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Wednesday1
Married on Wednesday,
수요일에 결혼을 하고
- 마더구스 <솔로몬 그란디> 3절
"잘 다녀와요."
"다녀올게요."
출근하는 쑨양을 배웅했다.
절대 거를 수 없는 나만의 의식.
평일의 낮은 거의 비슷했다.
쑨양이 회사를 가고 그가 없는 집을 지키고 있는 나는 그림을 그렸고 그린 그림은 방안 구석에 쌓여갔다.
그림을 하나씩 완성할 때면 무척 행복했다.
완성한 그림은 쑨양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나만의 비밀이었다.
캔버스를 쓰다듬었다. 거친 표면이 손가락 끝에 느껴졌다.
"아참, 빼먹을 뻔했다."
완성된 그림 구석에 검정색 물감을 찍어 간단한 글을 써넣었다.
멋드러지게 써진 것 같아서 꽤 마음에 들었다.
《띠링》
정오 알림이 울렸다. 언제나처럼 화구를 정리하고 새로운 캔버스 위에 천을 씌웠다.
알람을 끄고 점심식사를 차렸다.
오늘 점심은 점점 나빠지는 건강으로 소화가 잘 안되는 것 같아 쌀을 불려 죽을 끓였다.
야채도 잘게 다져넣어 푹 끓어냈다.
입에 넣으면 순식간에 으스러질만큼 물컹하게 만들었다.
보통 사람들이 먹으면 죽이 아니라 물이라고 투정할지도 몰랐다.
쑨양과 함께 먹는 아침과 저녁이 아니라면 최대한 위에 부담이 덜 되는 것으로 먹었다.
그와 먹을 때는 꼭 같은 음식을 먹었다.
좀 더 잘 먹어야할 그를 위한 것이기도 했고 같은 것을 먹는다는 것만으로 공유하는 기분도 들었다.
쑨양과 먹는 식사는 함께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성찬이었다.
"장 좀 봐야겠네..."
먹은 식기를 모두 정리하고 다시 한번 더 남아 있는 식료품을 확인했다.
일주일치 식량이 거의 다먹어가고 있었고 남은 것은 하루치밖에 없어서 장을 봐야했다.
혼자 들고오기에는 좀 벅찰 것 같아서 고민이 되었다.
자동차라도 있으면 손쉽게 해결되겠지만 쑨양의 차는 그가 출근할 때 타고 나가서 없었다.
일단 편안 복장에서 다크 진과 하얀색 후드 티셔츠를 입고 외출준비를 했다.
지갑과 혹시 몰라 휴대용 약통에 진통제를 담고 생수도 챙겼다.
집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삐비빅》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문자가 도착했다.
나에게 연락올 사람은 쑨양밖에 없었기 때문에 문자를 확인하기도 전에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태환. 뭐해요? 저 오늘 외근 나왔어요^^ - 쑨양》
《그럼 일찍 마쳐요? - 태환》
보통 외근나올 때는 거래처와 미팅인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일찍 마쳤기 때문에 조금 기대감을 갖고 답장을 보냈다.
답장을 보낸 즉시 쑨양에게서 문자가 날라왔다.
《오늘은 정말 특급! 2시면 퇴근해요! - 쑨양》
《정말요? 와! - 태환》
《오랜만에 놀러갈까요? - 쑨양》
《어디로요? - 태환》
마트로 장을 보러가는 것은 저 멀리 떠나보내고 벌써부터 어디로 갈까하고 기대에 부풀었다.
쑨양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았다.
장을 보는 것은 내일 해도 상관없었기 때문에 쑨양의 데이트 신청에 흔쾌히 동참했다.
《교외 드라이브 어때요? - 쑨양》
《좋아요. - 태환》
생각하지도 못했던 한낮의 데이트는 충분히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오케이 사인을 담은 문자를 쑨양에게 보내고 아파트 놀이터로 가서 그네에 앉았다.
이미 나온터라 다시 집으로 들어가기보다 여기에서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다.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다. 여기서 뛰어놀아야할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나 학교, 학원으로 바쁠 때라 오직 나뿐이었다.
놀이터를 전세 낸 기분으로 그네를 흔들었다.
조금씩 미동하는 그네를 타며 쑨양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삐비빅》
《거의 도착했어요. 준비하고 있어요. - 쑨양》
《이미 나와 있어요^^ 놀이터에요.- 태환》
그 뒤로 쑨양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쑨양을 기다리며 그네를 타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허밍으로 불렀다.
부드러운 음역이 공기를 타고 퍼진다.
내 목소리가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언제 오지..."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오지 않는 쑨양에게 다시 문자를 보내볼까. 전화를 걸어볼까 고민했다.
손에 휴대폰을 쥐고 오지않는 문자를 노려보며 고민하는 찰나에 눈앞이 까맣게 변했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손을 들어 그 체온의 주인의 손을 붙잡았다.
나보다 큰 손을 가진 사람은 그 뿐이었다.
"누굴까요?"
목소리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의 목소리.
다정한 울림을 가지고 있는 그의 목소리였다.
"글쎄요. 누굴까요."
정답을 알면서도 짐짓 모른 채 대답했다.
그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잠시 말이 없던 그가 다시 말을 했다.
"모르겠어요?"
그의 삐죽이는 입술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조그맣게 웃어버렸다가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요."
이윽고 내눈을 감쌌던 손이 떨어져 나가고 그 손은 내 몸을 감싸안았다.
"정답이에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쑨양 그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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륜입니다. 달달함에 취해보아요!^^
이번글은 좀 짧죠??
다음글은 길게 쓸 수 있게 할게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