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만난 첫사랑
'아 꼭 나가야돼 ? 신입생들 다 거기서 거기일텐데..'
'야 그래도 와라 선배들 눈치도 보이고 누가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대충 아프다 핑계대면 넘어갈걸.. 난 진짜 가기 싫단 말이야 으아 가봤자 신입생 환영회를 가장한 복학생들 술파티일텐데'
'그래도 와라 너 안오면 종철 선배가 겁나게 전화 때릴걸 그냥 와서 얼굴만 살짝 비쳐주고 가라 ~ 응 ?'
탁 -
수정이와의 통화를 끝내고 결국 옷장을 열어 입고 나갈 옷을 찾아보고 있다 정말 나가기 싫었는데 ..
평소 술자리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복학생과 신입생이 섞인 신입생 환영회는 정말 죽기보다 가기 싫었다
분명 억지로 술을 진탕 먹고 꽐라가 되어 집도 제대로 못 기어들어올 내 모습이 눈에 선명했기 때문이다
가장 무난한 흰셔츠에 청바지를 꺼내입고 집을 나섰다
아 , 아직 3월이기에 추위에 대비해 코트도 하나 챙겨서 나왔다
딸랑 -
' 어 ? ㅇ후배 왔어 ? 얼른와 여기 앉어 여기 오빠 옆에 '
' 오빠는 능글맞게 진짜 ㅋㅋㅋㅋㅋ.. '
오랜만에 봐도 여전히 능글맞은 남준 선배의 모습에 살며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선배의 말을 뒤로 하고 저쪽 한편에 있는 수정이를 찾아 자리를 옮겼다
' 어 ? ㅇㅇ아 ? 왔네 다행이다 여기 와서 앉아 '
수정이는 자기 옆 빈자리를 툭툭 치며 나를 앉혔다
'느 진쯔 쪼끔믄 있드 글그드'
주변에 눈치를 보며 수정이에 귓가에 살며시 얘기했다
수정이는 그런 내 말을 들은건지 못들은체 하는건지 다른 선배들과 신입생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떠들기 바빴다
저 특유의 활발함과 친근함이 가끔은 엄청 부러웠다
에휴 -
있어봤자 말걸어주는 사람도 얼마 없고 그렇다고 먼저 가서 말 거는 성격도 아니고 지금 이자리는 그야말로 내게 가시방석이었다
나혼자 겉도는 이기분 .. 이제 슬슬 일어나도 되려나
주변 눈치를 보고 있던 찰나 누군가가 문 밖에서 들어왔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 아이에게 닿았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신입생 전정국이라고 해요
' 아 ~ 신입생이 늦으면 쓰나 그래도 잘생겼으니까 봐준다 ㅋㅋㅋㅋㅋ'
'니가 그 유명한 전정국이구나 ? 애들이 이번 신입생에 엄청 잘생긴 애가 있다던데 너였네'
'얼른 이리와서 앉아 - 늦게 온 벌칙으로 이거 한 잔 어때 콜 ?'
내주변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 들어온 그 아이에 대해 떠들고 저마다 한마디씩 할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 아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전정국'
다시 한번 그 아이의 이름을 되내였다
이상하게 가슴이 아려왔고 또 한편으로는 떨려왔다
'ㅇㅇ아 너도 쟤 얼굴보고 넋 나간거냐 ? 아님 벌써 술취해서 맛이 간거야 ?'
내 앞에 손을 휙 휙 내저으며 수정이가 말을 걸었다
'수정아 있잖아 나 쟤알아 '
'응 ? 전정국 너가 아는애야 ?'
'어.. 응 아니야 아무것도 다시 생각해보니 모르는것 같기도 하고..'
'뭐야 ㅋㅋㅋㅋ 언제쯤 가려고 ? 이제 빠져도 될것 같은데'
'아니야 좀만 더 있다 갈게'
수정이에게 내 학창시절 짝사랑, 그리고 첫사랑이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어쩌면 나 혼자 기억하고 있을지 모를 그 시간을 말하기에는 아직 겁이 났었기 때문이다
내 첫사랑 전정국은 여전히 잘생겼고 또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는 존재였다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 잊은채 살아갔는데도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아이의 이름 하나에 심장이 덜컥하고 얼굴만 봐도 심장이 뛰는걸 보니 난 아직 못 잊었나보다
이런 생각에 씁쓸해져 혼자 소주잔을 채웠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너와 나는 전과 다를바 없었다
학창시절부터 잘생긴 외모로 주위에 여자가 가득하던 넌 몇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았고
난 여전히 너에게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술을 마신 탓인지 금방 달아올랐고 결국 화장실가서 한 사발 속을 게워내고 왔다
속을 게워낸 탓일까 몸에 힘이 쭉 빠졌고 술에 취해 중심 잡기 힘들었다
탁 -
화장실 코너를 돈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고 주저 앉으려던 내 몸을 누군가 감싸안았다
'괜찮으세요 ? 많이 취하신것 같은데'
정국이였다
'으에 -? 정국이다아아아아'
'헤.. 너 나알지 ? 나는 너 아는데 그것도 아주 자알 ~ 알아 '
'네..? 그게 무슨..'
'이것봐.. 너는 기억 못하잖아 나는 다 기억나 너가 나 뚫어지게 쳐다본거 니 친구들이 내가 니 옆에 갈때마다 너 놀린거,, 난 다 생각나는데 으헝'
'왜 아직도 몰라 ㅠㅠㅠㅠㅠㅠ 맨날 나만 알아 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짜증나게 진짜'
'저..그게..'
'됐어, 비켜 !!!!!!! 으헝 서러워어엉어어 뚜정아 ~~~~~'
미친게 분명했다 저 말을 하고 난 후 난 수정이에게 달려가 안겼고 수정이는 이런 내 모습에 취해도 단단히 취했다며 나를 자취방까지 데려다 주었다
띠링-
- ㅇㅇ아 오늘 오전 수업있다 늦잠 자지 말고 얼른와 육개장 사줄게 ^^...
수정이의 문자였다
어제 오랜만에 과음을 한탓인지 속이 미친듯이 쓰렸고 필름이 끊기길 바랬지만 불행하게도 어제의 기억은 미친듯이 생생했다
으.. 학교 어떻게 가지 , 어떻게든 마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학교로 갔다
' 야 어제 뭐 사고 친거 없지..?'
있지 있고 말고,,
'어.. 없는것 같아'
'아휴 다행이다 너 술취하면 없던 용기 막 생겨서 선배들 앞에서 욕하고 그러잖아'
차라리 어제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하필 ..
수정이에게 대충 얼버무린 후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 정국이는 없는것 같았다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 하고 황급히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왔다
뒤에서 다급히 나를 부르는 수정이의 부름도 뒤로 한채 말이다
그런 나의 노력을 대놓고 비웃듯이 내 앞을 그 아이가 막아섰다
'누나 우리 할말 많잖아요, 어디가요'
질렀어요 ㅎㅎㅎㅎ 실화를 바탕으로 조금의 망상을 보탠 글이라 해야 하나요
반응연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