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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권코] 아픈 우지호와 간호하는 김유권 | 인스티즈

 

 

 

 아파보여 우지호.


 아침에 들었던 말소리가 어렴풋 귓가를 울린다. 살짝 피곤할 뿐이라며 웃어 넘겼는데 이렇게 심해질 줄이야. 오랜만의 고열이라 정신도 없고 눈뜰 힘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주변엔 도움을 청할 사람조차 없다. 움직일 기운도 없어 홀로 끙끙 앓는데, 귀를 웅웅 울리는 소리 탓에 더 어지럽기 시작한다.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과 손하나 까딱하기 힘든 열. 밥 먹듯 자주 아프진 않지만 대신 한 번 아프면 심하게 아픈 탓에 아플 때면 며칠 씩 앓아눕곤 한다. 진통제가 있으면 좋으련만 혹 있더라도 찾으러 갈 기력이 되지 않는다. 괜히 혼자 작업 좀 하겠다 고집을 피워 멤버들은 모두 일정에 맞춰 일하러 나간 지 오래. 이대로 앓고만 있기도 힘들고 밀려오는 고통 탓에 잠에 들기도 힘들다.

 뇌를 조여오는 전율에 자동으로 눈썹 사이가 구깃해진다. 아파도 이렇게 아픈 건 정말 오랜만이다. 이대로는 정말 혼자서 죽어나겠다 싶어 부들거리는 팔을 간신히 뻗어 선반을 더듬거리자 손끝에 닿는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손가락을 타고 전해진다. 아, 찾았다. 입술이 희미한 호선을 그렸다. 손끝에 닿는 휴대폰의 화면을 꾹꾹 조심스레 누른다. 머릿속에 가장 처음으로 떠오르는 번호가 화면에 새겨진다. 통화 버튼, 꾹. 뚜루루, 뚜루루ㅡ. 여보세요?




"여보세요…."
[뭐야, 목소리 왜 그래.]

"권아……."
[어디 아파? 음색이 완전 갔는데?]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지금 어디야, 바로 갈게.]

"…숙…소…."
[조금만 기다려.]




 뚜우ㅡ뚜우ㅡ. 끊김을 알리는 소리가 앙칼져 귀에 거슬리지만 이젠 홀드키를 누를 힘마저 바닥을 긁는다. 전자기기와의 즉석만남은 아픈 데에는 해로웠나 보다. 하아. 하. 목구멍을 자극하는 짧고 거친 숨소리가 온 방에 가득하다. 빨리 오겠지. 김유권은 약속을 잘 지키는 애니까. 지난 날의 잔상이 머릿속을 스친다. 도움을 청할 사람을 구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이제 더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눈 앞이 핑 돌고 온 몸의 기운이 쫙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눈이 감겼다.












"아프면 진작 말 좀 하지."




 정신이 돌아오고 나서 가장 처음 들렸던 말이었다. 낮고 차분하지만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아직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열이 내리는 중인지 한결 나아진 몸상태에 긴장이 풀린 듯 눈은 뜨이지도 못한 채 다시 깊은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열을 내리려 이마에 얹혀진 차가운 물수건에서 흐르는 물방울이 누군가의 옷자락에 닦여나간다. 옮…낫…대…. 희미한 목소리와 함께 볼에 닿는 말캉한 촉감이 기분 좋다. 누군가가 허리를 감싼다. 옆구리가 따뜻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온기가 자연스레 미소를 유도했다.












"유권아. 김유권."
"으음……."

"김ㅡ유ㅡ권ㅡ."




 미동도 않는 얼굴에 대고 한참을 애타게 이름만 부르다 갑작스레 뜨이는 눈에 놀라 고개를 뒤로 확 빼버렸다. 아이고 놀래라. 밤색 바가지 머리가 이리저리 지저분하게 흩어져서는 부시시하게 몸을 일으키기에 한 손을 들어올려 머리를 정돈해 주었다. 아무리 2인용 침대라지만 환자를 옆에 두고 같이 잠들다니. 이러다 옮으면 어쩌려고 그래. 걱정을 담은 목소리로 작게 툴툴거리자 부드럽게 미소릉 짓는다. 약을 먹인 건지 알멩이만 빠진 채 선반 위를 굴러다니는 쓰레기와 이마에 올려져 있던 식어빠진 물수건은 제 앞의 유권이 저를 간호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런 감동적인 자식. 일어났을 때 제 허리는 유권의 팔에 둘려 있었다. 끌어안고 잔 건가, 신체접촉이 과할 수록 더 쉽게 옮을 텐데. 걱정스러웠지만 유권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애초에 그런 걸 따졌으면 끌어안고 자지도 않았겠지.





"몸은 좀 괜찮아?"
"괜찮아졌어. 네 덕분인 거 같은데."

"오늘은 더 쉬어. 아플 때까지 일하면 몸 더 상한다."
"할 일 많은데…."

"쉬라면 쉬어. 내일 해도 충분해."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지만 진솔된 마음은 일하기는 싫다, 였던 것 같다. 딱히 강하게 부정치 않고 다시 포근한 이불 틈으로 파고들었다. 음. 따뜻해. 넓직하고 새하얀 이불에 몸을 파묻고 턱까지 끌어올린 후 눈을 감았다. 제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은 유권은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을 떴다. 기다려봐. 낮은 톤의 말소리가 달팽이관을 타고 전해졌다. 눈뜬 지 얼마 되지도 않고 배고픔에도 굶주려 잠이 오지는 않지만 몸의 안정이 목적이니 그런 것 쯤은 상관 없었다. 꼬르륵, 배가 진동했다. 으으, 배고파. 김유권이 먹을 거라도 좀 가져오면 좋을 텐… 덜컹.




"곧 밥 해올 테니까 그거나 먹고 있어."




 다시 굳게 닫혀버린 문과 손에 올려진 초코렛 바 하나. 이런 걸 츤데레라고 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김유권이 다정한 걸까. 감동어린 눈빛을 발사하자 빙그레 미소만 짓는다. 매일같이 보는 그의 웃는 얼굴임에도 절대 질리지 않는 천사 미소. 마음씨만큼, 천사같은. 비닐포장을 까서 초코렛 바를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는데 문득 김유권의 오늘 일정 생각이 났다. 설마 나 때문에 전부 펑크내고 온 건 아니겠지. 잠도 달아난 겸 이불을 걷어차곤 부엌을 향했다. 김유권은 잘생긴 얼굴만큼 요리를 잘 한다. 왜, 잘생긴 사람은 얼굴만큼 재수없거나 얼굴만큼 자상하다고 하는 것처럼. 듬직한 등판을 내보이며 주방도구를 든 모습이 저렇게 섹시할 수가 있나. 그 뒤로 쪼르르 달려가 허리를 세게 끌어안았다. 안녕 김유권?




"왜 안 쉬고 나와 있어…."
"잠이 안 와서."

"그럼 죠오기 쇼파에 앉아서 좀 쉬어."
"너 안고 있으면 안 돼?"

"아프더니 성격까지 변했네, 우지호?"
"인누와바. 오빠가 뽀뽀해 줄게."

"됐고, 저기 가서 쉬기나 하세요."




 김햇살답게 천사같은 눈웃음과 함께 단칼에 거절. 이러면 나한텐 상천데? 우지호의 뽀뽀가 달갑지 않아? 그런 거야? 응? 유권의 팔을 붙잡고 되도 않는 애교를 부렸다. 온갖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스런 표정을 과하게 지어도 웃으며 넘어간다. 보통 제 애교를 본 이들의 반응은 때리거나 패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역시 천사같은 김햇살은 성격도 천사였다. 순간적으로 장난끼가 발동한 나는 요리하는 유권의 두 팔의 가운데로 머리를 밀어넣었다. 마치 그의 품에 안긴 것같은 자세가 된 나는 안녕?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입술을 내밀며 말한다.




"지아코의 뽀뽀가 받기 싫은 거야?"
"아깐 볼이었는데 이번엔 입이야."




 웬 동문서답이야. 대답하려 벌렸던 입은 다가온 유권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이 자식 지금보니 방송에서 보여주던 순진하고 귀엽고 부끄럼타던 모습은 전부 다 가식인 게 분명하다. 게다가 이건 뽀뽀가 아니라 키스잖아. 그것도 딥. 어디서 배워온 건지 솜씨도 훌륭하다. 날 만나기 전에 대체 누굴 만났길래. 이젠 아예 제 입술을 잡아먹으려는 건지 얼굴을 끊임없이 들이대는 김유권으로부터 버둥거리며 벗어나려 했으나 무려 요리로 다져진 단단한 팔은 뒷목을 누르곤 벗어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이러려고 나온 게 아닌데. 스케줄 따위 이미 안중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근데 김유권, 볼은 뭐야.




"오늘은 둘 다 내가 먼저네?"




 곧 퉁퉁 불어터질 입을 떼곤 또다시 싱긋 웃으며 말하는 모습이 멋들어지기 짝이 없지만 그래서 더욱 황당했다. 대체 수줍음이나 부끄럼 같은 건 쥐뿔만큼도 없는 건지, 왜 아무렇지도 않을까. 보이진 않지만 제 얼굴은 발갛게 닳아올랐음에 틀림 없다. 이렇게 열이 후끈후끈 나는 걸 보니. 유권은 볼이며 둘 다며 좀 전 부터 이해하지 못할 말들만 하고는 제가 채 묻기도 전에 질질 끌다싶이 쇼파에 저를 던진 후 다시 요리에 열중했다. 팔을 휘적임에 따라 같이 움직이는 승모근이 보인다. 아, 이 어이없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글거리며 끓는 찌개의 향은 거실로 흘러들어와 코를 간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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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잘 읽고 가요 권코 좋아하는데ㅠㅠㅠㅠㅠㅠㅠ 우지호 예쁜 것..
8년 전
비회원215.152
감사합니다 ㅠ ㅠㅠㅠㅠㅠ ㅠ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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