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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파에 잠든 순영에 여주가 펜을 하나 들고오더니 순영의 손등에 무언가 끄적이기 시작했다. 피부에 쓰는거라 그런지 잉크가 잘 나오지않아 여주가 순영의 눈치를 보며 살살 그려댔다. 뭐해. 그때 순영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여주를 향했다. 순영의 손을 감싸쥔 여주가 화들짝 놀라 순영을 쳐다봤다.

“.........”

“심심해가지고. 아홉시에 간다그러지 않았어요?”

아직 여덟신데.

“...손 좀,”

“아, 싫은데.”

“..계속 잡고있을거야?”

“..아뇨, 그건 아니고.”

‘순영오빠 바보’

글자를 천천히 읽던 순영이 피식 하고 웃자, 눈치보던 여주가 똑같이 웃어보였다. 바보는 너지. 순영이 어느덧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앉아 바닥에 있는 여주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여주가 아무말 없이 눈을 맞추자 순영이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곧 여주의 뺨을 감싸더니 알 수 없는 말을 뱉었다. 못알아보잖아, 바보같이.

“...네?”

“이렇게 못알아듣고.”

“........”

“여주야,”

“........”

“이름 부르면, 이렇게 놀라는데.”

바보는 내가 아니라, 너지.

순영은 마지막 말을 끝으로 몸을 일으켜 제 방으로 들어가 나갈 채비를 했다. 멍하니 소파 앞에 앉은 여주가 순영의 말을 곱씹었지만 달라질 건 없었다. 뭐라는 지 도통 알 수 없는 말들이었다.

“누가 문 두드리면 열어주지마.”

“.........”

“밖에서 소리나면 조용히 없는 척 해.”

“.........”

“되도록이면,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저씨.”

“연락하면 잘 받고, 무슨 일 있음 연락하고.”

“왜그래요?”

“바로 올 수 있으니까, 꼭 무슨 일 있음 연락해야돼.”

알겠어?

“........”

무슨 일 있어요?

순영이 나가기 전 여주를 향해 당부하자, 여주가 의아한 눈초리로 순영을 올려다봤다. 집으로 찾아갈 지 도 모른다는 정한의 음성이 순영의 뇌리에 박혀있었고, 순영은 여주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 여주의 머리에 제 손을 얹었다.

“가만보면 제 머리에 손 얹는거 습관인 것 같아요.”

“...좋아서,”

“........”

“싫음 안하고.”

“...누가 싫댔나.”

....이따보자.

“.........”

순영이 나간 현관에서 여주가 붉게 볼을 물들인 채 한참을 서 있었다.

“그새끼들 행적이 묘연해.”

“..........”

“윤보스가 따가리 애들 싹 풀었는데도 안보인대.”

지수가 제 총을 매만지며 순영에게 말했다. 피묻은 칼을 닦고있는 순영의 표정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보이지 않았고 지수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 그럼 존나 둘 중 하나거든? 지수가 하나의 총을 내려놓고 이미 닦은 또다른 은빛의 총을 매만지며 말했다. 널 존나 찾느라 안보이는거 혹은,

지수의 총이 허공을 향해 뻗어졌다.

이미 니 주위를 맴돌면서 고통스레 죽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거나.

빵-,

지수가 입으로 소리를 내며 총 쏘는 흉내를 내다가 곧 총을 내려놨다. 그리고 마저 닦던 총을 들고 닦아대며 입을 열었다. 윤보스가 쉽게 널 버리진 않을거야.

“너만큼 칼 다루는 놈도 없으니까.”

“.........”

..간다.

피 묻은 티슈를 쓰레기통에 버린 순영이 칼을 제 허리춤에 차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닫힌 사무실 문을 바라보던 지수가 작게 실소를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널 버리진 않겠지, 넌 너를 버리고 싶겠지만.

“..........”

제 침대에 누워 새근거리며 잠들어있는 여주를 내려다보던 순영이 여주가 작게 콜록 거리자 인상을 찌푸리곤 허리를 숙여 여주의 이마에 제 손을 올렸다. 뜨거운 이마에 순영이 허리를 펴곤 옅은 한숨을 토해냈다.

“.........”

[4:38AM]

시각을 확인한 순영은 곧 짜증나는 듯 제 얼굴을 쓸어내렸고, 여주를 내려다보던 순영이 재킷을 벗곤 화장실로 향했다. 찬 물에 수건을 적셔온 순영이 곱게 접은 수건을 여주의 이마 위에 올렸고, 탁자 옆에 놓인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앉았다.

“.........”

순영의 찬 손이 뜨거운 여주의 볼에 닿고, 여주는 시원한 느낌이 좋아서인지 순영의 속도 모르고 옅은 미소를 띠었다. 이불을 더 올려 덮어준 순영이 해가 뜰 때 까지 어두운 표정으로 여주를 살폈다.

“.........”

늦은 시각 귀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생각도 안해봤는데, 새벽이 이렇게 싫기는 처음이었다.

아무것도 못해주는 거지같은 느낌이 또다시 자신을 제패하는게 순영은 죽도록 싫었다.

“.........”

“.........”

여주가 느릿하게 눈을 뜨고 곧 어지러움과 무거운듯한 몸에 인상을 작게 찌푸렸다. 그리고 곧 제 손을 잡은 채 고개를 푹 숙여 잠들어있는 순영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자신이 아픔을 곧 깨달은 여주가 작은 한숨을 토해냈다.

“.......”

잡힌 손에 온기가 좋았던 여주가 순영의 손을 조금 더 힘을 주어 잡았고, 곧 순영의 눈이 떠졌다. ..괜찮아?

“..왜 그러고 자요.”

“이따 가게 열면 죽이랑 약 사올게.”

“..한 숨도 못잤어요?”

“좀 더 자. 아직 열 있어.”

“옷도 그대로잖아요, 미안하게 왜그래요.”

“싫어.”

“........”

“너 아픈거, 싫다고.”

“........”

“........”

갈라진 목소리가 순영을 향했고, 걱정어린 목소리가 여주를 향했다. 이루어지지 않는 대화 속 순영이 제 진심을 토해냈다. 여주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거리자 순영이 그 눈에 제 손을 얹었다. 자연스레 여주의 눈이 감기고 순영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어서 자,

“이따 약이랑 죽 사오면 깨울게.”

“..아저씨,”

“........”

“오해해도 돼요?”

“...뭐를,”

“아저씨가,”

나 좋아하는거로.

여전히 가려진 시선에 여주는 순영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순영은 그 물음에 한참 답이 없더니 손을 떼곤 여주의 이마에 올려져있던 물수건을 갈아줬다. 대답 없는 순영에 여주가 포기한 듯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 때 즈음, 순영의 대답이 온전하게 여주를 향했다. 바보 맞네,

“..........”

“오해가 아니라,”

[세븐틴/권순영] 비가 그칠까요, 04 | 인스티즈

사실인데.

“.........”

“뭘 그렇게 애틋하게 봐요.”

“.........”

“죽도 먹고, 약도 먹었고, 한 숨 잤고,”

이제 좀 괜찮아요.

여주의 말에 현관에 선 순영이 한 발짝 더 다가가 여주의 목에 제 손을 감쌌다. 여주가 눈을 여러번 깜박거리자 순영이 순식간에 허리를 숙여 여주의 이마에 제 이마를 가져다댔다.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뜬 여주가 무어라 말 하기도 전에 순영이 말했다. 아직도 뜨거워, 너.

“.........”

“.........”

자기 전에 물수건 한 번 더 올리고 자.

순영이 이마를 떼고 여주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불 꼭 잘 덮고 자고,

“.........”

“많이 아프면 해열제 하나 더 먹고,”

“.........”

“...너무 많이 아프면,”

전화해.

“..일하는데 무슨..됐어요.”

“전화해. 괜찮아.”

순영이 여주의 얼굴을 제 손으로 감쌌다.

..갔다올게, 잘자.

띠리릭-.

“........”

순영이 나가자 여주가 참아왔던 눈물을 소리없이 흘렸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이 처음이었고, 그 따스함이 너무 좋은데 아파서. 현관불이 꺼지고 나서도 그자리에서 한참을 소리없이 울던 여주가 순영의 말 대로 물수건을 올린 채 잠에 들었다.

“진짜라고, 왜 안믿는데.”

“야, 우리가 뭔 운명이야. 도랏냐.”

뒷자석에 앉은 원우와 민규의 대화였다. 며칠 전 서점에서 운명을 만났다며 분위기가 장난없었다는 원우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않는 민규였고, 원우는 왜 안믿냐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에 체념하듯 창밖을 바라보던 민규가 말을 이었다.

“우리 뭐하는지 알면 다 도망갈거야, 운명 타령하지마, 임마.”

겁나 차갑게 생겨선 완전 감성터져.

“야. 감성터지는 애 인거 알면서 왜 그렇게 말하냐, 섭하게. 다음에 서점가면 꼭 번호 달라고 할거야.”

“퍽이나 또 마주치겠다, 그 큰 서점에서.”

차가 멈추자 자연스레 대화가 끊긴 민규와 원우는 앞좌석에 탄 남자의 말에 차에서 내렸고 곧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리고 원우가 작게 중얼거렸다. 무슨 쫄따구 두 명 한테 이런 일을 시키냐.

“야, 쫄따구니까 시키지. 피지컬 오지는 애들이 칼빵 맞으면 조직에 피해 가잖냐.”

우린 칼받이지, 어엉 칼받이.

“그래도, 뭣도 모르고 그냥 아무나 있으면 잡아오라니.”

“우리가 안하면 누가하냐. 괜히 얼굴팔려있는 사람들 쓰면 동선만 노출되고.”

띵-.

엘레베이터가 멈추고, 곧 총을 거머 쥔 원우와 민규가 조용한 복도를 소리없이 걸었다. 한 문 앞에 선 둘이 조용히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더니 민규는 벽에 기댄 채 총을 쥐고 서있었고, 원우는 제 휴대폰에 적힌 번호를 그대로 도어락에 입력했다.

“........”

원우가 소리없이 총을 쥔 채 집에 들어서고, 민규는 여전히 복도에 망을 보듯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

거실을 둘러보던 원우가 살짝 열려있는 방문을 톡 건드렸다. 소리없이 활짝 열린 문에 원우의 검은 구둣발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곧 아직 꺼지지 않은 현관 불로 인해 비춰진,

“.........”

[세븐틴/권순영] 비가 그칠까요, 04 | 인스티즈

...얘가 왜 여깄어,

여주가 원우 시야에 들어왔다.

**

좀 짧지만 이쯤 끊는게 예뻐서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회차네요! 🙂 근데 생각보다 장편으로 나올 것 같진 않아요! 단편보단 긴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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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뭐야? 권순영 집 노출된거야???미. 쳤다 ㅜㅜ 그리고 여주랑 순영이 말은 안했지 사귀고 있는거 맞죠
•••답글
넉점반
에이, 당연히 그르코 그른 사인거져 므흣ㅎㅎㅎㅎㅎ ☺️
•••
독자2
헙 세상에 기가막힌 타이밍에 끊으셔서 제 심장이 아주 조마조마합니다 아니 그리구 ㅠㅠㅠ 브금을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올려 주시는지!!!!!!!! 저 프롤로그부터 있던 노래들 다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고 잘 거예요. 아무튼!!!!! 무심한 말투로 다정하게 걱정해 주는 거 너무 좋은데 순영이 집에 들이닥친 둘 덕분에 떨리는 마음 안고 잠에 들러 갑니다...♡
•••답글
넉점반
크으 브금 설정할 때 고생하는 보람이 있네여!!! 독자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도 되구!! 다음화에 또 만나요! 😚❤️
•••
독자3
뭐야 진짜 찾아왔네...그냥 여주랑 순영인 놔주라ㅜㅜ 시켜서 어쩔수없이 하는거고 누구때문에 망해서 이렇게 된건데 그게 저 애들 잘못은 아니잖아🥺
•••답글
넉점반
마자... 둘이 잘먹고 잘살게 해줘.. 우리 주잉공들...😢
•••
독자4
헐 작가님 ㅠㅠㅜㅜㅜ너무 재밌어요ㅠㅠㅜㅠ후다닥 보고 여기까지 왔네요,,,짱짱
다음화도 기다릴게요~!!!🥺👍

•••답글
넉점반
옴마갓 다 읽고 재밌게 기다려주신다니 ㄴ넘 기뻐여! 완결까지 함께 달려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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