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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내밀고 있던 남우현은 환하게 한번 웃어주고 택배상자를 나의 품에 안겨주고는 쌩 하니 가버렸다.

아직 현관문에는 그의 향수냄새가 남아있다. 택배기사들은 땀도 많이 흘리고 힘들 텐데 그에게 항상 좋은 냄새가 났다.

뭔가 달달한냄새 그와 만나는 시간은 길어야 고작 길어야 1분 남짓 시간이 너무 짧다 1분이 아니라 1초 인 것 같다. 

그는 모르는 나만이 간직하는 우리 시간

 

그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쓸데없는 볼펜 나부랭이, 1년은 족히 쓸 A4용지 혹은 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맘에 쇼핑몰의 옷을

장바구니에 담고있는 내 모습을 그는 모르겠지만 이걸 오늘 시키면 적어도 2일안에 그를 다시 볼 수 있다.

 

언젠가는 택배 오는 날 작가모임이 잡힌 적 있다. 꼭 나오라는 김명수 덕분에 난 그날 남우현을 못봤더랜다

남우현에게 전화가 왔다 언제나 듣기 좋은 목소리로 "김성규씨 집에 계세요?" 라고 물어오는 전화

시무룩한 목소리로 "경비실에 놓고 가세요 오늘을 제가 집에 없어서요" 상대편에서

"아, 네 알겠습니다" 남우현 목소리가 한 톤 낮아진 건 제 착각인가? 생각하는 도중에 끊긴 전화 아쉽다 목소리 더 듣고 싶은데..

어찌됐건 있는 힘껏 김명수를 째려봤다. 김명수 뒤통수에 구멍이 생길 정도로

그날 이후로 택배 오는 날이면 어떤 약속이든지 뒤로 미뤘다. 남우현을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으니까

 

그렇게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결제하고, 침대에 벌러 덩 누웠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집을 봤는데

와- 인간적으로 너무 더럽다 그래 오늘은 집 청소나 하자

여기저기 쌓인 택배상자를 고이 접어 분리수거 하는 곳으로 가져가 버리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뒤에 아주머니들이 속닥거리는 얘기들이 들렸다

"요즘 그 택배원 말이야 너무 잘생기지 않았어? 아이고 택배 받을 때마다 좋더라고"

"아 그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 잘하는 청년? 이뻐이뻐"


저 이야기는 필시 남우현에 관한 이야기다 나 모르게 아줌마들 이야기에 점점 집중하고 있었다.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나는 그자리 그대로 이야기를 듣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예전에 분리수거 문제로 한바탕 했던 부녀회아줌마였는데 오늘 그를 칭찬하는걸 보니 좋은 사람 인 것 같다.

아줌마들이 보는 눈이 있네


그렇게 날아갈듯한 기분으로 청소도 끝마치고 노트북에 앉아 창을 켜고 그 동안 쓰지 못했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술술 내려가는 것 보니 더 기분이 좋다. 감정이입도 더 잘되고 이번에 쓰고 있는 작품이 아마 짝사랑하는 여자이야기라서

더 잘 써지는 것 같다. 느낌 아니까-

 

 

결국 또 해 뜨는걸 보고 잠들었는데 지금 이 상황은 뭐지 왜 김명수가 내 눈앞에 있는 것이며 뒤에 떼거리로 몰려있는 저 녀석들은 뭐냐

"뭐여 김명수 나 새벽에 잠들었어 임마. 놀려고 온 거면 얌전히 조용히 놀고가."

배게에 얼굴을 파묻고는 이불을 뒤집어썼다.

"놀러 온 거 아니다 새끼야 어디 갈 때있어 야 실시-"

후배녀석들에게 의해서 강제샤워, 강제탈의, 강제머리손질 "야 미친놈들아!!!!!!!! 죽을래!!"

"선배님 저희가 선배님 손에 죽기 전에 협회장님한테 먼저 죽을지도 몰라요 용서하세요"

정말 질질 끌려나갔다. 양다리 양팔을 붙잡혀서 들려나갔다.

신발장 옆에 있는 달력에 형광 펜으로 동그랗게 표시되어있는 날 오늘, 그래 오늘은 남우현 오는 날이라고!!!

"아, 후배들아 오늘 택배오기로 했단 말이다 이 자식들아 택배 받고 가자 응?"

"에이 그깟 택배는 경비실에 맡기면 됩니다 선배님"

"그깟? 그깟?! 뭐 그깟 너 뒤졌어 아, 좀 내려봐!!!"


결국 끌려왔다. 대낮부터 술. 어디 튀지 못하게 협회장님 옆에 붙여놨다 덕분에 넙죽넙죽 사람 좋게 술을 받아 마실 수밖에.

바지주머니에서 진동이 온다.

잔뜩 술 취한 목소리로 받았다 "여보세요"

"김성..ㄱ..? 여보세요? 김성규씨?"

"남우현이다 우리 택배기사 이야-"

"술? 술 마신 거에요? 저기 김성규씨"

"네 술 마십니다. 제가 오늘은 집에 없어서요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보고 싶었는데.... 보고 싶어서 그쪽이 좋아서 맨날 택배 시킨 건데 남우현 택배기사는 모르죠?"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전화 뚝 끊었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소주잔을 들이켰다. 이젠 더 이상 남우현을 못 보겠지

상식적으로 남우현도 남자 나도 남자 남자가 남자를 보고 싶다고 보고 싶어서 좋아해서 일부러 택배를 시킨 거라고 한 건 어느 정도의 사랑고백이었으니까.

전부 말해버렸으니까 끝났다. 이렇게 김성규 짝사랑을 결말을 맺었다. 에이 친구라도 하자고 말해볼걸 그랬으면 얼굴 정도는 봤을 텐데.

아쉽네- 슬쩍 입 꼬리가 올라갔다.

옆에 앉아있던 여자선배가 "우리 김성규 후배님 요즘 어떤 작품 쓰시나 또 연애로맨스?" 물어온다.

괜히 눈물이 고여온다

"아니요 짝사랑이야기요 이루어지지 않는 그런 짝사랑이야기"

김성규가 남우현을 짝사랑하는 그런 이야기인데 오늘 결말이 난 것 같아요. 해피엔딩 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새드가 되 버렸어요.

"이야 우리 김성규작가 팬들 이번에는 눈물 쏙 빼겠네"

다시 왁자지껄해졌다 마셔라 부어라 먹고 죽자 라는 구호를 여러 차례 외치고 술을 들이켰다.

"야 적당히 마셔 술도 별로 못 마시는 게 죽어라 마시네?"

"김명수야 자식 야, 오늘은 잘 마실..ㅅ..."

목마름에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냐 아씨, 머리 깨질 것 같아 핸드폰을 켜자 밤 9시 김명수에게 문자가 와 있다.

간결하게 [너 술 먹고 뻗어서 방에 눕힘 알아서 집 가라] 개새끼 끌고 왔으면 다시 고이 데려다 놔야지 일어나서 이리저리 둘러봤다.

내 집은 아니고 방문 아래로 빛이 들어온다. 방문을 살짝 열자 소소하게 모여 술을 먹고 있는 작가동료들이 보였다.

와 징 하다 징 해 아직도 먹냐 문을 살짝 열고 잽싸게 튀었다. 아, 머리 울려.

술도 깰 겸 걸어가야겠다. 가는 길에 택배..그래 택배도 찾아가고 남우현. 남우현. 남우현 작게 소리 내어 불러본다.

이름을 불러 본적은 없다 항상 남우현이 나의 이름을 불러줬다 김성규라고 목소리 듣고 싶다.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오는 그 목소리

집에 가는 내내 내 머릿속은 전부 남우현 생각으로 가득 찼다. 웃는 모습 향기 목소리 전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 복도를 가는 도중에도 그래서 미쳤다고 생각했다

남우현을 너무 많이 생각해서 환상을 만들어 낼 정도라니 헛웃음이 나왔다. "미쳤구나 김성규" 단단히 아님 술이 덜 깼나?

집 앞에 남우현이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남우현을 보자 생각이 났다. "아, 맞다 경비실에 택배" 뒤돌아 걸어가려는데

"김성규씨 택배배송 왔습니다"

다시 뒤돌아 남우현을 봤다. 환상이 아니라 정말 진짜 남우현. 보고 싶었던 남우현이 내 눈앞에서 내 앞에 서있다.

 

 

 

 
 

"알아요. 그쪽이 나 보고 싶어하는 거 김성규씨 경비실에 안 맡기고 저녁에 가져다 드릴게요 직접. 나도 보고 싶으니까요"

자기 할말만하고 끊는 김성규. 그렇게 고백했으면 상대방이야기도 들어봐야지 바보네.

내가 먼저 고백하려고 했는데 선수나 치고 말이야 그를 처음 본 날은 내가 처음으로 택배기사를 시작한 날이었다.

직업 중에 택배기사가 힘들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래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던데 이 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지

다음은 김성규. 전화번호를 눌렀다. 컬러링 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통화연결음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가 잠긴듯한 무뚝뚝한 남자목소리였다.

20분 정도 걸린다는 말을 하고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달렸다. 신호도 안 걸리고 한번에 쭉 통과했다 매끄럽게 주차까지 완료하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아마 초인종을 10번 눌렀다 슬슬 짜증나려고 할 때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찌푸리고 있던 얼굴이 환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방금 잠에서 깬듯한 그의 모습 머리는 이미 몇 마리의 새가 새집을 지어놨고

오른쪽 볼에는 이불자국, 츄리닝과 면티 제대로 못 뜨는 눈 "김성규씨? 여기 택배요" 활짝 웃으며 상자를 건 냈다 멍하니 내 얼굴을 바라보던 그는

감사합니다 하고 상자를 받았다. "자다 나오셨나 봐요" 재미있는 사람이네 그리고 기분 좋은 사람.

그 뒤로도 이틀에 한번 꼴로는 그의 집에 들렸다. 종류가 다양했다. A4용지도 있고 볼펜 옷 라면 이불 등등

남자 혼자 사는 집 같은데. 뭘 저렇게 사드리는 건지 처음엔 신기했다 그리고 점점 그가 좋아졌다. 처음 본 날과 다르게 단정한 모습으로 날 맞이하는

그 모습이 그리고 어쩌다 택배를 경비실에 맡기게 되는 날이면 시무룩해지던 그의 목소리 현관문을 열면 자신과 눈도 못 마주치면서 얼굴을 숙이던

그의 얼굴 그래 김성규는 날 좋아하고 있구나 김성규도 나와 같은 마음이구나. 하지만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확실하게 하고 싶었으니까.

만약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그냥 곁에 좋은 사람이 되기로 마음도 먹었다. 친구 정도? 그 정도는 김성규도 이해해주겠지.

그렇게 오늘도 김성규 집 앞에 먼저 도착해 면티도 갈아입고 땀도 휴지로 닦고 그리고는 전화를 걸었다 차에서 내려 김성규의 집을 쳐다보며

한 손에는 향수병을 들고 뿌리고는 목뒤에도 문질거리며...기대한 전화 넘어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술에 잔뜩 취해있었다.

그리고 보고 싶었다고 보고 싶어서 좋아해서 택배를 시켰다고 넌 모른다고 그렇게 김성규가 말했다. 알아 성규야 네가 날 보고 싶어 했던 거 좋아하는 거

먼저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성규야

그리고 너의 집 앞에서 기다렸다 널 하염없이 그리고 날보고 헛웃음 짓고는 자신을 미쳤다고 말하고는 뒤돌아 경비실로 택배를 가지러 가야 한다는 너를 보며 말했다.

"김성규씨 택배배송 왔습니다." 천천히 뒤돌아 날보고 서있는 김성규. 보고 싶었던 김성규가 내 눈앞에 내 앞에 서있다.

 

 

 

입만 뻥긋뻥긋 하는 나를 남우현이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김성규씨? 내가 거의 5시간을 여기 서있었는데 다리가 아파서 좀 앉고 싶은데요?"

그 소리에 김성규는 아차 싶었다 아까 5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지금이 10시 다 되가니까 놀란 맘에 발걸음 옮겨 도어락을 풀고 남우현을

보고는 "얼른 들어오세요 다리 아프시죠?" 술이 다 깨는 것 같다.

앞장서서 들어가 집안을 살펴봤다 머리를 긁적이며 내뒤에 서 있는  남우현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집이 좀 어지럽죠 청소를 못해가지고"

그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 남우현이 무슨 말을...

"김성규씨, 성규야 나도 좋아하고 있어요 네가 나를 좋아하는 만큼 나도 너를"

내 뒤에 서서 말을 이어가는 남우현이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내가 남우현을 좋아하는 만큼 그도 나를 좋아한다고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내 허리를 감싸오는 그의 손길이 지금 이순간 너무나도 좋다.

뒤에 서서 나를 자기 품으로 끌어안은 채 내 귀에 속삭여 주는 그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성규야 사랑해 김성규씨, 사랑해요" 그 소리에 무작정 뒤 돌아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잠시 멈칫하더니 살짝 웃고 자연스레 입 맞춰왔다.

그리고는 입술을 떼는 남우현. 뭔가 아쉬운데.. 그리고는 내 눈에 입을 맞추는 그였다.

 

 

 

 "그만 울어 지금 말고 조금 있다가 더 울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어쩌다보니 중.. 다음편이 진짜 불맠....

그래요. 그거 기다리고 있는거 다 압니다.

음마쟁이독자들☞☜

구독료는 왜 없나면 알죠?.... 그냥 봐요.. 내글보고 포인트내기는 너무 아까우니까 ..

쓰다보니 길어지네. 미안요 독자들♡

*맞춤법 틀렸으면..바로 알려주세요 부끄러우니께.

 

w.칠리칠리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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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마지막말 심장어택...재밌어요 ㅠㅠ
10년 전
독자2
어...어멑ㅋㅋㅋㅋㅋ 성규얔ㅋㅋ우후~
10년 전
독자3
헐..설레.......신알하고가요!
10년 전
독자4
왜죠 과연 어떻게 운다는것이죠?어떻게 울리려고 그러는것이죠?
10년 전
독자5
헐.....재미쪙.......!!!!다음편....ㅎ...기대하께여....ㅎ..흐...흐흐
10년 전
독자6
앜....심장이 두근두근.... 남우현 진짜 ㅠㅠㅠㅠ
10년 전
독자7
재밌네요ㅜㅜㅜ심장이 빠운스빠운스 두근대요ㅜㅜㅜㅜ달달하게 성규야라니 녹겠네 녹겠어 잘보고 갑니다ㅎㅎ
10년 전
독자8
으핳ㅋㅋㅋㅋㅋㅋ달달하네요ㅜㅜㅜ성규ㅋㅋ취중진담ㅋㅋㅋ성규글은 새드앤딩일지 몰라두 성규는 해피앤딩이네요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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