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은 쇼파에 누워 선잠을 자고 있는 승현을 보며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2시간 정도를 혼자 있게 한 점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채 들기도 전에, 교복 셔츠가 허연 허리를 내놓고 있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꼭 못볼 것을 본 사람 처럼 급하게 담요를 가져와 조금 보이는 승현의 등허리를 덮어주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는 자신이 우스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언제나 승현은 단순하고도 어려운 문제였으니.
“…이승현.”
한참을 일어서서 승현을 내려다 보는 지용의 눈가에 다정함이 깃들어있었다. 지용이 이런 감정을 겪고 마음껏 휘둘릴 줄을 ――그것도 한참이나 어린 남자를 상대로―― 그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그는 승현을 만나기 전의 자신을 잊을 정도로 승현에게 깊이 빠져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이 조심스러웠고, 다루기 힘든 존재였다. 반한 사람은 원래 불리한 법이라고 애써 위로를 해보았지만, 마음 놓고 자는 승현의 얼굴이 얄미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였다. 뭘 해볼 심사는 딱히 아니였지만, 저 혼자 놀다가 진이 빠져 잠이 들 줄은 몰랐던 지용이였기에 그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지독한 놈.”
승현의 이마에 입을 맞추려 고개를 숙였을 때, 거짓말 처럼 승현의 눈이 부스스 떠졌다. 코 앞에 닿아있는 지용의 얼굴에 잠도 덜 깼음에도 화들짝 놀라고는 숨을 참는 소리를 내는 승현의 얼굴에 지용은 힘 빠진 웃음 소리를 냈다.
“놀래라. 아저씨 도둑키스가 취미에요?”
“까분다.”
“아우, 심장아.”
“눈치 없는 자식.”
“그러니깐 누가 나 자게 냅두래요? 아, 벌써 한시네. 영화 다 놓치고, 이게 뭐야.”
“집에 왔다는 걸로 만족해.”
승현의 입이 삐죽 나와있다는 것을 알아차린지는 오래였지만, 지용은 부러 단호하게 굴었다. 제 집이라는 안전한 장소 때문인지, 승현의 잠에 섞인 목소리 때문인지는 몰랐지만 그저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지용은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이제는 비침하게까지 느껴지는 제 상태에 지용은 버릇처럼 관자놀이를 꾹꾹 눌르며 승현에게 등을 보였다.
“어? 또 어디 가요?”
“서재.”
“또요? 왜요? 아 언제까지요!”
“이게 어디서 성질이야. 할 거 많다고 했지.”
“진짜 나빴어….”
“알고 있어.”
“서운해.”
“…….”
미워. 너무해. 짜증나. 서러워. 멈칫하는 저에게 보란듯이 투정을 늘여놓는 승현의 목소리에, 지용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머리를 헝클었다. 인내심의 한계였다. 하지만 지용은 고집스럽고 고지식하게도 주먹만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서재로 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서재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승현의 한숨 소리가 새어 들렸다. 어쩐지 지금 듣는 승현의 한숨 소리는, 늘 바쁘고 무정한 태도를 보였던 지용의 양심에 채찍질을 가하는 소리 처럼 들려와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숨을 정리하며 승현의 얼굴을 지워보려 애를 썼다.
“아저씨….”
어디에선가 들었던 지식을 이용해 애국가까지 부르며 인내하던 지용의 본능을 일깨우는 소리였다. 서재 앞에 입을 대고 말하는 건지 웅웅 울리는 목소리에는 여러 감정이 겹쳐 있었다. 지용은 주먹을 꽉 쥐며 애써 차가운 목소리를 연기했다.
“바쁘다.”
“…많이요?”
“아까 봤잖아.”
“진짜…. 너무하다.”
“오라고 한 적 없다. 너가 오겠다고 한거지. 피곤하면 자.”
“아니요. 나 그냥 집에 갈래요.”
“뭐?”
“집에 갈래요. 기분 안 좋아서 못 있겠어.”
지용은 일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어렴풋이 승현의 숨 참는 소리와 함께 흐느끼는 음성이 들린 것 같더니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 하기도 전에 현관문이 세게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잡을 시간도 없이 승현이 달려 나간 모양이였다. 지용은 버릇처럼 입술을 깨물며 멀리 못 나갔을 승현에게로 달려나갔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승현은 멀리 가지 못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쭈구려 앉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는 답답한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승현을 일으켰다.
“이승현.”
“…….”
“들어가자. 입술 파래.”
“내가 너무 어린 거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너무 큰거 바라는 거에요? 너무 터무니 없는 거 바라고 있는 거에요, 내가?”
“무슨 말인지 잘 알겠어. 일단 들어가서 말하자.”
지용의 곤란하다는 표정에 승현은 무어라 쏘아 붙이려던 입술을 깨물며 한숨을 내쉬었다.
[뇽토리/여신] 청소년 관람불가 中
집에 들어오자 마자 지용은 승현을 의자에 앉히고는 두 손을 꼭 잡았다. 의외로 따듯한 손에 매번 놀라곤 했지만, 오늘따라 저를 달래기라도 하는 것 처럼 따스한 지용의 손에 승현은 멈췄던 눈물이 다시 새어나올 지경이였다. 하지만 또 눈물을 보여 걱정 시키고 싶진 않았기에 애써 눈에 힘을 주며 참고는 지용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더 말해 봐.”
“뭘요.”
“여태까지 지내면서 불만이나, 오늘 내가 잘못한 거.”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서 말해요.”
“일단 생각나는 것 부터 다 말해 봐. 너가 말하는 거면 뭐든 고칠 의향 있으니깐.”
“아저씨는…. 어떤 일이던 다 객관적으로 해결을 하려고 해요. 우리 일이니깐 주관적일 필요도 있는데. 나는 해결 해 주기를 바라고 한 말이 아닌데 말이에요.”
“미안해. 그런데 평생을 객관적으로 살아와서 쉽게 고쳐지진 않을 거야.”
“그리고…. 나한테 조금만…다정했으면 좋겠어요. 내 생각 조금만 더 해줬으면 좋겠어요. 가끔은 일 생각만 하는 것 같아서 마구 서럽고 그래요.”
승현의 투정 섞인 부탁에, 지용은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승현의 어깨를 잡았다. 역시 어리다니깐. 아직까지도 지용이 저를 얼마나 좋아하고 빠져 있는지 모를 가능성이 컸기에, 지용은 아무 말 없이 승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제딴에는 마음먹고 조심스럽게 한 키스인데, 승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지용의 목에 손을 감고는 밀착해왔다. 머리가 아찔하게 돌며 지용의 손이 절로 승현의 허벅지로 올라갔다. 점점 농도가 짙어지는 키스에 지용의 숨도 승현의 숨도 가빠졌다. 이제는 승현의 목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고 있던 지용의 어깨를 잡으며 입술을 깨물던 승현이, 무엇인가 별안간 생각이 났는지 키스에 열중하고 있는 지용의 손을 덥썩 잡아버렸다.
“뜬금없이 뭐야.”
“아저씨, 나 소원 들어줘요. 갑자기 생각 났어.”
“이거 보다 중요해?”
“응, 중요해. 그러니깐 들어 줘요. 무조건. 응?”
“뭔데. 일단 들어 보고.”
“포괄적으로는…. 스킨쉽 자주 해주기?”
“뭐?”
“음…. 직접적으로는 오늘 침대에서 같이 자기.”
지용은 승현의 웃음에 심장이 세차게 작동하는 것을 느꼈다. 너 뭔 뜻인 줄이나 알고 말하는 거냐? 목소리가 우습게 떨리는 것도 같았지만 지용은 아랑곳 않고 승현에게 되물었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청소년이 발랑 까져서는, 못 하는 소리도 없어.”
“대체 뭐가 문제에요? 나한테는 그런 감정 안 느껴지는 거에요?”
“이봐, 청소년.”
“…왜요.”
“청소년 딱지 떼고 와.”
“얼마나 남았다구….”
“그러니깐 딱지 떼고 오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으니깐.”
“대체 지금 하는 거랑, 그때 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별 차이도 없잖아.”
“차이 있어. 원조교제도 감당하기 버거워.”
“씨…. 아저씨 혼자 감당해요?”
“나는 변호사잖아.”
“…….”
“곧 검사 될 준비도 하고 있고.”
“….”
지용의 달램에도 불구하고 승현은 거절당했다는 민망함과 끝없이 밀려오는 실망감에 뒤엉켜 입을 댓발 내밀고 있었다. 지용은 승현의 튀어나온 입술을 꽉 물어 버리고 싶은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승현의 손을 잡았다.
“너가 싫어서가 절대 아니야. 욕정? 미친듯이 느껴. 하루에도 수백번, 아니 수천번.”
“진짜요? 안 믿겨….”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나는 너한테 절대적으로 반한 사람이야. 내 자신이 비참할 정도라고.”
“와…. 그런 말도 할 줄 알았어요?”
“더 해줘? 잠자는 시간 빼고는 오직 네 생각 뿐이다. 재판에 들어가 변호를 할 때도 네 생각만 든다고. 미친듯이 곤란할 정도로.”
“…꿈꾸는 것 같아. 아저씨가 이런 말도 하고. 나 이제 막 미안해지려고 그래.”
“더 미안하게 해 줘? 내 인생을, 너가 바꿔 버렸다고. 이게 뭔 뜻인 줄은 알잖아.”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용을 부둥켜안았다. 잔뜩 감동한 얼굴을 하고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매달려오는 승현의 숨결에 지용은 버릇처럼 숨을 멈추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방금전에 하루에도 수천번은 느낀다고 말을 한 것 같은데, 귓등으로 들은건지 지나치게 해맑은 승현의 행동에 지용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저씨. 진짜 사랑해요.”
“앞으로도 계속 교복 입고 와라.”
“왜요? 저번에는 싫다면서.”
“양심에 가책이 느껴져서, 그나마 절제하게 되니깐.”
“그…정도에요?”
“놀라는 표정 짓지 마. 너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니깐.”
“우리 아저씨가 밤이 되니깐 늑대가 됬네.”
“그래. 그러니깐 유혹도 정도껏 하라고. 아꼈다가 청소년 딱지 떼면 해.”
승현은 그냥 웃어 넘기려다, 지용의 표정이 정말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사람의 표정이라서 조금 겁이 나고 말았지만, 그 역시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제 손을 꼭 잡고 있는 지용의 온기에, 문득 빨리 성숙해지고 싶다는 감정이 들어 승현은 돌아올 제 생일을 더욱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승현의 애틋한 바람대로 성인이 되어, 성인식을 치룬 것은 조금 후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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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리지 마요.. 진짜 떡 쓸려고 했단 말이야..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단 말이야 ㅠ_ㅠ...
그래서 中 으로 했잖아요 ㅠㅠ 길게 했잖아요 ㅠㅠ 빨리 왔자나여 ㅠㅠ 나 미워하지 마여!!!!!!!!!!1
님들은 차라리 늦게 오고 짧게라도 떡 써달라고 할 것 같지만.. 그래도 미워하지 마라여!!!!!!!!!!!!!!!!!!!
ㅠㅠㅠㅠㅠㅠㅠㅠ
下편은 다들... 말 안해도 자알~~ 아시겠죠? 청소년 딱지 제대로 때고 떡!!!^^!!!!! 사랑해요 아디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