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쳐주는 서울대 의대를 다니고 있고, 정신과 의사가 꿈인 그럭저럭 먹고사는 대학생이었다. 살아있으나마나인 아버지라는 작자가 내 명의로 받은 대출금을 갚지도 않은채 죽어버리기 전까지는. 나와 동생에게 준거라고는 몸 구석구석의 피멍과 어머니의 부재와 증오뿐인 그는 마지막까지 증오스러웠고, 혐오스러웠으며 나를 더 밑바닥으로 몰고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우습기 그지없다. 나에게 전부인 동생이 무너지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적어도 동생만큼은 행복하게, 그리고 동생과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싶어 정신과를 희망하고 있지만 막상 나는 내 자신의 상처조차 어찌할 줄 몰랐다. 그래서 나는 그저 그것들을 맨아래 묻어두고 그 크기가 커질때마다 더 밑으로 짓누르기만 했으며 곪아터지고 진물이 나와도 외면해왔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도망쳐나온 후 소식조차 모르던 아버지의 죽음과 동시에 나는 빚더미에 올랐고, 오로지 나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동생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알바를 하겠다던 동생을 겨우겨우 말렸는데,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가뜩이나 공부에 집중해야할 수험생인 동생은 잔뜩 화내며 알바하겠다고 말리지 말라고 할것이 뻔하니까. 의학공부에 과외알바에 몸이 몇개라도 모자란데, 알바를 어떻게 더 늘리지. 장학금을 받고 다니기때문에 공부시간을 줄일 수도 없고, 빚은 한시라도 빨리 갚아야 하고. ...머릿속이 깨질 것 같다. 결국엔 휴학을 결정했고 근래 몇달동안은 빡세게 알바 할 생각으로 일자리를 알아볼때, 뜻밖의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 김아미씨, 맞으신가요? " " ...네. 누구시죠? " 빅히트 엔터 대표입니다. 혹시 만나뵐 수 있을까요? . - ...그래서, 점점 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어요. 방탄소년단이 카메라 앞에서 '척'을 한다고. 그래요, 사실이긴 하죠. 하지만 인성 자체가 나쁜 아이들이 아니에요. 모두가 음악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려고 하죠. 제가 앞에서 얘기했듯이 한명한명이 자신안에 뭔가를 가지고 있고, 그걸 보이지 않기 위해 스스로 벽을 만들고 , 서로를 믿지 않고, 외면하고 있어요. " 어, 인사해. 여기는 새로 온 매니저 김아미씨. " " ...안녕하세요. 김아미입니다. " ... 생각보다도 더 삭막한 분위기네. 세상만사 관심없다는 눈빛을 한 놈들과, 삭막한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놈들과, 실실 웃고있지만 그 속이 얼마나 시커먼지 모르겠는 놈들과, 전혀, 아무것도 눈에 담고있지 않은 놈. 그래, 앞으로의 내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 - 물론 지금의 음악도 굉장히 호평받고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죠. 하지만 저한테는 보여요, 이 비지니스관계로 인해 만들어진 '팀'의 음악은 얼마가지않아 최악이 될거라고. 그리고 아이들은 절대 자청해서 진심으로 다른누군가를 받아들이지 않을거라는거. 그래서 필요해요, 아미씨가. 물론 아직 대학생이고, 그리고 아무리 진짜 정신과 의사라 해도 풀지 못할 수도 있죠. 하지만 노력이라도 해줘요. 그게 내 가수들에게 사장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인것 같으니. 하, 이게 뭐냐고. 아직 실습몇번나간 의대생일 뿐인데, 1명도 아니고 7명 씩이나... 그냥 안나간다고 하고 확 연락을 끊어버릴까. - 아, 페이는 세게 드릴게요. ...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간 이악물고 버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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