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진짜 내가 언젠가 저 선배 엿먹이고만다.
“서연아! 나는 메로나!!!”
언젠가? 아니! 기회는 지금이야. 김정우 카드로 편의점 아이스크림 다 털어버리는 거야.
욕심부려서 아이스크림을 서른 개 쯤 계산하고 양 손에 아이스크림 가득 든 봉투를 챙겼다.
아오 개무거워.
낑낑거리며 건널목을 건너는데 술집 골목에 그 김정우랑 그 여자 동기가 밀회를 하고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난 당연히~ 몰래 숨어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선배... 아까 왜 저 아니라 연이 보낸거예요?”
“아~ 그건 뭐... 그냥?”
“저 고생하는 거 싫어서 그러신거죠? 저 이거 제 마음대로 해석해도 돼요?”
“너 좋으라고 한 건 아니고, 그냥 서연이..... 나갔으면 해서.”
아니 듣자듣자하니 정말 너무했다.
차라리 쟤를 좋아하는 거였으면 귀엽네 생각했을텐데, 뭐? 내가 그냥 꼴뵈기 싫어?
내가 자기한테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거야?
결국 못참고 쿵쿵거리는 걸음으로 김정우에게 다가가 편의점 봉투를 그 품에다 퍽 소리나게 안겨줬다.
“진짜 선배면 다예요? 제가 뭘 잘못했길래 꼴뵈기가 싫은데요? 아, 그리고 저도 선배 싫거든요?!!!”
왜 나는 화가 나면 눈물부터 나는지 모르겠다.
김정우가 더럽고 치사하고 그거에 우는 내가 쪽팔려서 뒤도 안돌아보고 뛰었다.
내 뒤로 들리는 발소리에, 쫓아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더 달렸다.
“서연!!!”
누군가 다급하게 내 이름을 외치는 탓에 그 자리에서 가만히 멈춰 뒤를 돌아봤다.
돌아보려고 했다.
내가 뒤를 다 돌기 전에 내 시야에는 내 몸을 감싼 김정우의 얼굴이 내 눈물과 함께 일렁였고
나를 밀치는 손에 의해 그의 얼굴을 찰나같이 멀어졌다.
나는 나를 밀치는 힘에 튕겨져나갔고, 엎어져서 고개를 들었을 땐,
나를 밀고 차도에 남은 김정우가 있었다.
그리고 김정우에게 트럭 한 대가 달려오는 사고는 눈을 깜빡이지도 못할 순식에 일어났다.
“꺄아아아아악!”
내 앞까지 흐르는 피를 보고 비명을 질렀고,
그 뒤로는 내가 기절이라도 한 듯 눈 앞이 캄캄했다.
/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방금 김정우가 나 대신 차에 치였다.
분명 그랬는데, 내가 눈을 뜬 여기는 내 방이다.
전신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닦을 생각도 없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사람이 눈 앞에서 차에 치였는데 나한테 뭔가 연락이라도 남겼겠지.
핸드폰을 집어들기 무섭게 카톡 하나가 날아왔다.
[오늘 개총 8시 도시포차 20학번 필참!]
머리를 얻어맞은 것 처럼 띵했다.
그냥 개꿈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