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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03 | 인스티즈

 

 

 

 

 

 

 

 

 

아침에 눈을 뜨면 문준휘가 옆에서 자고 있고,  일어나 다른 방 문을 열면, 아빠 미모를 똑 닮아 보기만 해도 뿌듯한 아이가 아빠와 똑같은 자세로 자고 있는.

세븐틴 팬에게는 꿈만 같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한 때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샀던 칠봉. 상상 자체만으로도 그냥 행복할 것 같고.. 부럽따.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다 익숙해지는 법.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세븐틴 준이라니.. 내가 그 사람의 아내라니... 게다가 그 사람을 꼭 닮은

아이까지 낳아 기르고 있다니...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벌써 결혼 7년차에 접어드는 칠봉이에게는 그저 이 모든 건 일상일뿐이다.

 

 

 

"여보야- 일어나야지. 일어날 시간이야~"

 

 

 

하고 침대 속에 파묻혀 자고 있는 남편을 다정하게 불러 깨우려하면... 절대 일어날리가 없지. 멤버들이랑 있을 때는 먼저 일어나 동생들 깨우고 챙겼다면서 예전의

문준휘는 어디 가고, 그 때 못 잔 잠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이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이불을 꽁꽁 싸매면서 더 깊숙히 들어간다. 계속 흔들어 깨우자

얼굴만 빼꼼 내밀고선 중국말로 뭐라 뭐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냉정하게 따져서 중국어 실력은 지안이가 칠봉이 보다 낫다.

 

중국어라고는 어느 정도의 일상 회화와, 시부모님과 문제 없는 소통을 할 수 있는 만큼의 필수 대화만 가능한지라, 깊이 들어가면 칠봉이만 다친다. 그래서 가끔

아들이랑 아빠 둘이서 중국어로 막 대화하고 있으면 궁금해 미칠 것 같아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절망하곤 한다. 그걸 아는 준휘는 가끔 그걸 악용해서 별 거 아닌

대화도 아들과 중국어로 대화 하고는 '궁금하면 자기 애교' 하며 칠봉이를 극딜하곤 한다.

 

 

 

중국어로 잠꼬대 하는 걸 보곤 '하...' 하고 한숨 한 번 쉬고 그래 더 자라 하고 속으로 외치며 문준휘 미니미가 자고 있는 방으로 향한다. 진짜 사이즈만 줄었지

자세까지 똑같은 아이를 보고 '이게 유전자의 신비인가' 라는 말을 혼자서만 되뇌이고 자고 있는 아들 옆에 살포시 눕는다.

 

 

 

"아들- 너 오늘 갈 데 있어. 빨리 일어나~ 안 그러면 엄마가 너 괴롭힌다?"

 

 

 

역시, 예상대로 반응조차 없다. 아직 깊고 넓은 수면의 세계에 빠져 있는 지안이를 현실 세계로 소환(?)하기 위한 칠봉이만의 의식 준비를 한다. 일단, 뒤돌아 있는

아이의 몸을 제 쪽으로 돌리면 지안이가 칠봉이의 품 속으로 쏙 들어온다. 그러면 쓰담쓰담 2번 해 주고, 사정없이 볼을 쪼물쪼물!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가 양 손으로

볼을 꾹 누르기도 하고 늘였다 줄였다 하고 있으면 슬슬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그러면 아이를 안아들고 거실 소파로 가서 팔다리를 주물러 주면 끝!

 

말이 좋아 깨우는 거지 사실상 자는 아이 괴롭히는거나 다름없긴 하다. 저번에 준휘가 이걸 보고 '...지안이 불쌍해' 라고 한숨까지 쉬었던 적도 있으니까. 그래도

칠봉이는 굴하지 않고 아침부터 마사지도 하고 아이와 엄마의 친밀감도 높히고 얼마나 좋냐며 뻔뻔하게 대답했었지만.

 

 

 

"妈咪" (엄마)

 

"응?"

 

"請給我水" (물 주세요)

 

"물? 알았어"

 

 

 

아침엔 물이지! 가족 모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먹는 습관이 있는터라 안고 있던 아이를 소파에 내려 놓고 아이 몫과 일어나면 당연히 마실 남편 몫의 물까지 2잔을

챙겨 다시 거실로 나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지안이는 소파에 없었다. 그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안방으로 가면, 웬준휘와 그의 주니어께서 숙면중이죠.

 

 

 

"老公, 宝贝" (여보, 아가)

 

 

하고 부른다고 일어날 사람들이었으면 진작에 일어났지... 맘 같아선 손에 들고 있는 물을 살포시 얼굴에 미스트로 제공해주고 싶지만, 참고 침대 옆 탁자에 컵을 놓고

어깨 한 번 돌려준 다음 한 쪽엔 남편 손, 한 쪽은 아들 손을 꼭 잡고 확 당겨 일으키면 눈도 못 뜨는 두 아가가 앉아서 졸... 각자 컵을 손에 쥐어주면 또 물은 꼴깍꼴깍

잘도 마셔요. 그 다음에 다시 누우려는 걸 잡아서 한 명씩 끌고 소파로 나오면 끄읕.

 

아직 정신 몽롱한 아들이 칠봉이에게 안겨서 모닝뽀뽀를 하면, 눈도 못 뜨면서 자기도 해 달라고 준휘가 옆에서 볼을 내민다. 지안이에게 '아들, 아빠도 뽀뽀해달래'

하고 얘기하면 아가는 '알았어' 하고 해맑게 해 주고선 다시 안긴다. 그래도 아직 볼을 가만 대고 있는 준휘에 알면서도 '왜 그러고 있어? 아가가 뽀뽀 해 줬잖아' 하고

장난치면 칠봉을 살짝 째려본다. 그제서야 장난치듯 입술에 뽀뽀를 해 주면 씨익 웃으며 아이 손을 잡고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온다. 얼굴엔 물을 잔뜩 뭍힌 채로

 

 

 

"妈咪肚子饿" (엄마, 배고파요. 밥 주세요)

 

"親愛的, 我也。 我也餓了。" (여보, 나도. 나도 배고파)

 

 

 

하는 소리를 들으면 '해 줘야지'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어찌나 일어나기가 힘든지.. 맘 같아선 남편보고 밥 좀 챙겨주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럼 아마, 토스트 쯤을

아침으로 먹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알았어' 라고 대답하곤 부엌으로 매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칠봉이다.

 

 

 

아침이 전쟁 같다가도 식탁에 앉아 제가 해 준 밥을 맛있게, 행복하게 먹어주는 둘의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다 문득 웃긴 생각이 나 혼자 웃음이 터진 칠봉을

'왜 저래' 하는 눈빛으로 보다 이내 거두고는 늘상 있는 일인냥 밥 먹는데 집중하는 문 부자다.

 

 

 

"밥 다 먹었으면 아가 일하러 나가볼까요? 오늘은.."

 

"옷! 옷 화보 찍어. 엄마"

 

"우와, 무슨 옷? 겨울 외투? 아웃도어?"

 

"응! 겨울에 입는 거. 입으면 뚱뚱해지고 막 털 달린 거 그런 거 찍는대. 아빠."

 

"우와- 좋겠다. 아빠랑 같이 찍을래?"

 

"둘이 같이 찍으면 거기 완판 되서 안 돼. 일단 넣어 둬"

 

 

 

본디 칠봉이의 바른 사상-저런 얼굴을 썩혀두면 안 된다. 공공재는 아니더라도 널리 널리 알려져 많은 이들의 눈을 이롭게 해야된다-으로 인해 어린 나이부터 각종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지안이. 장난감이나 의류 등등 여러 방면에서 인기 있는 모델이다. 아역+아이돌 출신 아빠로부터 표정 연기도 잘 배워서 아주 핫한 모델

로서 여기 저기서 찾아주는터라, 지안이는 물론, 아이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칠봉도 바쁘다.

 

자기 장난감, 옷 다 협찬 받아서 벌써부터 효도하는 아들에, 그런 환경 제공해주신 남편님.. 제가 잘 해야겠네요. 아침마다 깨우는 건 제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군요.

저 따위가 감히 (속으로만) 툴툴댄 것에 대해 굉장히 큰 사죄를 드립니다. 하고 혼자 생각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는... 칠봉이었다.

 

 

 

주위에서 정작 왜 방송활동은 안 하냐고 많이 물어보고 제의도 꽤 들어오지만, 방송이 얼마나 힘든 곳인지 아니까 딱 지금이 좋고 아이가 꼭 원하지 않는다면 둘 다

 굳이 보내고픈 마음이 없어서 모든 걸 거절하고 있다. 아무래도 TV 쪽으로 나가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될 게 뻔하니까. 우선적으로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딱 지금이 아이도 즐기도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는 적정선 같은 느낌?

 

 

 

 

"지안아,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문지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근데 너 진짜 잘생겼다. 준휘씨 아들이라구요. 아빠 똑 닮았네. 삼촌이 너처럼 생겼으면 진짜... 좋았을텐데. 어머님 좋으시겠어요?"

 

"칭찬 해 주셔서 감사해요ㅎㅎㅎ 저도 가끔 보면 행복하고 그래요^^"

 

 

 

감독님 이하 스태프 분들도 지안이를 예뻐해주고 다른 아이 모델들과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낯가림이나 별다른 어려움 없이 훈훈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촬영이 길어져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계속 웃으면서 촬영을 잘 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피곤한 건 어쩔 수 없었는지 촬영이 끝나자마자 지안이는

 칠봉이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때맞춰 데리러 온 준휘와 같이 집에 가는 길, 혹시나 깰까 조용조용 얘기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일어나서는 꽤 오랜만에 보는 아빠가 반가웠는지

 

 

 

"아빠, 아빠는 나 사진 찍는 동안 어디 있었어?"

 

"카메라 감독님이 나 잘생겼다고 칭찬 해 주셨어~>-<"

 

"오늘 옷 입은 거 진짜 진짜 예뻤는데. 엄마도 보자마자 예쁘다고 했잖아."

 

"나중에 같이 가서 우리 가족 꺼 하나씩 다 샀으면 좋겠다. 아빠, 나중에 나랑 같이 가"

 

하며 재잘재잘 얘기하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또, 대답 해 주면서 집으로 가는데 문득, 바빠서 잊고 있었던 준휘의 스케쥴이 생각났다. 중국 미니시리즈

촬영 때문에 며칠 후, 출국을 해야했다. 단편에 속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소 1달 이상은 중국에 있어야 해서 칠봉이는 잠시 우울해졌지만 짐짓 괜찮은 척 입을 열었다.

 

 

 

"자기, 며칠 뒤에 중국 가야 되지?"

 

"어. 2일 뒤에. 진짜 촬영 열심히 해서 빨리 끝내고 올게"

 

"그게 자기 맘대로 되는거야?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잘 하고 와. 작품은 평생 남는건데"

 

"그래도- 너랑 지안이 보고 싶으니까 빨리 올 거야."

 

"전화 통화 자주 하면 되지~ 사진도 가져가고. 아님 확 우리 다 같이 중국 갈까?"

 

"그럴까? 그랬으면 좋겠다. 근데 자기 회사도 가야 되고 지안이 유치원이랑 촬영도 있잖아"

 

"아, 몰라! 내가 내 남편 따라가겠다는데 뭐. 지안이 촬영 급한 거 없어. 1주일만 미루면 될 걸?"

 

 

 

시간이 흘러, 준휘의 출국날 아침이 되었다. 오랜만에 고향 음식을 먹다 보면 한국 음식, 아내 손맛이 그리워질꺼라면서 요리 솜씨를 발휘하기도 하고, 지안이는

아침부터 아빠의 큰 캐리어에 쏙 하고 들어가 자기를 데려가라면서 애교를 피우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아빠 나랑 같이 가. 아니면 나 가방에 넣고 가"

 

"진짜 아빠랑 같이 갈래? 아빠는 좋지~ 지금이라도 티켓 구해볼까?"

 

"응! 나 아빠랑 같이 갈래. 할머니 할아버지랑 삼촌도 보고, 아빠 드라마 찍는 것도 보고. 아빠랑 놀고 싶어"

 

"아빠도~ 아빠도 너랑 같이 가고 싶어. 드라마 찍을 때 니가 옆에서 응원 해 주면 완전 잘 할 수 있는데..."

 

 

 

누가 보면 한 1년은 떨어지는 줄 알 정도로 둘이 절절한 게 말도 못 할 정도였다. 아들, 남편 보내는 나도 지금 이렇게 눈물을 참고 밥을 차리고 있는데 니가

그러면.. 내가.. 어.. 겨우 참고 있다! 속으로만 '힝...ㅠㅠ' 하며 울고 있는 칠봉이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여기서도 드라마 한 편 찍겠다. 비행기 시간 늦으면 안 되니까 자기는 빨리 밥 먹고, 지안이도 아빠랑 한동안 밥 같이 못 먹으니까 가서 빨리 먹어"

 

 

 

둘을 식탁에 앉히고 방으로 들어가 혹시 모를 비상약들이랑 시부모님께 드리려고 어제 써 놓은 편지와 작은 선물들. 또, 어젯 밤 가지고 갈 사진을 골라주다가 오히려

 추억여행에 빠져서 1시간이 넘도록 구경만 하다가 잠들어서 겨우 오늘 아침에 정한 사진도 챙겨서 가방 안에 넣어주었다. 좋아하는 일이라서 응원을 해 주면서도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는터라 칠봉이의 얼굴에 어딘가 어색한 모습의 미소가 담겨 있었다.

 

 

 

"공항 가면 내가 바짓 가랑이 붙들고 가지 말라고 애원할 거 같아서 안 가니까 섭섭해 하지 말고"

 

"아빠, 내가 진짜 사랑하는 거 알지?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만나면 지안이가 많이 보고 싶어요 하고 전해 줘야 돼. 맛있는 것도 꼭 사오고"

 

"촬영 하다가 다치지 말고, 애정신 있으면 살살 하고. 요새 세상 좋아져서 중국 드라마 한국에서 보는 거 어려운 일 아닌 거 알지?"

 

"알았어.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나는 배우니까 작품에 집중해서 좋은.. 자기가 저번에 잘 하고 오라며-"

 

"아! 여보! 장난 치지 마ㅡㅅㅡ"

 

"ㅋㅋㅋㅋㅋ알았어. 지안아, 아빠 갔다 올게~ 보고 싶어도 좀 참고 많이 보고 싶으면 전화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랑 삼촌한테 다 얘기 해 줄게."

 

"맛있는 거 꼭 사와야 돼! 아빠, 뽀뽀!"

 

 

 

삐쳐서 안 해주려다가 이것도 한동안 못할테니 아쉬운 마음에 칠봉도 가볍게 볼에 뽀뽀 해 주고 준휘를 보냈다. 문이 닫히자마자 허한 마음에 옆에 있던

지안이를 끌어안고 멍하니 있으니 엄마 마음을 아는건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칠봉이의 등을 토닥여준다.

 

 

 

"엄마도 아빠 보고 싶으면 전화 하고 아빠 사진 보고 그래. 아빠 사진 인터넷에 검색하면 되게 많이 나와!>-<"

 

"그러네. 아가랑 아빠랑 인터넷에 검색하면 엄마는 다 볼 수 있다. 그치? 그럼 아빠 어떡하지? 엄마는 비싸서 쉽게 못 보는데."

 

"음... 그러면 우리가 영상통화 해 주면 되지!"

 

"우와- 우리 아가 왜 이렇게 똑똑해? 맞다. 아빠 없어도 중국어는 계속 말하고 공부해야 되는 거 알지?"

 

"아, 알았어~ 나 이게 아가 아니야. 그러니까 아가야~ 하지도 말고 그렇게 하지도 마>3<"

 

 

 

울적하던 마음을 6살짜리 꼬맹이한테 위로 받았다는 게 어떻게 보면 좀 웃긴 일일수도 있지만, 내 아들인데 뭐! 하고 칠봉이는 생각했다. 눈 뜨면 옆에 조금 작지만

똑같이 생긴 아이가 있으니까 얼굴 보고 싶으면 대신 보고!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마누라랑 자식 먹여살릴 돈 버는건데 뭐 어때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그 후로, 중국에 있는 2달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틈나면

 

 

 

"헐, 여보. 나 오늘 키스씬 있어. 괜찮겠어?"

 

"오늘 지안이 또래 애기랑 촬영했어... 우리 아들 보고 싶다"

 

"밥 잘 챙겨 먹고 있지? 나 오늘 집에 와서 가족끼리 놀고 있어. 다들 너랑 지안이 보고 싶대"

 

 

 

라며 문자와 전화를 해 주고, 가끔은 큰 맘 먹고 영상통화에 사진까지 보내 주시는 남편 분에 한 번, 혹여나 엄마 센치할까봐 (가끔씩은)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없는 애교까지 긁어 모아서 예쁜 짓 해 주는 아들에 두 번. 덕분에 칠봉이는 생각보다 덜 우울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03 | 인스티즈

 

 

 

 

 

 

 

 

"와... 몰랐는데 진짜 둘이 닮긴 닮았구나. 이 사진 최소 권슬아. 와, 난 이정도인 줄은 몰랐네"

 

 

 

오랜만에 예전 사진들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진(윗 사진)을 보고선 깜짝 놀란 칠봉. 아무리 큰 딸은 아빠를 닮는다고는 하지만 이정도의 소름 끼치는

싱크로율을 자랑할 줄이야. 왜 우리 딸이 여기서 노랑머리를 하고 있는거지... 사진을 가만 보면서 칠봉이는 '피는 못 속인다' 라는 말을 한 번 더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이상하리만치 너무 조용하다. 소아 낮잠시간도 아니고, 분명히 둘 다 이 집안에 있는 게 확실한데... 그렇다면 더더욱 불안해 질 수 밖에. 원래

사고뭉치들은 시끄러울 때보다 조용할 때 더 굉장하고 어마한 사고를 치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방에 들어갔더니

 

 

 

"엄마! 이거 봐"

 

 

하고 알록달록한 손바닥을 해맑게 내미는 권소아(3세. 동생) 양과 동생이 무슨 짓을 하던 말던 자기 작품 세계에 열중해서 가족(으로 추측되는 그림)을 그리고

계시는 권슬아(5세. 언니) 화백이 계십.. 결국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한숨을 뱉는 칠봉이다.

 

이렇게 참다 보면 득도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것 같으면서도 진지한 생각을 하면서 그림에 집중해서 엄마 온지도 모르는 큰딸은 내버려두고,

도대체 무슨 짓을 어떻게 하면 손이 저 모양인지 궁금한 작은 딸부터 취조에 들어가기 위해 일단은 본목적을 숨기고 소아 옆에 살포시 앉았다.

 

 

 

"아가, 뭐 하고 있었어?"

 

"이거는- 엄마가 좋아하는 꽃! 이거는 소아가 좋아하는 하늘- 이거는 아빠 좋아하는 피자! 이거는 언니 좋아하는 곰!"

 

"아~ 언니 따라 그림 그리고 있었구나. 근데 소아 손은 왜 이래? 뭐 한 거야?"

 

"이거? 여기는 언니가 색칠해주고 여기는 내가 따라했어."

 

"언니가 해 줬어? 여기는 따라 한 거고? 안 간지러웠어?"

 

"간지러워- 근데 했어"

 

"그래? 잘 했어"

 

 

 

권소아 너란 여자...(엄지 척) 엄마가 너희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벽지 (그림 그려도 되는 일명 스케치북 벽지) 에 그리지 굳이 자기 편한대로 바닥에 그렸어~?

알록달록 색깔은 참 예쁘구나... 손에는, 크지도 않은 손에 빨주노초파남보를 참 깨알같이도 색칠 해 뒀구나 장한 내 딸아.. 자연스럽게 소아를 들쳐 업고

화장실로 향하면서 '소아야.. 그림은..'으로 시작되는, 아마 소아 귀에는 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설교를 칠봉이는 오늘도 열심히 한다.

 

소아를 처리 해 두고 사고 재발도 막을 겸 거실에 만화를 틀어두고 잠시 쉬어 볼까 하니 그새 작업이 끝난 큰 딸의 소환으로 다시 방에 가면 자기가 좋아하는 주황색으로

벽 한 켠에 아빠 엄마 자기 동생을 예쁘게 그려 놓은 슬아의 작품이 보인다. 각각의 개성을 나름대로 잘 표현 해 놓은 그림에 '내 새끼 천재설'을 또 한 번 느끼며

 

 

 

"우와. 이거 슬아가 그린거야? 진짜 잘 그렸다. 이게 아빠고, 이게 엄마, 슬아, 소아. 맞지?"

 

"응! 나 잘 그렸지? 이거 나중에 아빠한테도 보여주자- 알았지?"

 

"그래. 꼭 보여주자. 아빠도 이거 보면 되게 좋아할거야. 잘했다고 칭찬도 해 줄걸?"

 

"아빠가 그럴까? 근데 엄마, 아빠 어디 갔어? 또 연습실 갔어?"

 

 

 

아빠가 집에 없다 = 아빠 연습실 갔다 로 이어지는 권자매네 사고 방식은 철저히 경험과 기억에 의한 것이었다. 아직도, 아마 평생 춤생춤사가 인생 모토일 권 가장님

께서는, 틈만 나면, 한창 작업할 때는 거의 연습실에서 거주하는 고로, 소아가 더 어릴때는 아빠는 집이 거기냐면서, 그 집에는 냉장고도 티비도 없는데 아빠는 왜

거길 좋아하냐며 진지하게 물어서 칠봉이 어린 아이를 이해시키느라 고생했던 적도 있다. 권순영씨 이 글 보고 계시면 따님들이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돌아오세요.

 

오늘도 당신의 비글비글함을 쏙 빼 닮은 아가들이 어김없이 사고를 쳤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거 뒷수습하느라 진이 빠집니다 등등의 하소연도 할 겸, 아이들이 정말

아빠 얼굴 잊어버릴까 걱정이 되서 백팩에 일용할 양식을 넣고 한 손에 한 명씩 손 꼭 붙잡고 작업실로 향하는 칠봉이의 등이 굽은 건.. 기분 탓?

 

 

 

"어아, 아아 어스시에 이서? (엄마, 아빠 연습실에 있어?)"

 

"웅, 오아야, 아아 어스시에서 훔 아으히고 이서 (응, 소아야, 아빠 연습실에서 춤 가르치고 있어)"

 

"지짜? 어이 으어 어허케 아라? 어이 호호케 (진짜? 언니 그거 어떻게 알아? 언니 똑똑해)"

 

"어이 어래 호호케. 흐히 어마- (언니 원래 똑똑해. 그치, 엄마-)"

 

 

 

아까 집에서 고생하는 남편 먹이려고 이것 저것 준비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알고 와서는 어찌나 열심히 뺏어먹고 주워먹는지, 정말 영락없는 햄스터 2마리였달까.

정리하려고 각자 몇 개씩 쥐어줬는데 그걸 아직도 먹느라 입안이 가득 찬 채로 말을 하느라 발음이 다 엉망인데 둘이선 어떻게 통하는지 잘만 얘기한다. 

 

연습실에 가까워지니까 벌써부터 쿵쿵대는 비트랑 음악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슬아랑 소아는 이제 이런 거엔 적응이 됐는지 놀라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연습 문을 열고 들어가 연습실 한 켠에 있는 소파에 쏙 하고 들어가 앉는다. 다른 가수들과 연습생들만 보일 뿐, 정작 찾는 사람이 안 보이기에

 

 

 

"저.. 권 쌤은...?"

 

"삼촌, 우리 아빠 봤어요? 어딨어여?"

 

"오빠, 우리 아빠 나랑 똑같이 생겼는데, 어디 갔어요? 우리 아빠가 문 열어줬죠? 그럼 어딨어요?"

 

 

 

하고 (나만) 수줍게 물어봤다. 저 언니들 당당함은 출처가 어딘지 모르겠지만 (일단 패기와 당당함 면에서는 칭찬을..(짝짝짝))부끄러우므로 살짝 사과하고

 슬소아 기에 눌린(?) 한 남성분께서 '권 쌤 저 방에서 주무시고 계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알려주시기에 얼른 딸내미들을 안아 들고 남편 분이 계시다는 방으로

 들어갔다. (물론 애를 한 팔에 하나씩 끼고 있지만 문 여는 것쯤은 가뿐한 대한민국 아줌마 빠워!! Yepp! P.O.W.E.R~)

 

 

 

"여보...세요?"

 

'엄마, 아빠 잔다! 아니, 아빠 자요"

 

"아빠 이불도 안 덮고 자.. 불쌍해..."

 

"나 내려죠! 아빠한테 갈 거야!"

 

"아빠 피곤한 것 같으니까 깨우지 말고 이불만 살짝 덮어 줘. 알았지? 권소아 너는, 엄마랑 나가서 저 오빠들이랑 놀자. 슬아, 너도 이불만 덮어드리고 나와"

 

 

 

큰 애만 내려다주고 작은 애는 그대로 들고서 다시 연습실으로 나왔다. 낯선 이들의 등장에 당황하다 '어색함, 낯섬 <<<<< 권순영 빡침, 무서움' 인지라 다시

평정을 찾고 연습 하고 있길래 차마 저기 잠시 쉬다가 이것 좀 먹고 하세요- 라는 말은 못 하고 아까 그 소파에 곧이어 따라 온 슬아랑 셋이 쪼르르 앉아있었다.

 

그렇게 아무 것도 못 하고 한 30분쯤 지났나. 다들 쉬는 분위기 인 것 같아서 그제야 입을 떼서 '아, 저 드실 것 좀 챙겨 왔는데 먹고 하세요~' 하고 불러서

(그동안 못 먹었을) 나름의 집밥을 제공하고 있으니까 방 문을 열고 매우.. 안쓰러운 몰골의 슬소아 아부지가 나오셨다. 까치집을 지고서, 눈도 반쯤 감겨서는

 

 

 

"슬아냐? 소아냐? 아이구- 아빠 보러 왔어~"

 

 

 

하고 아가들을 부둥부둥 하더니 아직 잠이 덜 깬건지 칠봉이의 옆에 와서 칠봉이의 어깨에 기대고선 다시 잠을 청한다. 누구 먹으라고 챙겨왔는데 정작 그 누구는

잠만 자는게 안타까워서 손을 꼭 잡고 '여보야, 인나- 인나서 밥 먹어. 먹고 다시 자던가, 계속 밥도 안 먹고 했을 거 아니야' 하고 살살 달래서 겨우 정신을 차리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순간 내가 애를 하나 더 키우네 하는 생각을 했다가 애초에 자기는 권씨네 삼남매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칠봉이었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요새 아기들 둘이서 놀 때 방문을 두드리거나 그냥 부를 때에도 '슬아냐-?' '소아냐-?' 하길래 도대체 쟤넨 어디서 저런 말투랑 단어를 배워서

저러나 했는데, 가만 보니 남편이 아이들이 달려 오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 저렇게 하는 걸 아이들이 보고 배웠다는 걸 근래에 깨닫고 또 한 번 한숨을 쉬었었지...

 

 

 

"여보야. 오빠 좋아하는 거 싸 왔으니까 먹지. 다른 사람들 있어서 못 먹여 주는 거 알텐데?"

 

"우으응- 아니야-. 밥, 자기가 해 주는 밥 먹고 싶었는데... 먹어야 되는데... 나 배도 고픈데... 졸리고..."

 

"방에서 나올 때 잠 다 깨서 나온 거 아니었어?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려~"

 

 

 

카리스마 권선생이 컨셉이라더니 카리스마 다 죽었다. 어떡하니 하다가 잠도 못 잤을 거 생각하면 또 안쓰럽다가 복잡해서 그저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이들 눈에도

아빠가 힘들어 보였는지 밥 먹다 말고 슬아는 조그마한 손으로 아빠 다리를 주무르고 소아는 '아-' 하고 애교 부리면서 계속 아빠 입에 음식을 넣어주기 바쁘다.

 

저거 저거.. 권순영 씨익 웃는 거 보니까 아마 이걸 노리고 계속 앙탈 아닌 앙탈을 부린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들어서 아직 어깨에 있는 머리를 쳐내고 싶었지만

마지막 남은 자존심(?) 내가 지켜줘야지 하고 마지막으로 과일까지 넣어주니까 만족한듯 일어나서 '아, 좋네. 이제 충전 됐어. 너희도 먹을만큼 먹었으면 연습해야지?'

하며 다시 포스 넘치는 권쌤(a.k.a. 호우시. 호랑이의 눈)으로 돌아왔다. 저거 저거... 모르긴 몰라도 여우지 않을까 하고 칠봉이는 생각했다. 최소 야누스

 

 

 

"아, 아니지. 거기서 더 꺾으라고 몇 번을 얘기해"

 

"다시, 다시 해.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컴백 안 할 거야? 내가 가서 좀 미루라고 말씀 드릴까? 너네 그 꼴로 무대 못 나가"

 

 

 

"연습생이라며. 소속사에서 들이는 만큼 성과가 있어야 너네도 빨리 빛을 보지. 데뷔 안 할래?"

 

"야, 똑바로 하자. 너 혼자 잘 하는 것보다 옆에 사람이랑 맞는 게 중요하다고. 너는 너때문에 얘 혼나는 거 알아라"

 

"하... 니가 보기엔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내가 괜히 끊어서 트집 잡는 거 같아? 아니지? 잘 해라..."

 

 

 

오...오빠? 오빠 멋있어요... 아까 그 헐랭이는 어디 가고 제대로 호랑이 눈 되서 살벌해진 남편(이자 아빠)를 보고 있자니 역시 일하는 남자는 멋있다...(응?)

거울 앞에 앉아 소아랑 손장난을 치길래 '뭐하지, 안 보나?' 하고 의심했던 것도 잠시, 틀린 부분, 안 맞는 부분을 어떻게 알고 콕콕 집어서 혼을 낸다. 아이들이

있기 때문인지 큰 소리도, 욕설도 하지 않지만 그 때문에 더 살벌하게 느껴지고 차가움까지 뚝뚝 떨어지는 말투로 하나하나 조목조목 말해서 내가 다 무서울

 정도인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무서울까. 사실, 아까 그 모습 때문에 가볍게 보여지지는 않을까, 기강이 흩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 쓸데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제일 무서운 건 차갑디 차가운 목소리와 얼굴로 얘기하고 나서 아무렇지 않게 소아에겐 웃으며 장난친다는 거. 뭐, 제일 무서운 건 아빠한테 폭 안겨서

아무렇지 않게 웃는 권소아긴 하지만.. 중간중간 아빠가 화내면 같이 오빠, 삼촌들을 뚫어지게 쳐다 보다가 끝나면 다시 꺄르르... 내가 낳았지만 쟨 좀 무섭다는

생각을 하다 제 옆에 팔짱 끼고 아빠랑 똑같은 눈을 하고 있는 큰 딸이 보여서 순간 칠봉이는 등 뒤에 돋는 닭살 하나하나가 다 느껴졌었다. 난 지금 어떤 사람들

이랑 같이 살고 있는거지.. 내가 도대체 어떤 애들을 낳아서 키우고 있는거지.. 도대체 이 세명의 본모습은 뭐... 뭐인거지?

 

 

 

"허... 하아... 하..."

 

"스읍...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가 보겠습니다!!"

 

 

 

그 뒤로 몇 시간을 탈탈 털리고 (솔직히 권슬아, 권소아 쟈가운 눈빛도 한 몫 했다 백퍼) 물 한 잔 마신 후에 연습실을 나서는 사람들에게 나라도 따뜻하게 해 줘야지

하는 생각에 칠봉이는 애써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뭐 다들 그렇게 사는거죠. 연예인 하기가 어디 쉽나요 하고 생각했다는 건 본인도 모르면서. (역시 피는 어디

안 갑니다. 저런 애가 어디서 나왔을까... 싶은 건 없어요. 다 엄마 아빠 닮고 그런 거죠) 고생했을 남편을 위해 제대로 봉사를 해 주겠다 다짐을 하고 꽤 넓은,

땀으로 가득할 바닥도 깨끗하게 닦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싶은 방도 청소를 해 주고 나왔더니 와... 권순영 주무세요? 권슬아 권소아 너네도 주무세요 지금?

 

 

 

"저기요- 여기 영업 끝났는데요 손님. 잠은 댁에 가서 주무세요"

 

"..."

 

"슬아야, 소아가 니 쪼코 뺏어 먹는다~ 소아야, 언니 오기 전에 우리 주스 몰래 먹을까?"

 

"두스! 나 사과 주스!"

 

"쪼코 안 돼! 내꺼야! 손대지마!"

 

 

 

I'm your mother. 내 딸 깨우는 방법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 알지.이렇게 깨우고 아무것도 안 주면 소중하고 여린 우리 아가들 상처 받으니까 각자 주스랑 초코렛

하나씩 손에 쥐어주고, 남편 분은... 15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바로 그! 그 방법!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세븐틴 팬이라면 다 안다는 바로 그 방법!

 

 

 

"호시 화이티-잉!"

 

"화이팅!"

 

 

 

역시, 오늘도 이 방법은 배신하지 않고 성공을 선사합니다. 진짜 누가 만들었는지 참 유용해요. 훌륭해... 그렇게 권씨 삼남매(대따 큰 아들과 5살,3살 딸 2명으로 구성)를

데리고, 심지어 운전도 직접 해서 집으로 데려가는 신여성 김칠봉. 깜박 잊고 있었던 아까 집에 있었던 일을 하소연 하니까

 

 

 

"권소아! 너 엄마 힘들게 하지 말라고 했지! 바닥에 낙서하면 어떡해~ 엄마가 낙서 하라고 벽 전체를 스케치북으로 만들어 줬잖아. 다음부턴 벽에다 그려야 돼"

 

"슬아 너도. 동생이 그러고 있으면 '거기다 하지 말고 언니처럼 벽에다 해-' 이랬어야지. 동생은 언니가 챙기는 거라고 얘기했잖아"

 

 

 

엄마 말은 잘 안 들으면서 아빠가 혼내면 둘 다 풀이 죽어서는 입술 뚱하니 내밀고 있으면 그 모습들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고생한다. 반성할

때까지 조금의 시간을 두다가 어느정도 지났다 싶으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그래도 오늘 슬아 그림 진~짜 잘 그렸다며? 엄마가 아까 아빠한테 꼭 보라고 자랑하던데- 아빠 기대해도 돼?"

 

"응! 나 진짜 진짜 잘 그렸어. 엄마랑 나랑 아빠랑 소아랑 그렸는데 완전 예뻐."

 

"그럼 아빠 진짜로 기대해야지. 우리 딸이 얼마나 예쁘게 그렸나-"

 

 

 

하고 달래듯이 칭찬해주면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는 또 신나게 얘기를 한다. 그렇게 슬아랑 아빠랑 얘기하고 있으면, 자기도 삐쳤는데 아빠가 안 챙겨주자 알아달라며

소아가 '흥-' 하고 새침하게 팔짱을 낀다. 그에 순영은 웃음이 터져서 아가 볼을 꾹 누르고는

 

 

 

"아이구- 이 귀여운 걸 어떻게 해? 아빠가 언니 칭찬 먼저 해서 우리 공주님 삐쳤어요?"

 

"나도, 그림 그렸는데! 나는.. 보라색으로 그림 그렸어!"

 

"그랬어? 아빠 엄마 언니 아가 좋아하는 거 다 그렸지? 아빠 좋아하는 피자랑 엄마 좋아하는 꽃이랑 언니 곰인형이랑 하늘이랑."

 

"응응! 나도 완전 잘 그렸어. 잘 했어, 우리 아가. 언니 따라서 그림도 그리고. 똑똑하네~"

 

 

 

흥 하고 새침하게 돌아서서 안 볼 것처럼 하더니 아빠 한 마디에 또 스르르 풀려서는 어느새 또 애교덩어리로 변신한 소아다. 거기에 동생에게만 '똑똑하다' 소리를

해 준턱에 '아빠 나는? 나도 똑똑해!' 하고 칭찬해달라고 온 몸으로 표출하는 슬아에 순영의 입이 다물어질 줄 모른 채 계속 웃고 있다.

 

아까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를 간 건지... 몇 년을 같이 살아도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 생각하면서

 

 

 

"오빠, 아까 오빠 진짜 멋있었던 거 알아? 눈빛 변해서 딱딱 찝어내고 춤 가르쳐 주고. 와.. 나 반할 뻔"

 

"니 남편이 이 정도라는 걸 한 번쯤 깨달아 줄 필요도 있지. 근데 나 진짜 멋있었어?"

 

"완전. 예전 그 호시 어디 안 갔더라고. 진짜 대박"

 

"근데 왜 반할 뻔이야. 반해야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반해야지 왜 반할 뻔이야"

 

"뭐, 내가 애도 둘이나 있는 여잔데 함부로 반하고 그러면 되겠어? 지조를 지켜야지. 우리 남편이 좀 더 멋있으니까."

 

"우와- 김칠봉 말빨 봐. 완전 늘었어. 대박... 나 지금 좀 심장 떨리는 것 같아. 나 아줌마한테 설렜나 봐"

 

"죄송한데 전 이미 임자가 있어서요. 그 마음 못 받아 드리겠네요."

 

 

 

그 잘난 남편 자기가 직접 봐야겠다며 앞장 서라는 순영의 말에 칠봉도 맞장구를 쳐 주면서, 집으로 가는 길 심심하지 않게 간간히 공주님들의 목소리까지 섞어가며

순영이네 집은 또 이렇게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물론, 집에 와서 너무 피곤해서 안 씻고 자겠다고 애교 + 투정 부리는 남편에, 보고 따라하는 딸 둘까지.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엄마 고생 시키는 삼 남매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뭐 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냐고 권 모 순영씨(권슬아, 권소아 아빠)가 전달 해 달라고 합니다.












(별)암호닉(별)

[볼그레][일공공사][너로정한녀][여니][스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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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일공공사 / 재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준휘네늗 뭐랄까 달달하면 순영이네는 코믹끼가 다분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휘네는 일단 아들이 심각하게 엄마 마음을 잘 알고 순영이네 딸들은 심각하게 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나저나 순영이 잠 깨는 방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이번 편도 재밌게 보고 갑니다!
8년 전
Hyunn
항상 꼭꼭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해요~♡ 아무래도 권수녕은 개구장이 이미지다 보니까 아가들도 그런 아빠 닮아서 귀엽고 잔망스럽고 다 하죠. 수녕이는 뭐랄까
공과 사 뚜렷한 그런 아빠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준휘네 아들은... 아빠 닮아서 아들도 엄마 설레게 하는 재주가 있지요ㅋㅋㅋㅋㅋㅋ
권수녕 잠 깨기ㅋㅋㅋㅋㅋㅋ 진짜 그건 너무 귀여우면서 웃겨서 꼭 넣고 싶었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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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Hyunn
글 쓸 때 조금이나마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생각을 많이 해요. 그걸 알아주시다니...눈물이ㅠㅠㅠㅠㅠㅠ 응원에 힘입어 퐈이팅 하겠습니다>///<
8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남편이 웬준휘 권순영이라니 ㅠㅠㅠㅠ 지안이 얼굴 뭔가진짜 알거같구 상상가는 얼굴이네요 문주니.... 그냥 같이있어도 설렐거같은 준휘.. 부자가 하는 행동이 비슷해서 너무 귀엽고 ㅠㅠ 권씨네 삼남매.. ㅇ ㅏ 진짜 슬아소아 너무 ㅜㅜㅜ구ㅏ여워요 권햄찌가 두명 더있다니.. 나도 키워보고싶다 ㅠㅠ 항상 이렇게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편도 재밌게 봤어요 @@@
8년 전
Hyunn
지안이 얼굴... 진짜 상상하는 그 느낌 그대로 보기만 해도 배부른 느낌?ㅋㅋㅋㅋㅋ 문준휘랑 꼬마 문준휘랑 하는 행동도 비슷하면 진짜 얼마나 귀여울까요? (기절) 권씨네 삼남매는ㅋㅋㅋㅋㅋㅋㅋ 아가 햄찌 2마리.. 그것도 공주님들이니까 진짜 귀여울거에요. 보는 순간 '꺄아' 하고 소리 지를만큼?
항상 과분한 칭찬 해 주셔서 감사해요

8년 전
독자4
와ㅠㅠㅠㅠㅠ 진짜 남편이 권순영 문준휘면 이거 살아갈 수 있나요ㅠㅠㅠㅠㅠㅠㅠ 매일매일이 설레서 주글듀슈ㅠㅠㅠㅠㅠ
8년 전
Hyunn
하루 하루 심장 꼭 붙잡고 살아야지요ㅋㅋㅋㅋㅋㅋ 방심하면 바로 설렘사로 기절!
8년 전
독자5
너로정한녀에요! 이거진짜 넘 재밌어요ㅠㅠ 최소 대작.. 뭔가진짜 현실감있고 설레고 그래요ㅠㅠ 다만 조금의 설렘포인트가 좀 있었으면하는점?? 물론 설렘을 바라고 결혼하는건 미친짓이지만.. 소설이니꺼 제 소원성취한번..ㅎㅋㅋㅋㅋㅋㅋ 다됐고 이글은 사랑입니다ㅠㅠ♥
8년 전
Hyunn
대작이라니... 과찬이세요. 설렘포인트 괜찮죠. 결혼했다고 설레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ㅋㅋㅋㅋ 제가 한 번 노력해보겠습니다.
8년 전
독자6
어휴ㅠㅠㅠㅠㅠ이 훈훈한 분위기드류ㅠㅠㅠㅠㅠ퓨ㅠㅠㅠㅠㅠ
8년 전
Hyunn
따뜻하쥬? 행복하쥬? 즐기면 되는 거에유~ㅋㅋㅋㅋㅋㅋㅋ
8년 전
독자7
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문준휘 ㅋㅋㅋㅋ 중국어 잘한다... 나도 중국어를 배워보고 싶다... ㅎㅎ 권순영은 진짜 딸들이랑 ㅋㅋㅋㅋ 그냥 판박이네 판박이야 너무 귀여워 ㅠㅠㅠ
8년 전
Hyunn
중국어 잘 하는 남자 멋있는 것ㅋㅋㅋㅋㅋ 권햄찌 세 마리.. 얼마나 귀여울거에요. 그쵸?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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