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PD의 러.브.프.로.젝.트-★
아, 까칠한 그대...
***
학연은 낯선 빌라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서 있었다. 손에 쥐어진 핸드폰 메모장에 적혀있는 주소가 바로 여기였다. 조금만 더 가서 초인종을 누르면, 정택운이 나오겠지? 그럼 난 뭐부터 해야하나.. 인사?? 아 왜 긴장하고 난리야! 학연은 괜히 긴장되는 마음에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고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알아봐줄수는 있는데, 뒷일은 나도 몰라."
"응응. 괜찮아."
"그리고 너무한 거 아냐?"
그렇게 나한테 민폐란 민폐는 다 끼쳐놓고 어?? 술도 형이 계산한다며. 내 카드 긁었잖아! 원식의 짜증 섞인 투정에 학연은 더 오버해서 방실방실 웃으며 원식의 어깨에 매달렸다. 돈도 많이 벌면서 왜 그래애~. 원식은 어깨에 매달린 학연을 밀쳐내고 옆에 있던 자켓에 팔을 끼워넣으며 테이블 위에 올려둔 자신의 지갑을 가져올것을 명령했다.
"여기."
원식은 지갑을 몇 번 뒤적거리다 명함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학연에게 줄듯 말듯 손을 뻗었다, 감췄다 장난을 반복하다 학연의 눈빛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늘 원식을 도와주던 학연이 거의 처음으로 부탁하는 일이었다.
"아, 근데 나 별로 안 주고 싶은데."
"아 왜에!!"
"이 새끼한테 내가 번호 줬다는 소리 하지 마. 자존심 상해."
아 알았으니까 빨리!! 학연의 대답을 들은 원식은 만족스럽다는 듯 명함을 그대로 학연의 남방 앞주머니에 꽂았다. 잽싸게 명함을 꺼내 확인한 학연은 이 홍빈. 딱딱하게 인쇄된 세 글자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나 이 사람 알아! 엄청 잘생겼잖아!
"...어. 저번에 제이다이스 3월호 촬영하다가 받았어."
"근데 이 사람이랑 정택운이랑 친해? 진짜 의외다."
"같은 소속사잖아."
아 그 정도는 꿰야 하는거 아냐? 형은 너무 아는 게 없어. 원식의 말에 학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다시 명함을 주머니에 넣었다. 학연이 PD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지켜봤던 원식이었기에 누구보다 학연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형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철벽남 정택운 기대할게."
"넌 무슨 영화 대사처럼 말하고 있어."
"원식씨 3번째 컷 촬영 들어갈게요-."
원식은 자켓 끝 부분을 가다듬으며 스타일리스트의 손에 의해 끌려가다시피 자리를 떴다. 학연은 원식에게 몇 번 손을 흔들어준 뒤 신나게 스튜디오를 뛰어나갔다. 물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학연은 자판기에서 이온음료를 하나 뽑은 후 옆에 있는 벤치에 걸터앉았다.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듣기 좋은,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 누구세요. ]
"아 안녕하세요! 갑자기 전화 드려서 당황하셨을 것 같은데.. 어.. 저는 차학연이라고 합니다."
[ 아!! 누군지 알죠. ]
단정한 말투로 학연을 안다고 소리친 그는 이내 킬킬 웃었다. 마치 뭔가 알고 있다는 듯이... 영 찝찝하긴 했지만 학연은 다시 말을 이었다.
"저, 정말 죄송한데... 제가 이번에 택운씨랑 연락해야 할 일이 있어서."
[ 아, 네. 왜요? ]
"...택운씨랑 홍빈씨가 친하다는 소리를 들어서요!!"
아, 나의 자존심... 학연이 버릇처럼 벤치를 짚은 팔이 실수로 옆에 놔둔 이온음료를 건드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함께 학연은 저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만 같아 눈을 꼭 감고 홍빈의 대답을 기다렸다. 아, 드라마에서 착한 이미지로 나오지 않나?? 그래서 되게 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들어주겠지? 들어주겠지??
[ 원하시는 게 뭔지 듣고 싶은데. ]
"택운씨 집 주..소요..."
[ ...그런 걸 저한테 부탁하면 택운이 형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데. 직접 물어보시지. ]
아 그 사람이 가르쳐주겠냐고!! 학연은 하고 싶은 말을 억눌러 참으며 지금쯤 수화기 너머에서 여유롭게 웃고 있을 홍빈의 잘난 얼굴을 상상했다. 아, 그래. 급한 사람이 기어야지. 학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근데 제 번호, 누가 줬어요? ]
갑작스러운 홍빈의 질문에 학연은 당황스러운 낯빛을 숨기지 못하고 웃었다. 아..하하하!! 물론 제가 아는 지인분들께 부탁을...해서....
[ 김원식이에요? ]
..아..하하하.. 무슨 소리에요! 저 원식이랑 안 친해요!! 아니 원식씨.. 원식군이랑... 망했다.. 학연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제 허벅지를 콩콩 치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머니에서 립밤을 꺼냈다. 건너편에서 홍빈이 웃음을 참는 소리가 넘어오자 학연은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저, 저 원식군이랑 친하지 않아요오~"
[ 아아 네.. 진짜에요? 진짜? ]
"......."
학연의 눈앞에 원식과 홍빈의 얼굴이 스쳐갔다. 이 새끼한테 내가 번호 줬다는 거 말하지 마. 라고 외치던 원식의 말과 대답을 요구하는 홍빈의 땡그란 눈이 학연의 주위를 맴돌았다. 어, 어, 그러니까........
"원식이가 줬는데..."
김원식 사랑한다. 학연은 명함을 꾸깃하게 쥐고 애써 웃었다. 홍빈은 이제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깔깔 웃었다.
[ 아, 아 알았어요. 이 번호로 문자 드릴게요. 근데 이거 택운이형한테 말하면 안 돼요. ]
"..아 예.. 감사합니다.."
둘이 많이 친한가?? 학연은 전화를 끊으며 의아한 표정으로 액정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똑, 물이 떨어지는 듯한 맑은 소리와 함께 문자가 도착했다. 주소가 두줄가량 적힌 문자를 보고 학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정택운. 내가 직접 내 발로 찾아간다구.
철제 문 앞에서 학연은 한 번 더 망설였다. 갑자기 이렇게 찾아오면 안 좋아하겠지?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사실 평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들이대기를 잘해서 차치댐이라는 별명까지 있는 학연이었지만, 일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자꾸만 긴장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택운의 앞에선.
"아니야."
조금 불편하더라도 평소의 나처럼 대해야 돼. 그래야 뭐라도 할 수 있을거야. 학연은 가면을 쓴 것처럼 얼굴근육을 움직여 웃으며 손을 들어 초인종을 눌렀다. 띵동. 희미하게 소리가 밖까지 울려나왔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오늘은 무리다, 싶어 돌아서는 학연의 앞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으아악!!!!!!!!!!
"......."
"......문 좀 열게요."
그렇게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운은 냉정하게 학연의 옆을 지나쳤다. 쓰고 있던 모자를 벗은 택운의 머리가 땀으로 젖어 피부에 달라붙어있는 것을 보아 운동을 하고 온 듯 했다. 학연은 잠시 당황했지만 다시 웃으며 택운의 팔을 잡았다. 잠깐만요!!!!
"저 차PD에요!!!!! 택운씨!!!!!!!"
"........"
저 차PD에요. 이 한 문장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PD계의 유망주인 차학연이 직접 당신을 캐스팅하러 왔다. 어서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나와 함께 일하자. 따위의. 후, 운동을 하고 와서 그런 건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학연을 내려다본 택운이 다시 몸을 돌려 도어락을 잡았다.
"아 택운씨이!!!!!!! 제 말 좀 들어봐요!!!!!!!!"
"못해요."
"......."
"아직, 연기 못해요."
아무런 표정 없이 조곤조곤 말하는 것이 더 얄미웠다. 학연은 잠시 멍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직접 찾아왔는데... 택운이 꾹꾹 비밀번호를 누르는 뒷모습을 보며 학연이 용기를 내어 더 말했다. 왜 못해요!!!!!! 하면 되지!!!!!! 학연의 말에 택운은 벗고 있던 모자를 다시 눌러쓰고 문을 열었다. 이대로 택운이 집 안으로 사라져버릴것만 같았다. 학연은 불안한 마음에 닫히는 문 사이로 크게 소리쳤다. 택운씨!!!!!!!!! 연락해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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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는 거 아냐 원식아......................
하.. 묻힐줄 알았는데 댓글 많이 달렸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싸랑해 개학해서 새벽에 컴퓨터하면서 잠깐 올릴수밖에 없는게 슬프당.......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싸랑해여!!!!!!!!!!! 난 늑대고 넌 비쨍!!!!!!!!!!!!!!!!!!!!!!!!!!! ㅋㅋㅋㅋㅋㅋㅋㅋ오늘은 그냥 학연이가 불쌍한 이야기.........................
그리고 아직 재환이는 코빼기도 안 비추고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