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주말, 갑자기 들이닥친 타오의 임신 소식은 세훈이의 기분을 망쳐놓기에 충분했어.
순간적으로 열이 뻗쳐 손에 잡히는대로 전부 던지고, 소리지르고.
나한테 왜 이러냐, 온갖 욕을 하던 도중 문득 생각이 나 그냥 쇼파에 주저앉아버려.
생각하기도 싫지만, 잊을 수도 없는 기억에.
고등학생 때, 세훈이가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어.
방황하는 세훈이에게 진정으로 친해지고 싶다는 애였는데, 세훈이가 계속 밀어냈어.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은 잘 몰랐거든.
진짜 끈질기게 달라붙었었는데, 18살의 오세훈은 진심이라는 걸 알지 못했어.
너, 나 좋냐?
당연하지!
그럼 나랑 자.
-
2주가 지나고, 둘은 다시 만났어. 옥상에서.
세훈아, 나 임신한 것 같아.
"어쩌라고."
"어쩌냐니, 네 아기잖아. 오세훈."
"누가 애새끼 배라고 그랬냐? 뭐 어쩌라고 그래서. 낳으려고? 공부해서 대학간다며?"
"...세훈아. 지금 날 걱정하는거면 ..."
"너 알아서 필터링하는건 상관없는데. 니 인생 살거면 지워."
"세훈아."
"그래 사실 나 살라고 하는 소리다. 지워. 씨발년아."
"다음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잘 해줘.
뭐?"
"...난 니가 날 좋아하는 줄 알았어."
"ㅇ...야!!!"
그리고 그날,
오세훈은 사랑하는 두 사람을 잃었고.
-
그 뒤로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더 이상 진심으로 마음을 주질 못했어.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못했고. 사랑을 표현하는 법도 몰랐어.
좋아해도 그 사람을 잡을 수 없었고, 자신이 사랑받는지도 몰랐지.
그렇게 심장이 싸늘하게 식어만 갔어.
2. 누군가 말했지,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아니라고
세훈이는 아까부터 터질 듯이 울려대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타오가 굴러떨어진 비상계단에 앉아 담배만 줄창 피워대고 있어.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담배를 걸치고 있다가 손등을 스치고 떨어지는 담뱃재에 놀라선 손등을 털어내고 폰을 확인하는데,
세시간 전에 병원으로 오라던 크리스, 수술 중이라던 종대의 문자, 그리고... 수술이 잘 끝났다며, 아기도 무사하다며 온 카톡.
멍하니 그것들을 읽어나가던 세훈은 4년 전의 일이 겹쳐 보여 굽혀 앉은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어.
왜 이렇게 날 괴롭히는건데, 왜.
담배가 타 들어가는지도 모른 채 계속 눈만 감고 미친 듯 뛰는 심장을 추스리는데, 종대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여보세요."
[세훈씨, 어디에요?]
"....."
[말 안 해도 돼요. 그냥 들어요.]
자세를 고쳐 앉은 세훈이 전화를 좀 더 가까이 가져다댔어.
[수술 잘 끝났어요. 아기도 무사하고, 임신한 지는 한달 조금 안 된것 같대요. 타오씨 조금 전에 일어나서 지금은 진찰 받고 있어요.]
"………"
[세훈씨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실 태은아빠가 조금 말해준 게 있어요. 타오씨는 그냥 엔조이일 뿐이라고.]
"………"
[하나만 말해줄게요. 타오씨는 세훈씨 정말 좋아해요, 지금도.]
"………"
[아기 생겼다는 소리 듣고, 세훈씨한테 연락했는데, 덜컥 무서웠대요. 싫어할까봐. 그리고 세훈씨가 화내자마자 생각했대요.]
"………"
[혼자라도 낳아서 키우자, 가 아니라]
"………"
[지우자.]
세훈은 심장이 철렁했어. 그래서 그랬구나, 내가 보는 앞에서 떨어졌구나.
[세훈씨, 아기라는 건,]
……미안해,
[선물이에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내가, 내가 잘못했어, 타오.
[…그러니까, 싫어하진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두 번 다신 후회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날 용서해줘…
+++++
1. 뭔가 제목이나 내용이 많이 바뀌셔서 놀라셨죠?
이제 베이비시터 종대와 애기아빠 크리스가 아닌 태은엄마와 태은아빠로 행쇼했기때문에
주위 인물들을 행쇼시키려는 XOXO! 의 몸부림이라고 생각해주세요...♥
2. 재미가 없을지도...모르겠네요ㅠㅜㅠㅜㅠㅠㅜ너무 진지하기만해서ㅠㅜㅠㅜㅠㅜㅠㅜ
죄송해여.....제 필력이 여기까지라...
3. 다음편은 누굴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