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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올라왔던 4화는 기억에서 지워주세요. (부끄)






며칠 내내 텔레비전에선 똑같은 내용만이 나왔다. 구울과의 전쟁을 선포. 더 이상 인간을 먹어치우는 구울에게 설 자리를 주어선 안된다. 는 식의 내용에 기범은 콧웃음을 쳤다. 내가 설 자리는 네가 준게 아니라 내가 만든 거라고. 불쾌감이 온 몸을 떨리게 만들었다. 죽일거야. 죽여서 하나하나 뜯어 먹어야지. 그때서야 그들은 자신의 선택이 틀렸음을 깨닫게 될 테니. 





서울구울



04.






 구울의 종류는 크게 두가지. 우리가 알고있는 위협적이지 않은 구울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일단은. 그리고 다른 한쪽은 당신도 잘 알다시피, 인간을 먹고 살아가는 진짜 구울. 우리가 몰아내야 할 괴물입니다. 구울들은 알려진 바로는 약 2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고 구울로 인해 살해당한 사람이 발견된 것도 그 쯤입니다. 여태까지 조사했던 걸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가 있으니 꼭 꼼꼼히 읽어주세요. 미리 주요내용을 말씀드리자면 구울에게도 대표자가 있고 그 아래에 그들을 받드는 자들이 따로 있으며, 그 대표자가 우리가 가장 신경써야 할 존재들이란 사실입니다. 아, 대표자 두놈 중 하나는 이미 외형이나 이름까지 다 알려진 상태이니 나중에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별로 중요한 사실은 아닙니다만, 그 놈이 최초의 구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뭐, 일단은요.


"나머진 여기서 보시면 돼요."
"아, 네."


종현은 태민이 건넨 파일철을 받아들었다. 끌어들여서 미안해요. 하지만 끌려들어온 건 그쪽이니까 너무 날 탓하지 말아요. 태민은 등을 돌려 사라지는 종현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난 후의 발악에 당신을 끌어들여서 미안. 사실 세상이 변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거든요. 나는 단지 그의 모든 것을 박살내고 싶을 뿐이야. 내 부모가 느껴야 했던 고통의 몇배로 괴롭게 죽여줄거야. 태민은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알싸한 담배향이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수극의 문을 열 때가 되었다.

인터넷에 끝없이 글을 올리고 대중의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그 노력의 성과라기 보단 크게 터져버린 사건의 영향이 더 크겠지만, 어쨌든 결국 그들은 구울에게 충분한 반감을 갖게 되었고, 정식으로 올려보낸 공문은 통과되었다. 이제는 비밀조직 따위가 아닌 제대로 된 대한민국의 경찰이다. 구울전담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구울을 몰아 낼.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었다. 










 진기는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끔찍한 경험을 하고 내밀어진 기범의 손을 잡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 곳이다. 깜깜한 어둠, 그리고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진기는 팔에 힘을 주어 저를 구속하고 있는 듯한 무언가를 뜯어내었다.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곧 양 팔이 자유로워졌다. 그는 천천히 다리에 힘을 주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이 보이지 않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거기 누구 없어요?"


괜히 외쳐보지만 들려오는 답은 없다. 불안함과 몰려오는 공포심에 마른 침을 삼킨 진기는 문득 들려오는 기계음에 확 고개를 치켜들었다. 질질 끌리는 소리, 어떻게 생각하면 발걸음 소리라고도 할 수 있을 법 한… 여기, 누군가가 있다! 진기는 제 팔을 잡아오는 축축한 무언가의 촉감에 비명을 지르며 반사적으로 다리를 뻗었다. 정통으로 맞았는지 퍽 하는 마찰음이 들렸다. 뭐야, 숨을 몰아쉬며 다가오는 무언가에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 그것들을 떨쳐낸다. 끝없이 엉겨붙는 것들이 불쾌하게 몸을 적셔온다.

그러다가, 마치 빛이 번쩍인 것 마냥 시야가 되살아 났다가, 깜빡 꺼졌다. 순간적으로 보인 풍경에 진기는 긴장으로 굳었던 몸에 힘을 빼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냥 물에 젖은 옷가지들이었다. 어디서 날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앞이 보여?"


익숙한 목소리다. 


"네. 잠깐이지만."
"그거면 됐어. 시력 테스트 좀 해봤어."


기범은 발랄하게 말한 뒤 실험실 내부의 불을 켰다. 멍한 표정의 진기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기범의 손짓에 따라 안을 나왔다. 어쩐지 느낌이 달라진 표정을 하고 있는 진기를 보며 기범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진기는 아무것도 모른 채 뻐근한 몸을 휘휘 움직여 풀고만 있었다.


"곧 재미있는 일이 생길거야."
"네?"
"인간들이 뭔가 작당을 하고 있더라고."


으음, 진기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짐짓 알아들은 척을 했다. 기범은 순식간에 눈치채고 깔깔 웃어버렸다. 바보. 넌 진짜 처음봤을때 부터 생각한 거지만 약간 모자란 것 같다. 그의 숨김없는 말에 진기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이야."


나는 전쟁이 참 좋아. 눈치보지 않고 마구 먹어치울 수 있거든. 진기는 기범의 맑은 웃음에서 아까보다 몇배는 더한 공포감을 느꼈다.

 그 이후로 진기는 기범에 의해 몇번이고 다시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기범은 대체 뭘 하려는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고 그에따른 진기의 기분이나 반응등을 살폈다. 그는 그저 테스트라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진기는 점점 자신이 이상해지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기범에게 반항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기범은 그를 호출하지 않았다. 진기는 언젠가부터 완벽히 보이기 시작한 눈과 너무나도 가볍고 잘 움직이는 몸, 그리고 무엇보다 둔해진 감정에 서서히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자신을 잠식해 가는 느낌이었다. 


"언젠가, 네 스스로 더 갈구하게 될 날이 올 거야."


수수께끼같은 말을 하며 웃는다. 그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네 스스로가 징그럽고 무섭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꼭 그런 것 만도 아니게 될 거라고. 인간의 입장에서 자신을 해하는 구울은 끔찍하겠지만, 구울의 입장에서도 자신을 해하는 인간이 끔찍할 거라고. 이제는 그 말에 부정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마른 눈가가 욱신대는 것이 느껴져 괜히 손으로 꾹꾹 눌러본다. 웃는 얼굴이 깜빡이며 서서히 점멸하다, 사라졌다.


"아. 사라졌…"


퍽, 제 등에 부딪힌 무언가에 놀라 돌아 본 진기는 와락 허리를 끌어안는 손의 주인이 얼굴을 파묻고 있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놀랐어요. 떨리는 목소리에 기범이 킥킥대며 웃는다. 얇고 긴 손이 배 언저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느릿하게 움직이던 손이 순간적으로 여전히 구멍이 뻥 뚫린 곳을 파고든다. 헉, 고통에 숨을 들이킨 진기의 귓가에 기범의 입술이 닿는다. 아파?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만 엄청난 힘으로 제지한다. 좋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다시 허공으로 흩어졌다. 진기는 피가 흐르기 시작한 배를 움켜쥐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아프다. 고통에 숨이막혀 잔기침이 나왔다. 정말이지 종잡을 수 없는 존재다. 기범은.

서서히 사라지는 고통에 벌떡 일어나 제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얼한 배 언저리에서는 어느새 피가 멈추고 스스로 어설프게 재생하고 있었다. 곧 끊어질 듯 위태롭게 연결된 얇은 살가죽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도착한 방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광경은 그다지 환영 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피비릿내가 진동하는 살덩이들이 마치 고급 레스트랑에서 팔 것 같은 음식의 모양새로 접시위에 예쁘게 놓여있다. 악취미. 진기는 혀를 차면서도 그 살덩이를 집어 들었다. 먹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것 같은 고통과 함께 정신이 나가버린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겪은 이후부터 그는 절대적으로 자리잡고 있던 기준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건 그냥 인간들이 돼지나 소를 먹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일이라고. 심지어, 그들은 야채만 먹고 살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거고, 나는 이게 아니면 안되니까. 그러니까… 입 안에 가득 찬 누군지 모를 인간의 살점을 씹으며 진기는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물론, 말라버린 눈물샘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았음은 당연했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고장이라도 났어? 왜 씨알도 안 먹힐 말만 해.
안돼
네가 죽인 인간들도 너에게 그렇게 말했을 거야. 안된다고. 내 가족은, 내 친구는, 내 연인은 안된다고.
아, 안되는…데
나도 그렇게 빌었지. 개새끼야. 나도 그렇게 빌었어. 안된다고. 내 부모님은 안된다고!
안돼…
진짜… 안되는












"민호야."
"응."


혜나가 죽었어. 기범의 말에 민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혜나가… 죽었어. 멍하니 다시 되풀이하는 기범의 입술을 손으로 꾹 닫는다. 말해서 좋을 게 뭐가 있어. 흔들리는 눈이 눈꺼풀 새로 사라진다. 혜나는 몇년 전 기범이 우연히 발견한 어린 소녀였다. 납치당했다가 인질로써 이용가치가 없음을 안 범인이 잔인하게 죽여버린 소녀. 기범은 그 시체를 추스려 제 힘으로 되살렸다. 물론 온전한 삶을 줄 수는 없었으나 혜나는 기범의 곁에서 꽤나 괜찮게 살아갔었다. 직접 혜나가 충격받지 않도록 시체를 손질해 인간이 먹는 음식처럼 만들어 식사를 챙겨주었고, 밤을 무서워하는 그녀를 위해 해가 지면 항상 곁에서 책을 읽어주곤 했다. 꼭 딸이 생긴 것 처럼, 한 손은 저가 잡고 한 손은 민호에게 쥐어주고 그렇게 셋이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그랬었다. 혜나가, 아무것도 모르던 그 어린 아이가, 홀로 인간의 틈 사이에서 돌아다니다 발각되기 전 까지는.


"아팠겠지."


그 애는 그냥 오랜만의 외출에 들떴을 뿐인데. 예쁜 머리띠에 시선을 빼앗겨 내 손을 놓쳤을 뿐인데. 도로 뜬 두 눈에서 퐁퐁 눈물이 솟는다. 많이 무서웠겠지. 소리없이 눈물을 쏟는 기범의 몸이 민호의 품 속에 안착했다. 그를 깊게 끌어안은 민호는 몇번이고 등을 쓸어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착한 아이니까, 천국에 갈 거야. 


"바보. 우리가 어떻게 천국엘 가."


우린 살아서도 죽어서도 죄악인데. 혜나도 나도 너도 다 지욱볼에 떨어질거야. 히끅, 딸꾹질을 시작한 기범이 답답한지 민호를 살짝 밀어냈다. 순순히 떨어진 민호는 무안한 듯 제 뒷머리를 긁적였다. 머리가 산산조각이 났어. 내가, 정말 빨리 달려갔는데, 인간들이 처음 보는 총으로 혜나를 쐈어. 머리가 터지고 뇌가 흘러내렸어. 그런데도 그들은 계속 총을 쐈어… 혜나의 온 몸에 구멍이 뚫렸어. 내가 그 놈들을 다 죽였어야 했는데. 갈가리 찢어서 혜나보다 더 심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어. 혜나가 혹시 안 죽었으면 어떡해. 내가 그 새끼들 부수다가 혜나가 죽어버리면 어떡해. 그렇게 생각해서, 바로 그 앞으로 갔는데… 


"살릴 수 없었어."


절망적인 표정이 스쳤다. 내가 살릴 수 없었어. 내 힘으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무서웠어. 나를 발견하고 바로 내게 총을 들이대는데, 무서워서, 나는… 흐윽, 햇빛이 너무 강해서… 떨리는 손이 허벅지를 뜯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손톱에 제 살이 찢기는 줄도 모른 채 기범은 치아가 부딪힐 정도로 달달 떨고 있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네, 잘못이, 아니야."


나는 책임지지도 못할 존재를 만들고 그들을 지옥불에 떨어지게 해. 누구보다 강한 척 하면서 사실 눈 앞에 내 아이가 죽어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 천지야. 죽음의 그림자 앞에선 아무것도 못 해. 그런데도 아이들은 나를 신이라고 하잖아. 나를 보며 항상 존경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내게 허리를 굽히고, 내게 무릎을 꿇고, 나를… 나를… 


"나를 비참하게 해."


네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응. 근데, 애초에 내가 되살리지 않았더라면 혜나는 인간으로써 죽고 인간으로써 천국의 문을 두드렸을텐데. 그러라고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러면 내 잘못이 아니게 돼? 그래. 그럼 누구의 잘못이야? 구울이라고 아홉살 짜리 여자 아이를 그토록 잔인하게 죽여버린 인간? 본인조차 지킬 힘 없는 어린 아이를 그렇게 만든 그 인간들 말이야?


"기범아."


낮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가끔 이렇게 아무말도 듣지 못하고 제 폭발하는 감정에 맞춰 격앙되는 기범은 익숙했다. 세상 누구보다 아프게 울고 세상 누구보다 절망적인 얼굴을 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높고 푸른 하늘. 찬란한 태양. 선선히 부는 바람. 기분 좋은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걸어다니는 사람들. 상가에서 흘러 나오는 밝고 경쾌한 유행가. 그리고 그 한 가운데서 좌판의 핑크색 머리띠를 향해 손을 뻗던 아홉살 여자아이. 자신조차 모르던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게 주인을 향해 웃느냐고 드러내버린. 싸늘해진 주변. 뒷통수에 조준된 구울 사냥을 위한 개조된 총. 굉음. 봄의 벚꽃잎처럼 흩날린 붉은 피. 흐드러지게 날린 네 피. 그걸 뒤짚어 쓰고도 혐오스럽다는 눈길로 네 몸을 부수고 떠난 사냥꾼. 경찰이라는 이름의. 그리고 그 모든 걸 봐놓고 결국 너를 살려내지 못한 나. 


"지갑을 주웠어."
"어?"
"혜나의 곁에 떨어져 있었어."


너에게로 기어가 네 조각을 모아 그러쥐었지.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나는 너를 살릴 수 없음을 깨달았어. 그리고 곧 나를 향한 그 총구가, 나는 순간적으로 너무 끔찍해서, 분명 내 손톱이 그들이 너에게 했던 것 처럼 그들을 찢겨놓을 수 있었을텐데 나는 그냥 바보처럼 도망쳤어. 네 곁에 널부러져있던 갈색 지갑을 들고. 혹여 나중에 너의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신분증이 있었어."


꼴깍, 마른 침을 넘긴 기범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민호의 손을 꼭 쥐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사진, 그 남자였어. 혜나를 죽인 남자. 내가 내 모든 걸 다 걸고 찾아내서 죽여버려야 할 남자. 


"지금 있어?"
"아니. 태워버렸어."
"뭐?"
"내 머릿속에 완벽히 저장해두고 태워버렸어. 그놈의 흔적조차 지니고 있기 싫어서."
"이름이 뭐야."


이름. 혜나를 죽인, 그리고 나 모르게 내 아이들을 몇이고 죽였을, 그의 이름.


"…이태민."


이태민. 민호는 제 입으로 그 이름을 따라 읊었다. 기범이를 울게 한 사람. 혜나를 죽인 사람. 민호는 여전히 떨고있는 기범을 토닥이며 달랬다. 젖은 얼굴을 침대 시트를 끌어다가 닦아낸다. 까무룩 의식을 잃고 축 쳐진 몸을 침대 위에 제대로 눕힌 그는 천천히 까만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태민. 다시 한번 더 말해본다. 구울의 상징과도 같은 뾰족한 치아가 마치 인간의 것 처럼 다듬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흰 셔츠를 몸에 걸치며 휘파람을 불었다. 붉던 눈동자도 차차 검은 색으로 변했다. 딱, 딱, 이로 손톱을 물어뜯으며 그는 기범을 뒤로하고 방을 나왔다. 


"이태민."


기범이를 울게 한 사람.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눈에서 불꽃이 튀는 듯 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양 팔에 핏줄이 선명하게 튀어나온다. 그는 이를 악물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허공으로 사라진 몸이 닿은 곳은 혜나의 마지막을 장식한 길이었다. 여전히 남아있는 동족의 피냄새에 그는 낮게 신음했다.











 
태민은 피에 절은 머리를 감고 한결 홀가분해진 표정으로 욕실을 남왔다. 오전에 마주친 어린 구울을 처리하고 본 인물은 참으로 의외의 것이어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설마 벌건 대낮에 길거리에서 그를 만날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치 인간과 같은 표정을 하고 죽어버린 괴물을 끌어안는 폼이 역겹기 짝이 없었다. 구울은 이미 시체이므로 혈육이 있을 수 없음은 기본 상식이었다. 어디서 날 속여먹으려고. 퉤, 쓰레기통에 여전히 피냄새를 머금은 침을 뱉어내고 태민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용의주도하기 짝이 없었다. 그토록 슬픈 연기를 하면서도 제 지갑을 슬쩍 하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말도안되는 속도로 자신이 들고 있던 총을 발로 차낸 그에게 본능적인 공포감을 느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그대로 허공에 녹아 사라졌다. 사라지면서도 계속 저를 노려보던 새빨간 눈이 어찌나 소름끼치던지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다음엔 절대 놓치지 않아."


그는 제 다짐을 입 밖으로 꺼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절대 놓치지 않을거야. 언젠가는 반드시 너를 부수고 내 부모님의 복수를 할 거야. 반드시. 그렇게 생각하며 잠을 청하려던 그는 갑작스레 울린 전화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여보세요?"
"태민씨, 누가 태민씨를 급하게 찾는데…"
"예?"


구울전담반 이태민 형사를 데려오라고 난리에요. 다른 사람을 데려온다니까 싫다고, 이태민씨가 아니면 안된다고 그래서… 주절주절 늘어놓는 말을 반쯤 흘리던 태민은 예예, 지금 갈게요, 하며 수화기를 내려놓고 젖은 머리를 대충 털어내고 옷을 챙겨입었다. 피곤해 죽겠는데 하필. 아니지, 이런 생각하면 안되지. 하아, 한숨을 내쉰 태민은 집을 나와 서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 * *

4화 올렸던거 삭제하구 다시 썼습니다! 
이야기 진행이 너무 급작스러워서 아마 거기서 나온 장면들 중 일부는 나중에 다시 나오게 될 것 같아요.
개강이 다가와서 긍가 요새 글이 잘 안써지네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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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레몬이에요..ㅎㅎ 다들 불쌍한 것 같지만 실상 가장 불쌍한 건 기범이가 아닌가 싶어요. 감사히 즐겁게 읽었습니다 ㅎㅅㅎ
10년 전
독자2
콰지모도에요 기범이도 안타깝기도 하고 태민이도 어쩔수 없는일인것같고...다들 참 가슴이 아프네요ㅜㅜ
10년 전
독자3
기범이가 참 불쌍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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