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으....머리야. 민호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집에 들어왔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온 세상이 핑핑 돌았다. 빨리 잠이나 자야지..하고 침대에 누우려 한 순간, 어제 놀고 간 옆집 꼬맹이가 두고 간 것인지 예쁜 인형이 보였다. 그것도 손수건 까지 덮고 있는. 민호는 내가 어제 왜 이것을 못 봤을까 자책하며 인형을 침대 옆 탁자에 올려두고 자리에 누웠다. 내일 꼬마에게 가져다 줘야지. 그리고 민호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든지 얼마나 지났을까.옆에서 자꾸 쨍알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인가 싶어 무거운 눈꺼풀을 살짝 들어보니 아직 어두컴컴한데. 민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어랏, 근데 이제 무언가가 얼굴을 톡톡 두드리기까지 한다. 혹시 도둑이 들아왔나 싶어서 눈을 발딱 뜨고 몸을 일으키니 아무것도 없어 다시 누우려는 순간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까마귀 뺨치는. 민호는 눈살을 있는대로 찌푸리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그런데 비명이 나는 곳이..아까 그 인형? 심지어 움직이기까지 한다. 말도 해. 컬쳐쇼크에 빠진 민호는 내버려두고 인형은 민호의 눈 앞을 날아다니며 조잘댔다. 그러나 민호가 영 정신을 못 차리자 작은 손을 꼬물대더니 지팡이를 꺼냈다. 그리고 그 지팡이를 휙! 휘두르자 민호의 머리 위로 까만 먹구름이 생기더니 비가 쏟아졌다. 신기하게도 주변 가구는 아무것도 젖지 않고 오직 민호만. 그렇게 찬 물을 홀딱 뒤집어쓴 민호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헐...하나님. 내가 지금 헛것을 보나요..라며 기범을 부정하던 민호에게 기범이 말했다. 바보야 나 요정이야. 너 꿈꾸는 거 아니고 나 헛 것 아니라구. 이제 정신 차리고 나 좀 봐봐. 어깨를 으쓱대는 요정을 보며 물었다. 근데 너 왜 여깄니. 내 집에는 왜 왔어? 아니 저녁에 새벽별 보려고 나와서 꽃 사이에 숨어있는데 비가 쏟아지더라구. 마침 너네 집 창문이 열려있더라. 아하. 근데 나와도 뭐라 안하니 너희 부모님은? 음..사실 내가 요정나라 막내 왕자 기범님이라서. 발칵 뒤집히긴 했겠지만 그러려고 나온 거니까. 그럼 됬고 나 이제 다시 자도 돼? 나 졸려요-를 온몸으로 말하며 두 손을 모으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날 쳐다보는 요정이 귀여웠다. 그래서일까. 요정이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침대 머리맡에 자리를 마련해주고 손수건도 덮어줬다. 비록 나는 잠을 설쳤지만. 온갖 상상에 망상을 펼치다 어느 틈에 잠들었는지 벌써 아침이었다. 머리맡을 보니 손수건만 곱게 접혀있을 뿐 아무것도 없네. 꿈인가. 꿈이었나 기억을 되돌려봐도 어제 요정이 내린 비에 내 옷은 아직 축축한데. 피곤해서 개꿈을 꿨나..회사로 출근하며 어젯밤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민호가 보지 못한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민호의 침실에 있는 창이 어젯밤 본 요정의 크기 만큼 열려 있는 것을. 그리고 창에 작게 쓰여진 문장도. 난 밤마다 찾아올거야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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