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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내가 네 얼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네가 왜 저기에 있을까, 네가 왜 그들 사이에 있을까, 이런 게 아니라, 
네가 살아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더 비참했어.





서울구울
Seoul Ghoul







03.




내가 왜 항상 인간을 죽일 때 굳이 귀찮게 목을 잘라내냐고? 으음… 나는 항상 생각해왔어. 혹시 내가 그렇게 목을 갈라버린 인간 중에서 나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고. 스스로 떨어져나간 목과 몸을 꿰매고 지옥 문 앞에서 얼쩡대던 걸음을 다시 현실로 돌려 두번째 생을 시작하는, 그런 존재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래, 사실 나는 곁에 있을 무언가가 필요했는지도 몰라. 내가 만들어낸 불완전한 구울들이 아닌, 진짜 구울이. 영생을 함께하며 무조건적으로 내 편이 되어 줄 그런 존재가. 민호야, 너는 너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나를, 여전히 저주하니?

끝내 빙빙 돌아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에 민호는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여전히 너를 저주해. 민호의 말에 기범은 웃어버렸다. 그래. 죽을때까지 나를 저주하고 죽음의 끝에서 내게 복수하러 돌아와. 그리고 그렇게 돌아와서는 계속 내 곁에 있어줘. 그는 대답없이 기범의 손을 꼭 잡았다. 버석하게 마른 손이 차갑다. 기범아.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기범은 문득 울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몇 년만에 이런 기분을 느끼는거지. 민호는 그런 기범의 기분을 다 아는 듯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손과 어깨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한때 마구잡이로 부수어졌던 관절 부분이 고스란히 느껴져 민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팠어? 묻는 말에 기범은 아니, 했다. 죽은 다음에 잘려서 하나도 안 아팠어. 깨어났을 때에도, 이미 죽었기 때문에 괜찮았어. 


"민호야. 너는 고통을 느끼지?"
"응."
"나는, 아프다는 느낌이 뭔지 완전히 잊어버렸어."


그게 너와 나의 차이야.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냥 혼자 살아갈 걸 그랬나. 이어지는 기범의 말에 민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세상에 홀로 남아 사무치는 외로움에 끝내 인간에게 제 일부를 넘겨 저와 같은 존재로 만들려 했던 그. 그러나 실패해버렸던. 민호는 자신의 심장에 여전히 박혀있는 기범의 손톱을 느꼈다. 사실, 너를 원망하고 저주했던 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어. 나를 불완전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사실 보다는 말이야… 내가, 너의 끝없는 외로움에 위로가 되어주지 못해서. 네가 만일 나를 완벽하게 만들었더라면, 너는 지금까지 너를 괴롭히는 악몽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너를 저주했어. 감히 네 곁을 채우려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존재로 나를 만들어버려서. 민호는 속으로 삭힌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프다. 기범아, 네 손톱이 박힌 심장이 더이상 움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파. 아파서 죽어버릴 것 같아. 나는 죽을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기범은 제 곁에 붙어앉아 떨어질 줄 모르는 민호를 잠깐 응시하다 눈을 감아버렸다. 잠에 들지 않는게 보통인 구울이지만 기범은 아주 가끔 불안한 상태에서 꿈이란 걸 꾸곤 했다. 항상 같은 내용의 꿈은 그의 풀어지려던 마음을 항상 채찍질로 돌려놓곤 했다. 이번에도, 그는 어둠속에 홀로 누워있었다.


뚝, 뚝, 피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기범은 흙이 묻은 얼굴을 닦아내려 손을 들었다가, 뻣뻣한 움직임에 불편해 그만 두었다. 이미 부패가 시작 된 몸에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의 것 마냥 맑은 핏물이 떨어진다. 기범은 삐그덕대는 다리를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자연스럽게 붙은 몸이 관절마다 혐오스럽게 일그러져 있다. 기범은 그 흉터를 내려다보며 자신에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직감했다. 내가 죽은 뒤에도 그들은 내 온몸을 잘라내었구나. 언뜻 구더기 같은 것들이 찢겨진 살가죽을 뚫고 기어다니는 듯 했다. 그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자신이 죽었던 곳으로 가고 싶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그는 몇번이고 나무나 돌 등에 걸려 넘어지며 산 속을 헤매였다. 아, 저 멀리 보이는 산장에서 반가운 혈향이 난다. 기범은 조금 더 빨리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산장의 문을 열자마자 분명 바싹 말라붙어 있던 제 피가 돌아옴을 느꼈다. 구석에 먼지가 쌓여 무엇인지 구분도 잘 가지 않던 그의 왼쪽 안구가 날아와 원래 있어야 했던 자리로 향했다. 죽은 피부 조직이 재생하며 안구의 위에 눈꺼풀을 만들어냈고 죽기 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게 좋은 시력을 얻었다. 제대로 보이는 눈 앞의 풍경에 기범은 소리내어 웃었다. 여전히 덜렁거리는 목만 어떻게 처리하면, 완벽해질 것 같았다. 기범은 구석에 떨어져있던 생전에 들고다녔던 가방을 열어 반짇고리를 찾아 들었다. 느릿느릿한 손으로 녹이 슨 바늘을 뽑아 까만 실을 꿴다. 대충 매듭을 짓고 원래 이어져있어야 했던 목 언저리에 푹 바늘을 꽂았다. 하나, 둘, 하나, 둘. 설겅설겅 연결된 몸과 머리가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듯 붙었다. 

그는 비틀어져 붙은 팔을 제대로 돌려 고정한 뒤 가방을 좀 더 뒤져 옷가지를 꺼냈다. 아무렇게나 챙겨 볼품없는 트레닝복을 대충 걸치고 그는 산을 내려갔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 수록 그의 죽은 심장이 쿵쾅대는 듯 했다. 인간이 저 아래에 있어. 기범은 거칠어지는 숨을 몰아쉬며 빠르게 다리를 움직였다. 너를 죽일거야. 너를 죽일거야. 너를 죽일거야. 너를 죽이고 네가 그랬던 것 처럼 온 몸을 잘게 찢어 꼭꼭 씹어 삼킬거야. 그 피를 마시고 살아있음을 느낄거야. 내 심장이 뛰지 않으니 네 심장도 뛰지 않도록, 갈기 갈기 찢어낼거야. 나는 살아있어. 나는 죽지 않았고, 절대 죽지 않을 거야.


살려주세요, 살려 주…
시끄러워.


배를 뚫고 손을 집어 넣으면 느껴지는 뭉글대는 장기의 따뜻함이 마음에 들었다. 얇은 살을 파헤치고 늑골을 좌우로 벌려 그 따뜻한 것을 한 입에 먹어 치운다. 맛있어. 뜨거워. 기범은 피투성이가 된 입가를 닦아내고 다시 머리를 처박았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이미 죽어버린 남자의 심장에 푹 박힌다. 찢겨진 심방 안을 혀로 햝아 올리고 이어진 혈관을 물어 뜯는다. 으드득,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뜯겨나간 오른 팔의 어깨죽지를 물고 빠르게 씹어 삼켰다.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소리가 들려 기범은 걸렛조각이 된 남자의 시체를 발로 차 버리고 다시금 주변을 살폈다. 향기로운 피 냄새가 코를 찔러 깊게 숨을 들이쉬고 걸음을 옮긴다. 익숙한 남자의 얼굴이 보여 기범은 소리내어 깔깔 웃었다. 경악을 넘어서서 반쯤 제정신을 잃은 남자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그를 기쁘게 했다. 


아저씨, 안녕.


피 범벅이 된 손을 흔드는 기범에 다리가 풀려 바닥으로 주저앉은 남자가 곧 바지를 축축하게 적셨다. 기범은 그것을 손가락질 하며 더욱 크게 웃었다. 그가 다가갈수록 남자는 뒤로 기어간다. 


아저씨. 내가 도망갈땐 그렇게 따라오더니, 왜 지금은 피해?
네가, 네가 어떻게…
아저씨 찾으러 지옥에서부터 기어 올라왔어.


괴기스러운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울린다. 기범은 자신이 웃는지도 모르며 남자의 목을 향해 손톱을 세웠다. 콱, 공포심에 눈물을 흘리는 남자의 살을 그의 손톱이 파고 들어간다. 기범은 쾌감에 몸을 떨며 남자의 어깨에 이를 박아 넣었다. 인간의 것이라 할 수 없는 단단한 송곳니가 그의 몸을 순식간에 찢어 발겼다. 뿜어져 나오는 피에 온몸이 젖어간다. 박아넣은 손톱을 좌우로 마구 움직였다. 찌걱이며 살덩이가 마찰하는 소리가 울린다. 꾸물대며 경련을 일으키는 남자의 눈이 완전히 뒤집힌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기범은 손을 뽑아 질척이는 핏물을 햝아내고 반쯤 떨어져 덜렁대는 남자의 목을 거세게 그었다. 툭 떨어진 목에서 콸콸 방대한 양의 피가 쏟아져 내렸다. 끝없이 웃음을 뱉어내며 제 작품을 만족스럽게 쓰다듬는다. 아저씨도 지옥에서 다시 돌아와, 그 땐 친구가 되어줄게. 아랫입술을 햝은 기범은 죽은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그 머리를 들어올렸다. 아비규환이 된 마을 중앙에 그 머리를 던져놓은 기범은 빨간색으로 물든 제 옷을 멍하니 내려다 보다 걸음을 옮겼다. 양장복점이라 쓰여진 간판 앞에 다다라 그는 꽉 닫힌 문을 걷어 차 부수었다.


언니, 나 까만걸로 예쁜 거 하나만 줘.


눈웃음을 치며 말하는 기범과는 정 반대의 표정으로 덜덜 떨고있는 매장 직원 두명 중 한명이 결국 까무룩 정신을 잃고 바닥에 늘어졌다. 기범은 그 모습에 멋쩍은듯 어깨를 으쓱하곤 진열된 양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꼼꼼히 이것저것 비교해가며 양복을 고르던 기범은 제 몸에 딱 맞을 것 같은 옷을 골라들고 버젓히 탈의실로 들어갔다. 피에 절어 금방이라도 벗겨질 것 같던 허름한 옷을 벗어버리고 꿰어입은 양복은 마치 제 것 처럼 잘 어울려서 기범은 만족스러웠다. 까만게 아무래도 뭐가 묻어도 표가 덜 나겠지. 혼자 중얼대던 그는 악세사리를 진열해 좋은 테이블 쪽에서 빨간 스카프를 찾아 쥐었다. 


이것도. 줄거지?


주저앉아 있던 여자가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기범은 고마워, 하고 매장을 나왔다. 슬쩍 챙긴 휴지로 핏자국을 닦아내고 흉측하게 벌어진 목덜미에 빨간 스카프를 맨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과 같은 존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휘휘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니 개미 한마리 보이지 않는다. 기범은 콧노래를 부르며 문이 닫힌 집을 차례로 방문했다. 쾅, 쾅, 단단히 잠구고 가구로 막기까지 한 문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며 마을 주민들은 절망했다. 저 괴물이 또 무슨 짓을 할까. 모두 그렇게 생각하며 집 안 가장 깊은 곳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집을 뒤졌을까, 기범은 눈에 띄게 잘 생긴 소년을 앉은 여자에게 고운 손을 내밀었다.


그거, 나 줘.
아… 안돼요… 제발, 아이만은…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안은 손에 더욱 힘을 주는 여자에 기범은 기분이 이상해졌다. 소중한 거야? 정말 모르겠다는 기범의 말에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제발, 아이는 살려주세요. 차라리 저를… 흐느낌 소리가 커질수록 속이 안좋아졌다. 


시끄러워. 울지 마.


기범의 말에 여자가 이를 악 물었다. 여전히 흐르는 눈물이 거슬린다. 내가 죽었을 땐 아무도 그렇게 울지 않았는데. 그는 팔을 뻗어 여자의 어깨를 살짝 밀어냈다. 그리고 세상 모르고 잠든 아이의 팔을 이끌었다. 마구 도리질을 하며 필사적으로 아이를 빼앗으려는 여자의 행동에 기범은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손톱을 세웠다가 갑작스럽게 든 생각에 뒤로 확 물러섰다. 


얘 안죽일거야. 너도 안죽일거야.
대체 왜…
절대 죽지 않게 할거야. 가끔 얼굴도 보여줄게. 그러니까 울지 마.


얘, 이름이 뭐야? 기범의 물음에 의문을 담은 눈동자를 한 여자가 곧 민호, 최민호. 하고 대답했다. 기범은 여자의 대답을 듣자마자 미련없이 등을 돌려 집을 나갔다. 더욱 커진 엉엉 우는 소리에 기범은 아이를 안은 쪽의 반대 팔을 휘저으며 마치 자신을 공격하는 듯한 소리를 떨쳐내었다.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빠른 걸음으로 동네를 벗어나며 소중하게 품은 민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계속 잠들어있는 줄 알았던 민호는 어느새 눈을 떠 기범을 올려다보고 있다.


언제 깼어? 
방금. 넌 누구야?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경계하는 듯 날이 선 목소리로 묻는다. 기범은 웃으며 민호를 내려놓았다. 발이 자유로워진 그는 곧장 기범에게서 멀어져 커다란 나무 뒤로 조그만 몸을 숨겼다. 낮선 사람 따라가면 안된다고 배웠는데. 긴장감에 마른 침을 꼴깍 삼킨 민호는 기범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우리 아빠보다 키도 작고, 마르고, 힘도 약해 보여… 입을 헤 벌리고 생각하던 그는 기범이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천천히 다시 기범의 앞으로 다가왔다. 누구야? 다시 묻는 얼굴이 꼭 제 마음에 들어 기범은 예쁘게 웃었다. 


나는 기범이야. 앞으로 우린 친구가 될 거야.
친구? 


고개를 갸웃대는 모습에 소리내어 웃은 기범은 자세를 낮춰 민호와 눈을 마주했다. 귀엽다, 너. 그 말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힌 민호가 제 입을 열어 너는 예쁘다. 하고 말했다. 국민학교 1학년인 민호는 친구에게 칭찬을 들으면 자신도 같이 그 친구를 칭찬해주면 좋다고 선생님께 배웠기 때문이었다. 민호는 조용히 제 손을 잡아 이끄는 기범의 뒤를 따라갔다. 우리 놀러 가는거야? 아무것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는 민호에게 기범은 문득 조금 미안해졌다. 그래도, 너무 미워하진 말아줘. 나는 이렇게 해야만 해. 이유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해야만 해. 


민호야. 너, 내 친구가 되어 줄 거야?
으응. 친구 해.
정말? 나중에 딴 말 하기 없기야.


기범은 손으로 민호의 눈을 가렸다. 잘 빠진 손을 들어 민호의 가슴을 훑는다. 콩콩대며 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기범은 망설임 없이 제 손톱을 작은 가슴에 박아 넣었다. 헤집지 않고 일자로, 정확히 심장의 가운데를 뚫도록.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까무라친 민호의 얼굴을 보며 기범은 이를 악물고 제 손톱을 뽑아 내 그 안에 남겨두고 손을 빼냈다. 그의 손톱이 박힌 심장이 점점 차갑게 식어간다. 기범은 뻥 구멍이 뚫린 민호의 가슴을 계속해서 쓸어주었다. 아팠지. 미안해. 작은 몸을 들어올린 그는 제가 죽었던 산장으로 향했다. 민호가 깨어날 때 까지 있을 곳이라곤 그 곳 밖에 없었다. 민호야, 네가 정신을 차리고 나와 같은 존재가 되고 나면 함께 서울로 가자. 응, 함께 가자. 완전히 망쳐버린 첫번째 삶을 잊을 수 있도록, 내 두번째 삶에는 네가 있어주면 참 좋겠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 태어나자마자 하나뿐인 어머니까지 잃은 기범은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또래 아이들보다 영악하고 되바라졌지만 참 잘 웃고 싹싹하던 아이였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그냥 할머니를 도와 식당일을 했고, 끝내 그 할머니 조차 잃고 나서는 사방으로 일을 구하러 다녔었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던 남자들을 따라 나선 것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함이었다. 살기 위하여 잡은 손이었는데.

마구잡이로 벗겨져 내린 옷가지가 아깝다는 생각도, 누군가가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못하고 맨몸으로 도망치던 그는 하필 달리기에 취약해 금방 잡히고 말았었다. 울며불며 발버둥을 쳐도 그저 웃음거리 되었을 뿐이었다. 그랬었다. 이를 악물고 복수만을 생각했다. 끝내 목이 잘려 나갈때 까지 그의 머릿속은 온통 복수 뿐이었으며 죽음의 문턱 앞에서도 그들을 저주했다. 죽일거야. 내가 당신을 죽이고 말 거야. 반드시. 빨간 세상에 널부러져 그는 간절히 복수를 바랐다. 

그리고 몇달 후, 그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졌다. 












종현은 망연히 텅 비어서 피 범벅이 된 진기의 집 안을 응시했다. 표면적으로는 강도살인이라 이름 붙여졌지만 이미 근처에서는 구울들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심지어 진기의 집 근처에서도 손톱이나 치아등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있었기에, 그 소문은 거의 확정된 것이었다. 종현은 헛웃음을 뱉으며 진기의 얼굴을 떠올렸다. 네가 처음 사고가 났다고 했을 때, 난 정말 세상을 다 잃는 줄 알았어. 네가 무사하기 만을 바랐고 다시 돌아온 너에게, 그리고 신에게 몇번이고 감사했어. 그런데 이게 뭐야? 어떻게 한순간에 그토록 소중한 너를 두번이나 내게서 앗아가는 거야?


"학생! 거기서 나와!"


남자들에게 떠밀려 구석으로 처박힌 종현은 떠져나오는 눈물을 그대로 흘려보냈다. 진기야, 어디로 가버렸어. 진기야. 제발 저 안에 있는 시체가 네가 아니라고 해줘… 끝없이 쏟아지는 눈물이 보도블럭 위에 떨어져 까만 점을 만들어간다. 종현은 엉엉 소리내어 울며 가슴을 쳤다. 네가 없는 세상을 내가 어떻게 살아. 진기야. 너는, 너는 내 모든 것을 쥐고 흔들던 사람인데… 네가 없으면 나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흐릿한 시야가 더욱 그의 눈물을 부추긴다. 네가 없는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내게 있나. 나도 너를 따라 죽어버릴까. 거기까지 생각한 종현은 고개를 저었다. 하늘에서 만나면 아마 무지하게 혼나겠지. 왜 자길 따라왔냐고, 마구 화를 나겠지. 진기야, 너는 그런 사람이지…


"…죽은 사람중에 소중한 사람이 있나요?"


제 몸을 덮어오는 그림자에 종현은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눈물이 가득 담긴 눈이 애처롭게 빛난다. 그림자의 주인은 앳되어 보이는 소년으로, 꽤 미인상이었다.


"이태민이라고 해요. 구울이 제 모든 것을 앗아갔죠."
"당신도…?"
"예. 그래서 저는 복수전을 계획하고 있어요."


우리, 함께하지 않을래요. 태민이 손을 내밀었다. 최대한 승률을 높히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태민은 계획만 줄줄 읊던 사람들 대신 직접 발로 뛰며 구울에 의해 상처입은 사람을 만나곤 했다. 그리고, 이번에 꽤나 수확이 될 듯한 남자를 발견했던 것이다. 종현은 그런 태민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곧 제 손을 뻗어 그 손을 마주잡았다. 종현은 제 연인을 앗아간 구울을 용서할 수 없었다. 비록 이렇게 한다고 해서 진기가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이 모든건 자신을 위한것이라 생각했다. 진기야. 너를 위해서 복수한다는 소리는 하지 않을게. 내 상실감을 위한 일이니 나를 탓하지 말아 줘. 종현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지탱해 서서, 눈물을 닦아내었다. 











* * *

아코 이번 편에서 제일 아끼는 캐릭터가 드러나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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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레몬입니당 기범이가 안쓰러워요....ㅠㅠ 민호는 완전한 구울이 아니여서 늙고 언젠간 죽는 거겠죠? 그러면 기범인 다시 외로워질테고...그나저나 기범이 능력 좋네요...5살 어린 그것도 어린앨 키잡!!!!심지어 저를 죽인(...) 하하하ㅏ하ㅏ
10년 전
독자2
콰지모도에요!!ㄷ원래 크로테스한걸 그렇게 즐기눈편은 아닌데 앵님것은 좋네요ㅎㅎㅎ메두사에서도 그렇고...제일 아끼는 캐릭터는 태민이??
10년 전
독자3
제일아끼는 캐릭터는 태민이인가여ㅋㅋㅋ종현이랑 태민이가 같이간다니 기대되염ㅎㅎ
10년 전
독자4
으어ㅠㅠㅠㅠㅜ항상 재밌게보고있어요 샤독방에 올려주신 조각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이해해나가면서 봤네요ㅎㅎㅎ계속 느끼는거지만 종현이나 태민이보다 기범이한테서 더 슬픈감정들이 묻어나오는것같아서 안쓰럽네요ㅠ서로에게 예쁜존재가 되어야할텐데요..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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