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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종인의 예술의 혼이 담긴 크레파스 범벅 커텐을 흠뻑 적시며 햇볕이 경수의 눈가를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째깍째깍, 20년도 더 된 낡은 뻐꾸기 시계가 평화를 알리 듯 움직이다, 이내 맑은 소리를 내며 뻐꾹뻐꾹 거렸다. 낡아서─ 그런 지 나무로 된 뻐꾸기 모형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저 뻐꾹, 뻐꾹. 경수는 나른한 눈 두덩이를 검지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뻐꾹 소리를 세었다. 종인이 꼬물꼬물 거리며 경수의 가슴팍에 머리를 부볐다. 일곱, 여덟, 아호옵…, 여얼 열 하나……. 뭐?! 경수가 팅팅 부어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을 부릅 뜨며 푹신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덕분에 경수의 좁은 가슴팍에서 뒤척이던 종인이 덩달아 힉, 소리를 내며 몸을 반쯤 일으켰다. 그러니까, 내가 어제… 종인이한테 욕실로 끌려 가서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감고… 몇 시에 잤더라. 10시? 11시? 그렇담 적어도 11시간 이상은 꿈나라에서 보냈다는 소리다. 아, 미쳤지 미쳤지. 알바라도 구하러 다녀야 하는데.

 

 

 

ambitious 6

- Lemans

 

 

 


밤새 알바를 구하는 사이트를 뒤적거리는 게 경수의 플랜이었다만, “견수 향기 좋아. 조닌이 냄새 나아.” 하며 자꾸만 엉켜오는 요 김종인 때문에 모든 일정이 박살 나고 말았다. ‘나는 암 것두 몰라요’하는 것마냥 엄지 손가락을 쪼옥 쪽 빨며 갸우뚱, 저를 쳐다 보는 종인에게 눈을 부라리며 레이저라도 쏠까 생각 했지만, 추운 저녁이 되도록 어린 종인이를 그대로 방치 해 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기 때문에 경수는 말 없이 탄탄한 종인의 등에 얼굴을 파 묻었다.

 

 

“아아… 종인아 어쩌면 좋냐. 학교도 휴학하고 일자리는 커녕 알바도 못 구한 처지라니. 나중에 부모님 어떻게 봐, 정말.”

“괜찮아.”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다 커서 부모님한테 생활비나 타서 쓰고…….”

 

“조니니가, 조닌이가 돈 벌면 돼. 견수 먹여 살릴 수 있다. 조닌이가.”

 

 

정말, 말 하나는 참 잘 해. 분명 어제 밤에도 저런 비스무리한 말을 하였지 않았나? 자신이 남자친구고 내가 여자친구라니, 다시 한 번 생각해도 변백현 새끼는 내 인생에 도움이 안 되는 새끼라는 걸 종인이 덕분에 새삼 깨달았다. 네가 어떻게 날 먹여살려, 맨날 똑같이 생긴 뽀로로 인형으로 형 등골 휘게 만드는 게 누군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탄 삼아 한숨을 내 쉬니 종인이가 눈을 부비며 갸우뚱. 그래,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 정말. 내가 못난 놈이지. 견수우, 울지 마아. 울기는 누가 울어 임마, 경수가 자그만 주먹을 쥐고는 종인의 둥근 머리통을 가볍게 콩 쥐어 박았다.

 

이미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 한 후에도 경수는 계속해서 뻐꾸기 시계만 한 스무 번은 본 듯 했다. 정말 11시야? 어? 30분 맞아? 혹, 시계가 고장난 것은 아닐까? 차라리, 이게 꿈이였음 좋겠다 생각했지만 어리석게도 이제 거의 점심 시간 대가 다 되어가는 11시 42분이 확실했다. 모기가 물었는 지 허리에 벌겋게 일어난 상처를 벅벅 긁으며 욕실로 종인과 함께 했다. 세수도 깨작깨작, 고양이 세수로 하며 양치질도 깨작깨작. 종인이 ‘지도 저러면서 맨날 나보고 이빨 썩는대.’ 라는 눈빛으로 경수를 한심하게 본 것은 분명 기분 탓이었을까?

 

 

보글보글, 김치찌개가 끓고 종인은 구석에서 뽀로로 기차를 칙칙폭폭 움직이고 있었다. 패티와 에디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꺄르르 원하는 걸 다 가진 마냥 환하게 웃기도 하였다. 반면 경수는, 환하게 웃질 못했다.

 

 

 

[도경수, 걔는 어린 게 아니라 단순히 모자란 거야. 어린 것과 모자란 것은 전혀 같은 게 아니라고.]

 

“종인이도,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작은 아이에요. 모자라다고 말하지 마요, 찬열 씨.”

 

[난 네 말만 듣고 무슨 3살 배기 애기하고 있는 줄 알았다. 등치는 너보다 커서, 문 앞에서 훌쩍이며 손톱이나 물어 뜯고 있는 게 작은 아이야? 어? 창문으로 다 봤다고. 그 새, 아니 네 동생이라는 사람이 너한테 손찌검하고, 욕설 내 뱉은 거. 단순히 문 닫혔다고 그걸 내가 못 듣겠어? 뭐라 말 좀 해 봐, 도경수.]

 

“아직 종인이가 뭘 몰라서 그래요. 그래, 종인이가 모자라다고 그리 단정 지으면 뭐가 나아지는 건데요? 종인이는 내 가족이자, 내 동생이에요. 소중한 동생. 아무리 찬열 씨라도, 나한테 있어서 소중한 찬열 씨라도 내 동생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없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그러지 마요. 네? 종인이는 성장하고 있는 중이예요. 저한테 욕을 하던, 손찌검을 하던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어요.”

 

 

찬열은 도저히 울먹이면서 까지 종인이라는 사람을 감싸주고 있는 경수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박찬열은, 예전부터 지능이 낮거나 조금 부족한 아이들, 그리고 평범한 아기들을 지독히 싫어했다. 태생 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라 그런지 어린이집 앞만 지나쳐도 눈썹을 꿈틀꿈틀 거리던 사람이다, 박찬열은. 그런 찬열이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종인을 이해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수는 그런 찬열이 죽을 만치 미웠다. 그래도 찬열은 저를 이해해 주는 줄 알았는데, 그 가설은 정확하게 오답이라 판정이 났다. 머리가 으스러질 듯 두통이 몰려 왔다. 당장이라도 이 뜨겁게 달궈진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내 던지고 싶었다.

 

종인이는 다른 아이들과 틀리지 않아. 다르지 않아.

난 찬열 씨가 왜 이러는 지 전혀 모르겠어. 도대체 내 동생을 왜 모자란 사람 취급하는 거야?

 

아니야, 아니라구! 결국에 경수는 휴대폰을 바닥에 내 팽기며 무릎을 감싸 안고 구슬피 울었다. 스펀지에서 물이 빠져 나가듯, 경수가 점점 작아졌다. 마치 어제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집 앞에서 아기 고양이 울음 소리를 내고 있던 종인과 일치했다. 순간, 종인의 웃음 소리가 사그라 들었다. 쿵쾅쿵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종인이 침실 문을 박차고 경수의 앞에 우뚝 섰다. 경수가 벌개진 눈꼬리를 올려 종인의 무덤덤한 표정을 살피었다.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형인 내가 이런 나약한 모습을 종인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고, 수치스러웠다.

 

 

“조닌이는, 조닌이는 견수랑 그 씨발 새끼랑 있는 거 보면 정말 짜증 나.”

“항상 견수 옷에는 그 새끼 냄새가 나잖아. 조닌이는 항상 맡았다. 그 냄새.”

“안 돼. 견수한텐 항상 조니니 냄새가 나야 해. 안 돼. 안 돼. 안 돼.”

 

 

종인이 악을 쓰며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다. 뽀로로 잠옷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며 무언 가를 꺼냈다. 거실 한 편에 쌓여있던, 찬열과 함께한 사진이었다. 그 사진은 정상적이지 못 했다. 갈기갈기 찢어져, 형태가 무뎌졌다. 종인은 그 조각을 바닥에다 뿌리며 발로 찬찬히 짓이겼다. 경수의 머리가 짓이겨지는 기분이었다. 종인아, 그러지 마. 종인아, 종인아. 경수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종인의 보드라운 팔목을 세게 쥐었다. 종인의, 미간이 무겁게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 때였다.

 

 

띵동. 띵동, 띵, 띵동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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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ㅜㅜ 저 오늘 정주행 다 하고 왔어요... 진짜 짱짱! 잘 읽었습니당!
10년 전
독자2
허ㅠㅠㅠㅠㅜ조닌이ㅜㅠㅠㅠ역저능아대박이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잘보고 가요ㅜㅜㅜㅜ
10년 전
독자4
누구지??!! 찬열?? 배뀽???
10년 전
독자5
조닌이 언제 돌아와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헐헐누구지 찬열인가ㅠㅠ 찬열이말한번밉게하네진짜혼내주고싶다
10년 전
독자7
대박 잘보고 갑니다!
10년 전
독자8
조닌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9
흐아....너무 좋아여...띵동거리는건 찬열이인건가요?ㅠㅠㅠ언능 다음편으로 가야겠어요ㅕ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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