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연아 나 왔어- "
현관문을 열고 신발장에 서서 학연은 보이지 않았다.
칭칭 감았던 목도리를 풀며 집안으로 발을 들이자,
" 짠! "
빨간 모자와 빨간 장갑을 끼고 활짝 웃고 있는 학연이 불쑥 나타났다.
" 와, 이거 다 혼자 했어? "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거실을 빙 둘러보며 입을 떡 벌리자
산타가 놓여있는 새하얀 케이크를 내밀며 학연이 말한다.
" 케이크도 있어. 너가 좋아하는 생크림. "
" 완전 크리스마스네- "
학연에게 다가가 학연을 꼭 안자,
나를 더 꽉 끌어안던 학연은 내 볼에 뽀뽀를 쪽 한후 말한다.
" 너랑 계속 같이 보낼 크리스마스지- "
" 더 마실래? "
택운이 와인을 흔들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 와인잔에 부드럽게 담겨지는 와인을 바라보다, 창 밖을 내다보았다.
" 눈! "
언제부터 내리기 시작했는지 하얀 눈이 펑펑 오고 있었다.
" 택운아, 눈 온다- "
내 목소리에 택운도 와인을 마시며 창밖을 내다봤다.
온통 하얀색인 바깥 풍경이 보고 싶어져 앉아있던 식탁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향했다.
눈을 좋아하는 나는 내려올 줄 모르는 입가의 미소와 함께 커다란 창문에 가까이 붙어섰다.
" 너무 예쁘지 않아? "
어느새 내 뒤에 서 있는 택운을 보며 말했다.
" 응. 예쁘다. "
뒤에서 날 안더니 귓가에 속삭인다.
" 화이트 크리스마스- "
" 다했다! "
" 와- 드디어 끝 "
어제 잔뜩 신나서 마트에서 사온 크리스마스 장식품들 포장을 뜯은지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멋지게 꾸며진 크리스마스 트리를 볼 수 있었다.
트리에 둘러져 있던 꼬마 전구를 켜기 위해 거실 불을 껐다.
" 이제 스위치 켠다! "
재환이 똑- 하며 스위치를 켜자, 알록달록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불빛이 거실에 가득찼다.
넋을 놓고 트리를 보고 있을때 재환이 내 손을 잡고 쇼파로 향했다.
쇼파에 나란히 붙어 앉아 한 동안 말 없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보았다.
" 여보 "
" 응? "
내 허리를 꽉 끌어 안더니,
" 메리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를 알려주듯 길거리 여기저기서 캐롤송이 흘러나왔다.
" 안 추워? "
" 응, 괜찮아- "
원식과 손을 마주 잡고 사람많은 거리를 거닐다,
광장 중앙에 놓여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를 발견했다.
" 갈까? 가자. "
아이처럼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올려다보며 좋아하는 나를 보고 원식은 크리스마스 앞으로 다가갔다.
" 소원 빌면 이루어지려나? "
끝을 볼 수 없는 커다란 트리를 힘껏 올려다보며 원식에게 말하자,
원식은 잠시 웃더니 눈을 감고 크리스마스 트리에 소원을 빌었다.
" 눈까지 감고 무슨 소원 빌었어? "
" 그냥, 우리 영원히 행복하게 해달라고-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 "
루돌프 머리띠를 쓴채 파티 준비를 하는 홍빈에게 쪼르르 달려가 뒤에서 꽉 안았다.
" 뭐- 해- "
" 파티 준비하고 있죠 "
장난스럽게 대꾸하는 홍빈을 보며 웃었다.
홍빈은 뒤를 돌아 날 내려다보더니 내 머리에 산타 모자를 씌웠다.
" 잘 어울리네. 귀여워- "
둘이서 파티준비를 한지 얼마나 흘렀을까,
손님들이 점점 오기 시작했고 집안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찼다.
" 꼭 밖에 안 나가도 이렇게 집에 있는것도 괜찮다. 그치? "
" 그러게- 여럿이서 같이 있으니까 너무 좋다. "
내 말에 한참동안 날 내려다보던 홍빈은 날 안으며 말한다.
" 난 너랑 있어서 좋다- "
" 넌 이번 크리스마스도 케빈이랑 보내냐? "
피식 웃으며 내게 물어오는 상혁의 말에 쓸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카페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과
또는 연인과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
" 왜 남자 안 만나? "
턱을 괴고 창밖을 감상하고 있을때 상혁이 물었다.
" 주변에 괜찮은 남자도 없고, 나 좋아해주는 남자도 없고. "
내 말에 상혁이 한숨을 쉬더니 말한다.
"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네. 얘들이랑 파티 하려다가 너 혼자 있다고 해서
바로 달려왔더니만. 이쯤되면 알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상혁을 바라보면 상혁이 웃으며 말한다.
" 너는 나랑 내년에도 아, 아니다. 매년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면 되겠다.
연애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