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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이재환] 낭만으로부터 | 인스티즈

*BGM*

 

# 낭만으로부터

 

 

 

"재환아, 나 왔어."

"왔어? 오늘은 조금 빨리 나왔네."

"너 기다리다가 추워서 가버릴까 봐"

"설마, 그럴 리가 있나요?"

 

 

 

새벽 2시에 마감되는 내 하루가 그다지 안타깝지 않은 건 오직 그 하루의 끝에 네가 있기 때문이었다. 한기가 서리는 겨울뿐만 아니라 찌는 듯한 여름날에도 새벽은 사람을 춥게 만든다. 아무도 다니지 않은 길거리와 불 켜지지 않는 동네가 쓸쓸하기 때문에. 내가 그런 새벽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 깜깜한 골목길 귀퉁이에 네가 서있었기 때문이었다.'으아, 춥다. 너무 추워. 새벽은 너무 추워'라는 지나가는 내 말에 네가 칠흑 같은 새벽에 나를 기다려 왔던 날들이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처음 재환이가 독서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날, 너를 보고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짓던 나에게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었지.

 

'지나가다가, 너 생각나서'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말은 거짓이었고 뒤에 말은 진실이었다. 새벽잠도 아침잠도 무척이나 많은 너란 아이가 새벽 2시에 나를 기다릴 일은 없었음에도 너의 대답이 무척이나 태연해서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아마 준비했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저렇게 말하리라고. 그런 식으로 계속되는 새벽의 만남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기까지 꽤나 오래 걸렸었다. 바보같이 눈치가 없었었지.

 

 


"오늘도 열심히 하셨나?"

"아니, 오늘은 집중이 안 돼서"

"어! 그러면 안 되는데? 내가 매일 여기 오는 게 보람차도록 열심히 해야지. 안 그런가요?"

"네, 그럽니다"

 

 

 

여름 새벽 아래의 이재환보다 겨울 새벽의 재환이가 더 좋은 이유는 입김 때문이었다. 말끝에 가끔가다 존댓말을 붙일 때, 동그랗게 모이는 빨간 입술에서 하얗게 솟는 입김에 담긴 따뜻한 숨결이 새삼 너무 좋아서. 가끔 가다가 켜진 가로등 불빛에 그 숨결이 비치는 장면이 내게는 너무 소중했었다. 마치 연출된 영화 속의 밤 처럼.

 

 


"재환아, 겨울인가봐. 너 입김나와"

"응, 추워. 그러니까 천천히 걷자"

"그게 뭐야. 추우면 빨리 걸어야지"

"빨리 걸으면 바람때문에 더 추워. 그러니까 천천히 걸어야해"

"무슨 말도 안되는..."

"그지? 그래도 천천히 걸어"

 

 

 

10분이 안되는 독서실과 집사이의 거리가 재환이와 걸을때는 15분 정도로 늘어났었다. 독서실 앞에서의 만남이 진짜 우연인 줄만 알았던 때, 눈꺼풀을 뒤덮는 잠을 못이겨 내가 발걸음을 빨리해 몇분 빠른 이별을 너에게 고할때면 넌 말하진 않았지만 울상이 되곤 했었다. 그걸 알아채고 나서부터 내 걸음은 조금씩 느려졌다. 그게 내가 재환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몇 없는 일들 중에 하나였다. 늘리고 늘려도 15분 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재환이가 못내 아쉬워 한다는 걸 알고있었음에도 나는 매일 현관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일봐'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래도 착한 너는 예쁘게 말해 주었다.

 

'모레두 보자, 우리'

 

그때 네가 뱉어내는 단어 하나하나가 전부 예뻐서 꽤 놀랐었어.

말이 없을 땐 말이 없는 대로 걸었고, 15분 내로 쏟아내기에는 긴듯한 대화가 있는 날엔 또 그런대로 걸었다. 재환이는 후자를 좀 더 좋아해서 내가 말이 없을 땐 내게 시선을 돌려 무슨 말 하나라도 해보라는 눈빛을 넌지시 건네곤 했는데, 오늘도 그 눈빛의 은근한 기대감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입을 열었다. 아마 나는 영원히 널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재환아"

"왜 그러시나요?"

"왜 매일 나 기다려? 피곤하고 잠도 오고 여러모로 힘들 텐데..."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너의 대답은 항상 똑같았기 때문에.

 

'좋아해서, 너 좋아해서'

 

그 대답을 처음 들었을 때, 놀란 나는 발걸음을 멈췄었고 넌 진지한 말투와는 어울리지 않게 싱그럽게 웃으며 평소처럼 말했었다. '집에 갑시다아' 하고. 끝말을 귀엽게 늘이던 네 고백의 마무리는 한껏 당황한 나를 위한 배려였겠지.

 

 

말 그대로 답이 정해져있는 질문을 묻는 것을 멈춘지 꽤나 되었음에도, 오늘에서야 다시 너에게 물었던 이유는 잘 모르겠어.그냥 아직도 네가 나를 좋아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오랜만에 듣는 너의 좋아한다는 소리에 설레고 싶었는지, 좋아한다는 말 마지막에 선물처럼 얻어주는 웃는 네 입꼬리가 보고 싶었는지는.

 

그리고 몇 번이나 말했을 그 말을 네가 오늘도 다시금 해줘서.

 

 


"좋아해서, 너 좋아해서"

 

 


피었다 마는 입김이 예뻐, 재환아.

 

 


살짝 굽이진 언덕을 지나기 전에 내 발걸음이 멈췄다. 이제는 불이 꺼진 슈퍼마켓의 지붕이 살짝 보이기 시작하는 그 지점이었다. 저 지붕이 보일 때쯤엔 네가 티 나지 않게 아쉬워하곤 했었다. 그 아쉬움을 보기까지도 오래 걸렸다.

뜬금없이 멈춰 선 내 걸음에 넌 또 아랑 곧 하지 않고 늘 그랬던 대로 말할 것 같아.

 

 


"집에 가자"

 

 


라고.
그런데, 넌 아마 놀랄 거야. 내가 만약

 

 


"재환아"

 

 


라며 부르면 말이야.
그래도 곧 아무렇지 않게 말하겠지.

 

 

 

"무슨 일이신가요"

 

 


하고.
그럼 나는 이제 털어놓으려고 해. 희미한 가로등 아래에서 말이야.

 

 

 

"어제 수학문제를 풀었어. 근데 문제에 네가 나왔어. 재환이가."

"그래서 맞혔어?"

"아니, 못 풀었어. 쉬운 문제였는데 못 풀었어. 너 생각이 나서 못 풀었어"

"영광인데?"
"그래? 근데 그 문제를 오늘도 풀었거든. 그런데도 못 풀었어. 대신 재환이라는 이름에 동그라미를 쳤어. 그리고 계속 너 생각만 했어. 아니 너 생각이 났어. 그래서 오늘도 계획했던 걸 다 못해서... 이제 그 문제집 안 풀려고."

 

 

 

너의 이름 주변 둘러친 동그라미 때문에 참고서 종이가 너덜너덜 해져서 결국 찢어졌다는 말은 하지 못 했다. 둘러진 동그라미의 개수보다 널 많이 생각했다고도 말하지 못 했다. 내 마음을 모두 말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넌 상관이 없나 보다. 너의 눈빛에 전에 없던 기대감이 언뜻 비치고 가로등이 아니었으면 보이지 않았을 너의 멍한 눈동자가 내리꽂혔다.

 

너의 그 시선은 나를 항상 무력하게 만들어. 그래서 매일 말하고 싶지 않은 것까지 털어놨었잖아. 넌 그 모든 것을 가만히 들어주었고. 그래서 오늘은 그 무력감에 사랑을 털어놓으려고 해.

 

 


"그래서 재환아"

"응"

"뽀뽀하고 싶어"

 

 

 

너는 본체 다정하고 상냥한 아이라서 동그라미와 뽀뽀 사이의 생략된 나의 수많은 감정의 파동을 읽어주었다. 그리고선 생긋 웃었지. 나는 너처럼 세심하지 못 해서 너의 웃음과 함께 터지는 숨결 속에 설렘과 기쁨, 긴장이 서려있다고 느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빨갛게 달아오른 너의 두 귀와 뒷덜미가 아니었다면.

 

 

 

네 얼굴이 가까워져. 웃는 게 예뻐.

네 입술도 가까워져. 이건 조금 떨려와.

 

 

 

"해 드려야지, 뽀뽀 "

 

 

'뽀뽀'라는 단어를 내뱉는 너의 입술이 동그란 것이, 어울리지 않게 야해 보여서 부끄러웠다. 항상 예쁜 말만 하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을 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서 더 부끄러웠다. 잔뜩 긴장한 내 어깨를 네가 슬며시 잡아주었다는 것도, 정처 없이 떨궈진 내 손을 네가 잡아 주었다는 것도 몰랐다. 너의 입술이 이미 떨어져서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너의 눈동자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나를 따뜻하게 감싸는 너의 손의 존재를 언뜻 알아차렸다.

 

얼떨떨한 설렘에서 깨기도 전에, 꽤 쌀쌀한 바람이 나를 깨우기도 전에 너는 햇살 같은 미소를 비췄지.

 

 

 

"뽀뽀 만 해?"

 

 

 

넌 여전히 능글맞았다.

 

 

"뭐.. 뭘? 무슨 말 하는 건데?"

 

 


난 여전히 당황스러웠고.

 

 

 

햇살처럼, 함박눈처럼
넌 내가 바라만 보던 그 입술로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 사이의 공백을 메꾸었다. 어깨에 자리했던 손으로 목덜미에 온기를 전했고 차가웠던 두 뺨을 데웠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무던히 감추려고 애를 썼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나의 아랫입술에 너의 윗 입술이 닿기까지 그전에 일어났던 일들도 모두 소용없었다.

 

네가 불어넣은 숨결에 놀라는 나를 보고 너는 웃었지만, 웃는 너도 그 숨결도 나한테는 모든 게 너무 야릇해서 손끝이 저렸었어. 그리고 나서 깨달았지. 너와 함께 걸었었던 계절 모두가 나의 로망이었다는걸.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너의 머리칼에 웃지 않을 수 없고, 달짝지근하게 움직이는 너의 입술, 발음 전부에 가슴이 뛰어.

 

 

"한 바퀴만 더 돌고 들어가자"

 

 

 

재환아,
그 한 바퀴의 끝에서 나는 너를 너무 앓아서 내일이 되면 아마 아플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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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 잡에 전에 왔었는데 글이 지워져서 새로 왔어요. 글 분위기가 달라져서 다들 모르실 것 같지만 신알신 해주신 분들에게 미안해요. 글 쓰는 게 좋아서 다시 왔습니다.

세상에 글 참 잘 쓰시는 분들이 많은 만큼 저 하나 여기에 발 담가도 민폐까지는 되지 않겠지 하는 용기로 글 올려요.

단편으로 자주 올리고 싶어요. 아마 장편은 제가 능력이 없어서. ㅠㅠㅠㅠ

글 쓰는 것 참 쉽지 않다고 느껴요. 저런 사람이 있다면 제 학창시절이 행복했을 텐데요ㅠㅠ 그죠. 제 이야기가 아니어서 쓰기가 참... 힘들었습니다.ㅠㅠㅠ

의식의 흐름대로 쓴 짧은 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끝나가는 연말, 다가오는 연초. 모두 즐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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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209
우와!! 아직 비회원이지만 언젠간 꼭 가입해서 꼬박꼬박 볼게요 !! 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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