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01 우린 그냥 남사친,여사친?
1김원식 어디?
1원시가 어디?
1ㅇㅅㅇ ㅇㄷ?
수업 5분전인데 왜 안오나 싶어 카톡을 해도 읽지도 않는다. 오는중인가. 빠릿빠릿하게 답장하는 꼴을 못봤었어서 그러려니 싶었다. 빨리 교수님이 오셨으면 좋겠다. 김원식 지각당하게. 이 생각을 하자마자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출석체크가 시작됬다. "김원식-" "아직 안왔습니다" 팔까지 들어 김원식 학생이 아직 안왔노라 교수님께 친절히 알려드렸다. 쌤통이다. 어느덧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자 언제 들어온건지 모를 김원식이 한자리 건너뛴 옆자리에 앉아 책을 주섬주섬 꺼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김원식은 앞쪽으로 턱짓을 하며 수업에 집중하라는 무언의 뜻을 보였다. 이렇게 꽤 가까이 붙어 있을때면 김원식한테서는 늘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났다.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은 애라 항상 깔끔한 차림새는 기본이고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났는데 이런 사소한 것들이 설레게 했다. 물론 김원식에게는 말한적 없지만. 쉬는 시간이 되자 핸드폰을 보고 있는 김원식에게 말을 걸었다.
"김원식 카톡 왜 씹어?"
"카톡했어?" 온지도 몰랐다는 듯이 핸드폰에서 눈도 안떼고 대답을 한다. 내가 말을 거는데 쳐다도 안보는거 보소. 김원식 쪽으로 향했던 몸을 돌려 나도 내 핸드폰을 만졌다. 내가 말이 없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이놈이 그제서야 핸드폰을 내려놓으면 나를 살핀다.
"설마 삐졌어?"
"............." 내가 대답없이 핸드폰만 보자 몸을 아예 내 쪽으로 돌리더니 내 의자를 발로 살짝 건들인다.
"오빠가 답장 안해줘서 삐졌냐?"
"............." 여전히 내가 대답이 없자 김원식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사이에 있던 의자를 빼 앉더니 내 핸드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갑자기 예고 없이 훅 들어오는 김원식에 순간 얼굴이 빨개지는것 같았다.
"아 저리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핸드폰을 뒤집어 놓고 괜히 김원식의 팔뚝을 때렸다.
"니가 질문해놓고 대답 안했잖아-"
"카톡 답장 안하는거 말고! 내가 말거는데 그렇게 핸드폰 보면서 얘기할꺼야?" 그러자 김원식은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의자 뒤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앞으로 또 그럴거야 안그럴거야" 짐짓 정말 삐진 척 묻자 김원식은 갑자기 뭐가 웃긴지 피식 웃더니
"알았어. 안그럴게. 얼굴 보고 대답 안해줘서 삐졌어요-?" 하며 내 턱을 쓰다듬었다. 왜 그거 있잖아. 강아지 우쭈쭈할때 하는거. 관심없는 남자가 이랬다면 정말 한대 때리고 싶었겠지만 김원식이니까 참는다. 가끔씩 내가 말도 안되게 혼자 억지 아닌 억지를 부려도 이렇게 넘어가 준다. 솔직히 그냥 친구사이에 뭐 이런걸 섭섭해해? 라고 물을 수 도 있는걸 먼저 알겠다 하며 넘어가 준단 말이지. 설레게. 괜히 별것도 아닌걸로 뭐라한것 같아 민망해져 교양책을 들여다 봤다. 그러자 김원식도 제 옆에 있던 책을 끌고와 보기 시작했다. 다시 원래자리로 안가고 그냥 옆에 앉아 있는 김원식의 은은한 향수 냄새가 오늘따라 간질거리는 느낌이다.
수업이 끝나고 김원식과 나는 연강인 전공을 듣기 위해 같이 강의실을 나왔다. 과 특성상 1학년때는 들어야하는 커리큘럼이 거의 정해져 있는 편이라 전공은 항상 과 동기들과 수업을 들었었다. 방금 들었던 교양은 우연찮게 동기들 중에 김원식과 나 둘만 듣는 다는걸 알게 된 이후로 같이 듣게 된 수업이고.
"이별빛!!" 강의실에 들어서자 마자 누가 저렇게 크게 부르나 했더니 주현이다. 실습실은 책상이 넓고 마주 보고 둘러 앉는 형식이라 김원식과 난 자연스레 서로의 반대편으로 자리를 잡았다.
"뭐야? 오늘 왜 이렇게 꾸미고 왔어?" 디자인과이다 보니 뭐 평소에도 잘 입고 다니기는 했지만 오늘따라 화장도 진한듯 하고 치마까지 입은 주현이가 달라보였다.
"배주현 오늘 소개팅한데" 질문은 주현이에게 했는데 대답은 맞은편에 앉아있던 이홍빈이 했다.
"엥? 소개팅? 뭐야 뭔 소개팅?"
"아니, 나 알바하는곳에서 알게 된 남자애가 우리학교 근처 학교 다니더라고. 나는 패디과라고 했더니 자기 친구 모델과라고 소개팅 주선해주겠다는거야. 그래서 콜했지"
"대박, 모델? 헐 나 모델-" 같은 스타일 완전 좋아하는데 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김원식한테 눈이 갔다. 언제부터 이쪽을 보고 있었는지 김원식은 책상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채로 특유의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는 나를 보고 있었다.
"대박이지! 나 잘되면 걔 친구들중에 한명 너 소개시켜 달라고 할게"
"어어......" 꽤 들뜬듯한 주현이에게 대충 대답을 얼버무렸다. 때마침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교수님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여전히 김원식은 나를 보고 있는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