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ONY
: 극도의 (육체적・정신적) 고통
으슥한 골목, 깊숙한 어둠 속에서 정국이 눈을 빛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입술을 잘근거리며 씹다가 손에 든 총을 다시 고쳐잡았다. 골목을 지나가는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조용히 그를 따라가는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이 보였다. 그 긴장은 얼굴에 드러난 것보다 배로 컸던 모양인지, 조심히 떼려했던 발에서 예상보다 큰 소리가 났고 앞에 있던 남자가 인상을 쓰고 뒤돌아봤다. 정국은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손에 든 총을 상대에게 겨누며 입을 열었다.
"…살인혐의로 체포합니다. 순순히 따라오시죠. "
"형사님. "
"………. "
"우리 초면이었던가? "
웬일이야. 김반장님이 안 나오시고 신입을 혼자 내보내셨네. 제 눈 앞에 겨누어진 총이 보이지도 않는지 덤덤하게, 오히려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걸어오는 남자에 정국은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남자는 그 모습이 웃겼는지 작게 씩, 웃더니 희미하게 떨리는 총구를 잡아 제 어깨에 가져다댄다.
"왜 이렇게 떨어, 형사님. "
"……놓으세요. "
"내가 얼굴은 좀 잘생겨서 안되겠고, 어깨라면 맞아줄 의향이 있는데. "
"………. "
"이건 뭐, 공무집행방해죄인가? "
씩 웃으며 호선을 그리는 남자의 입술에 정국은 소름이 끼쳐 자기도 모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짧은 총성이 어두운 새벽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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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이 고개를 잔뜩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정국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렇게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벌써 몇 번째인지 세는 것이 힘들 정도로 수차례 놓친 범인이었다. 12년 전 발생했던 연쇄살인사건.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처음에는 전혀 연관이 없는 별개의 사건인 줄 알았지만 마치 무엇인가를 찾는 듯, 몸 구석구석을 칼로 여러 번 찢어놓는 범행 수법과, 현장에 단서를 남겨놓은 패턴이 똑같이 반복되면서 12년 전과 같은 사람이 저지른 사건임이 드러났다. 보통 살인을 저지르면 자신이 했다는 증거를 숨기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 하지만 이 사건의 범인은 마치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현장에 피해자의 피로 글씨를 남겨놓곤 했다. Agony. 고통. 어떤 이유로 남기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치 범인은 형사들을 기만하는 것처럼 자신을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많은 단서들을 현장에 남겨두고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 못한 것은 남아있는 지문이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공통점도 찾아볼 수가 없었으며, 그를 직면하게 된 형사들 중에 죽는 사람도 더러 있었고 죽지 않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심각한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그가 '괴물' 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남준은 혹시나 그와의 대치에서 정국 또한 다른 형사들처럼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걱정되는 눈으로 한참을 쳐다봤다. 남준도 분명 예전에 그를 마주한 적이 있었고, 다른 형사들이 남겼던 괴물이라는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멍하니 계속 앉아있던 정국이 고개를 들고 저를 내려다보는 남준을 보더니 평소와 같이 해맑게 웃었다.
" 반장님, 점심이나 먹으러 가죠. "
짜장면은 질리지 않아요? 오늘은 다른 거 먹어요. 능청거리는 정국에 남준이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남준은 오랜만에 들어온 신입이 누구보다 튼튼한 멘탈의 소유자라는 소문을 다시 한 번 인지하면서, 앞서 나가는 정국을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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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이니까 일단 짧게 분위기만 ;ㅁ; 구독료도 없지요
다음편부터는 스토리가 시작됩니당
수능 18일 남음 십팔...
수능 끝나고 나서 뵙죠! 헤헤
길게 써올게요 ㅎㅂㅎ
인스타는 다음주쯤 업로드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다음주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