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링-
짧고 경쾌한 알림음이 울렸다. 물론 이상할 건 없다. 단지 그 소리가 수업시간에 울린 것과 그 알림음의 주인이 종대라는 것쯤?
아. 마침 그 시간 과목이 수학, 종대가 남몰래 좋아하던 변백현 선생님 시간이라는 것도.
"하루 압수다. 가 봐."
"네에-.."
종대는 백현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끄어어-! 일주일 압수를 3대 맞고 하루로 줄인 것도 잘 된 일이었고, 평소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백현과 대화스러운 대화를 해본 것도 좋은 일인데.. 왜! 하필!
"다 망했어.. 망했다고! 으 씨- 엉덩이 아파.."
수업시간에 졸기로 유명한 종대가 수학 시간에는 수업을 안 듣더라도 - 들어도 어짜피 모르는 내용 - 수학시간에는 두 눈 부릅뜨고 백현의 움직임을 쫓았고, 시험은 개판으로 쳐도 수행평가는 짝꿍의 것을 베끼더라도 기한은 꼭 맞춰서 냈고, 복도에서 만나면 웃으며 인사도 꾸벅꾸벅 잘했다. 저 나름의 바르고 착실한 학생 이미지 굳히기였다. 근데 다 망했다.
김종대, 착실한 줄 알았는데 아니네-
착실한 줄 알았는데.. 아니래.. 나 아니래..
"끄아아아!! 나 완전 아닌 거야?"
야자까지 마친 시간이라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덩그러니 제 책상 위에 가방만 외로이 종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울한 마음에 노래를 들으며 달래보려고 했지만 압수당한 핸드폰이 생각났다. 심지어 오늘은 MP3도 챙겨오지 않았다. 짝을 잃은 이어폰의 신세가 꼭 저 같아서 애절한 눈빛으로 이어폰만 봤다.
징하게 날이 안 풀린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 갈아입을 새도 없이 침대로 다이빙. 백현에게 있을 제 폰을 생각하니 없던 두통도 생겨 머리만 아파왔다.
원래 이 시간이면 폰으로 백현쌤 페북 염탐할..
"..헐, 큰일 났다."
멍청하고 단순한 김종대는 그때야 생각해냈다. 제 폰의 기본 배경 화면이 몰래 찍은 백현의 사진이란걸. 하필 폰 끌 새도 없이 압수당해서..
쌤이 봤으면 어떡하지? 아니야.. 안 보셨..을까? 보셨으면 나..
김종대.. 그냥 나가 죽어라
"내일 쌤 얼굴 어떻게 봐-.."
오, 마이, 게이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