하자마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코끝을 스치는 피비린내. 집안 가득 어지럽게 흩뿌려진 검붉은 핏덩이들. 아이의 앞에 처참하게 죽어있는 여자와 남자.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작고 하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주검을 흔들고있는 조그마한 아이. 아무리 흔들어도 미동도 없는 주검들 앞에서 결국 오열을 터트리는 장면마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머리가 아파왔다.
"김명수!"
갑작스레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등쪽이 따가웠다. 간신히 욕짓거리를 목구멍 속으로 밀어넣으며 자신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친 상대를 쳐다보았다. 씨발. 남우현. 저를 노려보는 명수의 시선을 마주보며 우현은 너스레를 부렸다. 잘 지냈냐는 둥 밥은 잘 먹고 다니냐는 둥 연락이 한 번도 없어서 아쉬웠다는 둥. 시시콜콜한 말들만 늘어놓는 우현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 악! 차인 정강이를 잡으며 다소 오버스러운 리액션을 취하는 우현을 보며 다시 한 번 때리고 싶은 욕구를 겨우 눌러참는다.
미친 새끼. 별로 아프지도 않으면서.
우현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명수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이번엔 명수도 거부하지 않았다. 어찌 되든 우현과 명수는 소꿉친구였다. 입을 꾹 다물고있자, 우현은 그런 명수에게 시답잖은 장난은 계속 걸었다. 결국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미친 놈. 그래, 그래. 미친 싸이코 같아야 내가 알고있는 남우현이지. 우현이 물었다.
"성종이는 잘 지내냐?"
"어. 너 같은게 걱정해주지 않아도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까, 신경 끄시지."
돌아온 차가운 대답에 우현은 입술을 삐죽내밀며 투덜거렸다. 나쁜 새끼. 치사한 새끼. 대충 대답을하며 우현의 투덜거림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있던 명수는 그가 입고있는 하얀 와이셔츠 목 언저리에에 묻어있는 연분홍색의 립스틱 자국을 발견하고는 쯧쯧 혀를 찼다.
"미친 새끼. 애인도 있으면서 또 여자랑 구르다가 왔냐."
"헹. 지금까지 동정인 새끼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보통 고등학생 때 딱지 뗀다는데, 넌 그러지도 않았잖아. 그리고 난 본능에 충실한 남자니까, 성규도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꺼져, 호모야."
우현은 혀를 낼름 내밀며 명수에게 중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미친 놈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결국 분을 못참고 주먹으로 우현의 어깨를 퍽퍽 때린다. 억! 악! 입으로는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고있지만, 얼굴은 싱글벙글 웃고있다. 자기 애인 보러 간다고 기분이 평소보다 더 좋은 거 같다. 명수는 콧방귀를 뀌며 우현의 어깨를 치던 걸 멈추고 그를 지나쳤다. 뒤에서 저의 이름을 부르는 우현의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하고는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남우현. 넌 나에게 숨기는게 없을지 몰라도, 난 너에게 비밀이 아주 많아.
날, 너무 신뢰하지 마라.
(+주저리)
이렇게 1화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명수와 우현이에게서 5년이상 사귄 커플 스멜이 난다면 그건 착각이에요..ㅇ>-<
이렇게 보니까, 막장이네요. 아주 그냥 죽여줍니다.
이 글은 어떻게보면, 달달할 수도 있고, 어떻게보면 어두운 그런 이야기에요. :)
프롤로그와도 같았던 00화에 덧글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 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화에 뵙죠! (*☌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