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박지민 안내놔? 키도 작은게 키큰척 하고있어! "
" 어허, 기다려봐. 카톡이 어디있지... 여기있다 "
" 야 미쳤냐 진짜!! 왜 남의 카톡을 보고그래!! "
" 남이라니 ㅇㅇ야 오빠랑 너가 보통사이야? "
나랑 키차이가 고작 한뼘정도밖에 안되는 박지민은 키큰척을 하면서 내 핸드폰을 높이 쳐들고는 꼭 내가 개새끼인마냥 어쭈, 기다려! 하며 내 머리를 누르고 있었다. 꼴에 남자라고 쓸데없이 힘은 세가지고. 아무리 생각해도 박지민은 이해가 안되는 인간이다. 박지민을 연습생때부터 지금까지 봐왔고 아무리 가족같은 사이라고 해도 그렇지, 지가 무슨 내 친오빠도 아니고 말이야. 자기 핸드폰 뒤지는 건 죽도록 싫어하면서, 가끔가다 핸드폰을 검사한다나, 뭐라나 하는 핑계로 전화번호부를 뒤지더니 이번에는 카톡까지 뒤지려고한다. 나한테도 프라이버시라는게 있다고, 망할 박지민아.
" 헛소리 말고 내놓기나 해. 어차피 카톡 비번걸려 있거든? "
" 어 진짜네... ㅇㅇ야 오빠가 이거 풀어달라고 하면 풀어줄꺼야아? "
" 정국이라면 모를까 너한텐 땅이 꺼져도 안풀어줘 "
" 으잉... 나빴어. 우리 사이에 비밀같은게 어디있어, "
여기있다, 여기있어. 내 단호한 대답에 금세 물에 젖은 강아지마냥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는데, 그렇게 해봤자라고 박지민. 더 이상은 니가 쓰는 동정심 스킬은 안넘어간다고. 저 모습에 적응이 안되어있었을 때에나 홀린듯이 뭘 해줬었지, 지금은 어림도 없어. 젠장, 그래도 귀엽긴 억수로 귀엽다.
" 너 못풀어, 그니까 포기하고 내놔. "
" 헤헤, ㅇㅇ야 "
또 다른 스킬을 쓰려고 하는건지 눈웃음을 지으며 날 바라보는 박지민에 잔뜩 긴장해야했다. ... 까딱하다가는 넘어갈 수도 있겠어.
" 우리ㅇㅇ가, 오빠를 너무 모른다아 "
" 알고 싶지도 않거든, 빨리 줘 "
" 어디 한번 어떤 남자가 우리ㅇㅇ가 한테 까대기치나 볼까나~ "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에 멍때리고 보고있는데, 경쾌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는 나를 한번, 핸드폰을 한번 보더니 승리의 미소를 지어온다. 에이, 아니겠지, 한번에 맞출리가 없잖아- 가 아니었다. 내가 이 여우새끼를 너무 얕봤나보다. 얼마나 신이 나는지 이번 신곡을 흥얼흥얼거리며 나한테 핸드폰을 보여주는데, 빨간색 알림들이 잔뜩있는 카톡창이 보였다.
" 어떻게 풀었어! "
" 오빠가 너에 대해서 모르는게 어디있어어, "
" 너 이미 알고있었어? 그럼 내 핸드폰 훔쳐봤었냐! "
" 아니야 방금알았어! 우리 ㅇㅇ, 실망이네 오빠 생일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
도대체가 박지민 말은 믿을 수가 있어야지, 이거 이미 내 카톡 여러번 들여다 본거 아냐? 박지민이 언제 또 핸드폰을 뒤졌더라,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얼마전 막냉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누나, 아직도 비밀번호같은거 우리 데뷔일로 해놨어요? 어, 니가 어떻게 알아? 전에 누나 스마트폰 처음 샀을때 제가 해줬잖아요, 아 맞다, 그랬지. 왠만하면 바꿔요, 다른형들도 마찬가지지만 안그래도 눈치빠른 지민이형이 누나 비밀번호 뚫는 건 시간문제일걸요? 에이, 박지민은 비밀번호 걸려있는거는 안들어가. 정국이 너만 알고있으면 되지 뭐! 누나 기억력 제로라 바꾸면 안돼. 그래도 바꿔요, 혹시 모르잖아요.
...오늘의 교훈, 정국이 말은 무조건 듣는다.
" 와, 이분 그렇게 안생기셔서 엄청 까대기 치네! 어어, 저번에 나한테 엄청 친한척 하더니 이러려고 그런거였어? 와아 사람 그렇게 안봤는데! "
" 야! 뭘봐! 내놔!! "
계속 알짱대는 나 때문에 읽기가 힘든건지, 안듯이 어깨를 감싸고는 꾹 눌러버리는 탓에 내 핸드폰하고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내가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와중에도 카톡을 보면서 뭐가 그렇게 짜증이 나는건지 표정까지 구기고 침튀어가며 화를 내는 박지민이다. 그래봤자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온 톡들이고 난 확인도 안해서 대화 내용도 없을텐데 온것만으로도 화가나는지 나에게 보여주며 오빠가 처리할게! 하더니 하나하나 삭제하고 있었다. 내가 그런거 안받는다는거 박지민도 알고 나도 알아서 매번 전화번호를 삭제해 왔기때문에 삭제 하는건 상관없는데,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자기는 여자들이 수두룩하면서, 왜 나한테는 이러는거냐고!
" 아 싫어! 하지마라 "
" 있어봐, 오빠가 처리할게 "
" 아 하지마라고! 삭제 하지마! "
" ... 왜? "
하나하나 정성스레 삭제하던 박지민을 보며 하지말라고 소리를 질렀고, 인상을 구겨가며 핸드폰에 집중하던 시선을 내게 돌리더니 더 깊게 인상을 쓰며 내게 물어왔다. 그런 박지민에 오기가 더 생겨 나는 뭐 연애 안하고 싶은 줄 아냐, 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었더니 인상을 풀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래, 그래도 이사람들은 아니야~ 하면서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긴다. 입꼬리는 올렸지만 눈은 웃지않는, 흔하게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인 건 처음이라, 많이 당황했겠지. 그에 더 당황시키고 싶어 계속 말을 이어갔다.
" 왜 이 사람들은 아니야, 이중에 좋은 사람 만날 수도 있지 "
" ... "
" 하지마, 삭제. 내가 분명히 말했다. "
입꼬리를 내리며 굳어가는 박지민의 표정을 보며,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한숨이나 푹 내쉬며 그래도오, ㅇㅇ야아... 이러면서 핸드폰을 꼭 붙잡고 얘길 할 줄 알았는데. 이 반응은... 뭐야, 어떻게 반응 해야돼.
" 그래, 자. "
" 아니, 야 - "
" 따지고보면 내가 이럴 권리도 없지. 성인여자가 남자 만난다는데, 뭐 "
" 야, "
" 너 되게 웃겼겠다, 지는 여자 존나 만나고 다니면서 자기는 못만나게한다고. 미안하다 "
" 너 왜그래, 야 "
" 잘해봐 "
표정을 굳힌채로 말을 이어나가는 박지민이 굉장히 낯설었다. 내 핸드폰을 내 손에 쥐어주고, 자기 할말만 한채 대기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박지민이 완벽하게 정색하는 모습을 본건 연습생때, 데뷔초 딱 두번 뿐이었기 때문에 박지민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벙쪄있을 수밖에 없었다.
... 쟤 왜저래.
.
야, ㅇㅇ야. 박지민 어디갔는지 알아?
...몰라요. 오겠죠.
그렇게 대기실을 나가 한동안 돌아오지 않던 박지민은 박지민은 20분정도 만에 들어왔고, 박지민을 애타게 찼던 코디언니들에게 질타를 받아야 했다. 아까 나갈때의 굳었던 모습과는 다르게 대기실을 들어오는 박지민의 얼굴은 평소와 같이 능글능글, 아무일도 없다는 듯 웃었고, 어딜갔다왔냐며 묻는 다른 멤버들과 코디언니들에게 비밀! 하며 애교를 부렸다. 물론 나는 박지민을 멍때리듯 계속 보고 있었고, 박지민은 나와 단 한번도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
화가 난건가... 아니, 왜? 뭐 때문에?
도대체가 박지민이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었고 아, 몰라 난 잘못한거 없어. 그래, 난 내 권리를 주장했을 뿐인걸. 니가 말 걸기 전까진 나도 안해. 라고 다짐하며 무대로 향했다.
무대 전 팬들과의 짧은 대화에서도 박지민과 나는 붙어있지 않았고, 박지민이 나를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걸 눈치챘는지 멤버들이 와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멤버들은 계속 와서 뭐냐고 물어보는데 아니 글쎄, 진짜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고, 왜 저러는지. 조금만 있으면 아무일 없다는 듯이 대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1위발표를 위해 무대를 올라갔을 때에도, 이 방송국에서도 아쉽게 2위를 했을 때에도, 다음 스케쥴인 팬싸를 갔을 때에도,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도 나랑은 한마디도 섞지 않았다. 이대로 있다가는 팬들도 알게 될테고, 앞으로의 일정에도 문제가 있을테고. 아까의 다짐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고 숙소에 도착해서 멤버들이 다 잘때, 말을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샤워도 하고 이도 닦고 세수도 찬물로 열심히 하고, 잠을 애써 이겨내며 방문을 살짝 열어두고 한쪽눈으로 박지민이 나오나 안나오나 보는데, 화장실을 갔다 오던 호석오빠와 눈이 마주쳐 오빠가 깜짝 놀라 뒤로 쓰러져버렸다. 어휴, 이 새가슴아.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래?
호석오빠가 들어가고 다시 방문이 열리더니 그렇게 기다리던 박지민이 나왔다. 박지민이 부엌쪽으로 가는 걸 확인하고 난 후에, 조용히 나도 부엌으로 향했다.
" 박지민 "
" ... "
물을 마시던 박지민이 나를 돌아봤고, 나를 보는 박지민의 눈은 빨갛다 못해 충혈되어 있어서 깜짝놀라 손을 뻗으며 박지민에게 한발짝 다가가자, 박지민이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 행동에 벙쪄서 가만히 있다가, 괜히 울컥하는 마음을 누르고 말을 꺼냈다.
" 왜 그래, 너 "
" ... "
" 너 뭐 있잖아. 나한테 화났잖아. 뭔데? 왜그러는데? "
" ... 그런거 아니야 "
박지민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며 말을 꺼냈고, 그 모습에 욱하는걸 참지 못해 목소리를 크게 내버렸다.
" 그런게 아니야? 오늘 너 아까 그러고 나간후에 나랑 한마디도 안했어. 근데 화난게 아니야? "
" ... 목소리 낮춰. 멤버들 깨 "
" 후, 그래. 그런게 아니면 얘기해봐 왜그러는지 "
" ... 그런건 아닌데, 나도 모르겠어 "
얘랑 무슨대화를 하고 있는건지, 대체. 화난거 아니냐고 물으니 그런게 아니라고 하고, 그럼 왜 그러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하고. 박지민 본인이 모르는데, 내가 알겠냐고. 나는 오늘 하루종일 박지민 때문에 신경쓰여서 내가 나도모르게 잘못했나, 계속 걱정하고 그랬는데. 무엇보다 걱정되는건 박지민이 지금 충혈된 눈하며 심란해하는 모습하며 너무 피곤해 보인다는 거였다.
" ... 내일얘기해. 박지민 너 피곤해 보여. "
일단은 박지민을 재우고, 내일 제대로 얘기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뒤를 돌았다. 내일도 빡빡한 스케쥴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저 피곤한 상태로 뭘 했다간 쓰러지고 말것이다. 한숨을 쉬며 한걸음 떼려는데,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너는... "
" 너는 정말 이상해. "
" ... "
" 나를... 너무 이상하게 해. 답답하게 해 "
" 정말... 모르겠어, 나도 "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박지민은, 오늘따라 유독 작아보이는 뒷모습을 하고는 나를 스쳐지나갔다.
오늘 잠이 들기는 힘들 것 같다. 나나, 박지민이나.
...
아아까 쓰기 시작했는데 2시가 넘어서야 올리네요. 졸려라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감사드려요 ㅠㅠ 암호닉도 늘어났고 부족한 필력인데
재밌게 봐주셔서도 고마워요ㅠㅠ
♥암호닉여러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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