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평소대로였다면 왕성한체력을 주체하지못하고 운동장에 나가 축구를 했을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답지않게 교탁에 옆으로 서서 예쁜 손으로 왠 바늘과 셔츠를 들고있는 백현이었다. 그런 백현을 책상에 걸터앉아 보고있는 찬열도 있었다. 그 외엔 없었다. 대부분 다 운동장에 있었다. 여기있는 둘중 키가 큰 하나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여보. 하고 꼭 부인처럼 바늘과 씨름하는 다른 하나를 부르기도 했다. 물론 다른 하나의 대답은 꺼져, 였지만.
"아!"
"뭐야 손 찔렸어?"
벌떡 일어나는 찬열에 눈을 한번 깜빡인 백현이 이내 찔린 손을 찬열의 티셔츠에 닿도록 쓱 내민다. 얌전히.
"어쩌라고."
"아프다고."
"호 해달라고?"
"응. 해줘 여보."
조금 피가묻어나는 손가락을 한번, 백현을 한번, 번갈아 보고는 그 새에 또 뭘 고민하는건지 잠시 흠. 하고 손으로 턱을 괸다. 눈을 위로 뜨고 생각하는 척 하더니 갑자기 덥석 그 손을 잡고 냅다 입속에 손가락을 넣는다.
뭐하는데! 손가락 끝마디에 난 작은 상처를 혀로 핥는게 느껴져 소리를 빽 질렀다. 찬열은 손가락을 문 채로 그 모습을 보며 씩 웃는다. 백현은 어쩔줄을 몰라 반대쪽손으로 찬열의 어깨를 때리다가 그마저도 찬열에 의해 저지당했다. 아 이빨 존나많아, 백현이 일부러 들으라고 말도하고 힘껏 손을 당겼지만 찬열이 놔주지않았다. 입속에 물린 손가락을 미세하게 한번 꿈틀거리자 그제서야 손가락을 빼고 느릿느릿 놓아주었다. 여전히 웃고있는 얼굴이었다.
"다 나았지? 조심해."
그러면서 엉덩이를 툭툭친다. 입술을 쭉 내민 백현의 엉덩이를 마치 애인마냥.
"싫어. 또 찔릴껀데? 완전 난도질할거거든?"
"아 그럼 나야 좋고."
참나, 백현은 등을 홱 돌리고 찬열의 입에 넣었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저도 똑같이 슬쩍 입에 물어보려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도리질쳤다. 그게 부끄러워 괜히 뾰루퉁한 얼굴로 찬열을 돌아봤다. 아직도 저를 보고있는.
"뭘봐."
"기왕 찔릴거면 혀나 입술 찔려."
"그럼 어쩔건데?"
손가락처럼 해줘야지. 능청스런 말투. 얼굴이 뜨거워지는것같았다. 귀도 뜨거워지고 손가락도 뜨거워진것 같았다. 뒤에서 허리를 안아오는 조용한 손길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어깨에 고개를 내리는 것도 느껴졌다.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한번 해보던가. 귓가의 낮은 목소리에 일부러 그 가슴팍을 손으로 밀쳤다. 그래도 손에 힘을 꼭 주고 떨어지지않는 찬열을 보고, 백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자세 그대로 하던 바느질을 계속했다. 정확히는 떨어진 단추를 다시 다는. 백현의 손에 들린 하얀셔츠는 바로 찬열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