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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나의 봄

민규, 지훈





  더운 바람이 부는 한 여름의 밤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빗줄기는 나를 한없이 불쾌하게 만들었다. 나는 여름이 싫었고 장마가 싫었다. 아니, 어쩌면 비가 싫은 걸 수도 있겠지만.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을 되찾을 용기가 나지 않아 꾀병을 부려 교문 밖으로 나섰다. 두 손가락에 끼고 가던 조퇴증이 아스팔트 바닥 위로 떨어졌다. 빗물에 젖어 볼펜 잉크가 번져 보기 싫게 변해갔다. 우산을 썼지만 비로 인해 어깨 죽지가 차갑게 젖어 추워졌다. 몸을 웅크릴 겨를도 없었다. 멍하니 시선을 둔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회색 조각들은 내 모습같이 갈기갈기 찢어져있었다.






  가파르게 진 교문 앞 언덕을 급하게 내려갔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신발 뒤축에 묻은 물방울들이 교복 바지 밑단을 적셔갔다. 나는 또 다시 벌거숭이가 된 것만 같았다.






  길을 다니며 나는 초점 없이 옆에 자리한 나무들과 회색 건물들을 바라보았다. 급하게 뛰어가는 한 남자가 내 어깨를 약하게 치고 갔다. 손에 힘이 풀린 건지 나는 우산을 놓치고 말았다. 머리카락이, 온 몸이 꿉꿉하게 젖어갔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우산을 줍는 것도, 가까운 건물 안으로 비를 피하는 것도.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짙은 꽃향기가 나는 그 남자의 뒷모습에 시선을 두는 것뿐이었다.







* * *








  한 여름의 성장통 같은 느낌이었다. 어쩌면 사춘기라는 말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청하는 그 순간까지도 나의 머리는 그를 그렸고 나의 코는 그의 향기를 더듬어갔다. 얼굴을 보지는 못 했지만 내 꿈에 그가 나와 나를 자극해왔다. 어쩌면 몽정을 했다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로.






  결국 나는 새벽에 일어나 눅진한 액체가 묻은 속옷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이왕 일어난 김에 꿉꿉한 습기가 어린 몸을 씻어보자 싶어 물을 세게 틀었다. 습기를 물로 지워보겠다는 것이 비장하기는 했지만 우스운 일이었다. 이런 논리라면 습기를 비로도 지울 수 있겠다는 옅은 농담을 생각하니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런 경험은 실로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생소했다. 게다가 얼굴도 모르는 남자로 몽정을 하다니.







  “그 사람 실제로 다시 보면 되게 웃길 것 같아.”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아니, 그렇다고 그 웃긴 일이 실제로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 * *








  “오늘 전학 온 전학생 이 지훈이라고 한다. 참고로 지훈이는 작년 초에 캐나다 유학 갔다가 와서 너희들보다는 한 살 위니까 막 대하지는 말고 왕따 시키지도 말고. 인사해.”

  “안녕, 이 지훈이라고 해. 잘 부탁해.”








  짧은 자기소개가 끝나고 할 말이 다 끝나자마자 전학을 가 버려서 자리가 빈 내 옆 자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제법 밝았다. 하지만 짙은 꽃향기가 내 코 깊이 묻었고 그 익숙한 향이 어제 그 남자라는 걸 깨닫자마자 그가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것도 잠시 눈앞에 어제 빨던 속옷이 겹쳐 보여 얼굴이 달아올랐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심호흡을 했다. 그보다 나보다 한 살 위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럼 형이라는 건가.






  순간 달큼한 꽃향기가 온 몸을 휘감았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너 이름이 뭐야?”

  “…….”








  입을 떼어 내 이름 석 글자를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서 얼굴이 너무 화끈거려서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 하고 창가에 놓인 교과서 한 무더기에 초점을 두었다. 다시금 꽃향기가 내 몸 가득 들어왔다. 숨을 쉬고 싶지 않을 만큼 달았다. 손이 떨렸고 눈앞에는 여전히 속옷이 그려졌다.








  “이름이 뭐냐니까?”

  “…… 김 민규.”

  “김 민규. …… 이름 예쁘다.”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이름을 되새겨주었다는 것이 나를 더 흥분시켰다. 내 심장소리가 괜히 그에게 닿을까봐 노심초사하다가 조례가 마쳤다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반을 빠져나왔다. 남녀공학, 남녀분반이라는 명목 하에 설렘이란 존재하지 않을 줄 알았건만 오히려 그 판단은 독이 되었다. 너무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게 잘못이지.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듯 했지만 여름은 또 나의 뒤통수를 때렸다. 나는 엎드려있었다. 지훈이형과 말을 트고 좀 편해졌다 했는데 내 치부를 공개하는 기분이었다. 난 고통의 신음을 하루 종일 흘렸다. 걱정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난 꼼짝할 수 없었다. 악몽을 꿨다.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을. 모든 수업이 끝남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곧 바로 집으로 향했다. 지훈이형의 물음에 답을 할 겨를이 없었다. 집에서 몸을 좀 씻고 싶었다. 불쾌했다.







  “민규야, 나랑 집 방향도 같은데 같이 갈…….”







  학교를 빠져나가기 위해 가방에서 우산을 찾았지만 찾지 못 했다. 그 날 그 첫 만남에 길에 버리고 온 검은색 우산이 생각났다.







   "아, 씨발."







  가방을 바로매고 쏟아지는 빗속을 걸어가려 한 발자국 떼었다. 그것도 잠시 누군가 내 가방 끈을 붙잡는 바람에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었다.







  “뭐야, 우산도 없이 저렇게 쏟아지는 빗속을 걸어가려고? 무슨 자기가 영화 주인공인 줄 알아. 집도 같은 방향인데 같이 가자고 말 했잖아. 왜 무시해, 네가 뭔데!”







  빠르게 내 귀에 박히는 말들이 괜히 어린애 투정 같아 나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또 대답 없잖. 육 교시부터 계속 이런 상태야. 엎드려만 있다가 끙끙 앓다가 또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어디 아파?”






  딱히 아픈 곳은 없었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악몽이 싫은 것뿐이니까. 비가 싫은 것뿐이니까. 만족스럽다는 듯 표정을 지은 지훈이형은 우산을 펼쳤다. 질퍽질퍽한 웅덩이를 피해 폴짝 뛰어 서서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또 한 번 웃음이 났다. 나빴던 기분이 한 순간에 풀리게 하는 지훈이형이 신기했다.







  “너 우산 없다며. 빨리 와.”







  또 촐랑촐랑 뛰어 가서 그 옆으로 가는 내 모습이 더 신기했다. 그걸 안 건 학교 여자애들이 신기하게 쳐다봐서, 라는 게 정확할 것이다.








***







  비가 오는 날, 그것도 밤에 악몽을 꾸지 않은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다만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꿈을 꾸는 내내 지훈이형 특유의 꽃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는 것. 그래도 악몽을 꾸지 않았다는 그 사실로 나는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하루는 날씨도 좋았다. 학교를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우산도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교실에 도착하고 체육복을 갈아입었다. 사물함에 하복이 늘 자리 잡고 있었지만 나는 언제나 동복이었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물리책을 베게 삼아 책상 위로 엎드렸다. 괜히 잠을 자고 싶었다.







  꿈에 지훈이형이 나왔다. 분홍색 오로라와 끝없이 달콤한 꽃향기가 내 나신을 휘감았다. 나는 부끄럽지 않았고 길을 거닐었다. 분명 지훈이형이 눈앞에 보였는데. 곧 지훈이형은 검은색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무언가로 변했다. 분명 코끝에는 형의 체향이 남아있는데. 내 나신을 휘감았던 것들은 손이 되고 흉기가 되었다. 벗어나려 몸부림쳐도 날 더 휘감을 뿐 변하는 것은 없었다. 살려줘, 도와줘. 외치고 외쳐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 공간에는 나와 저 괴물뿐이었다. 살려줘, 도와줘.







  “. . 민규야!”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앞머리는 식은땀에 젖어 이마에 붙어버렸다. 눈앞이 흐려서 여기가 어딘지 또 지훈이형이 어떤 표정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하나 분명한 것은 여기가 학교는 아니라는 것.







  “정신이 좀 들어? 아침에 자는 줄 알았는데 끙끙 거리고 식은땀은 계속 흘리고 내 이름 불렀잖아!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정신이 드는가했더니 갑자기 쓰러지고. 얼마나 무서웠는데…….”







  아, 응급실이구나.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냄새가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지훈이형의 살내음이 아니어서였다. 약품냄새들이 그득했다. 멍하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액체의 느낌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 팔에 시선을 두었다. 지훈이형의 눈물이었다. 지훈이형의 눈물.







  “?”

  “……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난 그저 형을 안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 * *








  학교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내가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다들 불쾌한 눈초리를 보냈다. 무슨 일이 난 것이 틀림없었다. 나에 대한 일이 난 것이 틀림없었다. 동물원의 원숭이마냥 시선을 못 느끼는 척 시늉했다.







  “민규야, 이거 사실이야?”







  지훈이형은 나에게 폰을 들이밀었다. 또 금방 사라질 소문이겠지, 하고 바라보았던 화면은 날 한 순간에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다. 온 몸이 떨리고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 지 가늠이 가질 않았다. 날 진정시킬 지훈이형의 살내음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방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가방을 다시 챙겨서 나는 학교 밖으로 나섰다. 도망쳤다. 이 사실로부터. 나를 붙잡으려던 지훈이형의 손길이 느껴졌지만 그 손길에 응할 수 없었다. 소문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대중의 손길과 같아보였다.









--

헹 안녕하세요!!!!!!!!!

다들 규훈파고 천국가세요!!!!!

총 4화 정도 올라갈 것 같고 내일 2화 올라갑니다 'ㅅ'

다들 안 읽어주실 것 같은데 읽어주신 분들 모두 넘넘 감사드려용..♥

천국가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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