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자다 깨버렸다
다시 잘까 생각하다 환하게 켜져있는 핸드폰
잠금을 풀어보니 익숙한번호로 익숙하게 와있는 부재중전화
27통
저장은 안되어있지만 이미 머릿속으로는 외워버린 이 번호
저장이 안되있다기보단 지워버렸다가 맞겠다
무시하듯 잠금버튼을 눌러 옆에 놓고 다시 눈을 감았다
진동으로 해놓은 폰이 아까부터 계속 징징댄다
확인해보니 지금도 오고있는 수십 아니 수백통의 메신저
'야'
'전화는 왜안받아'
'뭐하냐고'
'씹지말고 답장해'
'안자는거 다알아'
'남자만나서 놀고잇냐?'
.
.
.
툭-
핸드폰을 놓쳤다. 아니 던져버렸다.
"몇번째야 이게..."
지이잉-
지이잉-
핸드폰을 꺼버릴까 하다가 메신저가 아닌 전화인걸알고 화면을 보니
'010-XXXX-XXXX'
저장은 안되있지만 적어도 익숙한 그번호는 아니기에
"여보세요.."
자다 깬지 얼마 되지않아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신경쓰지않았다
- 받았다
모르는번호였지만 목소리는 분명
- 내 번호로는 왜 안받았어? 걱정했잖아
그였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누워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나 피하는거야?
받지말걸... 받지말걸...
마음속으로 수백번 수천번 외치고 또 외쳤다
하지만 후회는 이미 늦었다
- 왜 대답이 없어 진짜 나 피하는거야?
- 여보세요?
"왜..."
- 집이야?
"어..."
- 혼자있어?
"..."
내가 이별통보를 했던 그 날 이후 계속 전화를 해오는 그였다
일방적으로 내가 연락을 피했지만 말이다
그 날의 이별통보는 늘 그렇듯이 그의 막무가내적인 행동에 없었던 일이 되었다
물론 그에게만.
- 왜 대답을 못해? 누구랑 같이 있어?
"..."
- 누구랑 있냐니까? 남자랑있냐?
"..."
- 집이라했지 금방 갈게 기다려
"그만해..."
- 뭐?
"그만해... 그만좀하라고!!!"
텅 빈 방안엔 내 울음섞인 목소리만 퍼졌다
- 또 왜이러는데
"진짜 몰라서 묻는거야?"
- 일단 진정하고...
"우리 헤어졌어 헤어진거라고 정신좀 차려"
- ...너네집 다와가
"나... 힘들어... 너 때문에 아주 돌아버릴것같다고!!!"
이때까지 하지못했던, 마음속에 담아왔던 얘기들을 조금씩.. 강하게..
너무도 솔직하게 하고있었다. 아니 해야했다.
- 집앞이야
"..."
- 문열어
"제발... 그만하자 종인아... 흐흑..."
- ...
"제발.. 제발.."
-...
"종인아..."
'쾅쾅쾅-'
'문열어!'
전화는 끊긴지 오래였다
점점 심해져가는 그의 집착에 이제는 온 몸이 떨릴지경이다
'쾅쾅쾅-'
'열어'
침대에 더 파고들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베게로 귀도 막아봤지만
너무도 선명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
'니가 싫어하는 짓 하나 더 해줄까?'
'그걸 원하는거야?'
아차싶었다
우리가 행복하게 웃던 시절에 우리집에 자주 들락거리던 종인이를위해
우리집 비밀번호를 알려준 기억이 이제서야 난다
내 허락없이 들어오는걸 싫어했던 나를 그는 아직 기억하나보다
'니가열어'
할 수 없었다
그가 열게 냅둘수 있었지만 그것보단 내가 여는게 나을거란 생각에 침대에서 내려왔다
터덜터덜 힘없이 현관으로 걸어가 손잡이를 잡고 쉼호흡을했다
그정도로 그는 지금 내게 무서운존재였다
잠금장치를 풀고 문고리를 돌리려하는 순간 바깥으로 확 열려버리는 문
문이 열리는 동시에 집안으로 들어와 나를 껴안는 종인이
그의 품에는 옅고 차가운 바람냄새가났다
"보고싶었어"
"..."
"왜 또 연락안됬어 걱정되 죽는줄 알았잖아"
"놔..."
"못 놔"
"놓으라고!!"
"싫어"
안간힘을 써 그의품에서 벗어나려했지만 여자인 나에겐 불가능이였다
오히려 벗어나려 할수록 더 세게 끌어안았다
내가 포기한듯 힘을빼고 고개숙이자 팔을 풀어 양볼을 잡아 마주보게 하는 그
그의 손은 차가웠다. 너무나
"얼굴은 왜이렇게 상했어 내가 통통한게 좋다그랫지"
그렇게 말하는 종인이의 얼굴도 많이 상했다
한편으로는 아무렇지않게 헤어지기 전처럼하는 종인이의 행동에 헛웃음만 나왔다
우린 서로의 눈을 가만히 마주한채 오랫동안 서있었다
그 긴 정적을 깬건 종인이였다
"전엔 잘 이겨냈잖아"
"우리 헤어진거 아니잖아, 그치?"
탁-
순간 정신이 확들어 그의 손을 쳐냈다
예상외로 힘없이 떨어지는 종인이의 손만 응시했다
"가"
"..."
"많이 늦었어"
널 더 쳐내지못하는, 더 모진말을 하지못하는 내가 너무 미웠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힘든마음이 더 커져버려 헤어지자고 했던말만 세번째다
어째서 난 널 쳐내지못하는걸까
어째서 너는 날 놓아주지 않는걸까
아무한테도 보이지않는 밧줄로 너와 날 묶어놓은것처럼
왜 서로를 못벗어나는걸까
"OO아(야)..."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오는 그의 목소리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널 사랑하고있을지도 모른다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사랑하고있다 원하고있다 내가 알고있는 나는 그렇다
"OO아(야)..."
또 다시 내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젖어있었다
나를 부르며 껴안는 그를 나는 더이상 밀쳐내지못했다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가 너무 슬퍼서
나를 애타게 원하는것같아서
그저 그의 등을 토닥이며 울먹거릴뿐이다
나도 널 사랑하고있었다
이렇게 결국 또 제자리다
*똥손주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쓰는 글이라 말의 앞뒤가 안맞을수있어요... 헤헿
댓글 하나씩만 달아주세요!
문체라던지 어색했던부분에 대해서도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