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구찌 전체글ll조회 3146l

사랑에 빠진 딸기
세훈x시우민

 

 

 

 


Part. 01

 


폭풍같았던 1년이 지나가고,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내가 벌써 이 교복을 1년씩이나 입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나는 조용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 때문에 친구가 별로 없었다. 작년에는 그나마 경수라도 있어서 괜찮았는데, 올해는 경수랑 반도 갈라지고 심지어 1반과 7반이라는 끝과 끝으로 멀어졌다. 경수와 반이 갈라진 사실을 안 내가 절망을 하자 경수는 날 다독여주며 '괜찮아. 넌 성격이 착하니까 좋은친구 많이 사귈 수 있을거야.' 하고 위로해줬다. 성격이 착한거랑 좋은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는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건지는 잘 몰랐지만, 날 위로해주는 경수에게 따지기는 뭐해서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었다.


새학기 첫날, 2학년 7반 교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을 땐 이미 많은 아이들이 등교를 한 상태였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뒷문을 열고 들어가자 반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꽂혔다. 순식간에 몰린 시선들에 조금 뻘쭘해지는 내가 쭈뼛쭈뼛 발걸음을 옮기며 1분단 맨 뒷자리에 가방을 내려놓자, 하나 둘 아이들의 시선이 떨어져나갔다. 한 시름 놓였다는 생각으로 숨을 후, 고르고 앉으며 반 아이들을 전체적으로 쭈욱 훑어보았다. 몇몇 아는 얼굴들이 보이긴 하지만, 친한 아이들은 한명도 없었다. 하긴. 작년에도 경수말고는 제대로 된 친구 한명 없었으니. 이번엔 경수도 없고. 혼자려나... 우울함에 속 깊은 곳에서 푹 하고 한숨이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경수 말고 다른 아이들하고도 친하게 지내는건데. 뒤늦게 후회해봤자, 이미 시간은 지나 있었다. 이런 걱정을 하는 내 모습이 한심스럽기만 했다.


할 것도 없고 해서 조용히 창 밖을 쳐다보며 검지 손가락으로 책상을 약하게 톡톡 두드리고 있었는데,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뒷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흔히 볼 수 없는 잘생긴 얼굴하며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 오세훈과 김종인이었다. 둘은 이번에도 같은반이 된 듯 했다. 오세훈, 김종인과는 작년에 같은 반을 했어서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기는 하나, 조용하고 내 할일만 하며 다른 아이들에게 묻어가는 존재감이 없는 나완 다르게 저 둘은 고등학교 입학을 할 때 부터 아이들에게 유명인사였고, 여러 방면으로 시끌시끌 했다. 물론 시끄러운 성격도 한몫 했었다. 아, 성격이 시끄러운건 김종인만 그랬다. 오세훈은 차갑게 생긴 얼굴에 비례하게 성격까지 얼음장처럼 차가웠으니까. 오세훈은 예외.


조금 신기했던건, 저 둘과 경수가 꽤 친한 친구사이라는 거였다. 오세훈, 김종인과는 같은 중학교에 나와 지금까지도 쭈욱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말을 경수에게 들었던 적이 있다. 경수의 말이 거짓이 아닌 듯 셋은 같이 매점을 다녀오기도 하고, 서로 투닥투닥하며 장난도 많이 쳤다. 주로 장난을 치는 건 경수와 김종인이었고, 오세훈은 그저 그 둘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가만히 제 할일만 했다. 각기 다른 세명의 모습이 언밸런스 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려 보였다.


아침부터 매점에 갔다왔는지 오세훈과 김종인은 품 안 가득 빵과 우유를 들고 서 있었다. 여어. 이게 누구야. 김민석. 너도 이 반이냐? 여기서 보니까 좀 반갑다? 김종인이 특유의 강아지같은 웃음을 지으며 내게 아는척을 했다. 응. 안녕..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자 김종인이 내 이마를 툭툭 건드렸다. 갑자기 이마에 닿는 김종인의 손가락에 울상을 짓고 이마를 문지르며 김종인을 올려다보자 김종인이 큭큭 하고 웃었다.


"야 김민석. 나와. 여기 우리 자리야."
"어, 어?"
"너가 지금 앉은 곳, 나랑 오세훈이 앉으려고 했던 곳이라고."
"아..."


여긴, 내가 먼저 앉았는데...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난 오세훈과 김종인에게 있어 한낱 찌질한 약자에 불과했다. 학교 안의 보이지 않는 서열 싸움에서 상위 랭킹을 달리고 있는 오세훈과 김종인의 말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는 있지 않았다. 그, 그래? 잔뜩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꾸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왼쪽에 걸어둔 가방을 집어들고 다른 자리로 몸을 옮기려고 했을 찰나, 오세훈이 내 어깨를 다급하게 잡아왔다.


"야. 됐어. 너 그냥 여기 앉아."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앉아있던 옆자리에 의자를 빼곤 몸을 앉히는 오세훈에, 나와 김종인 둘 다 당황스런 얼굴로 오세훈을 쳐다봤다. 허, 하고 김종인이 바람이 빠진 듯 웃었다.


"야, 오센. 너 나랑 같이 안 앉아?"
"맨 뒷자리가 좋아."
"나랑 같이 여기 앉으면 되잖아!"
"옮기기 귀찮아. 그냥 니가 내 앞에 앉아."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앞자리에 있는 책상의 의자를 발로 약하게 툭툭 걷어차는 오세훈에, 김종인은 잠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나와 오세훈을 번갈아보고는 말 없이 오세훈의 앞 자리에 앉았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내 옆자리에 앉은 오세훈 하며, 그런 오세훈을 말리지도 않고 가만히 제 자리에 앉는 김종인. 나는 일으켰던 몸을 다시 의자에 앉히며 옆에 있는 오세훈의 눈치를 힐끔 살폈다. 아침을 먹지 않고 온건지, 김종인과 우물우물 맛있게도 빵을 먹고 있었다. 내가 오세훈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원래도 잘생긴놈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가까이서 본 오세훈은 정말 잘생겼었다. 오똑하게 높게솟은 콧날 하며 날카로운 턱선까지. 빵을먹는 모습 조차도 잘생겼다. 저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던 내 시선을 느꼈는지 오세훈이 빵을 먹다말곤 힐끔 날 쳐다보며 '뭘 봐.'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말을 거는 오세훈에 순간적으로 놀라 '아, 아니야.' 하고 급하게 대꾸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이런 내 모습이 얼마나 바보같아 보일까 급히 후회를 했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는 것만 같았다.


"오세훈 병신아. 말투 좀 이쁘게 할 수 없냐?"
"신경 꺼."
"니가 그러니까 안된다는 거야. 작년처럼 또 혼자 뻘짓할래? 엉?"
"김종인. 그 입 좀 닥치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빙글빙글 웃는 김종인에 오세훈이 차갑게 대꾸를 했다. 김종인을 노려보는 오세훈의 눈빛이 베일 듯 날카로웠다. 김종인은 그런 오세훈이 무섭지도 않은 지, 어깨를 잘게 떨어가며 큭큭 웃었다. 친한 사이여서 그런건가. 난 솔직히 말해 오세훈이 무서웠다. 김종인은 그나마 장난기도 많고 살갑기라도 하지. 차갑게 생긴 얼굴 만큼이나 차가운 오세훈의 성격 때문에, 우리 반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오세훈을 무서워하며 어려워 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애초부터 나와 오세훈은 같이 어울릴 일도 없었을 뿐 더러, 공통되는 교집합이라곤 경수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오세훈과 김종인과 엮이지 않으려 피해 다니곤 했었는데. 같은반이 된 것도 모자라 오세훈과 김종인의 옆에 앉게 생겼으니. 평탄하기만 했던 내 학교 생활에 무언가 큰 파장이 생길것만 같아, 아까보다 더욱 깊은 한숨이 쏟아져나왔다.

 

 

 

 


Part. 02

 


옆 친구와도 친해질 겸, 지금 앉은상태 그대로 짝을 하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난 어쩔 수 없이 오세훈과 짝이 되어야만 했다. 괜찮지? 하며 반 아이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담임선생님에게 아니라며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묵묵히 앞만 쳐다보고 있는 오세훈의 기에 눌려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오세훈은, 나와 짝이된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했다. 심지어 김종인의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아, 짝도 없었다. 작년에 내가 그랬던 것 처럼, 올해 반 아이들도 왠만하면 오세훈 김종인하고는 엮이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난 그런 오세훈, 김종인의 바로 옆에 앉게 생겼고, 심지어 오세훈과는 짝 까지 되었다. 옆자리에 앉은 오세훈의 얼굴을 살짝 원망스러운 눈길로 힐끔 쳐다보았다. 도대체 오세훈은 무슨 생각으로 김종인을 버려두곤 내 옆자리에 앉은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오세훈은 생각보다 내게 별로 아는척도 하지 않았다. 내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앞에 앉은 김종인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거나, 어쩔때는 하루종일 책상에 엎드려있기도 했다. 책상에 엎드린 오세훈의 등짝이 넓었다. 그러고보니 오세훈은 작년 새학기 첫날에도, 당당히 잠을 잤었다. 그땐 뭐 저런애가 다 있지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몽글몽글, 작년에 있던 일들이 생각이 났다.


오세훈은 잠을 잘때마다 항상 내 쪽으로 고개를 두며 자곤 했다. 눈을 감은채 조용히 잠을 자고있는 오세훈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번뜩 하고 오세훈이 눈을 뜨는게 보였다. 오세훈과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치자, 나는 피해야된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한 채 놀라 굳은상태로 오세훈과 계속 눈을 마주쳤다. 오세훈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곤, 엎드린 상태 그대로 내 눈과 제 눈을 맞추며 말했다. 김민석. 넌, 나 훔쳐보는게 취미냐?


"아, 아니! 그런거 아니야!"
"...아니면 아닌거지. 왜 오바야."


귀찮은 듯 오세훈이 내 쪽으로 두었던 고개를 제 팔로 묻으며 책상에 몸을 더욱 더 웅크렸다. 혹시 내가 저를 쳐다보고 있었던게, 기분이 나빴던 걸까. 나한테 화가 났으면 어떡하지? 괜히 오세훈의 심기를 건드린것만 같아 초조한 마음에 이빨로 손톱을 물어 뜯었다. 손톱을 물어 뜯는건 어딘가 불안할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내 습관 중에 하나였다. 안절부절하며 손톱을 물어 뜯고 있는데, 오세훈이 제 팔에 파묻고있던 고개를 다시 내 쪽으로 돌리고는 '손톱, 물어 뜯지마. 시끄러워.' 하고 말했다.


"아, 어어. 미안.."


아까전의 일도 있고, 최대한 오세훈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바로 입에 물고있던 손톱을 떼고는 조심스레 대답을 했다. 오세훈과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아서 가만히 양 손을 허벅지 위에 올려두고는 오세훈의 시선을 피하며 밑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오세훈은 내 하는 양을 지켜만보다가, 책상에 뉘였던 몸을 미적미적 일으키고는 앞 자리에서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김종인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야. 나가자. 오세훈의 말에 김종인이 잠시 오세훈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스마트폰을 제 교복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몸을 일으켜 교실밖으로 나가는 오세훈을 따라 나갔다. 오세훈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숨이 좀 트일 것 같은 기분이 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Part. 03

 


반은 멀리 갈라졌지만, 지금도 나에게 제일 친한 친구는 경수였다. 경수는 호감형인 얼굴 인상과 붙임성이 좋은 성격덕에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지만, 여전히 나와 같이 급식을 먹었다. 별다른 말은 안했지만,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하는 나를 배려해주는 경수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난 그런 경수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경수를 만난건 나에게 있어 정말 행운과도 같은 일이었다.


경수와 급식을 먹고 나온 뒤, 매점에서 각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구입하고 우리 반 교실로 향했다. 나는 아이스크림 중에 요맘때를 제일 좋아했는데, 나의 이런 어린애같은 입맛에 경수는 항상 남자새끼가 요맘때가 뭐냐 요맘때가. 이 딸기 덕후야. 하며 혀를 쯧쯧 차곤 했었다. 그러는 자기는 매일 초코맛만 먹으면서. 너나 나나 도찐개찐이거든? 아이스크림 껍질을 까며 약하게 틱틱거리자 경수가 작게 큭큭하고 웃었다.


"야, 도경수. 얼굴 한번 빼꼼 안 비추던 놈이 우리반엔 왠일이래? 무슨일로 우리반에 그 귀한 발걸음을 하셨어요~ 경수 왕자님~"
"미친놈. 그런거 아니거든? 민석이랑 있다가 잠깐 들린 것 뿐이야."
"야. 너 우리랑 4년친구 맞냐? 존나 김민석밖에 모르지 니는? 나랑 오세훈은 쩌리다 이거야."


도경수 나쁜새끼. 존나 상처임. 흑흑 거리는 이모션을 취하며 훌쩍이는 김종인을 똥 씹은 표정으로 쳐다보던 경수가, 의자에 걸터 앉은채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폰을 만지고 있는 오세훈에게 다가가 뭐라 말을 걸었다. 오세훈은 경수와 무언가 말을 주고 받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곰곰하게 무언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김종인은 옆에서 도경수가 변했냐느니, 저희를 배신했냐느니 신파를 찍고 있었고. 혼자 멀뚱히 서 있으려니 좀 무안했다.


"종 치겠다. 나 그만 가볼께 민석아. 오세훈이랑 김종인이랑 잘 놀아."
"도경수 미친놈아! 우리나 좀 자주 보러와!"
"아침마다 맨날 보는 니들을 뭐하러 또 보러오냐? 재수없는 소리 하지마 깜종아."
"아, 깜종이라 하지 말라니깐?!"
"싫은데~ 깜종 잘있어!"


메롱! 경수가 얄밉게 김종인을 약올리며 우리반 교실을 빠져나갔다. 와. 도경수 쟤는 어떻게 가면 갈수록 더 재수없어 지냐? 안그러냐 오센?! 김종인이 흥분을 하며 방방 소리쳤다. 오세훈은 그런 김종인을 잠시 한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다가, 다시 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젠 너까지 나 무시하는거야? 야 오세훈! 너도 도경수랑 똑같아! 니들 다 배신이야! 김종인이 찡찡대는 소리가 교실을 가득 크게 울렸다.


나는 여전히 폰을 만지며 집중을 하고있는 오세훈의 눈치를 보다가, 쭈뼛쭈뼛 내 자리에 몸을 앉혔다. 아까 경수와 떠드느라 마저 다 먹지못한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베어물으며 먹고 있는데, 옆에서 날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오세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왜 그러지.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입가를 손으로 쓸으며 입모양으로 왜? 하고 오세훈에게 물었다.


"야, 김민석."
"...응?"
"넌, 아이스크림도 너 같은것만 먹냐?"
"에?"
"아냐. 맛있게 먹으라고."


풀썩, 오세훈이 제 책상 위로 몸을 엎드렸다.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오세훈의 귀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Part. 04

 

 

오랜만에 대청소를 했다. 내일 학교에 중요한 외부 손님이 오신다며, 깨끗이 청소를 해야 한다며 당부를 하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반 아이들은 자신이 맡은 청소구역을 열심히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쓰레기 분리수거 담당을 맡게 된 나는, 반 아이들이 모아오는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리를 하다가 이 쯤이면 됐겠지 하고 쓰레기봉투를 들고는 학교 뒤뜰의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향했다. 아무생각 없이 모퉁이를 돌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문득 알싸한 담배냄새와 함께 멀리서 학교 건물벽에 기대고는 담배를 피고 있는 오세훈과 김종인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쓰레기를 버리려면, 저 둘을 지나쳐서 가야만 했는데. 하지만 저 둘과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떡하지. 그냥 갈까? 아님, 다시 돌아가? 우물쭈물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날 발견한듯 '야, 김민석!' 하고 날 부르는 김종인이 보였다. 아. 망했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쓰레기봉투를 다시 제대로 쥐며 천천히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몸을 옮겼다.


"분리수거하냐?"
"어, 어어.."
"분리수거도 열심히 하고, 범생이네. 우리 민석이."


김종인이 킥킥 웃으며 내 얼굴에 제 담배연기를 후- 하고 뱉었다. 갑작스런 담배연기에 콜록 콜록! 하며 괴롭게 기침을 하자 김종인이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너, 담배 안 펴봤어?


"안 펴봤어..."
"헐. 말만 범생이, 범생이, 그랬지. 진짜 모범생이었네. 하다못해 도경수도 우리랑 몇번 펴본 적 있는데. 신기하다."


김종인이 흥미로운 듯 눈을 반짝이며 날 내려다보았다. 오히려 신기한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 아닌가.. 미성년자 신분이면서, 저렇게 당당하게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다니. 내 상식으로는 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너도 펴볼래? 내게 담배 한 개피를 내밀며 묻는 김종인에 다급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나, 담배냄새 싫어해서...


"왜, 그러지 말고. 한번 펴봐. 그럼 너도,"
"김종인. 그만하지?"
"......"
"......"
"에이씨. 알았어. 안 하면 될거 아니야."


나 먼저 간다. 너 알아서해, 오세훈. 그렇게 말하고는 김종인이 다시 내 쪽으로 약하게 담배연기를 훅 뱉고는 나와 오세훈을 지나쳐 모퉁이를 지나갔다. 방심한 상태에서 김종인의 담배냄새를 또 한번 직빵으로 맞게 되자 기침이 터져나왔다. 담배 냄새는 아무리 맡아도, 적응이 되지 않는 그런게 있었다. 계속되는 기침을 진정시키려 천천히 숨을 고르고는 눈가에 찔끔 고여있던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내 원래 목적이었던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기 시작했다.


오세훈은 여전히 건물 벽에 기대며 뻐끔뻐금 담배를 피고 있었다. 얼굴이 잘생겨서 그런가, 기럭지가 되서 그런가. 벽에 기대어 눈을 내리깔곤 담배연기를 후- 하고 뱉는 오세훈의 모습이 문득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다 말고는, 담배를 피는 오세훈의 모습을 감상했다. 원래 담배 자체를 싫어하는 나라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며 싫어하곤 했었는데. 오세훈이라면 왠지 납득이 되는 것 같았다. 담배를 피는 오세훈의 모습은, 남자가 봐도 멋있었으니까.


"또, 또. 나 쳐다보지."
"어?"
"나 쳐다보는거 취미 아니라고 오바할 땐 언제고. 왜 자꾸 쳐다보냐."
"...아..."
"나 멋있는거 나도 아니까, 그만 쳐다봐."


다른 아이들이 했으면 자뻑이라고 하며 코웃음을 쳤을텐데, 오세훈이 저런말을 하니 그마저도 잘 어울려 보였다. 묘하게 설득력까지 있는 것 같고. 내가 이리도 외적의 것에 약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마치고, 먼지가 묻은 손을 탈탈 털어내며 쭈그려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는데, 오세훈은 아직도 가지 않았던건지 아까와 그대로 건물벽에 몸을 기대어 날 쳐다보고 있었다. 오세훈이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긴장을 한 내가 쭈뼛쭈뼛 오세훈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자, 오세훈이 특유의 그 무심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봤다. 아, 안가 세훈아? 조심스레 묻는 내 말에 오세훈은 아니. 하고 대답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서둘러 오세훈을 따라가며, 다리가 길어 걷는 보폭도 큰 오세훈을 허겁지겁 쫓았다. 오세훈이 걸어가는 자리 마다, 은은한 담배냄새가 났다.


"근데 세훈아.. 너 담배 많이 펴?"
"그냥. 삼사일에 한갑 쯤."
"아... 담배 냄새 독하지 않아?"
"어렸을 때 부터 자주 맡아서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그래?.."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
"아니, 그냥. 담배 몸에 별로 안 좋잖아. 그러니까, 너무 많이 피지 말라구.."
"......"
"아, 끊으라고 강요하는게 아니라. 조금만 줄이라는거였어. 조금만! 아직 우리 어리고 그러니까,"
"됐어."


아, 화났나 보다. 어떡해... 오세훈이 가던 길을 멈추고는 내 말을 뚝 끊으며 날 내려다봤다. 괜히 오지랖 떨었나봐. 그러게 왜 그래가지고.. 방금까지 오세훈에게 말을 하던 내 입을, 할 수만 있다면 바늘로 꼬매버리고 싶었다.


"너, 지금 나 걱정해서 그러는거냐 설마?"
"어? 응. 당연하지.."
"......"
".....?"
"됐어. 가자."


흠흠, 오세훈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푹 숙이곤 빠르게 학교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리만 엄청 길어가지고. 걸음 한번 진짜 빠르네. 키가 작았던 나는 오세훈의 걸음 보폭에 맞춰가며 따라가느라 오세훈 모르게 애를 써야만 했다.

 

 

 

 


Part. 05

 


요즘들어 오세훈은 나에게 말도 많이걸고, 아는체를 많이 해왔다. 그래봤자 오늘 숙제 있었냐, 오늘 급식은 뭐냐, 필기 어떤거 하면 되냐. 등등 형식적이고 일반적인 대화가 끝이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아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오세훈은 차갑고 날카로웠지만, 예전 보다는 많이 누그러졌다고나 할까. 요즘엔 잠도 자지않고 열심히 수업을 듣기도 했다. 이제 2학년씩이나 됐으니, 오세훈도 정신을 차린건가. 어찌보면 이런 오세훈의 변화는 나에게도 있어 좋은 이득이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오세훈은 내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피곤함에 쩔어 잠이든 내 등 위로 자신의 체육복 윗도리를 덮어 준다거나, 저번엔 깜빡하고 실내화를 가져오지 않은 나에게 제 실내화를 빌려주고는 신발을 신고 다니다가 학주에게 걸려 혼이 나기도 했었다. 갑작스레 나에게 잘 해주는 오세훈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떨떨한 기분도 들었다. 오세훈의 친절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옆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있는 오세훈의 단정한 옆 얼굴이 보였다. 전엔 몰랐는데, 속눈썹도 길고 진하다. 오세훈은 점점 잘생겨지는구나. 조금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빤히 쳐다보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오세훈이 책을 읽다말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내 눈과 오세훈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왜."
"어?"
"왜 쳐다봐."
"아.. 너 되게 잘생겨서, 멋있어가지고.. 나도 모르게 넋 놓고 쳐다보고 있었어. 미안.."


왜 쳐다보냐는 오세훈의 말에, 그냥 솔직하게 이유를 털어놨다. 오세훈이 잘생긴거야 뭐, 저도 알고 우리 학교 아이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사실대로 말한다 해도 별반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오세훈은 내 말에 무언가 묘한 표정을 짓더니, 책을 읽다말곤 책 위로 얼굴을 묻으며 풀썩 엎드렸다. 갑자기 책상 위로 엎어지는 오세훈에 당황을 한 내가 세, 세훈아. 왜그래? 어디 아파? 하며 오세훈의 어깨위에 손을 올리고 묻자 오세훈은 벌떡 일어나더니 잔뜩 빨개진 얼굴을 하고는 날 쳐다봤다.


"야. 넌 그런 얘기를 갑자기 그렇게 하냐?"
"어?"
"됐어. 나 쳐다보지마. 쪽팔려 뒤질 것 같으니까."


부끄러운듯 오세훈이 내 시선을 피하며 다시 책상 위로 몸을 엎드렸다. 잔뜩 빨개진 얼굴과 마찬가지로, 귀도 발갛게 물들어있었다. 내가 한 말이 뭐가 어때서 이러는거지. 설마 자기가 잘생긴 걸 모르는건 아닐테고.. 오세훈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멋있다고 칭찬을 해줘도 난리네. 난 그런 소리 듣고싶어도 못 듣는구만. 남 모르게 조금 심술이 나기도 했다.

 

 

 

 

 

Part. 06

 


얼마 전, 김종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옆 여고에 다니는 애라고 했는데. 사귄 지 몇일 안되서 그런지 김종인은 하루종일 그 여자애의 생각으로 히죽히죽 대며 한시라도 광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았다. 그렇게 좋냐? 오세훈이 빈정거리며 묻자, 김종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연하지! 지금도 보고싶어 죽겠구만."
"아. 예예. 어련하시겠어요."
"그러는 너는, 잘 되가고 있긴 하냐? 어?"
"...시발, 안 닥쳐?"
"잘 안되가나 보구나. 우리 세훈이. 어떡해~"


천하의 오세훈이, 이런거 때문에 쩔쩔 매고 있으니. 너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불쌍하다 불쌍해. 김종인이 혀를 쯧쯧 찼다. 나는 문제집을 풀며 둘의 대화를 몰래 엿듣고 있었다. 사실 엿들었다기 보다는, 바로 옆자리다 보니 둘의 대화가 들릴 수 밖에 없었다는게 맞지만. 김종인의 말로 보아 오세훈도,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애가 있는 듯 했다. 도대체 얼마나 눈이 높길래, 오세훈같은 애가 대쉬를 해도 넘어가지 않는 걸까. 내가 여자였으면 절을 했을지도 모를 것 같은데. 오세훈이 여자인 나에게 대쉬를 하는 웃긴 상상이 떠오른 나는 작게 웃으며 어깨를 떨었다. 오세훈이 나같은 애한테 대쉬를 한다니. 말도 안되는 얘기지. 가특이나 난 남자고. 누가 봐도 오세훈이 훨씬 아까운 상황이었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그래서 그런지 오세훈은 주변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사실 인기라 하면 김종인도 만만치 않게 많았지만, 날카롭고 시크한 성격 덕에 더 알고 싶어지는 오세훈만의 그런 매력 때문에 여자아이들은 오세훈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차가운 오세훈의 성격 깨문에 잘 다가가지 못하고 뒤에서 끙끙 앓기만 하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건 여자아이들 말고도, 남자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짝인 나도 아직 오세훈이 어렵고 어색한데. 다른 애들은 오죽할까. 이럴때 보면 오세훈과 친한 김종인이 새삼 대단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턱을 괴고 손가락으로 샤프를 돌리며 수학문제를 보고 있는 오세훈을 보고 있으니, 문득 아까 전 김종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김종인의 말이 떠오르자 궁금함이 마구 샘솟았다. 좋아하는 애가 있냐고 물어봐 볼까? 아냐.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물어보는건 실례 아닐까. 근데, 궁금하다... 머릿속으로 오세훈에게 물어볼까 말까 내적 갈등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내가 생각하고 있던것을 입 밖으로 뱉어 버렸다. 내가 말을 하고도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세훈아, 혹시 좋아하는 애 있어?"


갑작스런 나의 폭탄 질문에, 오세훈은 황급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곡을 찔린 듯 오세훈이 당황해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게 보였다.


"그건 왜 묻는데."
"아. 미, 미안. 갑자기 놀랐지. 나도 모르게..."
"...있으면."
"어?"
"있으면. 어쩔건데."


당황해하며 눈을 굴리던 아까와는 다르게, 올곧은 시선으로 날 보며 오세훈이 말했다. 그에 오히려 당황을 한 건 오세훈이 아닌 나였다.


"아..."
"......"
"......"
"누구냐고, 안 물어봐?"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듯 말하지만, 오세훈의 말 속에는 무엇인지 모를 많은 의미들이 내포해 있는 것 같았다. 왠지, 좋아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물어봐야 할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오세훈에게 조심스레 말을 물었다. 누군..데?


"......"
"......"
"말 하기, 곤란해."
"...응?"
"여기서는 좀 그렇다고."


너무 보는눈들이 많아. 짜증나게, 시발. 작게 입모양으로 욕을 하며 고개를 돌리는 오세훈의 빨개진 귀와 목덜미가 보였다. 요즘들어 되게 자주 빨개지는 것 같았다. 열이 많은가. 오세훈이 얼굴로 몰리는 열기를 식히려는 듯 손부채질을 하며 숨을 골랐다. 자기가 먼저 안 물어보냐고 해놓곤 곤란하다며 대답을 피하다니. 조금 무안해지는 기분이 들어 턱부근을 몇번 긁고는 다시 풀고있던 수학 문제집을 풀었다. 내 옆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오세훈의 시선이 그대로 느껴졌다.

 

 

 

 

 

Part. 07

 


청소시간이 되자, 반 아이들은 분주히 몸을 움직이며 자신들이 맡은 청소구역을 깨끗히 청소하기 시작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영차영차 쓰레기통을 들고는 학교 뒤뜰에 있는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가고 있는데, 문득 저 멀리서 혼자 담배를 피고 있는 오세훈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저번에도 여기서 담배를 피고 있던 오세훈을 마주쳤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김종인도 같이 있었지만. 멈춰있던 발걸음을 다시 옮겨 오세훈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자, 제 쪽으로 걸어오는 날 발견한 오세훈이 담배를 피다말곤 기침을 하며 서둘러 발로 지지며 담뱃불을 껐다.


"담배 왜 꺼? 계속 펴도 되는데.."
"...너, 담배 냄새 싫어한다며."
"아.. 나 때문에 끈거야?"
"......"
"고마워.. 세훈아."


나, 쓰레기 분리수거만 하고 갈게.. 오세훈에게 말을 하고, 쭈뼛쭈뼛 몸을 옮기며 쓰레기통 안에 있는 쓰레기들을 하나 하나 분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오세훈은 뒤에서 그런 날 쳐다보다가, 내 옆으로 다가와선 말없이 같이 분리수거를 도왔다. 아. 고마워. 나 혼자해도 되는데. 오세훈은 내 말에도, 묵묵히 쓰레기만 분리하며 마지막 잔여물까지 탈탈탈 비닐봉투 안으로 털어 넣었다.


"고마워, 세훈아."
"...어."
"......"
"......"


고마운 마음에 다시한번 더 고맙다고 얘기를 하긴 했는데, 그 뒤로 나와 오세훈을 감싸는 묘한 어색함에 몸 둘 바를 몰랐었다. 많이 친한 사이도 아니었긴 했지만, 정말 이렇게 같은 공간에 단 둘만 있으니 미치도록 어색했다. 흠흠, 약하게 헛기침을 하고는 교실로 향하려 몸을 움직이려는데, 야. 하고 뒤에서 오세훈이 날 부르는게 들렸다.


"응?"
"아까, 너가 물어본 거 있잖아."
"내가 물어본거?"
"좋아하는 애 있냐고.. 한거."
"아아...."


갑자기 그 얘기는 왜 꺼내는거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오세훈을 올려다 봤다.


"그거. 아까, 왜 물어본거야?"
"아.. 그거..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던건데.."
"그게, 다야?"
"......"
"단순히 궁금해서?"
"....뭐라고 말해야 될 지.. 모르겠어."


하아. 힘이 빠지는 듯, 오세훈이 한숨을 쉬었다.


"김민석. 지금부터 내가 하는말 잘 들어. 솔직하게 대답해."
"아, 응."
"......"
"......"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어어?? 갑작스런 오세훈의 질문에 당황을 한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자 어딘가 급한 듯 빨리. 하며 오세훈이 내 대답을 재촉했다.


"아니, 없어."
"사귀는 사람도 없는거고?"
"응.. 왜?"


조심스레 묻는 내 말에 오세훈은 잔뜩 긴장을 한 얼굴로, 숨을 고르며 정면으로 내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김민석. 진지하게 대답해.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남자가 남자를? 게이 말하는거야?"
"...그래. 그렇다고 치자."


게이,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오세훈이 살짝 눈썹을 움찔였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들어. 그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이 사랑을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
"갑자기 이건 왜 묻는거야?"


내 대답을 다 들은 오세훈이, 의미 모를 한숨을 쉬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마치, 내가 이렇게 말해서 다행이라는 듯이.


"김민석."
"...응..."
"나, 너가 좋아."
"응.. 어?!"
"좋아해. 김민석."


나. 너. 좋아해. 너가 좋아. 넌 몰랐겠지만, 작년부터 쭉 좋아했어. 너랑 일부러 짝 하고 싶어서 니 옆자리에 앉은거고, 너한테 잘보이려고 일부러 책도 많이읽고 공부도 했어. 너 좋아해서. 그런거였어. 차분히 말을 하는 오세훈의 눈빛이 조금 떨리면서도, 올곧았다.


"내가.. 너 좋아한다고 해서 싫어? 막상 남자한테 고백 받으니까, 혐오스러워?"
"...세훈아..."
"......"
"......"


오세훈은 아무 말 없이 서있는 날 내려다보며, 거칠게 제 뒷머리를 헝클어뜨렸다. 허리에 손을 올리며 숨을 고르고 답답한듯 한숨을 푹 쉬더니, 곧 손바닥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오세훈은 지금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당황해하고 난감해하는 오세훈의 모습은, 처음이었으니까.


"...됐어. 그만 가."
"세훈아."
"가서. 애새끼들한테 나 게이라고. 너 좋아한다고. 소문내도 좋아. 가. 빨리 가."
"세훈아, 내 얘기좀.."
"가라고!"
"내 얘기 좀 들어봐 오세훈!"


무언가에 홀린듯 연신 가라며 소리치는 오세훈에게 버럭 화를 냈다. 너무 순간적으로 튀어나갔던 거라 화를 내고 난 뒤 나 역시도 깜짝 놀랐었다. 오세훈은 내 화에 놀랐는지, 넋을 놓은 표정으로 멍하니 내 얼굴을 쳐다보고는 거칠게 마른세수를 하며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왜, 너 혼자 마음대로 해석해?"
"......"
"너.. 싫다고 한적 없어. 그런데 왜그래, 세훈아."
"...김민석."
"나. 솔직히 지금 많이 당황스러워. 우리 솔직히 별로 친한사이도 아니었잖아. 그리고, 너가 날 좋아하고 있을 줄.. 몰랐어..."
"......"
"그런데 내가 지금 느낀건.."
"......"
"기분이 별로.. 나쁘지가 않아."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속상해하지마..
엄마가 울고있는 어린 아들을 토닥이며 달래주듯, 오세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오세훈은 내 말에 바닥으로 내리깔고 있던 눈을 들어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놀란 듯 살짝 입을 벌리며 멍하니 날 쳐다봤다. 빤히 쳐다보는 오세훈의 시선에 부끄러워진 내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숙이자 오세훈이 성큼성큼 발을 옮겨 내 앞으로 다가왔다. 김민석. 내 이름을 부르는 오세훈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도 같았다.


"나.. 안 싫어? 정말로?"
"...응..."
"너 좋아한다고 했는데도.. 기분 안 나빠?"
"..응."
"......"


허.. 믿기지 않는 듯,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오세훈이 웃었다. 때묻지 않은 맑은 웃음. 처음 보는 오세훈의 웃는 모습. 어딘가에 정신이 팔린 사람처럼 얼마동안을 피식피식 웃던 오세훈이 웃는 표정을 지우고는 다시 진지하게 내 앞에 섰다. 키 차이가 나다 보니 자연스레 오세훈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멀뚱멀뚱 눈을 깜빡였는데, 뭐가 그렇게도 자꾸 웃음이 나오는지. 오세훈이 또 피식 웃으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거.. 꿈 아니지?"
"..뭐야 갑자기.."
"아니.. 너무 안 믿겨서 그래. 이거 꿈 아니지? 너 진짜 김민석 맞는거지? 어?"
"응.. 나 김민석 맞아. 세훈아. 꿈 아니야."
"허..."


어떡해. 어떡해.. 이젠 아예 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며 손바닥으로 제 얼굴을 감싸는 오세훈의 모습에 당황을 했다. 세훈아.. 괜찮아? 나도 따라 주저앉으며 묻자, 오세훈이 잔뜩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약하게 투정을 부렸다. 보지마. 가. 부끄러워..


"근데 세훈아. 나 좋아한다고 했잖아.."
"......"
"나.. 얼만큼 좋아하는 거야?"
"...갑자기 그런건 왜 물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빨개진 얼굴로 버럭 화를 내는 오세훈의 모습이 귀여워 쿡쿡 웃었더니, 오세훈이 씨이. 하며 찡찡거리곤 얼굴도 보이지 않을 만큼 고개를 푹 숙이더니 말했다. ..많이.. 좋아해.


"..너는?"
"응?"
"김민석 너는.. 나 어때?"


잔뜩 기대감에 찬 표정으로 날 뚫어져라 쳐다보는 오세훈의 얼굴이 보였다. 아.. 나는... 머뭇머뭇 거리며 말끝을 흐리는 내 모습에 긴장이 되는지 침을 꿀꺽 삼키는 것도 보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보여 풉, 하고 웃자 내 대답을 기다리던 오세훈이 안달이 난다는 표정으로 내게 소리를 쳤다. 아, 빨리! 말하라니까..!


"음. 나는..."
"......"
"..나도, 세훈이 너.. 좋아."


나 좋아해줘서 고마워.. 세훈아. 활짝 웃으며 말을 하자, 오세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서성이며 어쩔 줄 모르는듯 발을 동동 거렸다. 연신 어떡해 어떡해 하며 자꾸 새어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웃는 오세훈의 모습이, 마치 짝사랑하는 선배에게 고백을 한 수줍은 소녀처럼 보여 큭큭 하고 웃음이 나왔다. 오세훈에게 저런 귀여운 모습이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이, 이제. 그만 가자. 흠흠 거리며 헛기침을 하던 오세훈이, 멀뚱멀뚱 서있는 내 손을 잡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내 손을 마주잡고 있는 오세훈의 길고 예쁜 손가락이 보였다.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아직도 히죽히죽 거리며 웃고 있었다.


"김민석. 우리 오늘부터 1일이야."
"어.. 어어?"
"우리, 사귀는거라고."
"......"
"나 이제부터 담배도 줄이고, 공부도열심히 해서 성적도 올려서, 너한테 아깝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거야."
"......"
"말투 딱딱한것도.. 고쳐볼꺼야. 이건 어려서부터 습관 된거라서 좀 어려워. 그래도 노력할게."
"......"
"너 좋아하는 요맘때도. 매일. 사줄게."
"......"
"잘해줄게. 민석아."


부끄러운듯, 하지만 꿋꿋히 내 눈을 쳐다보며 말하는 오세훈에 가슴 한켠이 간질간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부끄러워... 말을 하며 고개를 숙이자 오세훈이 하하 하고 웃고는 '제일 부끄러운건 난데, 너가 그렇게 부끄러워 하면 어떡해.'하고 약한 투정을 부렸다. 이렇게 투정을 부리는 오세훈의 모습은 처음인지라 또 풉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야. 너 아까부터 왜 자꾸 웃어! 웃지마! 화를 내는 오세훈의 얼굴도 이젠 전혀 무서워보이지 않았다.


"아. 그리고, 너 이제 급식 도경수랑 먹지 말고 나랑 먹어."


넌 가만보면 맨날 도경수랑만 붙어 있더라? 짝인 나한테는 한 마디도 안 걸면서. 그나마 내가 먼저 뭐 물어봐야 얘기하고. 앞에 앉은 김종인이랑은 잘도 말하면서. 너 진짜 너무하는거 아니야? 내가 진짜 겉으로 티만 안냈지. 얼마나 짜증났었는데.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왔던 게 폭발한듯 오세훈이 다다다다 말했다. 살짝 삐친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앙 다물고 앞을 보며 걸어가는 오세훈의 옆 얼굴이 보였다. 귀여워. 너무. 귀여워 죽겠다. 오세훈 모르게 작게 어깨를 떨어가며 큭큭 웃었다.


"미안해 세훈아... 내가 잘못했어."
"..아니, 꼭 그렇다는건 아니고."
"나도 너한테 잘해주도록 노력할게. 그러니까 삐지지마."
"......"
"응?"


어린 아이를 달래듯 말하니, 내 손을 잡고있던 오세훈이 깍지를 끼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비로소 이제서야 오세훈과 사귀게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화르르, 하고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슬쩍 고개를 들어 오세훈의 얼굴을 살펴보니, 오세훈도 나 만큼이나 빨개진 얼굴이었다. 오늘만 벌써 빨개진 오세훈의 얼굴을 몇번이나 보게 되는건지. 티는 안냈지만 잔뜩 부끄러워하고 있는 오세훈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Part. 08

 

 

그 뒤로 오세훈은 내게 말했던 것 처럼 담배도 끊고, 공부도 열심히 했다. 조금 차가운 제 인상 때문에 가만히 무표정으로 있어도 화나 있는 것 처럼 보인다고. 이 점은 이해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자주 웃을게. 배시시 웃으며 오세훈이 말했다. 시험기간에는 같이 도서관에 다니며 공부를 했는데, 평소 다른 과목들은 기본은 하는 편이었지만 유독 수학에 약했던 오세훈은 나에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기도 하며, 놀라운 집중력으로 수학공부에 몰두를 했다. 이렇게 무언가에 집중을 하는 오세훈의 모습은 처음인지라 살짝 놀라기도 했다. 그리고 대망의 시험 날. 오세훈은 채점한 시험지를 내게 보여주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여? 나 40점이나 올랐어! 나 수학 80점 맞은거 처음이야! 대박이라고! 신이난 듯 아이처럼 좋아하며 방방대는 오세훈이 귀여워 작게 큭큭하고 웃었다. 잘 했어. 세훈아. 오세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민석아."
"응?"
"나, 수학 점수 올랐는데 뭐 선물같은거 없어?"
"선물?"
"응."
"...음... 뭐 갖고싶은데? 사줄게."
"아니. 그런거 말고.."
"그럼 뭔데?"
"...그게..."


오세훈이 말꼬리를 흐리며 잠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화르르 얼굴을 붉혔다. 왜. 뭔데 그래. 말해봐 세훈아. 응? 우물쭈물 거리는 오세훈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내가 대답을 재촉하자, 오세훈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받고싶은 게 있긴 한데."
"뭔데? 너가 원하는거 다 해줄게. 말해봐."
"...너, 방금 그거 되게 위험한 말이었던거 알아?"
"어? 뭐가?"


아냐, 그런 게 있어. 몰라도 돼. 흠흠, 오세훈이 작게 헛기침을 했다.


"나. 너한테.. 뽀뽀... 받고싶어."
"난 또 뭐라고.. 어?! 뽀, 뽀뽀?!"
"...안돼?"


잔뜩 풀이죽은 얼굴로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리며 묻는 오세훈의 표정에 급격히 마음이 약해졌다. 그, 그치만. 뽀뽀는.. 아직 우리 사귄지 한달밖에 안됐는데... 머뭇머뭇거리며 대답을 피하자, 조금 안달이 난 표정으로 오세훈이 내 어깨를 잡아왔다. 응? 민석아. 안돼?


"..알았어.. 할게."
"어? 해주는거야?"
"너가 해달라며.. 싫어?"
"아니?! 싫을리가 없잖아!"


오세훈이 급하게 손사레를 쳤다. 격한 반응의 오세훈을 보자 그동안 내가 너무 스킨십에 매정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줄게. 어디다 할까?"
"...마음 같아서는 입술이라고 하고 싶은데."
"아, 세훈아.."
"알았어 알았어. 그럼 볼에다 해줘. 그건 괜찮지?"


손가락으로 제 오른쪽 볼을 톡톡 두드리며 오세훈이 말했다. 벌써부터 뽀뽀를 받을 생각에 기분이 좋은지, 히죽히죽 웃었다. 내게 오른쪽 볼을 내밀며 빨리. 하고 재촉하는 오세훈을 보다가 주춤주춤 다가가 약하게 촉- 하고 뽀뽀를 하고 떨어지자, 잔뜩 광대를 하늘로 승천한채 피식거리며 웃는 오세훈의 얼굴이 보였다. 뽀뽀 하나에 이렇게 좋아하다니.. 세훈아..


"아. 어떡해.. 너무 좋아.."
"...그렇게 좋아?"


그럼 넌 안좋겠어?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오세훈의 얼굴을 보고있자니 자연스레 나도 웃음이 나왔다. 아. 진짜. 좋아 죽겠다. 나 이제부터 공부 더 열심히 해야겠다. 너 뽀뽀 받으려면.


"안 그래도돼 세훈아."
"어?"
"공부 열심히 안 해도.. 너가 받고싶으면 뽀뽀 언제든지 해줄게."
"...야..."
"아니, 난 너가 그거때문에 성적에 부담 가질까봐.."


그래서... 어? 아직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건만. 내 어깨를 다급하게 잡아오는 오세훈의 행동에 놀라 당황하자, 오세훈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내 얼굴로 제 얼굴을 가까이 해 왔다. 이, 이건. 어? 자, 잠시만. 어어?!


"김민석."
"어, 어?"
"넌 가끔씩, 이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날 당황시킬 때가 있어."
"어?.."
"이래서 내가 너한테 빠진걸지도 몰라."
"......"
"...지금 내가 너한테 뭐 하려고 하는 것 같아?"


응? 장난스레 웃으며 오세훈이 내 어깨를 잡은채로 점점 날 벽으로 몰았다. 뭔가, 상황이 내가 예상했던 것 밖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색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잡은 오세훈의 손을 잡으니 그대로 쾅! 하며 오세훈이 날 벽으로 밀어부쳤다.


"응? 뭐 하려는거 같아?"
"...세훈아..."
"너가 생각하는거, 맞아."
"...어?!"
"바보야. 이럴 땐, 그냥 가만히 눈 감고 기다리는거야."


왼손으로 내 눈을 덮어 자연스레 눈을 감게 하고는, 오세훈이 내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오세훈과 처음으로 하는, 뽀뽀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가만히 오세훈의 입술만 맞대고 있는데, 오세훈이 내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었다. 그에 반사적으로 입술이 열리자 오세훈의 혀가 내 입술을 가르며 매끄럽게 들어왔다. 갑작스레 들어오는 오세훈의 혀에 당황을 한 내가 뻣뻣하게 굳어있자 오세훈은 힘을 풀라는 듯 내 어깨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어느정도 오세훈과의 키스에 익숙해진 내가 힘을 풀고 어색하게 오세훈의 옷자락을 붙잡자, 오세훈이 내 뒤통수를 감싸고는 아까보다 더욱 깊게 키스를 했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 민망한 소리가 나는데도, 하나도 들리지가 않았다. 나는 지금. 오세훈과. 첫 키스를. 하고 있었다.


"하아..."


오세훈이 작게 한숨같지 않은 한숨을 쉬며 입술을 뗐다. 마무리로 쪽, 하고 짧게 내 입술에 뽀뽀를 하는 오세훈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어. 왜 웃어? 이게 웃겨? 그렇게 말하는 오세훈도,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지은 상태였다.


"우리 첫 키스를 학교에서 했네."
"...그러게..."
"그래서, 싫었어?"
"......"
"......"
"아니, 좋았어.."


살짝 긴장을 한 얼굴로 내 대답을 기다리던 오세훈이, 내 대답을 듣자 마자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오세훈의 웃음소리가 빈 교실을 가득 매웠다. 왜, 왜 웃어..! 민망할 정도로 웃는 오세훈에 부끄러워진 내가 앙탈을 부리자 오세훈이 제 눈가에 찔끔 고여있던 눈물을 닦아냈다. 아. 진짜. 김민석. 널 어쩌면 좋아.


"그럼, 앞으로 자주 해야겠네? 그치?"
"...아, 진짜. 오세훈 너! 처음부터 노렸지?!"
"뭐가? 너가 먼저 언제든지 뽀뽀 해준다며. 안돼?"
"내가 너땜에 미쳐..."
"나 때문에 미치는거면 얼마든지 미쳐도 돼."


장난스레 히히 웃으며 말하는 오세훈이 얄미우면서도, 나도 따라 웃음이 나왔다. 진짜, 오세훈이 이런애일 줄이야.. 꿈에도 몰랐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오세훈을 보며 배시시 웃어보이자 오세훈도 날 따라 수줍게 웃어 보였다. 예쁘게 눈을 접어가며 웃는 오세훈의 얼굴을 보자 또 가슴 한켠이 간질간질 해오는 것 같았다. 웃는게 훨씬 예쁜. 내 세훈이. 내가 좋아하는 너. 내 연인.


나는 아직도, 오세훈과 이런 사이가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물론, 오세훈도 마찬가지겠지만. 공통점이라곤 눈을 씻어도 찾아볼 수 없던 우리가, 지금은 이렇게 서로의 연인이 되어있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 문득, 새학기 첫날 내 옆자리에 의자를 빼고 앉았던 오세훈이 떠올랐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니, 먼저 나한테 다가와준 것도 너였었네. 항상 내 쪽으로 고개를 두며 잠을 자던 오세훈이 생각났다.


어쩌면 오세훈은 그 때 부터, 내게 알게 모르게 저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저번에 올렸던 세민 무제 글 입니다. 이어서 끝까지 다 썼어요~

세민 행쇼!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2
앜ㅋㅋㅋㅋㅋㅋㅋ글이너무귀엽네용 ㅠㅠ!!!ㅋㅋㅋㅋㅋ세후닠ㅋㅋㅋㅋㅋ앜ㅋㅋㅋ풋풋하고뭔가상상이가서더귀여워요 ㅎㅎ힣ㅎ힣ㅎㅎ잘읽고갑니아
10년 전
독자3
감자튀김이예요!! 이번글은 단연컨대 제가 요근래에 봤던 글중에 가장 좋았던 글이라고 할수있습니다..♥ 세민을 밀지않았지만..! 좋네요.. 이제 세민러될듯여ㅠㅠ
10년 전
독자4
익치에요!! 나도 요맘때 좋아한다구요!!!ㅠㅠㅠ 어떡해. 이렇게 달달한 글을 쓰실 수가 있어요? 진짜 내가 작가님 참 사랑합니다ㅠㅠ
10년 전
독자5
아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설레임이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진짜ㅠㅠㅠㅠㅠ왜케기엽져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현웃..엄마미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진짜저아요ㅠㅠㅠㅠㅠㅠ세미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세민행쇼 학원물이라서그런지ㅠㅠ풋풋함이 물씬ㅋㅋㅋ귀여워라(엄ㅁ마미소)
10년 전
독자7
소띠예요!!헐쩔어요 진짜 완던 대박감동이뮤 ㅠㅠ 아증말 너무좋다 하..역시 구찌작가님 워더 아 증말 내사랑♥ 세훈이 완전 귀여워요 증말!!아악!!너무좋아!!
10년 전
독자8
세민이라니ㅠㅠㅠㅠㅠ 세훈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맘떼 먹는 민석이도 상상가서 쥬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9
헐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달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 취향 저격하셨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0
세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달달햐 어떡해 어어어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1
허류ㅜㅜㅜㅜㅠㅜㅜㅜ세민ㅜㅜㅠㅠㅠㅠ왤캐달달해ㅜㅜㅜㅜㅜㅜㅠㅜㅜㅜㅜㅜㅠㅜㅠㅜㅠㅜㅜㅜ요맘때먹는민석이도귀엽고세후니도귀엽고ㅜㅜㅜㅠ
10년 전
독자12
아 풋풋하다ㅋㅋㅋㅋㅋㅋㅋ귀요미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세민좋아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3
쿼터예요!풋풋하네요...솔로가슴에 염장을 지르는구나...★둘다너무귀여워요ㅠㅠ
10년 전
독자14
세민카민다좋아여 ㅠㅠㅠㅠㅠ조으다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6
정말 귀여운글이네요ㅜㅜㅜㅜㅜㅠㅠㅠ 보는 내내 광대가 승천하였어요ㅠㅠㅠ
10년 전
독자17
동맹돌아다니다가 홈에서 본것같은데..! 같은분이신가보다 ㅋㅋ 처음홈에서 봤을땐 처음부분만 봤었는데 증말 세훈이 귀엽네욬ㅋㅋ큐ㅠㅠㅠ둘다 너무 귀여워요!
10년 전
구찌
네..? 아쉽지만 전 개인홈이 없습니다ㅜㅜ 인티에서만 올리는 중이구요! 저번에 앞부분만 올렸었어요ㅎㅎ 헷갈리셨나봐여ㅋㅋㅋㅋ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24
앜ㅋㅋ헷갈렸나봐요..민망민망
10년 전
독자18
허류ㅜㅜㅜㅜㅜㅜㅠ섹슈행쇼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짱이네요ㅠㅜㅜㅜ이게짱ㅠㅜㅜ하ㅠㅜㅜㅜㅜㅜㅡ달달함이흘러넘쳐내려여ㅠㅜㅜ허류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19
ㅜㅜㅜㅜㅜㅜ귀여워오센ㅜㅜㅜ진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으르렁 니니파트에서 민석이가 세훈이한테 손올릭ᆞㄷ 춤추는거 보고 와ㅜㅜㅜㅜㅜ둏아쥬금ㅜㅜ
10년 전
독자20
뽀메에요오센귀여워ㅠㅠㅠㅠㅠㅠ귀여운커플이네요ㅠㅠㅠㅠ ㅠㅠㅠㅠㅠ제목이사랑에빠진딸기라니너무잘어울려요ㅠㅠㅠㅠ잘보고가용
10년 전
독자21
ㅜㅜㅜㅜㅜㅜ헐ㅜㅜㅜㅜㅜ작가님 진짜 짱짱 최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진짜 저 취향저격당했어요ㅜㅜㅜ
10년 전
독자22
와...진짜귀요미해ㅠㅠㅠㅠㅠㅜ진짜귀엽닼ㅋ풋풋하다 세후니도그러고민석이도그러고종인이도그러고 다귀엽다ㅠ
10년 전
독자23
완전 재밋엇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세민은 처음 보는데 이렇게 잘어울릴줄은 ... ㅋㅋㅋ 진짜 풋풋하고 좋네요 ㅋㅋㅋㅋ 잘보고 가용 ㅋㅋ
10년 전
독자25
뭐야둘이 ㅎㅎㅎㅎㅎ 풋풋해 ㅎㅎㅎㅎㅎㅎㅎ아휴 ㅎㅎ 잘어울려 ㅎㅎㅎㅎㅎㅎ
10년 전
독자26
장난없네요. 와 풋풋.. 저런 연애하고 싶어요 대박
10년 전
독자27
세민너무잘어울려ㅠㅠㅠㅠㅠㅠ우어어유ㅠㅠㅠㅠㄴ진짜너뮤달달하고 가슴설렌다 요번에도 작가님은 제 취향을 저격하셨어요ㅠㅜㅜ진짜완전좋아요 사랑해요♥♥으아 완전좋다ㅜㅜ
10년 전
독자28
제목부터 달다류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세민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시고ㅠㅠㅠ취향저격ㅠㅠㅠㅠㅠㅠ 아 사랑해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9
핡.... . 달달해서 내가 마치 요맘때가된것같아ㅠㅠ 달달해서 녹아내리네여ㅠㅠ
10년 전
독자30
아진짜대박ㅠㅠ세민러될거같아요
10년 전
독자31
헐리얼달달ㅡㅜㅜㅜㅜㅜㅡ죠탕
10년 전
독자32
잘보고 가염!!!!
10년 전
독자33
아진심으로이거너무좋ㅇ어옆ㅍ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ㅠ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34
세훈이가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네요 ㅠㅠㅠㅠㅠㅠㅠ 아 달달해
10년 전
독자35
으으ㅠㅠㅠ진짜 글이 요맘때같이 부드럽고 달달한 느낌 이여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6
와 세민ㅠㅠ 달달해서 진짜 좋아여... 저까지 순수해지는 ㄱㅣ분^^!
10년 전
독자37
분량봐ㅠㅠㅠㅍㅍ내용에울고 분량에 한 번 더울고ㅠㅠㅠㅠㅠㅠ자까님은사랑입니다..♥세민행쇼
10년 전
독자38
헐 진짜 풋풋해요ㅜㅜㅜ제목부터 달달한 스멜이 풍기더니 진짜 대박이네요ㅜㅜㅜㅜㅜㅜㅜㅜ달달한거 진짜 좋아하는데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엑소 [EXO/백도카디] 변백현 팀장님과 도경수 사원 카톡 918 팀장님♥ 08.24 16:44
엑소 [EXO/백도] 우리 학교에 게이가 있다5 재미없음주의 08.24 16:30
엑소 [EXO/카디찬백세준] 아빠! 어디가? A17 프로듀서 08.24 16:10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47 루다 08.24 15:36
기타 [이창근] 17살,다시그때로 510 뭉실뭉실 08.24 15:30
엑소 [세준] 준면이한테만 착한 오세훈3.kakaotalk136 반장 08.24 14:48
기타 [수현우] 일기예보 24 모르 08.24 14:45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6 .kakao 08.24 14:44
엑소 [EXO/카첸] 단톡 왕게임 걸렸는데 상대가 내 옆에 있는 것 같다. (부제;사요나라..) 上27 08.24 14:41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0 뚜이짱이 뚜이.. 08.24 14:04
인피니트 [인피니트/명우] 관계 C18 우럭@ 08.24 13:06
엑소 [EXO/찬백] 변백현 ㅍㅇㅅㅂ을 해킹해킹.Kakao(종대주의)58 뚜이짱이 뚜이.. 08.24 12:41
인피니트 [인피니트/성우] 남총 쓰려다 실패해서 성우로 둔갑한 썰12 널보면우현우.. 08.24 12:37
엑소 [exo/카세] 남친이 너무 과격해66 (부제:역관광ㅋㅋㅋㅋ67 세훈님 08.24 12:22
엑소 [EXO/징어] 엑소와 위험한 소녀 1화(부제:엑소의 소녀탐구!)40 하파펑 08.24 12:05
샤이니 [샤이니] 다섯남자랑 짱친인 썰.kakao22 팅규 08.24 11:59
엑소 [EXO/찬백카디] 솔리스트 soliste 043 데일리루민 08.24 11:42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56 요노르 08.24 11:40
엑소 [EXO/카디찬백] 이그조팬 백현이와 경수의 팬질에 화난 종인이와 찬녈이 Kakao76 눈물 08.24 11:29
엑소 [EXO/찬백] Y에게. 21 내꺼해라 08.24 11:15
엑소 [카백] 우견의 나비 011 옆집꼬맹이 08.24 11:02
엑소 [EXO/카백] 임신한 백현이 챙겨주는종인이 Kakao(알파오메가)114 눈물 08.24 10:52
엑소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82 찰지구나 08.24 09:40
엑소 [EXO/루민] 좋은게 좋은거고 싫은것도 좋은거야 민석아 kakao47 청츤궤이 08.24 09:14
엑소 [EXO/세준찬백] 끌레망스 (ep. 익숙함과 편안함)12 백열등 08.24 03:54
엑소 [EXO/찬열] 과외하는데 학생이 자꾸 추근덕댐 014 됴징 08.24 03:25
인피니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03 F코드 08.24 02:55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