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Tuesday4
속칭 불타는 금요일. 약어로 불금으로 불리는 어제.
그 말대로 달콤한 데이트와 환상적인 저녁식사 그리고 격렬했던 열락의 밤을 보낸 우리는 주말에 어울리는 늦잠을 잤다.
평소에는 쑨양의 회사출근으로 새벽 일찍 일어났는데, 이렇게 늦은 아침을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간밤의 섹스로 통증으로 제대로 서있는 것이 힘든 나 대신에 쑨양이 간단하게 아침을 차렸다.
그가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난 지난 밤에 꾸었던 꿈을 되새김했다.
꿈이었다고 잊기에는 쓸쓸하고 외로움이 꿈 속의 파도처럼 물씬 밀려들었다.
겨울바다처럼 보이는 그곳에 서 있던 모르는 이의 뒷모습이 참으로 외로워 보여었다.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던 그 꿈은 아련함을 불러왔다.
꿈에 젖어 있을 때 쑨양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환. 아침 준비 다했어요."
"아, 네. 그럼 갈...앗!가갹!!!"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 어정쩡하게 앉아 있던 나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둔턱한 통증은 가만히 있을 때는 그냥 아릿하기만 했는데 몸소 움직일라치면 나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물론 오장육부를 찢겨놓는 듯한 그 통증에 비하면 별게 아니었지만 이 은근한 근육통은 제법 힘들게 했다.
내 비명에 쑨양이 달려와서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더 끙끙 앓고 있는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아요?"
"끄응...괜, 괜찮아요.."
손으로 쓸어내려 몰려온 통증을 누그러뜨렸다.
조금 괜찮아지자 쑨양은 아직 나체로 있는 나를 시트로 둘둘 말아 들어올려 침실을 나갔다.
쑨양의 품에 안겨 거실로 이동한 나는 테이블 위에 간단한 토스트와 음료가 준비된 소파 위에 앉았다.
그의 조심스러움 덕분에 예의 아려오는 통증을 제외하고는 괜찮았다.
평소에는 식탁에 앉아 식사했지만 제대로 앉아 있기가 버거운 나를 배려해서 포근한 융단이 깔린 거실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둘둘 말린 시트와 포근한 융단덕분에 제법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어때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쑨양도 여기 앉아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앉는 쑨양에게 따끈한 토스트에 버터와 그가 좋아하는 마멀레이드 잼을 발라 입안에 넣어주었다.
달콤했던 고백과 격정적이었던 섹스로 친구이상, 연인이하라는 어정쩡했던 우리의 관계는 좀더 굳건해졌다.
영혼과 영혼을 교감하는 소울메이트라는 단어에 연인이라는 달콤한 명사를 덧붙인 것이다.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사랑 표현을 했다.
이렇게 음식을 그의 입에 가져다대는 것 또한 그 표현 중의 하나였다.
당황했던 쑨양도 수줍어하며 잘도 받아먹었다.
에구~귀여운 내새끼.하고 저절로 말이 나왔다.
항상 나를 배려하고 좋아해주고 아껴주기만 했던 모습에서 나의 챙김을 받는 그의 모습이 참 예뻤다.
그가 해주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주고 싶었다.
그는 그만큼 받을 자격이 있는 남자였다. 사랑스러운 이 남자는.
나도 내가 좋아하는 딸기잼을 듬뿍 발라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버터의 짭쪼롬함과 딸기잼의 달달함이 입안 가득 퍼져 미각을 자극했다.
간단한 식사를 끝내자 밤새 흘렸던 땀때문에 끈적이는 몸을 씻고 싶었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다 또 찌릿거리는 통증에 눈물을 내보이며 소파에서 굴러떨어지려는 나를 쑨양이 겨우 붙잡았다.
나의 행동에 놀라기만 했던 쑨양이 조금 화를 냈다.
"위험하잖아요! 아까도 그렇고."
"하핫. 미안해요. 평소 컨디션이 아닌데 자꾸 움직이게 되서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제가 미안한건데...제가 태환을 아프게 해서."
"풋. 그건 괜찮다니까요. 나도 좋았어요.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말아요."
물론 좋았던 것보다 아픔이 더 컸던 섹스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래도 그를 받아들였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졌던 관계였다.
다정한 그는 나를 아프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싫었던 것인지 계속 미안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이 사랑스러운 남자에게 쪽 소리를 내며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샤워하고 싶어요. 땀을 흘렸더니 씻고 싶어요."
"자기 전에 수건으로 닦긴 했는데 찝집하긴 하죠. 조금만 기다려요. 이것만 치우고 욕실에 데려다 줄게요."
격정의 정사로 정신을 잃기 전에 절정을 맞이하며 쓰러진 쑨양을 껴안았다는 것만 생각났었다.
그런데 내가 기절한 사이에 쑨양은 수건을 적셔 몸을 닦아주었나보다.
거기다 콘돔없이 치뤘던 섹스였고 안쪽에 분출했기 때문에 묵직해야할 배가 가벼운 것으로 보아 정액을 쑨양이 모두 끄집어낸 모양이었다.
쾌락에 젖어 절정을 달할 때는 언제고 신사로 회귀한 그는 섹스가 끝나자마자 혹시라도 해로울까봐 깨끗이 처리한 것 같았다.
그의 다정함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시한부의 목숨을 지닌 나에게 너무도 과분한 사람이다.
어쩌면 이런 내가 불쌍해서 하느님이 내려주셨을지도 모르겠다. 이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천사님을.
이제 고백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나의 병을 그에게 고백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겁이 많은 나는 아직도 정리되지 않는 머릿속을 부여잡았다.
식기를 정리하고 나에게로 다가오는 쑨양을 보면서도 이 헝클어진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에 막혀 더이상 올라오지 못했다.
"욕실로 가요."
쑨양은 시트에 휘감긴 나를 쉽게 안아들고 욕실로 향했다.
욕조에 천천히 나를 내려놓고 따뜻한 물을 받았다.
"샤워보다 목욕이 더 나을 거에요."
"쑨양도 땀 흘렸잖아요. 같이 씻어요."
욕조는 키가 크고 덩치가 큰 쑨양이 무리없이 쓸 수 있도록 큰 욕조였기 때문에 나에게는 무척 여유있었다.
때문에 나의 말에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쑨양에게 한번 더 권했다.
"같이 씻어요. 쑨양도 욕조에 들어와요. 어서."
"...에...그게..."
거기다 드라마나 영화같은 것을 보면 연인끼리 같은 욕조에 들어와 마주보거나 남자가 여자를 뒤에서 끌어 앉아 있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때문에 최대한 많은 추억을 남기고 싶었던 나는 주저하는 쑨양을 졸랐다.
많은 것을 그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와 함께 행복함에 취하고 싶었다.
나의 계속되는 요청에 쑨양은 수줍어하면서도 걸쳤던 하의를 벗고 내 뒤를 파고들어 욕조에 앉았다.
그리고 뒤에서 나를 품에 안았다.
쑨양의 벌려진 다리 사이에 내 몸이 끼어든 모습이다.
등을 눕혀 단단하고 넓은 그의 가슴에 기대었다.
조금 후 목덜미에 입술 감촉이 느껴졌다. 쑨양의 거칠지만 부드러운 입술이 목덜미에 입을 맞춰왔다.
간지러움에 움찔하며 몸을 움추렸다.
그러자 쑨양은 내 몸을 끌어안아 목덜미에 이를 세워 자국을 남겼다.
이미 밤새도록 새겨진 열꽃 위에 새로운 꽃을 피어나도록 만들었다.
"아...쑨양. 우리 씻어야죠."
"네. 샤워해야죠."
말뿐이었다.
욕조에 들어오기 전의 수줍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간밤의 흔적을 씻어내려고 들어온 이곳에서 또 다른 흔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린 그렇게 또 다른 열락에 빠져들었다.
- 부제 : 그날의 엘레베이터를 지켜보았던 누군가의 이야기
난 항상 하던 일은 했다.
내가 하는 일이란 남을 감시하는 일이다.
즉, 나의 본업은 감시하는 카메라이며 이 엘리베이터를 감시하는 특명을 받은 존재였다.
이날도 변함없이 나의 일을 했다.
나를 통해 실제적으로 감시해야할 아파트 경비원은 늦은 밤이라 그런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허이구...잘도 잔다.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포옥 내쉬고 엘리베이터를 지켜보았다.
좀 전에 아파트 주민 몇몇이 올라간 후에 텅빈 엘리베이터 안이었지만 나의 일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1층에 엘리베이터가 섰고 누군가 탔다.
오, 아파트 주민들이다.
보안이 철저한 이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탈 사람이 당연히 이곳의 주민이겠지만 배달부도 꽤 있었으니까.
주민들 중 한 사람은 거의 매일 보는 키가 엄청 큰 남자였고 다른 사람은 어쩌다 가끔 보는 남자였다.
보통 인간들이 말하기를 웃는게 귀여운 남자였다.
그 귀여운 남자는 키 큰 남자에게 안겨 있었다.
단순히 안겨 있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 뽀뽀하고 있었다. 아니 키스인가?
이 엘리베이터안에서 키스하는 사람들은 제법 보았지만 남자와 남자가 키스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그래도 잘 어울리는 남자들이었다.
근데 인간들은 숨을 쉬어야 된다고 하던데 저들을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숨을 쉴틈없이 키스를 하고 있었다.
너무 좋은가? 서로 떨어지면 안되는 것처럼 꼭 달라붙어 있었다.
어느덧 그들이 사는 층에 엘리베이터가 섰고 그들은 키스를 하는 모습 그대로 내렸다.
이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그들을 볼 수 없었다.
그들을 끝으로 한동안 텅빈 엘리베이터는 그층에 서 있었다.
경비원은 여전히 꾸벅꾸벅 졸고 있다. 쯧쯧.
경비 좀 제대로 하라구. 도둑 들면 어떡할려구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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륜입니다.
빨리 올리려고 했는데 좀 늦었네요.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외출했던 룸메이트 언니가
우산가지고 나오라고 하는거에요.
글을 쓰다가 마중나가서 좀 많이 늦었습니다.
이번 글에 저번처럼 다른 시점으로 번외편을 써봤어요^^
이번 번외 시점은 바로 감시 카메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