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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해담 전체글ll조회 956l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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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먹는 연애 5

해담




학교에서는 가영이와 계속 붙어다녔다. 전학 온 첫 날부터 붙어다녔긴 했지만, 어쨌든 오늘 따라 같이 있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대화의 주제는 가영이에게 생긴 썸남과, 변백현이었다. 가영이는 썸남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얘가 내 카톡을 잘 안 본다면서, 정말 좋아하는 건 맞냐면서. 연애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아무 조언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공감하는 척, 다 들어주는 척 고개만 수동적으로 끄덕일 뿐이었다.


가영이가 이제 내게 말 좀 해보라 한다. 자기가 할 말은 다 끝났단다. 말을 할까 말까 입술을 우물쭈물 움직이다가 가영이가 눈을 부라리더니 꽥 소리를 질렀다.


쓰읍. 그러지 말고, 빨리 말해 보라구요.”

“....”

보나마나 변백현 얘기겠지만.”

어떻게 알았어?”

?”

내가 백현 오빠 얘기할 거라는 거.”


가영이의 말에 깜짝 놀라 책상에 팔꿈치를 박았다. 박은 부위에 아픔이 전해진다. 아려오는 통증에 팔꿈치를 살살 문지르며 가영이를 쳐다봤다. 가영이는 머리카락을 돌돌 말더니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 오늘 계속 변백현 얘기만 했거든.”

내가?”

그래. 계속 변백현 변백현 얘기. 잘생겼다 어쩐다 하면서. 성격도 착하고.”

, 내가 언제?”

그러셨어요, 님이.”


당황스러웠다. 오늘 별로 몇 마디 안 한 것 같았는데, 그 정도로 변백현 얘기를 많이 했나. 심지어 내가 오늘 무슨 말을 했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가영이는 자신의 주특기는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 이내 턱을 괴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너 변백현 좋아하지?”

, 팬으로써.”

웃겨. ?”


숨기려는 생각 하지말고 빨리 말해. 가영이가 책상을 쾅쾅 내려쳤다. 시끄러운 소음에 자고 있던 아이들이 책상에 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우리를 쳐다본다. 가영이가 미안하다고 손바닥을 들어 사과를 한다. 혼자 앓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털어 놓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겠다 싶어 가영이와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내가 먼저 털어놓기도 전에, 가영이가 선수를 쳤다.


, 봐봐. 팬심이랑 진짜로 좋아하는 게 있다고. 연예인을 좋아한다고 해봐, ? 근데 와 잘생겼다, 진짜 내 스타일이다 역시 우리 땡땡이 이러면서 칭찬을 해도 어쨌거나 저쨌거나 팬심에서 어우러나오는 말이라고. 다들 연예인 좋아하면서 현실에서는 남자친구 사귀잖아. 마음에 드는 사람이 다가오면 그 남자한테 끌리고. 결국 다 팬심이라니까? 근데 너 경우에는 완전히 케이스가 다르지. 넌 현실에서 그 연예인을 만나고 있잖아, 그치?”

“....”

그리고 너 오늘 계속 변백현 얘기만 했어. 그건 팬심이 아니라 좋아하는거야. 진짜로 연예인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같은 학교 선배를. 그것도 변백현을 좋아하는거라고.”


말 하는 거 한 번, 힘들어 죽겠네. 가영이가 패딩 조끼의 지퍼를 끌어내리며 연신 손 부채질을 해댔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쓰러졌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가방을 등에서 내려놓지도 않고, 신발을 마저 벗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있자 양치를 하던 박찬열이 내 앞에 와서 짝다리를 짚고는 나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뭔지 알겠다는 얼굴이다. 자기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나는 얼른 신발을 벗고 방으로 왔다.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걸터앉자 진정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심장이 아까보다 더 뛰기 시작했다. 방금 마라톤을 하고 온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네가 좋아서 그렇다는 말을 내가 착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오빠가 그랬다. 네가 생각하는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헛된 망상만 하는 것 같다. 나 자신도, 내가 답답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정말 미칠 노릇이다. 왜 백현 오빠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언제부터 내 일상에 나타나서 모든 걸 방해하는지.


친구들이 말하는 금사빠가 나를 가리키는 말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확실히 그랬다. 나는 변백현 오빠를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다. 연예인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흔한 팬이 아니라, 그냥 오빠 친구를 좋아하는 여학생으로.


포털사이트에 변백현을 검색한다. 연예 기사에 변백현을 이상형으로 뽑은 연예인들의 인터뷰가 있다. 내가 저번에 보고 괜히 욕했던 기사였다. 변백현 오빠는 연예인이었고, 촬영을 하면서 나보다 예쁜 사람들을 몇 번이고 봤을텐데 내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금세 절망감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너무 슬펐다. 누군가 그랬다. 자기가 좋아하는 이성도 자신을 좋아하면, 그건 정말 행운아라고. 나는 행운아가 아니었다. 내 인생에 운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럴까.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를 질렀다.


나 진짜 어떡해.”


대답 없는 베개에 물었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도 변백현 오빠만 둥둥 떠다녀서 미칠 것 같았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내 인생에 단 한번도 누군가를 짝사랑했던 기억은 없다. 그런데 처음으로 생겼다. 변백현을 짝사랑하게 된 것이다. 아무리 부정하고 부정했더라도 이제는 확실해진 마음이다. 나는 정말로 백현 오빠를 좋아하고 있다.








아침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방문을 열자 엄마가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은건지 달달한 냄새가 거실을 배회하고 있었다. 쌀쌀한 한기가 돌아 닭살이 돋은 팔을 살살 문지르며 샌드위치를 한 조각 손에 들었다. 쇼파에 앉아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먹자 너무 설탕에 달여진 샌드위치에 혀를 내둘렀다. 엄마는 항상 왜 이렇게 모든 음식을 달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배우를 시작하고 난 뒤 스트레스로 인해 단 걸 많이 찾긴 했었는데 지금까지 그러진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아직도 내가 단 걸 좋아하는지 아나보다. 오랜만에 집을 찾으면 온통 달달한 초콜렛과 과자와, 아이스크림들이 냉장고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엄마가 만든 음식은 한 번도 남긴 적이 없다. 이번에 만들고 가신 샌드위치도 꾸역꾸역 먹었다. 지금 일을 하러 나가신 엄마한테 메시지를 남겼다. 잘 먹었어, 엄마. 그 문자를 보내고 기지개를 키는 것으로 아침이 시작되었다.


테이블에는 온갖 소포들이 널려져 있었다. 언제 도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뜯지는 않은 걸로 봐서 어제 학교에 있을 때 온 것 같았다. 보낸 사람은 매니저 형이다. 휴식 기간을 가지는 동안 차기작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작품 하나 잘 골라서 빵 뜨고 난 뒤에, 광고나 예능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이 밀려 들어왔다. 소속사는 얼씨구나 좋다며 스케줄을 꽉꽉 채웠다. 대표와 한창 싸우고 난 뒤에 합의를 봤다. 휴식 좀 취하면 안 되겠냐고. 그리고 그 합의점은, 마지막으로 찍은 엘르 화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소포를 하나 뜯어서 꺼내봤다. 별 볼 일 없는 영화의 시놉시스다. 피 튀기는 조직물이라 흥미가 가기도 했지만, 이 감독은 영 아니었다. 개막장으로 찍는다고 유명한 감독이다. 혀를 끌끌 차면서 종이를 다시 소포에 집어넣었다.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엄청났다. 대중들은 그만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부응을 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아야 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두 시간을 살펴봐도 여전히 마음에 드는 건 없었다. 혹시나 놓친 건 아닐까 싶어 꼼꼼히 읽어봐도 나랑은 맞지 않는 캐릭터였다. 날 확 끌어 당기는 매력적인 요소 따위는 없었다. 속이 타는 것 같아 옆에 놓아 두었던 찬 물을 벌컥벌컥하고 마셨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머리칼을 살짝 뒤로 넘기며 쇼파에 등을 기댔다.


시계를 보니, 지금은 오후 12시다. 여주는 지금쯤 자고 있으려나. 또 쓸데없는 걸 궁금해 한다. 나도 정말 남자가 맞기는 한가보다. 이렇게 여주에 대한 모든 걸 궁금해 하니까. 순간 또 어이가 없어져 픽 웃음이 나왔다. 내가 여주를 좋아한다고 하면 박찬열이 분명 비웃을 것이다. 나는 단 한번도 누군가를 짝사랑 해봤던 적이 없었으니까.


같은 직업을 가진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친구의 동생을 좋아한다. 무슨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고, 나랑 딱히 공통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끌린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맨 처음 엘리베이터에서 눈을 떠 여주를 봤을 때부터? 아니면 미술실에서 얼떨결에 손을 잡았던 그 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냥 어느 날 생각해보니 나는 박여주를 좋아하고 있었다.


지랄이야, 진짜.”


처음에는 너무 귀엽고 하는 짓마다 서툴러서 챙겨주고 싶은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였다. 여주한테 하는 모든 행동은 불순한 마음에서 비롯 된 것이었다. 짝사랑하는 마음을 모두 불순하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싶었지만, 어쨌든 나는 내 마음을 그딴식으로 표현한다.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여주를 좋아한다는 그 마음을 기어코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빌어먹을 자존심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자꾸 신경쓰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여주랑 관련 된 모든 것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박선우에 대한 일도 그랬다. 다른 아이었다면, 모르는 사이의 아이가 그 새끼들 입에 올려져 있었더라면 나는 그냥 여느 다른 사람들처럼 속으로 욕만 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여주 걔가 그 입에 올려져 있는 걸 직접적으로 들으니 화가 났다.


박여주가 그 새끼한테 번호를 줬다는 것도 화가 났고, 그 새끼가 여주를 그딴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게 짜증이 났다.


좋네, 이거.”



마지막으로 뜯은 소포에서 꽤 괜찮은 드라마의 시놉시스가 나왔다. 출연진도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유명한 배우진들로 구성되었고, 감독이나 작가 또한 이미 탄탄한 드라마로 유명세를 얻은 사람들이었다. 시놉시스를 대충 훑어보니 내용은 이러하였다. 이 드라마는 청춘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로써, 학교에서 처음 만남으로써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쩌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둘은, 서로에게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고등학생의 나이에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흔하디 흔해 빠진진부한 내용이었지만 어쨌든 항상 교훈을 주는 작가로 유명한 박미란 작가는 조금 다를거라 생각했다. 제일 마지막 장에 매니저 형이 쓴 건지 모를 포스트잇이 붙여져있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뭐라 적혀있다. 눈을 찌푸리고 한참을 쳐다보니 이제야 말 뜻이 이해가 되었다.


꼭 너여야 한다고 함」


매니저 형은 어쩜 이리 한결같이 글씨를 못 쓰는걸까. 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쩐지 소포가 무겁다 했는데, 그 안에 1화 대본이 같이 담겨있다. 빳빳한 새 대본을 펴서 대사를 살펴봤다. 내가 드라마를 하게 되면 맡을 이 역할이 처음부터 무지막지한 대사를 날린다. 다름 아닌 고백이었다. 1화 처음부터 고백을 하는 씬을 넣다니, 이것도 계산된건가. 꽤 흡족한 얼굴로 대본을 닫고서 매니저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이거 할게.”

?”

날로 먹는 연애인가, 이거. 하고 싶어.”

나중에 딴 말 하면 안 된다.”


매니저 형이 수화기 너머에서 투덜거리는 것이 다 들린다. 나는 그동안 길어진 손톱을 멍하니 쳐다보다 다시 말을 뱉었다.


대본 더 있지?”

. 5화까지 나왔을걸. 지금 너 출연한다고 했다고 전하고 있는 중이야. 대본은 왜?”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볼륨을 줄인 후에 다리를 쭉 뻗고 천장을 쳐다봤다. 어차피 출연은 확정이 될 테고, 촬영도 머지 않아 시작할거고, 그럴거면 대사를 줄줄이 외워야 했다. 앞날이 깜깜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얼마 만에 찾아온 휴식인데 또 이렇게 망치는가. 제발 촬영 일자 좀 미뤄졌으면 좋겠다.


내일까지 대본 좀 싹 다 갖다줘.”

벌써 연습한다고? 네가?”

. 의심 돼?”

아니, 그건 아니고. , 어쨌든. 곧 대본 가져다 줄테니까 알아서 하고. 학교는 잘 다니고 있지?”

잘 다녀, 아주.”


그 말을 하며 실실 웃자 매니저 형이 너 요즘 기분 좋아보인다며 덕담을 건넨다. 기분 좋은 것은 사실이다. 아래 층에 사는 누구 덕분에.







시험을 보기 좋게 망쳤다.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전학 오기 전에는 시골이라 학교에 사람 수도 적었고, 시험 난이도도 엄청나게 쉬운 편이라 엄마를 속이는데에는 걱정이 없었는데 이렇게 큰 학교에 오니 금방 들통이 나고야 말았다. 엄마는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주겠다고 했다. 1학년 마지막 기말 고사를 망쳤다며 박찬열이 배를 잡고 웃었다. 쟤는 무슨 하루 종일 웃는지 모르겠다. 독서실에서 옮겨놓았던 책들을 다 가방에 넣고 집에 돌아오던 길이었다.


「여주야, 집이야?


예상치도 않았던 인물에게 문자가 왔다. 알림을 보자마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백현 오빠가 떠올랐다. 거의 다 왔어. 답장을 보내고 다시 문자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단에 앉아있으니 학교에서 돌아오던 박찬열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보고 귀신인 줄 알았다고 욕을 했다.


백현 오빠는 나에게 있어서 시험을 망치게 한 주범이었다. 백현 오빠가 아니었다해도, 성적은 똑같았겠지만. 거의 일주일을 학교에서도 못 보고, 아파트에서도 못 봤다. 하지만 백현 오빠가 자꾸 떠오르는 건 나도 막을 수가 없었다. 역사 책을 들여다봐도, 수학 공부를 하려고 샤프를 잡아도 백현 오빠의 말이 떠올라서.


나 좀 도와줄 수 있어?

어떤 거?

대본을 봐야 하는데, 감정이 잘 안 잡아져서. 대사만 쳐주면 돼. 혹시 시간 되면 집으로 와. 1703.


엘리베이터를 타서 17층을 누르고 얼른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1703호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다른 층에 와보는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처음 와보는 다른 사람의 집이, 변백현 오빠의 집이었다. 백현 오빠가 문을 열자 삐리리 하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자 문 틈새로 활짝 웃고 있는 백현 오빠의 얼굴이 보였다.


기분이 좋아보인다. 괜히 툴툴대며 안으로 들어갔다. 백현 오빠는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있는데도 빛이 났다. 연예인이라서 후광 효과 그런 거 있어보이는건가. 머리를 긁적이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가만히 서 있으니 백현 오빠가 쇼파를 탕탕 쳤다. 이리로 와 앉으랜다. 가서 앉으니 테이블에는 온갖 대본들이 널려있었다.


새로 찍을 드라마야?”

.”


드라마의 이름이 날로 먹는 연애인가보다. 대본 표지에 대문짝만하게 써져 있는 제목이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쇼파에 편히 앉자 백현 오빠가 핫초코를 타와 나에게 건네준다. 김이 펄펄 나는 핫초코에 섣불리 입을 대었다가 혓바닥이 댄 것 같다. 다시 테이블에 핫초코가 담긴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백현 오빠가 대본을 고르더니 하나를 건네준다. 4화 대본이었다.


씬 넘버 7.”

그게 뭐야?”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눈을 휘둥그레 뜨자 백현 오빠가 픽 웃으며 대신 대본을 넘겨준다. 국어 시간에 시나리오 공부를 할 때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씬 넘버 세븐에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대사만 가득했다.


남자 주인공 이름이 백현이네?”

. 작가님이 애초부터 나를 생각하고 썼대.”

. 신기하다.”


나는 여자 주인공의 대사를 읊었다. 최대한 발연기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백현 오빠가 잘 한다며 칭찬을 했다. 또 얼굴이 붉어진다. 무슨 토마토인가.


좋아해.”


백현 오빠가 대사를 쳤다. 내가 펼쳐보고 있는 장에는 없길래 다음 장으로 넘겨가면서 그 대사를 찾았다. 허둥대고 있으니 괜시리 쪽팔려왔다. 혹시 내가 대사를 잘못 보고 있었던건가. 아닌데, 방금까지 분명 제대로 했었는데.


어디야?”


아까까지는 그냥 서로 너나 잘하라며 다투는 씬을 연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고백 씬으로 넘어가버렸다. 백현 오빠는 대본을 덮어 테이블에 올려둔다. 혹시 백현 오빠가 잘못 된 대사를 친 것일까.


대본에 없어, 그거.”

? 그러면?”

내가 너한테 하는 말이야.”


백현 오빠가 내가 들고 있던 대본도 덮어버린다. 얼떨결에 닿은 손에 흠칫거렸다. 백현 오빠는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지금 상황이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게다가 그 말이 대본에 없는 것이라면.


네가 너무 좋아.”


변백현 오빠는 나에게 고백을 하고 있었다.


사귀자.”

“....”

“여주야.


갑작스러운 고백이었다. 당황을 해서 무릎에 고이 올려두었던 손이 달달 떨려오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된다. 지금 이 상황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오히려 좋아한다고 말해야 하는 쪽은 나인데, 백현 오빠가 나에게 그 말을 하고 있다.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언제부터?”

언젠가부터.”


넌 내가 어떤데. 백현 오빠가 다시 되물었다. 가슴이 쿵쿵 떨려와서 미칠 것 같았다. 그 어느 때보다, 심장은 더 빨리 뛰고 있었다. 심장이 펌프질 하는 소리는 내 귓가에도 들려왔다. 백현 오빠의 눈을 마주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숙였다. 너무 떨려서 정말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도 좋아.”

“....”

오빠가.”


겨우 고개를 들어 떨리는 시선으로 백현 오빠의 눈을 제대로 쳐다봤다. 얼굴 앞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자꾸만 시야를 가렸다. 백현 오빠가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귀 뒤에 꽂아준다.


예쁘네, 오늘도.”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오빠는 알까. 단 한 마디로도 사람을 이렇게 안달나게 만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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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자까님!! 김토끼에요!! 벌써 고백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심장 도키도키하게 만드는 백현선배ㅠㅠㅠㅠ 오늘도 심장 두들겨맞고 가여....'ㅅ'

8년 전
독자2
뽀또입니다 하 브금 튼 순간부터 고백하는 내용일까 싶었는데 딱 맞았네요 ㅎㅎㅎ 처음엔 그저 팬으로, 동생으로 좋아했다가 지금은 서로가 정말 좋아하게 된 모습이 너무 예뻐요 ㅜㅅㅠ 백오빠 고백에 제 심장은 도키도키합니다 ;ㅅ; 사스가 백어빠... 백현 센빠이 ㅠㅅㅠ 그 감정 이어서 드라마 대박나주새오 오늘도 잘봤습니다♡
8년 전
독자3
몽이에요 고백이라니ㅠㅠㅠ너무좋아여ㅠㅠㅠ대박
8년 전
독자4
저 비회원일때부터 읽었는데 이렇게 보고 댓글 달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ㅠㅠ저 암호닉 [빛나는 밤]해도 될까요?다음편도 기다릴게요~
8년 전
독자5
으어ㅜㅜㅜㅜ고백이라니 백혀니오빠ㅜㅜㅜㅜㅜ
8년 전
독자6
드디어!!!!!고백햇다 백현으!!!!! 오빠야ㅜㅜㅜ 드디어 고백이라닝 짱멋잇으무ㅜㅜ
8년 전
독자7
어ㅐ 백현아ㅜㅜㅜㅜㅜㅜ고백이하니ㅠㅜㅜㅜ현아ㅠㅜㅜ
8년 전
독자8
붉은여왕입니다!!!! 사랑합니다!!! 드디어 사귀는군요!!! 후헣훻!!!!! 행복해오ㅠㅠㅠㅠㅠ 너무 좋습니다 사랑해여 알러뷰 쏘마치ㅠㅠ
8년 전
독자9
아 너무 좋아요....
8년 전
독자10
꺄ㅏ아아아ㅏㅏㅏㅏ3관왕센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아 고백이라뇨 너무 설레네요 오늘도예쁘네라니.....너므 재밌게 잘 읽고갑니다
8년 전
독자11
세상에 세상에 백현센빠이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 저도 사귈래요ㅠㅠㅠㅠㅠ 하 너무 좋아휴ㅠㅠㅠ
8년 전
독자12
대박 작가님 ㅠㅅㅠ 드디어 회원되서 댓남겨봐욧 진짜 천재작가님 아닌가싶습니다 넘 심장떨리구 막 설레여 히히 잘보고있슴다!! 아 암호닉은 [큥덕]으루 할게요 !
8년 전
독자13
넘나 해로워.....윽..
8년 전
독자14
자까님 ㅜㅜㅜㅜㅜ모찌에여ㅠㅜ고백을 하다니ㅜㅜㅜㅜㅜㅜ너무재미있어여ㅕㅠㅜㅜㅜ
8년 전
독자15
아!!!!!대박사건!!!
8년 전
독자16
완전재미있어요ㅠㅓㅠ
8년 전
독자17
백현선배 너무 설레요 ㅜㅜㅜㅜㅜ 백현이 넘나도 좋은 것
8년 전
독자18
아윽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친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9
콧구멍ㅇ이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오늘도ㅠㅠㅠ이쁘네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흡...헐대본부분대박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이부분계속생각날듯...ㅠㅠ
8년 전
독자20
크 ㅠㅠㅠㅠㅠ 벌써부터 고백 ㅠㅠㅠㅠㅠㅠㅠ 심장이 두근두긍 하구만ㅇ요 ㅠㅠㅠ
8년 전
독자21
고백이라니...내심장 어레스트나겠어요ㅠㅠ
8년 전
독자22
오빠ㅠㅠㅠㅠㅠㅠㅠㅠ오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ㅠㅠㅜㅜ오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23
고백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그 대본 제가 읽고싶어요ㅜㅜㅜ
8년 전
독자24
줄리에요ㅠㅠ!!! 쓰차를 두번이나 먹는바람에 댓글 못달아서 속상했는데 드디어 다네요ㅠㅠㅠ!!! 백현이의 갑작스런 고백이라니ㅠㅠ 심쿵했어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25
아악 심장이 안뛰어요
읽는내내 엄청뛰다가 심장사망했어요
작가님책임지세요!

8년 전
독자26
으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최고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백현이가 뭔가 성격이 어른스러운 느낌이에요!
8년 전
독자27
아ㅠㅠㅠㅠㅠㅠㅠㅠ미쳤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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