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요즘 내가 이상한 거 같다. 자꾸 기범이 얼굴이 전공책 위에 둥둥 떠다닌다. 심지어 교수 얼굴이 기범이로 보여서 강의 도중에 나도 몰래 기범이 이름을 부를 뻔 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저께까지는 좀 양호한 편이었다. 그나마 그 때는 얼굴만 보이더니 요새는 지나가던 강아지를 봐도 여우로 변한 기범이로 보이고 흔들리는 물체만 봐도 살랑이는 기범이 꼬리로 보인다. 하 see?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까는 동기에게 여자 생겼냐는 얘기도 들었다. 이유를 물으니 강의시간 내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고 평상시보다 얼굴이 밝아졌단다. 아닌데. 기범인 내 10년지기 친군데. 친구끼리 그렇고 그런 감정이 생길 수 있나? 아니 친구관계 다 떠나서 우리 둘은. 둘 다 남자잖아. 일단 기범이를 만나봐야겠다. 그렇게 기범이랑 주말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쏜살같이 흐르던 시간이 갑자기 누가 시계바늘을 붙들고 늘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 만큼 '기범병'은 더 심해져서 이젠 하얀 거만 봐도 기범이로 보이고 사람 얼굴이 전부 기범이로 보일 지경에 이르고. 하. 미치겠다. 그렇게 주말이 되고 기범일 만났다. 근데 이 녀석 전엔 몰랐는데 사랑스럽다. 하는 짓 하나하나 귀여워보였다.그렇게 정줄을 놓은 사이 내가 좀 이상해 보였는지 '민호야 왜그래?'라고 기범이가 물어왔는데 웅얼대는 그 입술이 너무 예뻐서- 그대로 마우스 투 마우스. 기범이 입에 살짝 뽀뽀했다.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기범일 좋아했던 거구나? 전부터 까칠하게 굴어도 귀엽기만 했던 이유가 그거였나 보다. 그럼 이제 문제는 기범이의 마음인데. 생각을 정리하고 기범이를 보자 기범이의 볼이 발개져 있었다. 어째 예감이 좋은데? 그대로 고백하려는 순간 기범이가 도망가버렸다. 최민호 이 바부야!! 이제야 알았냐!!를 외치면서. 부끄럼 많이 타는 건 변함이 없구나. 그래도 이제 저 까칠해고 귀여운 여우는 내꺼다. 쫒아가서 제대로 고백하고 꼭 안아줘야지. 텀이 길었던 까닭에 급 달달물. 어쨌든 완결입니다 ㅎㅎ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