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드ㅡ]님과 [한재호]님께 감사드립니다*
열일곱의 봄 11 Written by. 여우 |
창가로 비쳐들어오는 햇살 때문에 도저히 몰려오는 잠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으…, 오늘 점심으로 뭘 먹었더라…, 상추던가…. 아니, 아닐것이다. 아마 밤새도록 100일이라고 적혀있는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다 잠들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뒷통수부터 저려오는 성규의 머리가 잠을 몰고 왔다. 성규의 눈꺼풀이 한 번 감겼다 떨어졌을 뿐인데 수업은 벌써 선생님을 몰고 나가버렸다. 헐…, 아니 이 무슨- 남우현 고백하는 속도야. 성규는 자신의 머릿속을 벅벅 긁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씨- 또 남우현 생각. 졸면 안 되는데-, 에씨. 성규는 다시 두 팔을 포개 그 위로 이마를 수직낙하시켜버렸다. 어차피 학교야 이미 끝나버릴대로 다 끝내버린 시간, 더 있겠다고해서 누가 무엇이라 하겠는가. 톡톡- 누군가 성규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는가 싶더니 잔뜩 지푸린채 들어올려지는 성규의 눈 앞에 성종의 두 눈이 자리하고 있었다. 깜…깜짝이야. 성규의 앞에 앉아 또렷이 그 눈을 바라보던 성종은 그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 뿐이었다. 백일, 백일이라지. 5월 23일-, 무슨 놈의 날은 이렇게도 빨리 흐르는 것인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아아악- 진짜 싫어. 성규는 미친듯이 머리를 잡아뜯었다. 성종은 그런 성규가 이상하게 생각되었는지 성규의 볼을 톡톡 쳤다. "정신차려, 멍청아-." 성종이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문제신가?-. 성규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성종의 표정을 보고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떨구었다.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아-. 성종의 말에도 성규는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 뿐 말을 잇지 않았다. 성종은 멍하니 앉아 책상만 바라보는 성규탓에 가슴이 타들어 갈 것 같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뚱하게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진짜 말 안해? 성종의 재촉에도 성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흠- 입에 풀칠을 한거야, 왜 말을 못해, 나 못 믿어? 얼른 말해봐. 어금니까지 꽉 깨문 듯 입을 오물오물 거리는 성규를 보니 성종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인지 계속해서 성규를 다독였다. 결국 성규의 마음이 돌아간 것일까. 무언가 말을 하려고 입을 떼는 듯 싶었는데, 그새 마음이 변한 것인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말구, 멍청아-. 성종은 알 수 없는 예감에 휩싸인 듯 갑작스레 말을 바꾸고는 성규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래, 아마- 아마도 남우현이겠지. 그러다 갑자기 성규의 고개가 톡- 하고 올려졌다. 뭐, 뭐야- 왜 울어.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찬 성규의 두 눈은 성종을 당황케 하기에 충분했다. "…백일." "…어…?" "나, 남우현이랑 오늘 백일이야, 성종아…."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성규를 보니 성종의 마음이 더 덜컹하고 내려앉았다. 하지만 성종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다른 아이들이 볼까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다 그저 배시시 웃어주는 것, 그 뿐이었다. 그래서, 뭐 하고 싶은데? 으…응? 성규는 성종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그저 그 작은 눈을 더 크게 뜰 뿐이었다. 뭐하고 싶냐고, 멍청아-. 성종은 그런 성규가 귀여운 것인지 투닥이는 가슴을 재우고는 성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지금 나랑 놀고 싶다고 떼 쓰는 거 아니야?-. 성규는 성종의 능청스러움에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오는지 풋- 하고 웃었다가 이내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었다. 고마워, 성종아-. 성종은 미칠듯이 다가오는 성규의 아름다움에 작은 콧구멍으로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었다를 반복했다. 아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헤모글로빈이 운반할 산소가 모자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아무렇지도 않게 성규의 손을 끌고 온 성종은 다짜고짜 그를 노래방 안으로 들이밀었다. 너 중학교 축제 때 상도 받았었잖아-. 성규는 성종의 말에 적잖이 놀란 듯 당황하여 고개를 내저었다. 무슨소리야, 싫어-. 성규는 상의도 없이 와 버린 노래방부터가 맘에 들지 않는 듯 노래방 쇼파에 앉아 휴대폰을 조물거렸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도 딱딱히 서 있는 성종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 다는 듯이 휴대폰만 만지고 있는 폼이 영 짜증이 가득 담겨있었다. 괜히 인터넷을 눌렀다가 얼마전에 다운 받은 앱을 나갔다 들어갔다-, 하지도 않던 게임을 껐다가 켰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아무리 봐도 휴대폰으로는 할 것이 없는 게 분명했는데 도무지 손에서는 휴대폰을 뗄 줄을 몰랐다. 그만 좀 해-. 성종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성규의 휴대폰을 뺏어갔다. 노래불러-. 성종은 커다란 노래방 기기 앞의 마이크를 뽑아서는 성규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그만 좀 튕겨. 튕기는 거 아니…. "쉿, 시끄러워-. 노래불러." 성종은 말처럼 인상을 확 찌푸렸다가 배시시 웃어주었다. 리모컨을 가져다가 이것저것을 검색하다가 성규가 하는 말에 고개를 돌려다보았다. 뭐라고? 성규는 성종의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다 다시 조그맣게 웅얼거렸다. 달…라고. 뭘. 아- 멍청아, 리모컨 달라고. 성규는 한 쪽 팔을 길게 뻗어 탈탈 손을 흔들었다. 성종은 그런 성규를 보았다가 무슨 뜻인지 이해했는지 살짝 미소지어주었다. 뭐야- 부를거면서. 성종은 성규에게 리모컨을 건네주었다. 큼큼-. 성규는 마른 입술을 살짝 축이고는 이내 마음에 드는 노래를 고르려는 듯 예쁜 손으로 콕콕 키보드를 눌렀다. 쥐…아이. 성종은 답답한 마음에 눌러주겠다며 리모컨을 내놓으라 말했지만 성규는 성종을 위아래로 훑으며 작은 눈을 부라렸다. 결국 성종은 성규의 기에 눌렸는지 다시 노래방 기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성규는 이내 모든 글자를 완성했는지 뿌듯한 모습으로 시작을 눌렀다. 잔잔한 멜로디가 울려퍼지나 싶더니 성규의 미성이 흘러나왔다. "자고 있었나봐- 깨웠다면 미안해…. 할 말이 있었던 건 아냐, 나 니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알아- 이러면 안 된 단걸, 우린 이미 끝났단 걸. 그래도 잠시만 아주 잠시만 이렇게 있어줄래." "…." "I'm with my girlfriend right now-. 믿기지가 않아, 지금…. 너 여자친구라 한 게 맞아, 진심이니…그럴 리가 없잖아…." "…김성규, 그만불러." "She is your girlfriend right now-. 지금 그녀도 듣고 있니, 나 같은 거 아무의미 없다…." 툭-. 성규의 목소리가 차마 가사를 다 이어내기 전에 멜로디가 끊어졌다. 뭐하는 거야-.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방금까지 여자음으로 노래를 부르던 음성이라고는 생각도 못할 정도로 싸했다. 화…났나. 성종은 순간 얼어붙은 성규의 목소리탓에 움찔했지만 성종또한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기에 차마 성규를 달랠생각을 할 수 없었다. 꼭 여기까지 와서 티를 내야해?성규는 알 수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더니 다시 시작버튼을 누르려는 듯 리모컨을 뺏어가려했다. 성종은 그럴 수 없다는 듯이 리모컨을 자신의 등 뒤로 숨겨버렸다. 청승맞게, 뭐하는 거야-. 성규는 청승이라는 단어에 비웃음을 날리더니 이내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청승에 쌈싸먹을 놈-. 성규는 조용히 욕같지도 않은 욕짓거리를 내뱉었다가 다시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가 소리를 꽥- 하니 내질러버렸다. "아, 왜! 나만 이렇게 당해야돼? 아나, 미치겠네-. 내가 지금까지 청승맞았던 건 맞는 것 같아서 반박을 못하겠는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왜 그 놈의 씨방나무 때문에 질질 짜야해? 아니 근데 갑자기 또 미치겠는게 그 년은 또 뭔데, 아 이런 우라질 쌈싸멕일…, 아오. 야- 근데 너까지 왜 내 노래를 끄는데." "…뭐, 뭐?" 성규는 이 벽, 저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금 들었다가 성종을 노려보았다. 놀아주기로 했으면- 제대로 놀아주던가. 성규는 지금까지 우현으로 인해 숨겨져 있던 성격을 툭툭 내뱉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돼요, 이해가…. 성규는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서술어들만 계속 나열하다가 성종의 뒤에 놓여져있는 리모컨을 쟁취해왔다. 성규는 검색창을 잡아먹을듯이 노려보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듯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달리 빠르게 움직이는 손놀림은 벌써 검색창 가득 '말달리자'의 단어를 완성시켜놓았다. 미친듯이 빠르게 뛰는 전주부터 예감한 듯 성규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고 차분히 신발을 벗는가 싶더니 쇼파위로 올라갔다. 야야, 너 뭐하려고…. 씨끄러, 이자식아. 노래가 나오자마자 성규의 잡귀를 쫓으려는 무당마냥 펄펄 뛰기 시작했고, 발은 땅, 아니 쇼파에 닿는 순간보다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중학교 축제의 대상 수상자에 빛나는 가창력은 도무지 그동안 근질거려서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로 성종의 귀를 반짝 트여주었다. 물론, 노래들이 모두 욕이 담겨있는 것만 병적으로 집착하여 꼽아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완벽했지만. 어찌되었든 성종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김성규를 본 것 같다며 아주 흡족해했고,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제대로 푼 것 같다며 배시시 웃는 성규또한 많이 행복해했다. * 땅거미가 내려앉은 도심에는 노을빛 그림자를 뒤로한 두 소년이 서 있었다. 언제쯤 오려나…. 성종은 도로끝으로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다 눈이 부셨는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사실 해는 거의 다 져버렸고, 노을이라기보다는 그 옆을 장식한 어둠들이 세상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다. 성종은 다시 고개를 돌려 성규를 바라보았다. 성규는 모든 메뉴얼이 남우현모드에서 김성규모드로 돌려버린 듯 어둠의 오오라를 풍겨내며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눈에는 불을 켜고 광속으로 클릭하는 손가락을 보니 남우현모드가 나은 것 같기도 하면서 게임한판을 이겼다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김성규모드가 나은 것 같기도 했다. 성종은 아리송한 기분에 으쓱하면서도 슬슬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 왔다-. 성종은 자신을 바라보는 성규탓에 살짝 얼굴을 붉히려했는데,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뒤에서부터 달려오는 버스를 향해 시선을 던진 것 같았다. 에이씨, 분위기는 참 더럽게 못 잡아요-. 성종은 괜히 성규에게서 난 화를 툴툴대었다. 뭐? 성규는 제대로 듣지 못했는지 성종을 쳐다보았지만 성종은 아니라며 먼저 버스에 올라버렸다. "야, 같이 타야지!" 먼저 버스에 오른 성종은 맨 뒷자리 창가로 쓱쓱 들어가 앉아버렸다. 성규는 그런 성종을 한참이나 빤히 쳐다보다 그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혼자 앉으면 외롭잖아? 성종은 그런 성규때문에 웃음이 새어나왔지만 툴툴 삐친티를 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안 삐진 거 알아-, 그만 찡찡대. 귀신이네, 귀신. 성규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무어라 중얼대었다. 성종은 또 쓸데없는 말일 것 같은 기분에 휴대폰에 이어폰을 꼽고는 노래를 틀었다. 성규는 성종을 흘기다 이내 자신도 삐쳤다는 듯 눈을 감고는 등받이에 기대었다. 물론, 흠이 있다면 삐친 척 하려했던 몸이 금새 정말 잠이 들었다는 점이겠지만-. 성규는 까딱거리던 고개를 기댈 곳 없이 흔들거리다 성종의 어깨에 안착했다. "치워, 무거…." 성종은 아무 생각없이 말을 내뱉었다가 사르르 눈을 감고 있는 성규를 보았다. 참 이쁜데…. 성종은 하릴없이 지어지는 미소에 차마 입꼬리를 내릴수가 없었다. 그 때 성규가 손에 꼭 쥐고 있는 휴대폰에서 진득한 진동이 울려왔다. 성종은 살짝 손을 풀어내 자신의 눈 앞으로 가져왔다. 남…우현? 성종은 성규가 자신을 향해 웃어줄때보다도 더 떨리는 가슴탓에 도저히 액정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흐-. 성종의 머릿속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받…을까, 말까. 하지만 그런 고민은 이내 얼마가지 않아 사라졌다. 전화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하기도 이른 것이, 금새 또 성규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잘못했어, 성규야- 우리 만나자…, 나 기다리고 있을께-, 학교 앞 벚꽃나무에서 기다릴게.] 성종의 손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 성규를 깨워서 이 문자를 보여주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모른 척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단 말인가. 하지만 후자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부재중은 물론 문자까지 자신이 확인해버렸으니, 성규가 본다면 다른 것은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자신이 본 것이 확실하지 않은가. 성종은 결국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는 성규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삭제하시겠습니까-. 짧은 경고문장이 성종의 시야에 들어왔지만 성종은 두 눈을 꼭 감고 확인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렇게 우현의 문자와 부재중기록, 문자기록-은. 영영 사라져버렸다. |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허허, 오늘은 분량 조금 fail.. 아잌, 용서해 주실꺼지요?
11kb여요, 모티분들 그대들 정말 죄송해요,
저를 용서해주시와요, 사랑합니다!
그대들 제가 또 금방와서 다음아가 놓고 갈게요~
사랑해요, 그대들 금방 또 뵈어요!
안녕, 혜댜. 너가 나의 친구라면 이 것을 펼쳐보았겟디 허허허허, 어때? 우선 니가 이걸 하루만에 완독할 줄이야 허허허허허, 아주 웃음이 새어나오는구나 껄껄 스릉한당 혜댜 낼밧 잉, 12화 쓰면 또 네톤으로 맛보기 보내쥴게 쓰릉해..헬로우, 마이 프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