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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0 | 인스티즈

 

 

 

 

 

 

 

부제 : 진짜 이도겸이 태어났어요!!

 

 

 

 

 

"여보야! 자기야! 나 왔어!"

 

 

 

 

 

한 손에는 도담이를 안고, 한 손에는 간식거리를 가득 사 온 석민이 해맑게 웃으며 들어온다. 도담이는 이제 제법 이 곳에 적응을 한건지, 아빠를 닮은

폭풍 친화력으로 어느새 조리원 내 사람들과 친해져서 재잘재잘 제 얘기를 해 주기 바쁘다.

 

 

 

"이도담! 엄마 보러 온 거 아니야? 엄마는 오늘 하루 종일 우리 아들 보고 싶었는데? 흥!"

 

 

 

하루 종일 심심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 받으려 했더니, 쪼르르 다른 사람에게 가 버리는 아들에 살짝 기분이 상한 칠봉이 팔짱까지 껴 가며 삐친 티를

팍팍 내 줬더니, 깜짝 놀라서는 엄마 앞으로 다가와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을 보내기 시작한다.

 

 

 

"어? 아니- 엄마 힘드니까 나는, 엄마 도와 주려고 그런거야~ 엄마 화났어? 도담이가 미안해"

 

"진짜? 그래도 엄마 보러 온 거면 엄마 옆에 있어야지. 아빠 봐봐. 엄마 옆에 꼭 붙어 있잖아" 

 

 

 

(자기가 먹으려고) 열심히 과일을 깎고 있던 석민이 칠봉이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고 빠른 상황 파악 뒤에 매우 자랑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그래, 아들.

여기 왔으면 엄마 옆에 붙어서 이야기도 해 주고 맛있는 것도 챙겨줘야 하는 거야' 하면서 반쯤 줄어든 사과를 아내의 입에 넣어주었다.

 

엄마와 아빠의 말을 듣고선 굳은 결심을 한 표정을 짓더니 칠봉이의 곁으로 꼬물꼬물 올라와서는 본격적으로 엄마 걱정을 해 주기 시작했다.

 

 

 

"엄마, 이제 배 안 아파? 괜찮아?"

 

"응. 도담이가 매일 매일 엄마 걱정 해 줘서 이제는 괜찮아졌어."

 

"엄마 아파서 울었을 때 나도 많이 많이 슬펐어"

 

"진짜? 우리 아들, 엄마 걱정 많이 했구나?"

 

"그럼! 나 엄마 걱정 많이 해!"

 

"우와~ 역시 내 새끼. 그래서 엄마가 빨리 나았나 봐. 일곱 밤만 더 자면 이제 엄마랑 아가랑 집에 갈 수 있어"

 

"진짜? 진짜루? 아가랑, 엄마랑, 아빠랑, 도담이랑 집에 가?"

 

"당연하지~ 조금만 참아 줘~"

 

 

 

집에 간단 말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있는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옆에서 스타킹에 나가도 될 만한 속도로 귤을

까(서 몽땅 지 입에 넣)는 남편을 바라 봐 주었다. 안타까운 눈빛과 함께 '맛있어?' 하고 물으니 뭐가 그리 좋은지 아들과 똑같은 표정으로 '응'을 외친다.

 

 

 

"여보야, 도담이랑 아가 보고 왔어?"

 

"응? 어!! 내 새끼! 우리 도겸이 보고 왔지. 도담아, 우리 동생 보고 왔지~?"

 

"응! 아가 보고 왔어. 근데 아가 안 예뻐"

 

"엄마 닮았으면 예쁠텐데... 아빠를 닮아서 그래, 아들"

 

"아니야! 우리 아빠 잘생겼어!"

 

 

 

저, 뿌듯해하는 표정 보소. 저 없는 사이에 도대체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어쩜 저렇게 숨도 안 쉬고 대답할까. 남편 멱살을 잡고 짤짤 털고 싶지만

꾹 참고 '그치, 아빠 잘생겼어~' 하며 아이에 말에 대답해 주었다. 아이에 대해 물어보려 입을 열려는데 석민이 먼저 '내가 굉장한 걸 보여줄게!' 하면서

칠봉이의 말을 막더니 핸드폰을 만지기 시작했다.

 

 

 

"어디 있지... 어! 찾았다. 자기야 이거 봐!"

 

 

 

굉장히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내민 핸드폰 액정 속에는 아마, 도겸이로 추정되는 아이의 발 사진이 있었다. 찍으려면 얼굴을 찍어야지 왜 발을 찍었는지, 누워 있는

애 발은 또 어떻게 찍은건지 물어보고 싶은 게 참 많았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핸드폰 액정을 보며 실실 웃는 석민을 보며 '그래, 네가 행복하면 됐다' 하고 칠봉이는

애써 한심해려지는 제 마음을 추스렸다.

 

혼자서 재잘재잘 한참을 떠들더니 제 품에서 잠든 아들을 곁에 눕히고 나른함에 칠봉도 아이와 함께 단잠에 빠져 들었다. 잠깐 편의점에 다녀온 사이 잠이 든

아내와 아들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석민은 옆에 마련된 쇼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다 '내 새끼 자랑'을 하기로 마음 먹고 카카오톡을 열었다.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0 | 인스티즈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0 | 인스티즈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0 | 인스티즈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0 | 인스티즈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0 | 인스티즈

 

 

 

 

 

 

도담이, 도겸이 아부지.. 힘내요(토닥토닥) 저렇게 맹렬히 몰릴 일입니까? 그 와중에 마지막까지 어필하는 저 근성에 높은 박수를(짝짝짝) 상처뿐인 대화를

마무리 하고 나니 갑자기 너무나 보고 싶어지는 작은 아들 얼굴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석민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조심조심, 발걸음을 향한다.

 

 

 

"...저기요-"

 

"네? 무슨 일이시죠?"

 

"저 혹시 지금 애기 볼 수 있어요?"

 

"아~ 지금 다 자고 있어서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아이들 식사 시간이니까 그 때 보시는 게 어떨까요."

 

"지금 자고 있어요?"

 

"네. 다 자는데 건드리면 아이한테도 안 좋고 혹여나 다른 아이들도 깰까봐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연락 주시면 저희가 산모님 방으로 아이 데려다 드릴게요. 아이 이름이나..."

 

"이도겸이요. 이도겸. 아들이에요"

 

"아, 네^^ 시간 되면 아이 데려다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간호사님께 '이도겸' 세 글자를 적극 어필하고서 석민은 칠봉과 도담이가 자고 있을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아직까지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내와 아들의

이불을 제대로 덮어준 후, 쇼파에 앉아 '겸이 겸이 도겸이~ 우리 아들 도겸이~ 나도 도겸이~' 하는 정체불명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자기야, 뭐가 그렇게 행복해서 그런 얼굴이야?"

 

"우리 도겸이가 오잖아~"

 

"응? 도겸이가 왜 와?"

 

"내가 부탁했어"

 

"지금? 언제? 왔다 갔어?"

 

"아니~ 아까 자기랑 도담이 자고 있을 때 여쭤봤는데, 그 때는 자고 있어서, 나중에 아기 밥 먹을 시간 되면 데려다 주실거래"

 

"그래? 어.. 얼마 안 남았네?"

 

"얼마 안 남았어? 어떡해~ 나 설레>///<"

 

 

 

일어나니 세상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남편을 '저렇게도 좋을까' 하고 바라보다 칠봉이는 잊고 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 저게 그나마 둘째라 덜 한 거지,

지금 옆에 자고 있는 아들 낳았을 때는... 진짜 진정한 팔불출이란 저런 것이구나. 아니, 저건 팔불출 그 이상이라면서...

 

출근 도장은 말할 것도 없고, 찍어둔 사진과 동영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보는지 나중엔 보지도 않고 동영상 내용 하나 하나를 줄줄 읊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안이도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서 정한이네도 같은 조리원에 있었는데 그 때 정한이 칠봉을 많이 도와줬었다. 하루종일 아기들이 있는 곳에서 살 기세인 석민을

끌어다 칠봉이의 곁에 놓아주고, 대신해서 잔소리도 해 주고, 간간히 등짝 스파이크도 해 주고...

 

석민의 넘치는 아들 사랑에 놀랐던 이든이(윤가네 장남, 당시 4세)는 '엄마, 삼촌은 아가가 너무 좋은가봐. 우리 아가도 데려가면 어떡해?' 하는 귀여운 걱정을

하며 이안이가 방으로 올 때면 '석민이 삼촌 못 보게 해' 하며 혼자 경계를 했었다.

 

 

 

잠시 #칠봉이 추억회상에 빠진 사이, 석민이 그렇게 목빠져라 기다리던 둘째 아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배가 고플텐데 보채지 않는 게 예쁘면서도 걱정스러워서

아이를 데리고 온 간호사님께 물어보려는데 도대체 언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손을 씻고 온 건지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면서 간호사님께 아이를 건네받는다.

 

 

 

"도겸아- 우리 아들- 하루가 다르게 잘생겨지는구나?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봐~"

 

"도담이 깼으면 질투 했겠다. 그렇게 예뻐?"

 

"그럼! 내 새낀데 안 예쁘겠어? 배부르고 기분 좋은 상태로 놀게 빨리 먹여"

 

 

칠봉이 불편할까 석민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도담이를 제 품에 안고 재운다. 잠시 보채던 도담이가 이내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다 도겸이가 다 먹었을 즈음

살짝 부은 얼굴로 잠에서 깼다. 멍한 상태로 가만히 안겨 있는 아들이 귀여운지 석민은 아이의 볼을 쿡쿡 찌르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이도담- 잘 잤어요?"

 

"응.."

 

"아가, 눈을 떠야지"

 

"나 아가 아니야! 아가.. 도겸이가 아가야"

 

"도겸이 지금 엄마가 안고 있는데, 볼래?"

 

"응! 도겸이 볼래"

 

 

쇼파에서 쪼르르 내려와서는 아직 붓기가 빠지지 않은 얼굴로 웃으며 아이에게 '안녕~' 하며 인사를 건넨다. 도겸이도 형을 알아보는건지 예쁘게 웃으며 답해준다.

'맘마 먹었어?' '나는 배고파' '집에 가면 도담이 과자 줄게' 등등 의식의 흐름에 의한 일방적인 대화를 하고 형이 쿨하게 뒤돌아가면 아까전부터 이 순간만을

애타게 기다렸을 아빠가 도겸이를 안아들고서. 정말.. 난리도 아니다.

 

 

 

"도겸아~ 우리 아들, 이쁜 내 새끼. 진짜 넌 크게 될 거야. 아빠가 도와줄게. 넌 할 수 있어"

 

"ㅋㅋㅋ애한테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왜, 막 예뻐서 미치겠어?"

 

"응! 진짜 너무 너무 너무 예뻐."

 

"아빠 나는! 나도! 나도 예뻐해 줘~ 나는~"

 

"으이구~ 남편아, 그러다 도담이 삐쳐서 자기랑 안 놀아주는 수가 있어. 도담아, 이리 와."

 

 

 

니가 어릴 때는 아빠가 저것보다 더 예뻐해줬다는 말은 해 봤자 아직 어린 아이에게 들리지 않으니까. 안 그래도 저러다 도담이가 삐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엄마 품에 쏙 하고 안겨서는 아빠를 열심히 째려보고 있다. 칠봉이는 아직 조리원에 있어야 하고 둘이 집에 같이 가야 할텐데 어쩌려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도담이 그래도 아가는 미워하면 안 돼. 알았지?"

 

"싫어! 아가 미워!"

 

"아가 왜 미워~ 미워하지 마~  누군가를 미워하면 자기 마음이 못나지는거야. 도담이 마음이 못생겨졌으면 좋겠어?"

 

"아니! 그래도 싫어. 아빠도 막 아가만 좋아하고 엄마도 아가 챙기고.."

 

"누가 그래! 이건 도겸이한테는 비밀인데... 엄마는 도담이가 훨씬 훨씬 좋아. 아직 도겸이가 어려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아빠랑 엄마가 많이 필요해.

도담이도 아가 때는 그랬으니까. 그래서 그런거지 아빠엄마가 도담이보다 도겸이 더 좋아하는 거 절~대 아니야" 

 

"진짜? 진짜 엄마는 내가 더 좋아?"

 

"당연하지! 도담이는 엄마 첫번째 아들이잖아. 얼마나 소중한데"

 

"아빠는? 아빠도 첫번째잖아! 근데 왜 안 그래?"

 

"그러니까~ 아빠가 잘못했네. 엄마가 아빠한테 사과하라고 할게"

 

"약속!"

 

 

 

조그만 손가락에 새끼 손가락까지 꼭꼭 걸고서야 겨우 아들을 달랠 수 있었다. 석민은 칠봉이에게서 도겸이를 넘겨 받은 후 한참동안 안고 (겸이가 아빠를)놀아주더니

 아이가 잠들자 가만히 서서 아이의 얼굴만 구경하고 있다.

 

 

 

"도겸이 여기 두고 도담이랑 잠깐 나갔다 와. 둘 다 실내에 너무 오랫동안 있었잖아. 바깥 바람도 쐬고, 나 몰래 간식도 사 먹고 와"

 

"그럴까? 그 전에 나 이거 사진 좀 찍어주면 안 돼?"

 

"도겸이?"

 

"응. 내 품에 완전 쏙 안겼어. 이거 프로필사진으로 해야지~"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다가도 막상 찍자니 이왕이면 예쁘게 찍고 싶어서 이리 저리 각도를 찾는 자신을 보며 칠봉이는 이래서 내가 얘랑 결혼했구나

하고 깨달았다가 이내, 내 새끼를 예쁘게 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라며 합리화를 시작했다.

 

 

 

"자, 이제 도겸이 여기 두고 둘이 갔다 와."

 

"그래. 으~차. 이도겸, 잘 자. 도담아, 가자"

 

"싫어! 나 아빠랑 안 갈거야."

 

 

이거 봐. 이도담 삐쳤네 삐쳤어. 이걸 걱정하고 더 삐치기 전에 해결하라고 일부러 둘이 보내려고 한 건데. 이미 아드님의 마음은 돌아섰나보다.. 엄마 팔을 꼭 붙잡고

'나 아빠랑 안 가! 아빠 미워!' 하며 볼을 한껏 부풀린 채 토라져 있으면 눈치라곤 없는 석민은 이 상황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어리둥절 해 하고 있다.

 

 

 

"도담이 아빠한테 왜 삐쳤어? 응?"

 

"아빠 시-러"

 

"왜~ 아빠가 왜 싫어. 아빤 우리 아들 좋아한단 말이야"

 

"아니야!"

 

 

생각치도 못 한 아들의 반응에 멘붕이 온 석민은 칠봉이에게 살려달라는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아직까지 아들에게 한쪽 팔이 잡혀 있는 칠봉이 '어떡할래' 라고

구박을 해도 들리지가 않는지 혼자 아들이 삐친 이유를 생각해내느라 바쁘다. 칠봉이도 나름 자신이 할만큼은 했고, 결국 둘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쩌지도 못 하고 그저 남편만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도담아- 아빠가 미안. 응? 대신 아빠가 나가서 우리 아들 좋아하는 포도 주스 사 줄게"

 

"포도 주스?"

 

"응. 우리 포도 주스 먹고 산책하러 가자. 산책"

 

"싼채? 나 빵도 사 줘"

 

"빵! 빵, 사 줘야지. 사 줄게 아빠가. 그러니까 이제 아빠랑 갈까?"

 

 

 

광대 튀어나올 듯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ET 영접하는 것 마냥 조심스럽게 손을 뻗자 도담이가 '나는 아직까지 너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빠 손을 잡는다.

제발 아무 일 없어라 하고 기도하며 도겸이를 다시 간호사분께 맡기고 칠봉이도 조리원 내에 있는 요가방으로 간다.

 

 

 

 

 

"도담아, 포도 주스 좋아?"

 

"응. 좋아"

 

"아빠 좋아?"

 

"아니, 안 좋아"

 

"왜! 너 아빠 좋아하잖아"

 

"아니야. 안 좋아"

 

 

 

나가기 전 '도담이 삐친 거 안 풀면 장담하는데 오늘 집 가는 길 힘들걸. 둘이 데이트 하면서 꼭 해결하고 와. 일단 애가 왜 삐쳤는지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나한테 연락 해' 하는 칠봉에 연락 하는 일은 없을거라고, 내가 바로 이석민이라 큰 소리는 쳤지만 생각보다 차가운 아들의 반응에 석민은 당황스럽다.

 

 

 

"아들, 아빠 왜 안 좋아?"

 

"아빠가 아들 안 좋아해서"

 

"응? 아빠가 아들 안 좋아한다고?"

 

"도담이 안 좋아하잖아"

 

"내가? 너를? 우리 아들을? 내 새끼를? 도담이를?"

 

"응. ...나 엄마한테 갈래. 엄마아아아앙ㅠㅠㅠㅠ"

 

 

 

이유는 알아내지도 못 하고, 아이는 울고. 우는 아들을 안아 달래면서 자신의 어떤 행동이 아이가 아빠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는지 기억 해 내려

해 봐도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오늘 하루, 제가 했던 모든 일을 곰곰히 생각 해 봐도 그런 일은 없는데 왜 그런 말을 하게 된 걸까.

 

아이는 품에 안겨서 계속 울고, 아이를 달래며 길을 걸으면서 석민은 머릿속이 엄청 복잡하다.

 

 

 

"도담아-"

 

"응?"

 

"이제 괜찮아?"

 

"응"

 

"아빠 도담이 진짜 진짜 좋아해. 아빠가 도담이 안 좋아한다고 누가 그랬어?"

 

"아빠, 나 안 좋아하잖아. 거짓말 하지 마"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ㅎㅎ 거짓말 아니야"

 

"아빠 나 안 좋아하고 아가만 좋아하잖아"

 

"아니야- 아빠는 도담이랑 도겸이 둘 다 너무 너무 좋아해"

 

"아니야. 아빠 아가만 예뻐하고 도담이랑 안 놀아줬어. 맨날 아가 얘기만 해"

 

"아빠가 그랬어? 우리 아들이 그렇게 느꼈으면 아빠가 미안해. 그래도 아빠가 도담이 안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알았지?"

 

"응-"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하는 도담이 때문에 석민은 가슴 한 쪽이 아파져 왔다. 도담이도 이제 겨우 3살이고, 아직 충분히 어린 나이인데 갓난 아기에게 신경이 쏠려서

챙겨주지도 못 하고, 아무 잘못이 없다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만 해도 도담이에게 미안한 일을 너무 많이 했다.

 

조리원으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단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담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보다는 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고, 도착해서도 하루종일 도겸이 이야기

밖에 하지 않았던 제 모습이 생각났다. 더군다나 도겸이가 방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이에게 정신이 팔려 도담이는 신경 쓰지 않았던 모습들도.

 

안 그래도 동생 때문에 엄마와 떨어지게 된다고 부루퉁해 있던 아이에게 오늘은 상처까지 줬으니, 가만히 참아 준 아이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기특한 우리 아들- 오늘은 아빠가 진짜 미안해. 아빠가 잘못했어."

 

"아빠 진짜 미워"

 

"미워해도 되겠다. 아들 아빠가 진짜 미안해. 근데 절대로 그런 거 아니니까 혼자 슬퍼하면 안 돼."

 

"진짜 아니야?"

 

"그럼~ 절대 그럴 일 없어. 그리고 아빠한테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서로간에 쌓인 오해를 풀고, 엄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때엔 (다행히도) 다정하게 손을 잡고 들어가는 이씨네 부자. 석민은 눈물이 핑 도는 걸 애써 꾹꾹 참으면서

도담이에게 애써 괜찮은 척 웃어보였다. 어린 아이가 말도 안 하고 알게 모르게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걱정하면서 한 편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잘 해 주고 있다 믿은 자신이 한심해서. 좋은 아빠라 믿어왔었는데 그마저도 아니였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자책감이 들려는 걸 겨우 겨우 밀어냈다.

 

 

 

"이제 엄마랑 빠이빠이하고, 내일 만나요- 해"

 

"엄마 안녕~ 잘 자~ 내일 올게~"

 

"내 새끼 보고 싶어서 어떡하지? 뽀뽀!"

 

"뽀뽀!"

 

 

 

작별뽀뽀로 엄마와의 인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는 아까의 일을 잊은 듯 아빠가 틀어준 음악에 맞춰 신나는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석민은 아직도 아까 아이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잊어보려 해도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콕 하고 박혀서 도무지 빠져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가 보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이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요리 솜씨로 저녁도 먹이고, 오랜만에 둘이서 함께 목욕도 했다.

어린 아이가 무슨 힘이 있겠냐만은 고사리 손으로 등도 밀어주고, 샴푸 거품으로 머리 스타일 장난을 치기도 하면서 신나는 목욕 시간이었다.

 

하루가 고단했는지 평소보다 꽤 일찍 졸려 하는 도담이를 안아들고 제 침대에 눕히고는 곁에 누워 책을 읽어주었다. 책을 두 권 째 읽었을까, 눈이 반쯤

감긴 채로 제 팔을 끌어 당기는 아들에 고개를 돌려 얼굴을 바라봤다.

 

 

 

"아빠, 아빠 진짜 도담이 좋아하는 거 맞아?"

 

"응? 당연하지- 못 믿겠어?"

 

"응"

 

"아- 이거 섭섭한데? 그럼 뽀뽀세례다-"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보다. 석민은 아들의 말에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겨우 참고 아이의 온 얼굴에 뽀뽀세례를 퍼 부어주고,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까지 꼭꼭 걸어주었다. 그제서야 만족한건지 아이는 행복한 표정을 한 채 잠이 들었다.

 

 

 

"아이고..."

 

 

 

뭐가 그렇게 불안한건지, 힘든건지 모르겠다. 제가 아이에게 이토록 믿음을 주지 못 한 사람이었나 하는 슬픈 생각조차 들었다. 주변에 털어 놓고, 고민을 상담해 줄

사람들은 또 그들뿐이라서 석민은 탁자 맡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집어 들고 다시 카카오톡을 켰다.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0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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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븐틴] 아이고, 아부지 10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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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도 하고 조언도 받고, 승철과 정한과 개인톡 까지 하고 나니 석민은 기분이 한결 나아지면서도 새로운 책임감을 느꼈다. 제가 집에서 둘째인 탓에

맏이가 느끼는 책임감은 모르겠지만, 어찌보면 같은 장남이니까 이해할 수 있을거라며 예전의 밝은 에너지를 회복하고서 곤히 자고 있는 아들의 곁으로 갔다.

 

 

 

"아들- 오늘 섭섭하게 해서 미안해"

 

"이 말이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꿈 속에서라도 들어줬으면 좋겠다"

 

"아빠는 절대 도겸이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너 안 좋아하는 건 더더욱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나쁜 생각은 하지 말고, 내일은 아빠랑 신나게 놀자"

 

"하루종일 너한테만 집중하고 신경 쓸게. 걱정하지 마"

 

"혹시 앞으로 아빠가 널 서운하게 만들어도, 이건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아빠한테 너는 너무 소중한 사람이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거."

 

"확실히 장담은 못 해주겠지만 아마 아빠는 도겸이보다 너를 더 사랑할거야"

 

"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건 엄마다. 미안, 아들. 1등은 못 시켜주겠네ㅎㅎ"

 

"그 정도는 이해 해 줄 수 있지? 고마워- 아빠 아들로 태어나줘서"

 

 

 

그새 이불을 발로 찬 건지 빼꼼 나와 있는 발까지 꼼꼼히 덮어주고서 석민도 아이 옆에 누웠다. 아까는 엄마랑 같이 잤으니까 이제는 아빠랑 같이 자는 게

맞는거라며 듣는 사람 없는 혼잣말을 하면서 잘 자고 있는 아이를 제 품에 꼭 껴안는다. 도담이도 갑작스레 당기는 손길에 놀랐다가 아빤 걸 알고 이내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중간에 깬 아이가 아빠 눈코입 탐구를 열심히 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로 석민은 그렇게 아침까지 꿀잠을 잤다.

   

 

 

 

 







(별)암호닉(별)

[볼그레][일공공사][너로정한녀][여니][스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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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이고 도담아ㅠㅠㅠㅠㅠㅠㅠ 보는동안 제가 첫째고 동생이랑 3살차이나서 그런지 더 이입되서 도담이 안쓰러웠네요.. 잘봤습니다 작가님!
8년 전
Hyunn
아, 저랑 똑같으시네요- 저도ㅠㅠㅠㅠ 첫째가 알게 모르게 많이 힘들고 그렇...잖아여?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
와 작가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도겸이 탄생했구나 ㅠㅠㅠㅠㅠ도담이도 너무착해 ㅠㅠㅠㅠㅠㅠ그리고 분량도 진짜 짱..!!! 잘읽고가요 작가님♡
8년 전
Hyunn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 축 이도겸 탄생ㅋㅋㅋㅋㅋ 도담이 너무 착해서 찌통이고 막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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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Hyunn
그러니까요. 동생 태어날 떄 정말 부모님께서 잘 해 주셔야 서로 사이도 좋아지고.. 저도 질투 많이 했다고 하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
8년 전
독자4
어휴ㅠㅠㅠㅠㅠ너무나 좋은 이 글...ㅠㅠㅠㅠ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Hyunn
ㅠㅠㅠㅠㅠㅠㅠㅠ 어휴, 너무나 과분한 칭찬
8년 전
독자5
일공공사 / 우리 도담이 찌통 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이ㅏ앙 ㅜㅜㅜㅜㅜㅜㅜㅠ ㅜㅜㅜㅜㅜㅜ작가님 글 너무 좋아요 ㅜㅜ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
8년 전
Hyunn
도담아ㅠㅠㅠㅠㅠㅠㅠ 찌통ㅠㅠㅠㅠㅠㅠㅠ 고마워요 항상.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8년 전
독자6
아이구 도담아 ㅜㅜㅜ 마음고생 심했지 ㅜㅜㅜ 석민이가 나중에 애를 키운다면 저런 느낌일까요 아이 한정 한없이 다정한 아빠님 ㅜㅜ
8년 전
Hyunn
아가가, 그 어린 것이 얼마나 맘고생 했을꼬ㅠㅠㅠㅠ 나중에 진짜 석민이는 첫째도 잘 챙겨주는 진짜 최고의 아빠가 될 거에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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