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보여줄게 집착이 어떤 건지
그는 수시로 나의 상태를 체크하고는 나갔다 내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혹여나 허튼수작을 부리고 있지는 않는지 일단 당분간은 그를 자극하지 않는 게 좋겠단 생각으로 그가 휘두르는 대로 따라주었다 물론 그가 있을 때만 그가 나가고 난 후 먹은 걸 다 토해내기를 반복하였다 다행히 나의 수발을 들어주는 메이드는 내 부탁으로 그에게 이 상황을 보고하지 않은듯해 보였다 그것 이 외에는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라 그저 쥐 죽은 듯 잠을 자는 것뿐이었다 그래야만 그나마 그의 앞에서 멀쩡한척할 수 있으니까 손목에 남은 상처는 아물어 가고 있지만 마음과 몸속은 썩어만 가고 있었다.
"이것 좀 풀어줘요 나"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 거 맞아?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풀어주면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다 할게 나 너무 답답해"
"이 상처들 빨리 나으려면 더 잘 먹어 아픈 것도 내 허락 맡고 아파해"
"그럴게요 그러니까 이것 좀..."
내 말을 무시하고 있었지만 내 손목에 약을 발라주는 손길은 분명 흔들리고 있었다 이럴 때 더욱 밀어 붙어야지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다 이곳에 갇혀 지낸지 벌써 일주일째 더 이상 내가 도망가지 않을 거란 믿음을 그에게 심어줘 방심하게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호랑이굴에 들어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옛 속담처럼 말이다
"네 말을 내가 어떻게 믿지?"
"믿던 안 믿던 그건 당신의 선택이지만 중요한 건 내가 도망치더라도 어차피 당신 손아귀라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까 그만큼 당신이 무섭고 대단한 사람이란 것도"
"그걸 잘 알면서 그때는 왜 그랬지?"
".............."
"좋아 이렇게 애원하니 한 번쯤 져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두 번의 실수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면 말이야"
그가 순수 내 손에 묶인 수갑을 풀어주었다 가죽끈이 꽉 조여있던 상태여서 그런지 손목에 붉은 선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런 많이 아팠겠군-"
그가 내 오른 손목을 끌어가 붉은 자국 위를 살살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분명 그는 나를 걱정하고 있는 말투였지만 어떤 모습이 진실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는 나를 손안에 넣기 위해 그 많은 시간 동안 철저히 내 뒤에서 나를 속이며 내 앞에서는 사랑한단 달콤한 말로 내 눈을 멀게 하으니까.
"저녁 먹는 것까지 보고 가려고 했는데 일이 바빠서 그만 가야겠군- 그만 쉬어"
"순영 씨-"
".........."
"단 한 번이라도 나에게 당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당신을 이해할 수 있었을 거예요"
".........."
"내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했죠? 나를 이렇게 만든 건 당신이란 생각 안 해봤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군"
"나도 차라리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 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
"정말 사랑한다면 그게 진심이라면 이런 방법까지 쓸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어떤데? 내 진짜 모습을 알게 된 지금은 이해하고 포옹해줄 수 있나?"
".........."
"거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눈빛 조자 숨기지 못하면서 이해를 해? 진심? 그딴 게 다 뭐지 결국 넌 도망쳤잖아"
"........."
"이게 내 방식이야"
화가 난 듯 거칠게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유로워진 오른 손목이 이상할 만큼 욱신거리며 아팠다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 그가 더 화가 났으면 어쩌지? 그가 다시 돌아 들어와 온몸에 밧줄을 칭칭 감고 숨도 쉬지 못하게 할 것만 같았다. 나는 그가 여전히 무섭고 두렵다 차라리 그의 진짜 모습을 알지 못 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건 나였던 것일까 그를 악마로 만든 것도... 내가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욱 미쳐가는 그를 감당할 자신이 없을 것 같다 이럴 줄 알았다면 정말 그때 도망치지 말걸 그랬다 그의 말 처럼 결국 모든 게 내 잘못이란 거네 하... 정말 비참하다
순영씨 우리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음에도 내 술친구 해 줄 수 있죠?"
"가끔씩 오래 봐요- 우리"
그는 내가 일하던 와인바의 단골손님이었다 항상 단정한 슈트 차림과는 상반되는 밝은 금발의 머리색이 눈에 띄었지만 참 잘 어울린다 다른 손님들과는 다르게 항상 조용히 와서 말없이 와인만 몇 잔 즐기다 가기에 내가 먼저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날카로웠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웃는 게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그와 말도 잘 통하고 여자 바텐더라는 직업 특성상 그저 나를 술이나 따라주는 여자쯤으로 보던 다른 남자들과는 확실히 다른 그의 매너 있는 행동과 다정한 말투가 좋았다
[가게에 새로운 와인이 들어왔는데... 이번 주는 언제쯤 오세요?? 혹시 오늘 오시나요?]
나도 모르게 그가 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와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고 용기가 나지 않아서 몇 번을 망설이다 문자를 보냈다 근데 막상 보내고 나니 김칫국도 그런 김칫국이 없는 거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나 혼자 설레는 건 아닌지
[안 그래도 오늘 가려고 했는데 우리 통했네요]
다행히 그에게서 답장을 받았다 문자에서도 느껴지는 그의 다정한 말투가 상상이되 간질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뒹굴뒹굴하다 잠도 설쳤다. 출근을 하고 진열대 위에 와인잔을 닦으면서 내내 그가 언제쯤 올까 출입구를 힐끔거렸다. 오늘도 여전히 세련된 슈트 위에 롱 코트를 걸치고 금발머리를 한 그가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손엔 너무 예쁜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오다가 보니 여주 씨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사봤어요"
"아.. 너무 예뻐요 감사합니다"
"좋아해 줘서 다행이네요 얼마나 사야 할지 고민했어요 너무 많으면 여주 씨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한 송이만 샀는데"
"개수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사람 마음이 중요한 거지 "
"풋,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이 귀여워요"
"아.. 제가 너무 좋아했나요? 사실 남자한테 꽃 선물 받은 건 처음이라서"
"영광이네요 제가 그 첫 번째 남자가 되어서"
그가 나를 찾는 횟수가 늘 때마다 집에도 자연스럽게 장미가 한송이씩 쌓여갔다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내 감정들도 조금씩 커져갔다 그에게도 내가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그가 자꾸만 욕심이 났다 그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봐주세용~ |
회색으로 된 글씨는 여주의 과거 회상씬입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그리 나쁘지 않았었죠... 순영이가 왜 저렇게 무섭게 변한것일까요??ㅎㅎ 사실 제가 쓰면서도 저두 잘 몰라영ㅎㅎ 역시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가는ㅋㅋㅋㅋ 이번편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피드백 해 주세요^^ 독자 분들이 남겨주신 댓글 하나하나 정말 잘 보고 힘내고 있습니다 아 암호닉도 계속 받고 있으니까 암호닉 신청도 많이 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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