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훈은 선천적으로 무미건조한 사람이었다. 튀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는 까닭에서도 있었다. 음 그러니까 어느정도였냐 하면은 학창시절 사귀었던(그마저도 귀찮아서 받아준) 여자아이들이 제 풀에 지쳐 떨어져나가곤 했었다. 그래, 정확히 다섯번째 여자가 그렇게 떨어져나가고 학창시절 세훈에게 붙여진 별명은 철벽남이라는 타이틀이었다. 그러나 그누구도 몰랐었던 철벽남 오세훈의 약점은 눈물이었다. 누군가 울기만 하면 사고회로가 정지되어 오세훈은 어린아이가 되곤 했다. 안절부절 못해하며 해 줄거라곤 쥐뿔도 없는 주제에 다 퍼주려고 하는, 그게 바로 철벽남 오세훈의 실체였던거다. 쓸데없는 곳에서 오지랖이 등장하는 오세훈은 그로인해 정수정을 만났다. [EXO/세훈X종대] 마루밑의 첸첸 1. " ... 맛있냐. " 볼 터지겠네. 무심한 말투로 말하는 세훈의 눈동자 끝엔 쿠기를 들고서 전투적으로 먹어대는 자신을 ' 첸 ' 이라 소개한 남자가 있었다.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제대로 먹어보려는 심보인지 제게 눈길을 힐긋 돌리다 싶다가도 등을 돌리고선 다시 쿠키를 먹기 시작하는 첸에 세훈이 허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일단 첸은 작았다. 손바닥만했으니까. 확실한건 사람이란거. 딱봐도 벌레는 아니니까. 세훈이 멍때리며 첸을 보다 갑자기 컥컥 거리는 첸에 다급하게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건냈다. ㅡ 그래, 건내기만 했지 마시지는 못했다. 급한 마음에 빨대를 줘 봤지만 호흡이 딸려 빨지도 못하더라. 세훈은 곧 티스푼으로 우유를 직접 떠먹여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 이게 무슨 꼴이지. 한숨을 쉬며 첸을 보자 첸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꼬리를 힘껏 올려 웃고 있었다. 뭐, 좀 귀엽네. 적어도 김종인보단. 아이가 있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마음일까. 괜시리 뿌듯해지는 세훈이었다. 배를 다 채웠는지 저에게 꾸벅 인사를 하는 첸에 세훈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꾹 눌렀다. 제딴엔 살살이었으나 첸에겐 강한 압력이었는지 바로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입을 비죽이며 머리를 정돈한 첸은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서 뛰어내렸다. ... 뛰어내려? 사색이 된 세훈이 급히 바닥을 보자 어느새 바닥에 착지한 첸이 도도도 거리며 어디론가 급히 뛰어갔다. 달린다고 달리는 것 같았으나 거리는 딱히 멀어진게 없었다. 관심없는 척 신경끄는 척 하던 세훈의 눈이 자연스레 첸에게로 향했고 첸은 금새 저도 잘 쓰지 않는 창고쪽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러나 세훈은 따라나서지 않았다, 아까말했듯이 그는 정말 무미건조한 사람이라 첸의 존재를 너무나 당연시하게 인정했을 뿐더러 그냥 생각했던거라곤 아,그쪽이 집이구나. 정도? " 안돼. " " 야, 친구좋다는게 뭐냐. 우리엄마가 알레르기 있어서 안된대. 응?" " 안됀다고 했다. " 종인이 야아~하며 애교를 부리자 세훈이 종인을 말없이 째려보자 순간 흠칫한 종인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그럼 부탁한다!라는 말을 남기곤 홀연히 사라졌다. 아오 저새끼. 세훈이 골치아프다는 듯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순식간에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분홍색 바구니를 보았다. 하아ㅡ 깊은 한숨을 내 쉰 세훈이 분홍색 바구니를 조심스레 열자마자 야옹거리며 저에게 안겨오는 고양이를 보곤 흠칫놀라 주춤거렸다. ..원래 고양이가 이리도 사람을 잘 따랐었나. 세훈이 곧 고양이를 안고서 냉장고에 있는 우유를 대충 부어주자 왜인지 입에 대지 않는 고양이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먹어. 밥그릇을 들이대봐도 잘 먹기는 커녕 앓는 소리를 내며 저에게 달려들기 바쁜 고양이를 보다 결국 세훈은 지식인의 도움을 받기위해 핸드폰을 열었다. ... 뭐라는거야. 곧 포기했지만. 고양이를 다시 바구니에 넣어두곤 세훈은 곧장 애견샵으로 향했다. 속으로는 김종인을 욕하면서, 몽구랑 짱구는 잘 키우는주제에 거기다 최근에 짱아도 데려온주제. 고양이 차별하나? 아무리 알레르기여도 괘씸한 김종인에 세훈은 빠득 이를 갈았다. 딸랑 경쾌한 종소리가 들리고 점원이 반갑게 세훈을 맞이했다. 대충 인사를 건내고는 고양이 사료를 두리번거리는데 옘병. 하나도 모르겠다. 복잡해진 머리에 속이 들끓었다. 그리고 또 한번 되뇌였다. 김종인... 사람들이 먹는 우유를 마시면 배탈이 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고양이 간식을 비롯한 사료 거기다 장난감에서 밥그릇까지 그야말로 무작정 카드를 긁어버린 세훈은 또다시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아, ..쿠키사갈까? 중간에 슈퍼도 들렀다. 오늘따라 더 경쾌하게 들리는 듯한 초인종소리가 세훈을 반겼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저혼자 바구니를 열고나온듯 고양이는 안에 없었다. 세훈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거실 구석에서 털을 세우고는 갸르릉거리는 고양이를 보고 의아하게 다가가다 아!하며 후다닥 고양이를 안아올렸다. 저의 품을 벗어나려 버둥대는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니 금새 잠잠해져 봉지에서 장난감을 꺼내 툭 하고 던졌다. 장난감이라고 해봤자 털뭉치처럼 생긴 공인데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아주 거실을 굴러다니면서 꼬리까지 세운다. 허, 세훈이 헛웃음을 지었다. 단순하네. 고양이가 발견한건 첸인듯 싶었다. 하긴 고양이 눈엔 쥐새끼처럼 보였을수도 있겠다. 그 작은 몸에 놀랐겠지 싶어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보며 다가가던 세훈이 멈칫했다.작은 두눈이 세훈을 응시했고 세훈도 그 두눈을 응시했다. 세훈이 말없이 입을 벙긋거리다 잠시후 입을 떼었다. " ... 누구세요? " 첸이, 아니었다. ---------- 어휴, 썰이 아닌 글로 찾아뵈려니 노동도 두배! 짜증도 두배! 두배가 돼 두 두배두배두~ 이런 허접한 글쏨씨를 애정해주시니 댜룽할뿐입니당. 댜룽댜룽. 글속의 세훈이는 저런 모습이니 참고해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