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면은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이 자라왔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어머니,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가정을 책임지는 아버지, 그리고 자신까지 이세 가족은 화목했고, 주변의 부러움을 살만큼 아름다웠다. 그전 세대부터 재물이 넘치던 부모님은 준면에게 남들은 쉬이 경험하지 못 할 일들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여름이면전세계의 부유한 아이들이 모이는 상류층의 여름캠프라든지, 진즉부터 치룬 적성검사 결과에 맞춘 교육이라든지, 아버지 휴가마다 가족이 다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간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강남엄마들 사이에서 뭐가 유명하다더라, 인기라더라 하는 것들은 사실 준면의 어머니가 선두하던 트렌드였다. 교육 트렌드 최전방에서 모두의 팔로우를 받는 사람이 바로 준면이였고. 준면은그것들이 너무나 당연하다 여겨졌다. 태어날 때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얌전하고 책 읽는 것, 글 쓰는 것 등을 좋아하는 준면을 향해 크게 자랑스러워하던 부모님은 준면이 아버지를 따라 변호사가 되어 로펌을 이어받기를 바랐다. 준면은 그게 자신의 정도(正道)라 여기고 그에 따른 것은 당연했다. 성적을 올릴 때마다 크게 기뻐해주시는 부모님을 계속 보고 싶어 공부에 더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너무나 당연하게 준면은 강남 8학군에서 인정하는 엘리트가 되어있었고, 수능 또한 대박을 치며 화려하게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처럼 법대에 다니게 되었다. 국립대를 갈 수 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뒤를 잇는 것이 더 중요한일인 것 같아서 아버지와 같은 대학에 들어왔다. 수석으로 입학해 입학식날 선서도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대와 사랑을 더욱 받은 준면은 기쁘게 대학생활을 즐겼다.공부하고 책 읽는 것이 무엇보다 즐거워서 주변에 친구가 많지는 않았지만, 준면은 항상 그래왔기때문에 그것이 편하고 좋았다. 조부모님이 힘을 써주셔서 군대도 면제받았다. 딱히 바라던 바도 아니었지만, 시간을 얻었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학교를 다녔다. 항상 성실한 모습에 교수님들도 눈여겨보았고, 준면의부모님이 누구인지 알게 된 후로는 준면에게 모든 애정을 쏟는 교수도 있었다.
막학기를 앞둔 여름방학이었다. 딱히집에서 할 일도 없으니 도서관에 가서 신나게 책을 읽으려 했다. 차를 주차해 놓고 도서관까지 짧은 거리를걸었다. 학교는 종강 전부터 리모델링이다 뭐다 해서 소란스러웠지만, 막상도서관 안에 들어오니 딱히 시끄럽지도 않았다. 바로 앞 건물인데도 말이다. 한참 신간 소설을 읽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1층에 있던 터라 잠시 에어컨 바람도 피할 겸 건물 밖으로 나갔다. 엄마는오늘 할머니 생신이니 바로 할머니댁으로 오라는 말만 했다. 생각보다 중요한 얘기가 아니라 괜히 땡깡을부렸다. 그런건 문자로 하지 왜 전화했어, 얘기 길어질 줄알고 나왔단말이야아… 하면서. 눈으로는 계속 문 앞 화단을쳐다보고있었다. 그러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휙,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와눈이 마주쳤다. 시선의 끝에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키가큰, 꽤 잘 생긴 남자가 서있었다. 나이도 또래같아서 학생인가순간 생각했지만 땀이 흠뻑 젖은 민소매 옷이라든지, 들고있는 플라스틱 도시락이라든지, 친근하게 말거는 공사장 인부들이라든지 하는 것들로 유추했을 때 젊은 인부구나 하는 결론이 나왔다. 너무 당연하게. 의외로 제 또래를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왜 어린 나이에 공사판에서 일하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잘생겼던데.
엄마와 통화는 끊었지만 핸드폰을 계속 귀에 대고 이야기를 듣는 척 하고 있어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그러다 이내 여자애가 끼떠는 것과 같은 모양새 같아 괜히 그 남자를 힐끗 노려보고는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다시 책을 잡고 읽으려 했지만 읽히지 않았다.이상하게 아까 봤던 그 남자가 떠올랐다. 그 큰 키, 까만피부, 까만 손위에 들려있던 까만 플라스틱 도시락. 왜 어린나이인데도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걸까, 내 주위에는 그런 일 하는 사람 없는데, 신기하다. 설마 우리학교 학생인데 저기서 근로 알바 하는 걸까? 에이, 설마 아니겠지. 어느누가 학생을 막노동을 돌려. 하는 생각들. 생각은 점점 발전해준면은 이내 종인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쏟아냈다. 목소리도 굵겠지. 되게남자답게 생겼던데, 나랑 다르게. 등 별 말도 안되는 상상까지다 하고 나서야 책 세 권을 대출하고 다시 나왔다. 여름이라 해가 길어 저녁같지 않지만 이미 6시가 조금 넘었다. 늦기 전에 할머니 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며준면은 차로 걸어가면서 핸드폰의 김기사를 켜 가장 빠른 길을 탐색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손목을잽싸게 낚아채 이내 핸드폰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어, 할새도 없이 준면은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그 남자였다. 아까 내 앞에 서있던.
-
빛속으로 담편 나오면 매력 없어요?
오늘 안에 끝을 보고 잘 생각인데 나는 ㅋ.ㅋ
피드백 감사합ㄴ디ㅏ! 또 또 또 남겨줘요 또 ㅎㅎ 재미쪙 피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