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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아이리버 전체글ll조회 573l 2

 

비행기에 탔을 때도, 오스트리아의 이국적인 공항에서 홀로 걸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우현은 여전히 웃지 못했다. 너무 떨려서. 긴장되어 간혈적으로 떨리던 손은 이제 잠잠했다. 거의 다 온 탓일까. 출처도 알 수 없는 어린애들 장난같은 소리 하나만 믿고 전설을 쫓아 유적을 파헤치는 기분으로 이곳에 왔다. 우현은 모래 알갱이가 흩날리는 사막에 서서 검은색 망토를 꽉 움겨쥐었다. 지평선의 먼 시야로 밀림의 시작을 알리는 푸른색이 넘쳤다. 너 하나만 바라보다 이런 우스운 꼴이 되었다. 넌 지금 어디에 있니.

 

긴 철조망이 분단 국가를 나타내기라도 하는 듯 빽빽하게 걸쳐져 있었다. 이곳은 지금 우기. 건기가 아니면 근처 밀림의 강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이동 통로 수단이 막혀버리는 탓에 정부에서는 아예 이곳을 막아버렸다. 거세게 쏟아지는 빗물 사이로, 우현은 망설임 없이 철조망을 건넜다. 물에 빠져 죽게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았다. 우현은, 잃을 게 없는 사람이었다.

 

"거기 잠깐만요!"

 

허리까지 오는 물살을 꺾어버릴 기세로 물에 첨벙첨벙 들어가던 우현을, 낯선 목소리가 멈춰 세웠다.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바빠서,"
"혹시 누군가를 만나러 가세요?"
"....네. 근데 제가 지금은,"
"그럼 혹시.."

 

그 사람, 죽었나요?
가슴을 아프게도 파고드는 말이었다.

 

 

따뜻한 코코아를 내주던 그 사람은 우현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잘생긴 얼굴이 꼭 영화배우 같았다. 그는 자신을 L이라 소개했다.

 

"죽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곤 해요. 건기가 일 년에 몇 번 없는 탓이기도 하고, 강물이 너무 무섭게 불어나 다들 돌아가곤 하는데 그쪽은 좀 특이하네요."
"........"
"자살이라도 할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무식하게 뛰어드는 사람은 몇 없던데."
"........코코아 잘 마셨습니다. 그럼 전,"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밝히지 않으려 하더라구요. 아, 참고로 저는 사신이에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좀 바빠서요."
"어? 방금 장난이라고 생각하셨죠?"

 

L은 낮게 웃으며 일어섰다. 순식간이었다. 우현의 목 언저리에 낫 - 낫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길고, 지나치게 컸으며, 지나치게 날카로웠다. - 을 세워보였다. 이것도 장난일까요? 맑게 웃는 그를, 우현은 경계 어린 눈초리로 쳐다봤다.

 

"환영해요. 죽은 자를 만나러 오셨죠? 타이밍이 참 좋았네요. 일어나시게 되면, 다른 사람들을 모두 죽이세요. 전부요. 한 명도 빠짐없이. 단 한 명만 죽은 자를 만나게 해드릴테니까요."

 

먹먹한 검은 시야가 우현을 덮쳤다.

 

 

 

 


느리게 눈을 뜬 우현은 도저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긴 어디지? 붉은색 하늘, 푸른 구름, 햇빛은 있는 것 같지만 끈적하게 덮쳐오는 습기는 여름과도 같았다. 잠깐, 지금이 몇 월달이지? 마지막 기억의 끝자락에서, 우현은 자신이 늦가을에 오스트리아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아씨. 하나도 기억 안 나네."

 

누군가를 만났던 것도 같다. 우현은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높게 솟은 바위 산이 주변을 두르고 있었고, 크고 작은 언덕은 사막의 모래언덕과도 같았다. 짙은 회색과 붉은색, 녹색을 섞어 띠를 두른 채 고층빌딩처럼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는 바위덩어리들은 이국적이다 못해 지구상의 것들이 아닌 것만 같았다.
우현은 자신이 동굴 안에 있음을 알았다. 동굴은 바깥에 비해 훨씬 습했고, 습기를 피하려 밖으로 나가려던 우현은 제 옆에 웬 가죽가방이 하나 놓여있는 것을 알아챘다. 가방 안에는 작은 손목시계와 물병, 빵 몇 봉지가 들어있었다.
그제서야 우현은, 사람들을 모두 죽여보라는 미치광이의 말이 떠올랐다.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거야!"

 

큰 소리가 동굴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메아리치는 거대한 음파에, 한 생명체가 움찔 떨었다.

 

"누구야!"

 

머뭇머뭇하게 나온 생명체는 사람이었다. 갈색 머리에 동그란 머리통, 하얀 피부에 귀에는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하얗고 긴 손가락을 쫙 펴서 머리 위로 살며시 들어보인 그는 어색하게 웃었다.

 

"안...녕하세요."
"허. 안녕하세요?"

 

이 상황에 안녕? 안녕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우현은 자세를 바로잡고 남자를 뜯어보았다. 마른 체형이었지만 선이 가늘지는 않았다. 덥지도 않은지 회색 니트를 입고 있는 그를 보며, 우현은 미치광이의 말을 다시 생각했다.

저 사람에게도 모두를 죽여보라고 말했을까.

 

"음... 그쪽 저보다 꼬박 하루는 늦게 일어났어요. 제가 외로움을 잘 타서 그런데, 옆에 좀 가까이 가도 돼요? 그, 그리고 전 그렇게 수상한 사람... 아니고.... 정신을 차려보니까... 그게... 비슷한 처지같기도 하고...."

 

경계를 풀지 않는 우현에게, 그는 횡설수설하며 아무 말이나 막 뱉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도 없는 이런 이상한 곳에서 혼자 가만히 그쪽 깰 때까지 기다리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경계심 좀... 풀어봐요... 으.... 이러면 같이 다니기는 커녕 적이 되겠네...."
"적? 무슨소리지?"
"네? 아무것도 몰라요? 기절하기 전에 뭐 듣지 못했어요?"
"........아무것도."

 

모두를 죽이라고 말했다는 것을 밝혔다가는, 이 자리에서 당장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전 기절하기 전에 웬 사신이라는 시커먼 남자가 말했거든요. 동료를 잘 찾아서 게임을 해보라구요. 승리하는 건 한 팀이니까.....랬나? 그리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 사람을 찾아보라면서 낄낄 웃어대더라구요. 나원참. 이상한 사람을 다 봤네."

 

말이 다르다. 정말로 다른 내용을 말했는가, 아니면 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우현은 경계의 눈빛을 풀었다. 내용에는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는 누군가와 대치상황이 될 것이라는 것. 그게 자신을 제외한 모두일지, 눈 앞의 남자를 제외한 모두일지는 모르겠지만 우현은 일단 계속 경계해서 좋을 것은 없으리라 판단했다.

 

"좋아. 한 팀 하자."
"네? 전 그쪽하고 한 팀 하자고 말한 적 없는데."
"뭐?"
"하하하. 장난이에요. 같은 곳에서 깨어난 것도 운명 아닌가? 제 이름은 김성규. 27살이에요."
"남우현. 25살. 김성규...형.... 이네요."
"됐어요. 말 놔요. 처음부터 누구냐고 소리질렀으면서."
"그건....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닌데. 상황이 이러니까.."
"하하하.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네."

 

우현은 반쯤 허문 경계의 틈 사이로 어색하지 않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웃는 게 힘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눈 앞의 남자가 허물없이 기쁘게 웃는 바람에 웃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우현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오게 된, 이 말도 안되는 일에 휘말리게 된 근본적인 '목적'을 잊고 있었다. 잊고 있었다기보다 그 일은 처음부터 없던 기억인 듯이 우현의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사라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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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오오오 이거 계속 연재되는거 맞죠??재밌어요ㅋㅋㅋㅋ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네요ㅜㅜㅜㅜㅜ신알신 걸고가여!달이라고 기억해 주세욯ㅎㅎ
11년 전
독자2
허류 완전궁금하당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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