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솔직히 처음써서 이케 쓰는거 맞는지 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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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지 마"
"네?"
"너 왜 채팅으로 사람 만나"
현관문을 열던 민규가 뒤돌지도 않고 대답한다.
"제 폰, 봤어요?"
"어."
"언제요?"
"어제 저녁에, 너 씻을 때 "
"아, 엄마한테 말하진 말아요"
다시 말하지만, 민규는 당황하지 않았다. 부모님한테 알리지만 말란다. 그것도 애절함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나가지 말라니까"
기어코 내가 신발을 뺏어들자 신발을 신으려던 김민규가 그제야 내 표정을 읽는다.
"화 내지 마세요, 별거 아니에요"
"야, 너 나랑 사귀잖아"
"질투에요?"
재밌다는 듯 민규가 웃었다. 진짜 웃겨서 웃는 걸까, 내가 우습나, 내 화가 우습나.
"형이 싫다면 안 갈게요."
"너 한두 번 아니지"
"형을 만난 거조차 이거니까 최소 두 번은 넘었겠죠?"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톡톡 쳐 보인 민규는 아직도 웃고 있다. 내가 우스워 보이는 게 맞다.
"야 "
"알겠어요, 안 갈게요"
"가든 말든 마음대로 해"
아 진짜 재수없고, 싸가지없고, 버릇없고.
여기 얹혀살게 해준 게 누군데, 너 생활비 대주고 있는 게 누군데, 네가 쳐 입고 있는 거 양말 빼고 다 내 건데 그 상태로 누굴 쳐 만나, 그걸 왜 딴 놈이 벗겨. 네 몸값은 또 얼마인데 누구한테 그렇게 쉽게 내줘, 이러라고 그렇게 곱게 처 먹인 거 아닌데.
혼을 내자, 벌을 주자. 정신 차리게.
"너 내 몸에 성병 옮겼기만 해봐 씨발. 너 나가고 돌아오면 바로 짐 싸. "
"진심이에요?"
"나갈 때 입을 옷이랑 신발 정도는 그냥 줄게. 두 번 다시 눈에 띄지 마. "
"진심이냐고요"
"그래."
그래요, 그럼. 민규가 미련 없는 척하며 집을 나섰다. 집을 나간 걸 확인하고 바로 문을 잠갔다. 할 수 있는 잠금은 다 걸고, 돌리고, 잠갔다
그 밤은 민규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울었다. 다음날, 민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민규의 물건이랑 물건은 집에서 볼 수 없었다. 재주도 좋지, 어떻게 그 잠금을 다 풀었을까. 또 울었다. 모래, 그 피, 다음 주, 다음 달, 민규는 안 왔다. 또 또 울었다. 연락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연락을 했는데…, 전화를 걸었는데…, 없는 번호래 씨발.. 내가 먼저 걷어찼는데, 내가 먼저 오지 말라고 한 건데.. 민규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고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욱해서, 너 개과천선 시키려고, 전에 네가 문득 그리워져서, 그냥 여느 연인의 치정 싸움처럼, 그냥 그렇게 화냈는데.. 민규는 정말 미련 없었다. 그래서 그날 쪼끔 더 울었다..
나를 미워하고 민규도 미워하고 허전해하고 서운해하며 몇 년을 보내니까, 그렇게 3년을 보내니까 민규 생각이 뜸해져만 갔다. 일년이 더 지나 같이 살던 보금자리를 처분해버리니 내게 민규와의 흔적은 남지않았다. 사진을 간직 하고싶어도 민규가 떠날 때 걔가 다 가져가버렸으니까. 이사가는 날 마지막으로 민규를 생각했다. 그 후론 절대, 단 한 번도 민규를 떠올린 적 없다. 우연히 들리는 말로 민규가, 네가 티비에 단역으로 나온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그냥 그 뿐인데… 그러니까, 난 절대로 민규와의 만남을 의도한 적이 없다. 거기서 일년이 지나 민규의 매니저로 이렇게 얼굴을 마주할줄은 몰랐다고…
"알겠어요"
"진짜야…, 이건 그냥 다 우연이고…"
"괜찮아요, 잘해봐요"
민규가 건낸 손에 손을 덜덜덜 떨며 두손으로 잡았다. 고개를 들 수도없었다.
이 만남이 황당했기도하고, 민규를 잊은 줄 알았던 마음이 쾅쾅쾅 심장을 때려대 벌게진 얼굴도 당황스럽고, 그와 대조되게 평온한 민규의 표정이 남 같기만해서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왜 나만이래… 왜 넌 그래… 나만 너 좋아한거냐고… 나 지금 추하니…
엉엉…, 관두자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