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열아."
성열이, 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움, 경멸, 당황, 의심... 여러가지가 섞여서 느껴졌다. 나까지도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네. 나 없는 새에 친구 만든거야?"
우현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일어났다.
명수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랑 나가자."
"왜? 내가 못 올데라도 온거야?"
"내가 자주 오지 말라고 했잖아. 얼른 나와."
우현이 성열이를 데리고 나갔다.
성열이의 눈을 더이상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명수씨."
".........네?"
고개를 돌렸을 때 명수와 눈이 마주 쳤다.
아주 미세하지만 명수의 마음이 나에게 느껴졌다.
"전 괜찮으니까 나가보세요."
"아니에요. 원래 성종씨랑 약속이 먼저였잖아요."
"그래도 명수씨한테 중요한 분이시잖아요. 저랑 약속은 다시 잡으면 되죠."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죄송합니다. 다음에 다시 약속 잡죠."
명수가 자리를 박차고 급히 달려 나갔다.
성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우현이 나온 명수를 보고 한숨을 내뱉는게 보였다.
"........뭐지..."
뭐라고 해야할지를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차가워지고.... 점점 아파지는 듯한. 이 감정은 뭐지...?
"죄송해요, 성종씨."
".....아니에요. 한번에 열리길 바라는건 너무 욕심이니까."
성열과 명수가 카페를 떠나고, 우현이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전 이만 가볼게요."
"조심히 가세요. 우산 빌려드릴까요?"
"괜찮아요. 점점 그쳐가는 것 같으니까."
우산을 빌려주려는 우현의 호의를 거절하고, 카페를 나섰다.
*
"뭐야, 왜 이렇게 비를 쫄딱 맞고 온거야?"
"그냥. 오랜만에 비도 맞고 싶고... 해서."
"왜 이렇게 감성에 젖어있어? 잘 안됐어?"
집에 도착하자, 성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규가 건넨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았다.
"나 좀 씻을게."
"잘 안됐나보네. 내가 그거 힘들거라고 했지?"
씻으려고 들어가려다, 다시 돌아서서 성규를 바라 보았다.
"왜, 또 뭘 알고 싶어서 내.. 내 눈을 보는거야?"
"성규야."
"으...응?"
"...... 고마워."
갑자기 성규가 참 고마웠다.
상처 투성이에 매일 외톨이로 쳐박혀 있는 나에게 남아주는 성규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느끼고 있었다.
"왜 이래... 오글거리게?"
"나 씻고 올게."
"밥은 먹었어?"
"아직."
"밥 차려놓을게. 얼른 씻고 나와."
성규의 말은 항상 들을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늘, 항상, 고마워, 성규야.
*
"공모전 얼마나 남았다고 했지?"
"글쎄, 한달?"
"얼마 안남았네. 잘 다녀와. 나도 일이 있어서 잠시 나갔다 올게."
"응. 저녁은 같이 먹을거지?"
"아마 그럴거야. 톡할게."
카페를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공모전도 얼마 남지 않은데다, 신기하게도 집에선 글이 안써져서 오늘은 일찍 카페로 향했다.
"......성종씨?"
카페 앞에 거의 다 도착해갈때쯤,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네?"
고개를 돌리자, 성열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성열이라고 합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날 기다리고 있었던건가?
"이성종씨, 맞죠?"
"아...네. 이성종입니다."
"잠시 어디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네."
근처 카페로 성열과 함께 향했다.
성열은 나를 기억해낼까?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실게요. 성종씨는?"
"괜찮습니다."
커피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어제 뵜었죠?"
"아, 네."
성열이의 눈을 보기가 너무 무서웠다.
과연 나에게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성종씨?"
"아, 네."
"혼내려고 성종씨 만나자고 한거 아니에요."
자주 받는 오해였다. 마음속으로 큰 결심을 하고 고개를 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느꼈던, 성열의 마음을 또 느끼는 듯 했다.
"......직설적으로 여쭤볼게요. 명수랑 친하신가요?"
"........네?"
"제가 잠시 외국으로 가있어서, 명수의 최근에 대해서 아는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아, 네."
"혹시나 친하시면, 어떻게 지냈는지... 좀 알고 싶어서요."
성열이의 눈은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나의 존재가 명수에게 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가 궁금한 거 겠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에요. 명수씨가 일하는 카페 단골이어서 자주 얼굴을 봤을 뿐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
"자주 이렇게 따로 만나서 여쭤봐도 될까요? 이것 저것 여쭤볼것들이 많이 생길 것 같은데."
"......네."
"감사합니다. 혹시나 싫어하실까봐,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가식적인 표정. 역시 변함이 없구나.
"근데 저기 혹시, 학교 어디 나오셨어요?"
"....네?"
"제 친구중에, 성종씨랑 이름이 똑같았던 사람이 있었거든요."
날, 기억하지 말았으면 했는데.
".......... 한성중학교 나왔습니다."
"........ 한성? 너 진짜 이성종이야?"
"....... 오랜만이야, 성열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