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소년, 소년!
w.lam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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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벙어리였다. 옆 반에 어제 전학 온 한 폭의 그림 같은 남자아이도, 그녀의 반의 모든 아이들도, 심지어는 소녀에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년에게도 소녀는 벙어리였다. 소녀가 매일 가는 채소가게의 아저씨도, 소녀를 싸가지 없는 년의 되바라진 딸로 생각하는 창녀들도 소녀를 벙어리로 알고 있었다.
소년, 소년, 소년!
: 하지만 소녀는 벙어리가 아니었다.
1
오늘은 청소당번은 소녀였다.
소녀와 같은 날에 청소당번을 신청한 아이들은 소녀를 비웃듯 수업이 파하자마자 나가버렸다. 영악한 아이들은 자신의 모든 일을 소녀에게 맡기면서도 소녀의 몸을 아프지 않게 치고 고맙다는 인사 대신 욕과 조롱을 내주었다. 홀로 청소를 하던 소녀를 소년과 소년의 친구들―밝고 올망졸망하게 생긴 아이와 얇으며 눈꼬리가 길게 빠져 무서운 인상을 주는 아이―이 도와주었으나 소년과 친구들은 바쁜 일이 있는지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갔다. 다정한 소년은 나가기 전, 소녀에게 다가와 소녀의 머리를 한껏 쓰다듬으며 오늘은 많이 바빠서 먼저 간다고 소녀에게 말해왔고 소녀는 언제나 그랬듯 소년의 손을 쳐내었다.
그렇게 소녀는 텅 빈 교실에 홀로 서있었다. 손에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모에 머리카락과 먼지가 잔뜩 붙어 있는 빗자루가 들려 있었다. 소녀는 그 빗자루로 먼지와 머리카락, 아이들이 먹다 버린 과자, 그리고 소녀가 버린 종이 뭉치를 뒤쪽으로 모았다. 빈 교실로 쏟아지는 노을빛은 누군가가 보기에는 아름답기 그지없었으나 소녀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 했다. 아니, 오히려 소녀는 매일 같이 보는 이런 풍경이 지겨웠다.
소녀는 잔뜩 모인 쓰레기들을 쓰레받기에 담아 버렸다. 쓰레기와 쓰레받기를 정리한 소녀는 화장실로 가 먼지가 한껏 묻어 있을 자신의 손을 비누로 벅벅 닦았다. 자신의 손에 있는 먼지 덩어리들이 물에 씻겨 내려가는 것이 마치 자신의 더러움도 같이 씻겨 내려가는 거 같아 소녀는 몇 번이나 손을 씻었다. 차가운 물에 뻑뻑한 비누로 잔뜩 치대진 손은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소녀는 젖은 그 빨간 손으로 자신의 뺨―빨간 루주의 아이가 소년과 쪽지를 주고받았다며 몇 번씩 때린 ―과 입술 끝 상처를 어루만졌다. 피가 송골송골 맺히던 상처는 어느새 딱지가 앉아 있었다.
2
노을빛이 더 붉어진 교실에 들어온 소녀는 모든 창문을 잠그고 문을 굳게 닫았다. 이 넓은 교실 속 소녀는 혼자였다.
소녀는 혼자가 좋았다.
뒤쪽 가장 구석에 있는 책상에 걸터앉았다. 소녀의 책상은 거친 칼자국과 낙서로 얼룩져있었다. 다음 학년에게 물려줄 수도 없을 만큼 한껏 더럽혀진 책상은 소녀가 못된 아이들에게 얼마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지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푹 파여 있는 자국들을 만진 소녀는 눈을 감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는 것을 무서워하던 어릴 적 아이와 달리 소녀는 암흑보다 더 짙은 곳을 피해 자주 눈을 감았다. 소녀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위안을 얻었다.
사랑이라고는 주지 않는 자신의 어머니와 무언가 하나를 나눌 수 없는 삶. 자신을 저 아래까지 짓밟는 아이들과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저 모른 척을 일삼는 어른. 그리고 문득 소년이 생각났다. 모두가 사랑하는 소년. 자신이 그 예쁜 소년을 언제부터 미워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어느 순간, 그 소년이 미웠다.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자신과 너무나도 비교되는 그 소년이 싫었다.
소녀는 숨을 깊게 내쉬었다. 시끄러운 소음이 가득 채워져 있던 공간 안에 소녀의 옅은 숨소리만이 남아있었다. 굳게 닫힌 문과 창문, 그리고 모든 것을 막아버린 눈에 소녀의 다물었던 입이 열렸다.
몇 시간동안 닫고 있던 입에서는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 소리에도 몇 번씩 반복해 목을 풀던 소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무엇을 부를까 하는 작은 고민도 하지 않았다. 소녀가 아는 노래도, 부르는 노래도 단 한 곡뿐이었다.
3
소년은 평소와 달리 바쁘게 교실을 빠져나갔다. 소년과 친구들에게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오늘은 소년들의 무대에 대한 확답을 받는 날이었다. 그동안 아무도 불러주지 않던 어린 소년들은 드디어 내일 처음으로 무대에 서게 되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소년들의 기분은 날아가는 것으로 부족했다. 거리에서 이유 없이 두들겨 맞아도 오늘 소년들은 웃으며 맞아 줄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소년들은 소중한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호석―밝고 올망졸망하게 생긴 아이―은 가장 먼저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아이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곤 그 공연의 표를 하나 주면서 “시간 괜찮아도, 안 괜찮아도 꼭 와!”라며 아이를 초대했고, 윤기―얇고 눈꼬리가 길게 빠져 무서운 인상을 주는 아이―는 자신의 부모님께 표를 가져다 드리며 아들이 공연을 한다며 웃었다. 소년은 작은 티켓을 그 누구보다 먼저 소녀에게 주고 싶었다. 무대 위의 자신을 보며 소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매일 보여주는 아무런 감정도 들어가 있지 않은 표정이 아닌 가득 찬 예쁜 미소를 지어줄 것만 같았다.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있는 소녀를 떠올린 소년은 소녀에게 줄 표를 한 장 챙겨서 학교로 향했다. 학교까지는 가까운 거리였지만 뛰는 걸로는 소녀를 단 일 분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소년의 마음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소년은 결국 가지고 있던 돈을 탈탈 털어 택시를 탔다. 매일 지나가는 이 길이 오늘 소년에게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택시에서 허겁지겁 내린 소년은 노을빛에 물들어 있는 학교를 바라보았다. 기분이 너무나도 좋은 탓에 소년의 눈에는 모든 것이 예뻤다. 얼른 올라가 소녀를 보고 싶었다. 늘 아름다운 소녀의 손에 자신의 공연 표를 들려주고 싶었다. 분명 그녀의 손에 들리면 일개 종이에 불과한 티켓도 반짝거리며 빛이 날 것이다. 소년은 계단을 뛰어서 올라갔다. 빈 학교에는 소년의 뜀박질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울렸다. 2층, 소녀와 소년의 교실이 있는 층에 다다랐을 때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무언가 이상했다.
그의 어여쁜 벙어리 소녀만 남아있을 2층에 교실을 채우고도 남아 복도까지 흘러나온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목소리는 아름다웠고 소년이 생각하던 소녀의 목소리와 똑 닮아있었다. 소년의 눈이 커졌다. 소녀의 생각에 쿵쿵하고 뛰던 심장은 그 속도를 더욱 재촉하고 있었다. 온갖 생각이 들었다.
소년의 머릿속에는 소녀와 이상한 목소리만 가득 찼다.
소년은 발소리를 죽여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반으로 갈수록 목소리는 더욱 또렷해졌다.
그럴수록 소년의 심장은 더욱 빨리 뛰었다.
소년은 문의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소녀가 보였다.
소녀는 노래하고 있었다.
소년의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믿을 수 없었다.
소년의 손이 덜덜 떨렸다. 소녀의 목소리는 소년을 놀라울 만큼 끌어당겼다. 아니, 끌어당겼다는 말은 부족했다. 소년은 자신의 손은 물론 머리까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소년이 지금껏 가장 기대하고 있던 공연은 소년의 머리에서 모두 지워졌다.
소녀는, 소년이 몇 년동안 애타게 사랑해왔던 소녀는, 그 예쁘고 무정한 소녀는,
소녀는 벙어리가 아니었다.
4
문이 덜컥 열렸다.
눈이 번쩍 뜨였다.
항상 그렇듯 오늘도 모두 집에 가고 혼자 학교에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잘만 나오던 노래는 늘 그렇듯 누군가 앞에서는 멈춰버렸으며 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가방을 챙겨 들었다. 죽고 싶었다. 마치 제 치부를 모두 들킨 것 마냥 가슴이 놀라 터질 것 같았다. 문을 열고 제게 다가오는 아이가 보였다. 빛나는 아이가 더 다가오기 전에 이 교실을 벗어나야 했다. 몸이 덜덜 떨렸다. 들킨 것은 처음이었다.
“어디 가?”
못 들었을 거야. 내가 노래하는 걸 저 애는 절대 못 들었을 거야. 어느새 이쪽으로 다가와 자신의 손목을 그러잡는 소년의 손에 흠칫 놀라 몸이 덜덜 떨렸다. 소년이 자신의 손목을 잡은 것만으로도 내가 너에게 옮을까 두려웠다. 자신의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는 덩어리들이 제 손을 타고 너에게로 가 둥지를 틀까 무서웠다. 소년에게 잡힌 손목을 세게 비틀었다. 제 작은 힘은 탄탄한 너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그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버둥거렸다.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소녀는 고개를 계속 저었다. 방금까지 넓은 교실 안을 가득 채웠던 자신의 목소리를 부정하듯, 침범한 소년의 존재를 부정하듯.
숨은 턱까지 막혀 제 목을 졸랐고 검은 덩어리는 제 팔에 찐득이 붙어왔다. 치덕치덕 붙어오는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너는 나를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어 죄인마냥 고개를 한없이 내렸다. 검은 덩어리들은 제 예상대로 제 팔을 타고 네게로 옮겨갔다. 아, 자신은 죄인이 맞았다.
“목소리가 그렇게 예쁘면서 왜 말을 안 해?”
네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네게 손을 잡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몸을 부들거리며 떠는 것뿐이었다. 분명 지금 말을 하더라도 병신 같이 말을 절고 말 것이다. 소년은 벌벌 떠는 제 모습에 한숨을 푹 쉬곤 자신이 했던 말을 반복했다. 내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을 안 것이었다. 소년이 다시 한 번 말해주자 그제야 그저 소리로만 떠들었던 말이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왜, 왜 온 거야?”
왜 와서 자신의 목을 조이는 것일까. 울고 싶었다. 아니, 우는 걸로는 자신의 비참한 마음이 모두 표현되지 않았다. 정말 딱 혀를 깨물고 죽고 싶었다. 그 어떤 이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았다. 다 풀어져 있는 목소리는 벌벌 떨면서도 제 본래의 색을 내고 있었고 그것은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했다.
“왜 자꾸 가려고 해.”
네가 싫으니까.
“나랑 얘기 좀 하다가 가.”
싫어. 비참해.
“너 애들이 그렇게 말했던 벙어리 아니잖아”
자신을 벙어리로 만든 것은 아이들이 아니고 자신이었다.
“나 벙어리 맞아.”
뭐? 소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에게 되물었다. 자신은 어떻게든 벙어리였다. 소년이 어디에 말을 하지만 않는다면 평생 벙어리인 삶을 살 것이었다.
소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년을 죽일까?’
자신이 들킨 것도 소년이 죽으면 해결이 될 일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는 소년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자신의 비밀까지 해결되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소녀는 잠깐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내 생각을 지웠다. 왠지 소년을 죽이기는 싫었다. 내일 학교에 왔을 때 소년이 없다면 자신은 매우 불쾌할 것 같았다. 이유는 몰랐다.
소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을 보았다. 소년은 마치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것 마냥 퍽 황홀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을 보며 경멸하거나 혐오했던 이들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다. 기분이 오묘했다. 좋지도 않았지만 싫은 것은 또 아니었다.
“왜 그렇게 숨기는 건데?”
그렇게 예쁜 목소리를. 소년은 아쉬운 목소리를 냈고 소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소년은 자신이 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지 궁금해 했다. 불쾌했다. 자신은 그 이유를 소년에게 지금 가르쳐 줄 생각이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몰라도 돼.”
더 이상 소년을 상대해 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의 손에 잡힌 자신의 팔을 거칠게 잡아 뜯었다. 손 하나는 없어도 상관없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손을 숨기곤 그를 외면했다. 빠르게 교실을 벗어나려 했다. 그와 하고 싶은 얘기는 없었다.
5
소녀는 빠르게 교실을 뛰어나갔다. 소녀는 소년의 얼굴을 더 이상 보기 싫은 듯 했다. 소년은 소녀가 복도로 허겁지겁 뛰어 나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소녀의 목소리와 처음 보는 표정에 넋이 나간 소년은 중요한 용건을 잊어 버렸다. 자신의 손에 들린 작은 종이, 그 종이를 소녀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만 잊어버린 것이다.
소년은 급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항상 다정하고 자상한 소년의 부모님과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에게 항상 1등이었던 동생보다도 먼저 소녀에게 종이를 주고 싶었다. 소녀의 손에서 일개 종이가 보랏빛의 예쁜 티켓으로 바뀌는 것이 보고 싶었다.
소년은 정신없이 뛰었고, 또 뛰었다. 빠르게 내려오는 것으로는 모자라 두 칸 또는 세 칸씩 계단을 내려갔다. 체력이 좋다며 늘 칭찬을 받던 소년의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혹시나 소녀가 벌써 갔으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에 소년의 손에 있던 종이에 소년의 땀이 묻어났다. 소년이 혹시 소녀가 학교를 빠져나갔을까, 급히 창밖을 보았을 때 운동장과 정문 앞 골목에는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소녀는 학교를 빠져나오지 못한 듯 했다. 소년의 발걸음은 한없이 빨라졌다.
소년이 교문에 다다랐을 때도, 운동장을 지나 정문에 도착했음에도 소녀는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다급해졌다. 눈을 빠르게 굴리며 소년의 눈은 소녀를 좇았다.
소년이 운동장 옆 작은 모래밭과 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을 때, 달음박질 소리가 났다. 소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소년의 머리보다 몸이 먼저 소리를 따라 움직였다. 모레바람이 이는 소리가 들렸다. 소년은 그 소리를 따라 눈을 돌렸다. 소녀가 차가운 운동장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소년이 소녀에게 다가갔을 때, 소녀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소녀는 많이 놀란 듯 했다. 소년은 소녀를 품에 안고 다독였다. 연신 무서웠지, 미안해, 미안해라고 소녀에게 계속 속삭였다. 자신을 다독여주는 소년을 힘을 주어 밀어냈다. 소년은 아까와 달리 밀쳐지기는커녕 미동도 없었다. 아, 오히려 소년은 소녀를 꼭 안아왔다.
어둠이 빛에 둘러싸였다.
6
연신 소년을 밀어내던 소녀의 손에 결국 보라색 티켓을 쥐어준 소년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소년은 자신의 품에 안겼던 소녀를 생각했다. 따듯했다. 그녀의 손에 억지로 티켓을 쥐어줄 때 스쳤던 소녀의 손은 보통 보드라운 아이들의 손과 다르게 뻣뻣하고 딱딱했지만 소년은 소녀의 손을 마쉬멜로우와 같이 느꼈다.
순간 소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은 소녀로 가득 찼다. 평소 무표정하던 소녀의 얼굴, 오늘 처음으로 본 물기가 가득했던 얼굴부터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녀의 웃는 얼굴까지. 버스 안은 온갖 소녀로 가득 찼다. 버스 라디오에서는 소녀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퇴근 시간도 모두 지나 어둑어둑할 시각, 텅 빈 버스는 그동안 소년이 탔던 어느 버스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7
소녀를 만난 뒤 소년의 꿈은 소녀와 같은 곳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둘이 같은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그런 것. 평소 소년은 자신이 너무 큰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지만 오늘부로 소년의 생각은 전혀 달라졌다.
소년은 소녀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소녀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에게 무엇이든 해줄 것이다.
소년의 웃는 모습은 평소 빛나던 소년의 모습과 동떨어져있었다.
항상 빛나던 소년은 어둠에 소년도, 소년의 어린 친구들도, 소년이 항상 바라보고 있던 소녀도 느낄 수 없을 만큼 조금씩 잠겨 들어갔다. 소녀를 만났던 날부터 자신의 신발 밑창을 촉촉이 적시던 것은 어느새 소년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음에도 바라보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예쁜 그 꿈으로 가는 길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소년은 더 이상 멈출 수 없었다.
소년에게 꿈보다 더욱 큰 꿈이 생겼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소년은 꼭 소녀와 같이 무대에 설 것이다.
연인 |
벙어리 소년을 짝사랑하던 소년이 소녀가 벙어리가 아니었을 때의 그 환호와 놀라움, 그리고 자신과는 정반대의 소년에게 비밀이 낱낱히 파해쳐진 소녀의 혼란이 부디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처음 구상을 할 때는 왕따와 사랑 받는 아이라는 거 하나로 살을 붙이고 붙인 이야기인데 어색한 부분 없이 감정 표현이나 이야기가 잘 이어졌을지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소녀가 벙어리인 척을 할 때 소년의 이야기도 중간에 써넣고 싶었지만 소설의 빠른 진행을 위해서 다 자르고 나중에 단편으로 남준이의 시점으로 넣을 생각이에요......(울컥) 제가 손이 조금이라도 빠르다면 스토리도 빠르게 진행하면서 잔뜩 쓸텐데 제 손이 엄청 곰손이라 느리고 또 느리네요...... 오늘두 10시 30분이 목표였는데 벌써 한 시간이 오버되었구요. 아아...... 글을 빨리 쓰시는 작가분들 부럽습니다.한 번 더 읽어보면 다시 대수정을 들어갈 것 같으니 맞춤법만 다시 보고 올려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저번보다 더 긴 글로 오겠다고 했는데 내용은 훨씬 길어졌으나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네요. 아, 소녀가 부른 노래는 우효 - Grace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궁금하신 분들은 두 노래 모두 정말 좋은 노래들이니 한 번 들어보셔도 정말 괜찮으실 거에요 |
♥ 예쁜 연인들 고맙습니다 ♥
플랑크톤회장 마름달 봄봄 너의시선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